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8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8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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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이 책 《뽀짜툰》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내가 보는 책 목록을 적다가 ‘뽀짜툰’ 제목 밑 고양이 발바닥 속에서 숫자 8을 보았다. ‘난 이걸 처음 알고 보는 건데, 이 책이 한권이 아니었어.’ 했다. 고양이와 사는 이야기를 한권으로 끝내지는 못하겠지. 이새벽이 쓰는 고양이 일기도 두권이나 나왔으니. 그 뒤에 더 나왔으려나. 요즘은 정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 많은 것 같다. 더 늘었을지도. 난 여전히 이렇게 책만 본다. 고양이가 귀엽기는 해도 함께 살면 이것저것 해줘야 할 거 아닌가. 그런 것도 다 부지런해야 하지. 게으른 난 나를 돌보는 것도 힘들다. 아니 나 자신도 잘 돌보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둘 때가 많다. 나도 자신이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는 거 지금 알았다.

 

 실제 고양이도 귀엽겠지만, 그림은 더 귀엽게 보인다. 이건 어떤 책이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고양이나 개와 함께 사는 이야기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사람은 사람과 사귀고 살지만 사람한테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사람은 그런 걸 동물이나 식물에서 얻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 거다. 우연히 함께 살다보니 알게 됐겠지.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고양이랑 개와 사는 일 아주 없을까. 일부러 함께 살지는 않고 어쩌다 보니 함께 살게 되겠지. 그런 사람은 처음에는 다른 곳에 보내려다, 시간이 가고는 보내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을 그리고 쓴 채유리는 예전에 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셋과 살았나 보다. 그 뒤에 포비와 봉구와 함께 살게 됐겠지. 뽀또와 짜구는 이제 없다. 이번 8권에서는 쪼꼬가 떠난다.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목숨 있는 건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 아니 물건도 수명이 있구나. 먼저 둘을 보내고 쪼꼬까지 보내서 마음 아프겠지만, 포비와 봉구 그리고 꽁지가 있어서 좀 낫겠지. 본래 꽁지는 공주라 했다가 이름을 바꿨다. 포비와 봉구는 어떻게 작가 집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꽁지는 작가가 운동하러 나간 길에서 만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개냥이라 하던데, 꽁지가 개냥이였다.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몸을 부비고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난 그런 고양이 한번도 못 봤는데. 작가는 꽁지가 안 좋은 일 당할까봐 걱정돼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다른 곳에 보내려다 주사를 맞히고 중성화수술까지 하고는 함께 살기로 했다.

 

 고양이는 새로운 고양이가 오면 경계하겠지. 혼자였다면 다른 고양이와 함께 살기 어렵겠지만, 여럿이 있으면 그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작가는 쪼꼬한테 종양이 생겨서 걱정했는데, 꽁지는 쪼꼬한테는 장난치지 않았다. 꽁지는 봉구와 잘 어울려 지냈다. 봉구가 가장 만만해 보였을까. 봉구도 꽁지와 잘 어울렸다. 앞에서 꽁지를 개냥이라 했는데, 포비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아니 포비는 사람이 자기한테 관심 가져주기를 바랐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 있겠지. 고양이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한다는 말도 있지만, 자신한테 관심을 쏟아주기를 바라는 고양이도 있을 거다. 사람이 다 다르 듯 고양이도 다 다를 거다.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포비도 꽤 귀엽다.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쉽게 고양이든 개든 동물과 함께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쪼꼬는 관절염도 있었는데 종양이 생겼다. 수술해도 다 낫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하면 좋을지 몰랐다. 어느 날 작가는 쪼고 종양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고양이하고 살면 고양이 꿈 자주 꾸겠다. 먼저 떠난 고양이는 꿈에서 만날까. 작가는 쪼꼬를 고생시키지 않기로 했다. 쪼꼬가 떠나는 모습 보니 슬펐다. 쪼꼬가 뽀또와 짜구를 만나는 모습도 있는데, 그것도 슬프게 보였다. 아니 어쩌면 정말 쪼꼬는 뽀또와 짜구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남은 포비와 봉구 그리고 꽁지가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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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7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 반려 동물은 이렇게 보는 걸로 만 만족 할려고 합니다
함께 살다가 세상 떠나는 건 ,,,
정말로 슬픈일 ㅠ.ㅠ

