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약
마이클 수지 감독, 채닝 테이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레이첼 맥아담스는 제 2의 멕 라이언이다. 로맨스 영화 여주인공으로 그보다 더 사랑스러운 배우는 없을 것이다. 아직 시간 여행자의 아내와 노트북은 보지 못했다. 특별히 멜로라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서약과 그 전에 어바웃타임을 보고 오로지 배우 때문에 출연작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에서는 기억상실 전과 후, 정확하게는 가족에게 독립하기 전과 남편과 만나고 결혼 생활을 할 때, 그리고 사고 후 다시 새로운 삶까지 총 세 번의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헤어스타일이나 옷, 화장 등에서 변화를 주었고 각각의 모습이 다 너무 예뻤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빛, 목소리, 미소, 몸짓 으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채닝 테이텀은 아내를 몹시 사랑하는 우직한 남편의 모습을 가슴 시리게 잘 보여준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극적인 반전이나 감정의 과잉은 없고 흐름이 잔잔하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지루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래서 좋았다. 정말 사랑이란 무엇이고, 결혼이란 무엇일까. 지인의 결혼식때마다 하도 많이 듣고 보아서 이제는 살짝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결혼 서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서 마지막 엔딩타이틀 오를 때 실제 부부와 자녀의 사진과 함께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자막을 보고 마음이 찡했다. 생물학적 사랑의 기간이 어쩌니 저쩌니해도 사람은 동물이 아니니까, 결국 영원한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것도 결국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disc)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완벽하지 않은 남녀가 각자의 상처를 서로의 존재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러브스토리.

 

 그냥 완벽하지 않은, 이라는 표현은 부족하다. 세상이 미친놈, 미친년이라 부르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한다. 감정의 여과 없이 머리보다 말이 앞서는 팻과 티파니의 만남은 시작부터가 여태까지의 영화 속 사랑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폭력을 휘둘러 아내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남자는 양극성장애로 정신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남편이 사고로 죽은 젊은 미망인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회사의 전직원와 성관계를 가진 후 해고된 상태다. 팻은 친구의 처제인 티파니를 만나자마자 “남편이 어떻게 죽었죠?”라고 물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티파니는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는 팻에게 “내가 싫어하는 풋볼 유니폼을 입었지만 불 끄고 하면 상관없어요”라며 원나잇을 제안한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에게 욕설과 육두문자를 퍼붓고, 지나가는 말이라도 위로나 격려도 하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은 그 둘만이 아니다. 영화 속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팻의 친구 대니는 말할 것도 없고, 티파니의 형부이자 팻의 친구인 로니는 회사와 가정, 양쪽에서 압박감을 느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로니의 아내이자 티파니의 언니 베로니카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과,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만드는 데 강박적이다. 압권은 팻의 아버지다. 전재산을 풋볼 내기에 걸 정도로 스포츠 도박에 미쳐 있는 데다가, 탁자 위의 리모컨 각도를 맞추고, 늘 같은 손수건을 손에 쥐고, 아들 팻이 함께 경기를 봐야 응원하는 풋볼팀이 이긴다는 징크스 때문에 온 가족과 충돌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건강한, 아무 문제 없는 상태가 과연 인간에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며, 언뜻 보았을 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온 세상이 미쳤다고 낙인찍은 사람들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는 아이러니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영화의 주제가 드러난다. 먹구름 속에 있는 태양이 구름 밖으로 살며시 비치는 모습, 이 구름만 지나가면 밝은 날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우리 인생의 흐리고 밝은 것은 그저 일상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니까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우리 주변의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누군가 내민 손을 맞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말이다. 세상이 내 아들을 미쳤다고 손가락질해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아들을 감싸는 팻의 부모와, 서투르지만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팻의 형, 스스로도 큰 상처를 받았고 현재도 극복하려 몸부림치면서도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티파니,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팻에게 손을 내미는 친구들.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한 줄기 빛이 있다면 결국 사람이라는 것. 자세히 살펴보면 내 주변의 실버라이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실버라이닝이 되어주라는 것. 참 감동적이고 이쁜 영화다.

