Oiseau님 패러디 작품


서시(恕猜)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미모에 한 점 부족함이 없기를,

치기어린 질투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질투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모든 성형수술하는 이들을 격려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자연미를

사랑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연모의 시선들이 옷깃에 스치운다. 

 

Oiseau님께서 맨 처음으로 응모하신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애송시 윤동주의 '서시'를 패러디하여 중국의 전설적인 미인인 '서시'로 제목을 바꾼점 등은 탁월합니다 :)

 

글샘님 패러디 작품

내 얼굴의 고향(故鄕) - 성형 외과, 백석 패러디 ㅋ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마음 앓다가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상을 보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충청도 공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ㄹ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그분도 자기 손을 거쳤다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펜을 잡아 견적을 내는데


칼날은 차갑고도 싸늘한데,

내 얼굴엔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글샘님의 작품입니다. 백석의 유명한 작품을 패러디 했습니다 :) '내 얼굴의 고향'이라는 제목이 벌써 시적입니다. 내 얼굴의 고향 XX성형외과! ㅋㅋㅋ 마지막연에 '내 얼굴엔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는 성형수술로 인해 천편일률적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얼굴에 대한 비판이랄까 ㅎㅎ 하는 점들이 재미있습니다 :)

 

마태우스님

 

제목: 광육(미친 살이란 뜻)


까마득한 날에

체중계에 올라 말했었다

"에게, 이거밖에 안나가?"


다른 친구들이

80을 향해 달릴 때에도

차마 전 70을 넘지 않았었습니다.


피와 살이 되는 것만 먹고

끊임없이 술을 마셨더니

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80을 넘어

제 학번을 체중계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았는데

'비만'이란 안내문까지 날아옵니다.


다시 열심히 운동하고

안되면 지방흡입이라도 해서

떳떳하게 체중계에서 포효할 그날을 그려 봅니다.

 

역시 마태우스님 출중한 내공으로 유머러스한 패러디 시를 창조하셨습니다. 이육사의 광야를 광육으로 바꾼 것, 생각해보면 참 굉장한 이미지입니다. 광야가 아니라 광육!이라니요.. 오오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개인적으로 절실하게 공감이 가는 시입니다 :) 

 

비자림님

 

공주병 어록


장미빛 욕망이 낀 내 거울 속에

내 얼굴이 어리어 있는 것은

어느 부모의 유전자이기에

이다지도 환상적일까


나는 나의 완벽함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 동안

기미 주근깨 잡티 한 점 없이 뽀샤시하다니


육십이나 칠십이나 그 어느 우아한 저승반점이 내려앉은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자서전을 써야한다

그때 그 미완성의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용안을

쌀뜨물로 황토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성형외과 앞을 빳빳이 고개 들고 걸어가는

오만한 아프로디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팬들의 함성과 함께


비자림님 또한 윤동주의 시를 패러디했습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공주병을 성찰하는 화자는 그러나 자신의 현재 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도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늙고 안 이쁘게 될 테지만, 그래도 오늘의 미모를 즐기자! 하는 마음자세가 흥미롭습니다 :)

 

ㅎㅎㅎ 저도 하나 지어봅니다. 어제 술을 이빠이 먹고 고기도 먹은 관계로 반성하며 ㅜㅠ

 

거울 -기인


거울속나는살이없소

저렇게까지날씬하고잘생긴사람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고기집이있소

내미모를질투하는딱한고기집이두개나있오


거울속의나는몸짱이오

고기집을지나치는 ----고기맛을모르는몸짱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든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햇겠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몸짱만들기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랑친구먹을수없으니퍽섭섭하오.

그래서오늘도고기집에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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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1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기인님 패러디시도 재미있사옵나이다.

waits 2006-06-1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발들 하시네요. '고기맛을모르는몸짱이오' ㅎㅎ
이벤트 재밌었구요, 패러디 시도 잘 봤답니다...^^

기인 2006-06-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자림님/ 네~ 선물받아가셔야죠 ^^
나어릴때님/ 감사합니다 :) 다음 이벤트에서는 나어릴때님도 우승하시기를~ ^^

balmas 2006-06-1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다들 대단하시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올리지 못했는데,
나중이라도 생각이 나면 한번 올리게 싶네요. ㅋ

2006-06-17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6-06-1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ㅎㅎ 안그래도 발마스님 패러디시 기대하고 있었는데 :)
속삭이신 ㅎ님/ ㅎㅎ 저는 그 두 의미가 다 있는 것 같은데요 ^^; 그래서 더 재미있는 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