희선 2021-09-18 00:38   좋아요 2 | URL
함께 살던 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무척 슬플 듯합니다 아주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햄스터가 죽어서 무척 슬프기도 했습니다 두해 넘게 살았던가... 그런 것도 슬픈데, 개나 고양이는 더 슬프겠습니다 저도 이렇게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거 보는 게 더 좋아요


희선

서니데이 2021-09-17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09-18 00:40   좋아요 3 | URL
저는 명절 다른 날과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좀 다르네요 고향에 가는 사람도 있더군요 태풍이 지나가서 다행이지만 피해를 주고 간 듯하네요 그래도 명절은 잘 보내면 좋겠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주말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Jeremy 2021-09-18 0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때 새끼 고양이 5 마리와 shih tzu 강아지를 금이야 옥이야, 길러봤는데
제 생애에서 너무나 ˝확실한 작별˝ 을 기약하는 애완동물들은
이제 다시는 기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래도 책표지의 저 뚱뚱한 고양이를 보니 애정이 막 샘솟고
개.고양이 나오는 만화책에 아직도 환장하는 늙은 아줌마.

희선 2021-09-19 02:12   좋아요 1 | URL
고양이 다섯 마리와 강아지와 함께 사셨군요 하나씩 떠나는 모습 지켜봤다면 무척 힘들었겠습니다 그 애들이 준 것도 많았겠지만, 떠나고 나면 다시 함께 살기 어렵겠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그런 일이 생긴다면 피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고양이도 예쁘고, 그림으로 그린 고양이도 무척 귀엽습니다 이걸 그린 작가는 고양이와 살면서 고양이를 잘 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 하니 《노견일기》 생각납니다 풋코는 아직 살아 있을지...


희선

Jeremy 2021-09-19 11:32   좋아요 0 | URL
˝노견일기˝ 라는 만화책은 제가 몰라서 찾아보았구요.
역시 제가 나이가 많은 늙은 아줌마라서 격세지감을 느끼는게
예전에 제가 읽고 좋아했던 온갖 일본 동물 만화는
희선님께서는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말 미친 척, Allergy 주사까지 맞아가면서 키웠던
제 다섯마리의 고양이는 아주 오래 전인 결혼하기 전의 일로

이름은 중국 성현들과 소리음만 같고 다른 한자를 쓴다고 우기는
공자.맹자. 노자.장자와 야시시한 눈망울과 Tesla 의 emblem 보다
더 귀여운 분홍코를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female-kitty,
꽃보다 더 고운 ˝춘자˝ 였답니다.
뽀짜툰 사진 보며 옛날 생각! 모락모락.


페크(pek0501) 2021-09-1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는 조금만 사람과 놀아주는 척하고 가 버린다고 하더군요. 거만한 것도 같고 깍쟁이인 것도 같은 그런 점이 저는 좋더라고요. 사람한테 치대며, 나 외로워 놀아 줘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에요. ㅋㅋ
 
희망은 사랑을 한다 문학동네 시인선 144
김복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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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색깔이 예쁘고 시집 제목에 ‘희망’이 들어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시집 제목은 《희망은 사랑을 한다》(김복희)예요. 지난해 2020년에 나왔는데, 연한 파랑은 여름에 어울리는 색이지요. 물빛이라는 말도 있군요. 연한 파란색 바다도 생각납니다. 제주도 바다. 제주도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섬집 아이들>이라는 시는 있네요. 이 시 제목은 <섬집 아기>라는 동요가 떠오르게 하지요. 그 동요에 나온 섬이 제주도일지 아닐지. 희망을 말하다가 이런 말로 흘렀네요. 시집 제목은 <희망의 집에는 샤워볼이 있다>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이 시 잘 모르겠습니다. ‘희망의 집’이라는 말은 좋지만, 거기에 왜 샤워볼이 있는지. 이렇게 낯선 시집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시집도 알듯 말듯 했지만.

