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 아웃케이스 없음
야자키 히토시 감독, 나나난 키리코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 있다.

"연애하고 싶어요. 누군가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그 무엇이 되고 싶어요."

여자 주인공이 위와 같은 기도를 하는 영화의 장면을 캡쳐한 사진이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로 제목과 그 장면만을 보아서는 달달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로 오해하기 딱 좋다. 나도 그랬다.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어 놓은 알람에 일어난 여자 주인공이 "또 어제랑 똑같은 하루..."라고 혼잣말하며 일어나면서 잠옷차림으로 또 기도한다. "연애가 하고 싶어요. 하늘이 푸르다라던지 오늘밤은 별이 참 예쁘네 같은 그런 별 거 아닌 얘기에도 공감할 수 있는 애인이 생기게 해주세요." 온갖 매체에서 '썸'을 노래하고 연애를 읊는 요즈음, 솔로남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애인 생기게 해달라는 건 남자면 된다는 건 아니에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도 기적적으로 나를 좋아하게 되는 거, 그런 거요." 이 또한 수많은 남녀들의 딜레마이다.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것,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바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아닌가. 실제로 사랑의 작대기가 일치하는 일은 드물고 엇갈리는 일은 빈번하기에,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기적을 바라는 일인지라 기도할 수 밖에 없을 테지만.

 

하지만 이 영화는 달콤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슴 아프고, 희망이 없고, 기댈 곳 없는 그런 4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늘 애정을 갈구하고,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좀 잔인할 정도로 마음 아픈 장면들이 많았다. 저게 진짜 요즘 일본의 현실일까, 아니면 영화적 장치로 몇몇 장면들은 극대화가 된 걸까. 만약 저런 일들이 놀랍지가 않은 것이라면 일본 여자들이 드라마나 영화 속 한국 남자들에게 빠지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어찌 되었든 일본 남자들보다 좀 더 책임감 있고, 덜 우유부단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배려를 할 줄 아니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쨌든 사람은 애정을 쏟을 상대가 필요하다. 그게 동물이든, 아빠없이 자랄 아이든, 기약없는 짝사랑이든 간에. 개인주의가 극심한 사회에서 인간적인 연대라는 것은 참으로 절실하면서도 요원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비록 판타지일지라도, 유치할지라도,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해피엔딩을 보고 싶은 나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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