 

 부록 DVD에서는 삭제된 장면이 약 30분 정도 나오는데 아까울 정도로 공들인 장면이 많았다. 제니퍼 로렌스는 솔직히 얼굴만 봐서는 왜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브래들리 쿠퍼도 기존의 잘생긴 바람둥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고. 로버트 드니로의 아버지 연기나 친구인 크리스 터커도 마찬가지. 영화 전체에서 단 한 군데도 힘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힘이 살짝이라도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놀랍게도 영화 속의 집착하는 옆집 소년이 감독의 큰아들이라고. 배우지망생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이 영화가 남다르다고 말하는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서 마음 한 쪽이 찡했다. 유능한 감독이 개인적인 동기까지 가졌으니 명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이 영화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미국 정신의학회장의 인터뷰까지 보면서 영화 한 편, 소설 한 편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피는 봄이 오면 - [할인행사]
류장하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봤으면 지루했겠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최민식의 "엄마, 나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 대사 참 뜨거웠고,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에 충실한 모습이 감정의 과잉을 빼고 은은하게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10년 전 영화이다. 여기 출연한 배우들이 지금 전부 다 잘 되었는데도, 이 영화 찍을 당시의 상황에 자꾸 내가 끌려들어가는 생각이 들었는지 부디 잘 되었으면, 이들이 모두 다 잘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참 한국적인 영화이다. 출연하는 배우들, 화면, 줄거리, 대사, 음악... 하나하나 절대 넘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최민식은 힘을 주는 연기 뿐만 아니라 힘을 빼는 연기 또한 최고다. 지금 나의 상황 때문일까... 도시가 아닌 강원도의 소박한 모습에 눈이 편안했고, 배우들의 대사와 음악을 들으며 귀가 편안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엔딩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사는 과정이 꼭 클라이막스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살아가는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 아웃케이스 없음
야자키 히토시 감독, 나나난 키리코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 있다.

"연애하고 싶어요. 누군가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그 무엇이 되고 싶어요."

여자 주인공이 위와 같은 기도를 하는 영화의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로 제목과 그 장면만을 보아서는 달달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로 오해하기 딱 좋다. 나도 그랬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어 놓은 알람에 일어난 여자 주인공이 "또 어제랑 똑같은 하루..."라고 혼잣말하며 일어나면서 잠옷차림으로 또 기도한다. "연애가 하고 싶어요. 하늘이 푸르다라던지 오늘밤은 별이 참 예쁘네 같은 그런 별 거 아닌 얘기에도 공감할 수 있는 애인이 생기게 해주세요." 온갖 매체에서 '썸'을 노래하고 연애를 읊는 요즈음, 솔로남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애인 생기게 해달라는 건 남자면 된다는 건 아니에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도 기적적으로 나를 좋아하게 되는 거, 그런 거요." 이 또한 수많은 남녀들의 딜레마이다.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것,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바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아닌가. 실제로 사랑의 작대기가 일치하는 일은 드물고 엇갈리는 일은 빈번하기에,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기적을 바라는 일인지라 기도할 수 밖에 없을 테지만.

 

하지만 이 영화는 달콤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슴 아프고, 희망이 없고, 기댈 곳 없는 그런 4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늘 애정을 갈구하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좀 잔인할 정도로 마음 아픈 장면들이 많았다. 저게 진짜 요즘 일본의 현실일까, 아니면 영화적 장치로 몇몇 장면들은 극대화가 된 걸까. 만약 저런 일들이 놀랍지가 않은 것이라면 일본 여자들이 드라마나 영화 속 한국 남자들에게 빠지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어찌 되었든 일본 남자들보다 좀 더 책임감 있고, 덜 우유부단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배려를 할 줄 아니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쨌든 사람은 애정을 쏟을 상대가 필요하다. 그게 동물이든, 아빠없이 자랄 아이든, 기약없는 짝사랑이든 간에. 개인주의가 극심한 사회에서 인간적인 연대라는 것은 참으로 절실하면서도 요원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비록 판타지일지라도, 유치할지라도,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해피엔딩을 보고 싶은 나이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 발렌타인 - 아웃케이스 없음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미쉘 윌리엄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연인의 날이라는 발렌타인 데이.

 

Be my Valentine~이라는 말도 있다.

 

존재만으로 환하고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 발렌타인, 그 앞에 블루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시간이 어느새 변색되고 여전히 사랑하기는 하지만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마음 아팠다.

 

사실에 가깝다고 해도, 유치하다고 해도, 어리석다고 해도,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해도 좋다. 그래도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