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 드는 일이지만, 갈등되지만, 나는 사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으로 먹고 살 정도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전문 활동가분들께서도 고민이 많겠지만, 박사과정 '휴학생' '공익'은 도저히 다르게 살기 힘들다.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서 공부는 해야겠고, 굶어죽을 수는 없고 말이다.

결국, '시간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느냐, 아니면 분열되지 않는 정체성을 우선 순위에 두느냐의 문제일 터이다. 시간 확보를 택했다.

어쨌든, 고1 친구들에게 '논술'이라는 것을 가르치는데, 논술에 대한 내 신념상, 지식전달의 쓸모없음과 자발적 토론과 사고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애들이 너무 몰 몰라서;; 1달에 한번은 책을 읽고 토론하기로 했다.

첫 책은

명저다. (혹은 명저라는 기억이 있다.) 학부 1학년때 학회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학부1학년때 읽었던 책을 고1친구들에게 발제를 나눠서 숙제를 내주고 다음주에 토론하기로 한 것이다. -_-;;;;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 그리고 애들이 정 이해못하면 강의를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가 무엇인지를 전달해야 겠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하다가, 결국 국가라는 것은 '합법적 폭력의 독점 기구'이고, 우리나라는 '공화제'이고, 결국은 부르주아 독재이다(이 용어는 안 썼지만)라는 것을 3시간 내내 설명했다.

흐음.. 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이란 왜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일까, 그러한 '입법'의 민중의 의지와 이해가 얼마나 반영되는 것일까? 미디어와 자본에 둘러쌓인 민중이 '주체적으로 자유로운 의지로서 판단'하여 '투표'를 하는 것일까? 등등...

정말, 학생들이 이해했을까?

결국 한 학생이, '그럼 우리 학교 교육 낚인거네요?'라고 해서

'맞아요, 여러분들 낚인 거에요. 원래 국가 교육이 그런거에요' 라고 했다.

이거 원. 집에가서 부모님들께 뭐라고 할지 -_-;;;

 

학생들은 참 똑똑하고 근면성실한, 전형적인 대치동 최상위권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사회에 대해 의문이 없다. 저는 서울대 법대 가서, 나중에 정치인 할래요. 라고 하는 친구들.

왜 정치인 할래?

권력욕도 만족할 수 있고, 법관을 하면 명예도 있고...

그런 말들을 참아내다가, 오늘은 마침내, '정치'란, '민주주의'란 '공화제'란 '법치'란 무엇인지, 실재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말한 것. 다음주 강의는 어떻게 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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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2-2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기인님 애들 데리고 뭐하신거에요. ^^
근데 저런 말 내뱉는 정도면(뭐 그 나이에 안그런애들이 얼마나 되겠냐만) 잘하셨습니다. -_- 일단 다른 면에서 사고할 수 있게 해줘야겠군요. 근에 애들한테 너무 어려운거 같아요.

로쟈 2007-02-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익요원께서 그런 '불온한' 사상을 갖고 계시다니요? 게다가 학생들에게까지... 흠...

기인 2007-02-2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네 수위 조절을 잘 해야 될텐데 말이죠; 지금까지 수업은 애들이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앞으로의 수업이 걱정이네요;;;;
로쟈님/ 모두 '공익'을 위해서입니다! 공익에 대한 관심은 맑스주의 만한 것도 드물죠 ㅎ

마늘빵 2007-02-2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로쟈님과 기인님의 '공익'에 대한 해석 재밌군요.

