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편지지가 없지도 않은데 또 샀어. 편지를 쓰고 사면 더 좋을 텐데. 좀 오래전에 산 것도 있는데. 편지지 꼭 써야 해서 샀다기보다 그냥 산 건가. 아니야, 나한테 편지지는 있어야 하는 거야. 오랜만에 잘 가지 않는 곳에 가고, 거기 간김에 괜찮은 편지지 없을까 했거든. 멀어서 잘 안 가는데 다음 날 또 가서 전날 미처 사지 못한 거 사 왔어.
어릴 때는 편지 쓸 일 있으면 사고, 다 쓰면 사고는 했는데. 언제부턴가 편지지 공책 펜 같은 거 다 쓰기 전에 사두게 됐어. 펜은 오래되면 못 쓸지도 모르는데, 있을 때 안 사면 못 살 것 같아서. 어쩌다 한번 문구점에 가면 샀어.
예전엔 문구점에 편지지 있었는데, 이제 없더군. 아니 내가 가끔 가던 곳에 없는 거고 다른 곳에는 아직 있기는 해. 얼마전에 갔더니 내 마음에 드는 게 없더라고. 이번에 편지지 산 곳은 ‘다○○’야. 여기는 ‘다 있어’를 그렇게 말하는 걸까. 몇달 전에 A4 종이를 사러 가니 편지지가 있더군. 그때 편지지는 하나만 샀어. 그때도 그쪽에 갈 일이 있어서 갔던 거야.
어디든 걸어 다녀서 좀 먼 곳은 안 가는군. 가는 곳만 가고 걸어. 먼 곳은 거기 갈 일 있을 때만 가. 오랜만에 다○○에 갔더니 편지지 내 마음에 드는 게 있더군. 편지지 샀으니 이제 편지를 써야겠어. 편지지 보니 쓰고 싶기도 해.
아직 편지지 만들어서 다행이야. 그건 편지 쓰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다는 증거겠지. 편지지 없다고 편지 못 쓰지는 않겠지만. 줄 있는 공책에라도 쓰면 되니. 공책은 별로 안 예쁘잖아. 예쁜 것도 있던가. 피터 래빗 그림이 있는 공책에 편지 쓴 적 있기는 해. 내가 쓰는 펜과 종이가 좀 안 맞았던 것 같기도 해.
편지는 가을에만 쓰는 게 아니야. 안다고. 그래. 만나지 못한 친구뿐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 편지 써봐. 즐거울 거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