LAYLA 2007-02-2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아내다라는 표현 딱 들어맞네요..^^ 휴...ㅋㅋㅋㅋ

비로그인 2007-02-2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내재화'가 안되었다고 했던 것입니다. 기인님 ^^ 그런대도 누구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제가 볼때는 '민주'는 아니고 자본주의국가는 확실한데.. 보수집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꼭 현수막에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쓰시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자본주의'수호로 쓰는게 맞는데 ㅎㅎ

기인 2007-02-25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 ㅋ 윤타님도 그 페이퍼에 댓글 다셨지만, 그런 의미에서의 '민주주의'는 어디에도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인 2007-02-25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아 모두 '공익'을 위한 일이죠.
Layla님/ 더 참아야 했을지도, 아니면 빨리 덜 참아야 했을지도 ^^;

비로그인 2007-02-25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윤타님의 글을 보았지만 댓글을 달지 않았던 것은 쓰여질 댓글이 앞의 글에 대한 반복이 될 것 같아서 였습니다.(윤타님이 말한 내용이 아닌 것은 기인님의 대화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두가지 비유를 하겠습니다.

현재 미디어를 보면 한국은 이제 확실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그런 환상을 조장한다는 것은 실로 무서운 일입니다) 그렇죠. 분명 시스템은 서구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민주국가가 되었다? 이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노력끝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비행기를 구입했더라도 그것을 조종하는 법을 모르면 하늘을 나는 원래 목표를 이룰수가 없겠지요. 우리나라의 현실은 비행기 구입이 끝났으니 이제 어디로든 가면 되겠지 하고 만족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하늘을 날기위해서는 고차원적인 비행기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데 한국 사람들은 자동차 운전해본 솜씨로 비행기를 움직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제 부터라도 '비행기'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채용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모두 서구문명으로부터 유래한 것이고 사실 근대 유럽국가의 체제는 급작스럽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 '참고' 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 참고의 모델은 민주주의, 공화정의 원형(prototype)으로서 아테네와 로마입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공화정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인님과 윤타님은 사회주의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 것 같은데 거기에 맞춰서 비유를 하자면 제대로된 막시즘을 알기 위해서는 마르크스를 파야지(마르크스는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죠) 블랑키를 파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고대 로마와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마르크스'라고 하면 현대 근대국가체제는 '블랑키'라고 할 수 있죠. 제대로된 '마르크스'(오리지널로서의 민주주의)를 배워보자. 이것이 제가 내재화하자는 '문명'이였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원형'의 완전한 '반복' 은 이루어 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궁수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명중시키기 위해서 항상 보다 더 높은 지점을 겨냥하는 법입니다.

푸하 2007-02-2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 고대 로마와 아테네의 민주주의의 또한 제한된 민주주의가 아닌지요? 그 시기의 민주주의가 근대국가체제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보다 높은 지점(혹은 정당한)을 겨냥했다면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비로그인 2007-02-2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거기에 대해 논하고자 하면 한도 끝도 없는 지면을 필요로 합니다 ^^

          

 

 

 

 

이 정도의 책을 참조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푸하 2007-02-25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상적인 수준에서 말하기 어려운 주제긴 합니다.^^; 언제 구체적 맥락에서 말씀 나누면 좋겠습니다. 책 소개 감사합니다.

기인 2007-02-2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 네. 그 서구문명의 '내재화'라는 개념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계속 말씀드렸던 것은, '서구'라 해도 그렇다면 '내재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라는 것이죠. 테츠님께서 예로 들었던 프랑스만 하더라도, 민주주의적 전통이 '내재화'되어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일부 엘리트의 문제일지, 아니면 국가 체제의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음. 자기 안의 혁명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내재화'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서구' 좇기라면, 제가 동의하는 이상이 아니고, 동의할 수 없는 이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용어 자체가 '서구 문명/서구 민주주의 내재화'라고 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인 2007-02-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1친구들한테 말한 것은,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현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의 문제였습니다. ㅎ

yoonta 2007-02-2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듯한데요. 저는 님이 말씀하시고 싶은 그 서구에 내면화된 '문명'자체에 어떤 한계가 있는가를 보자는 겁니다. 즉 님이 비유하신 "블랑키"가 아니라 "마르크스"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제가 "나르시시즘적 주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서 눈치채셨을지도 모르는데 저의 문제의식은 김상봉씨의 <나르시스의 꿈>이란 저작에서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