 

 

 

많이 좋아하면 귀신이 돼

 

복숭아 귀신 곶감 귀신 그런 것이 한집에 둘이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같이 사는 게 귀신이 아니면 조금 어색하다

 

약봉지가 서랍 하나를 다 채울 정도로 많아지기에

자네, 이제 약 귀신이 되려나 인사했더니

좋아하는 것이 없어 약을 먹기 시작했네, 빙그레 웃었다

좋아는 하는데 귀신은 되지 않으려고 그러네,

용이 힘들어 약을 먹어야 한다네, 모를 소리를 하고

그러고는 출근해버렸다

 

퇴근하면서 가끔

술이며 초콜릿을 가져다주기도 하니

소원이 있거나 겁이 많은 친구일 것이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

귀신이 안 되려고 애쓰는 모양이 안 됐다

기껏

인간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가엾다

 

-<귀신 하기>, 12쪽

 

 

 

 앞에서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시 한편 옮겨 썼네요. 이 시 <귀신 하기>는 첫번째 시예요. 무언가를 좋아하면 귀신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아서. 뭔가를 좋아하면 그걸 아주 잘 알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 귀신이다 하는데. 먹을 걸 좋아하는 것에도 뒤에 귀신을 붙이기도 하는군요. 사람을 좋아해도 귀신을 붙일까요. 이 시를 보니 사람을 좋아해서 약을 먹는 건가 했어요. 좋아하는 게 없어서 약을 먹는다고 했지만.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그런 거리두기 잘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닐지 몰라도 그냥 그런 게 떠올랐습니다.

 

 

 

한 송이 눈은 착각에 가깝다

그것은 빠르게 녹아서 사라진다

다른 눈 한 송이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쉽게 잊힌다

그러나 나는

홀로

여행하는 눈을 봤다

돌 하나가 산비탈에서 미끄러져 굴러떨어지고

계속

굴러떨어지고

잠들었다 깨어나도 떨어진다

눈이 뒤따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닳아져서

굴러가던 자리가 허물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사면을 따라

완전히 닳기까지

굴러서

떨어져

멀리 가서

가나

 

그러나

눈은 돌에 닿지 않는다

떨어지는 돌을 따라

간다

 

손에 받아서 쥘까

쉬게 해줄까

먹어 버릴까

 

몸속으로 눈이 스며든다

한 송이

멈추지 않고 나를 들어

바닥 밑으로 떠나간다

돌을 찾아 낼 것 같다

돌을 먹었어야 했다

 

-<여행하는 눈>, 35쪽~36쪽

 

 

 

 눈이 내리면 쌓였다 녹는군요. 쌓이기도 전에 녹기도 하겠습니다. 눈은 여행할 거예요. 하지만 그건 눈 모습이 아닌 눈이 녹은 물이겠지요. 시 제목은 ‘여행하는 눈’이에요. 눈이 여기저기 다니는 거지요. 그 눈은 아직도 어딘가를 떠돌지, 벌써 녹았을지. 돌에 닿으면 녹을지도 모를 텐데. 어쩐지 어딘가에 다니는 눈은 쓸쓸해 보입니다. 한 송이만이어서 그럴지도. 녹으면 다른 친구와 만나잖아요.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건 눈이 아닐 텐데. 눈은 한 송이 한 송이 다 다른 모습이지요. 사람과 같네요. 사람도 한사람 한사람 다 다르잖아요.

 

 아주 낯설고 어려운 시집을 만났습니다. 저는 그렇다 해도 이 시집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김복희 시인은 말하고 싶은 걸 썼을 텐데, 제가 잘 못 알아들었네요. 첫번째 시집에 새 인간이 나왔다는데, 그 다음 이야기가 여기에 실렸어요. 새 인간은 보통 사람은 아닌가 봅니다. ‘나’는 새 인간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생기지 않기를 바랐는데, 새 인간이 알을 낳았어요. ‘나’는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새 인간은 왜 알을 낳았지 같은. ‘나’는 알을 깨버려요. 다음에 어떻게 될지. 다음 시 있을까요. 새 인간이 ‘나’를 떠날 것 같네요.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사는 것도 있군요. 별 상상을 다 했네요.

 

 해설을 보니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정말 제가 모르는 거겠습니다. 어떤 시에는 <은하철도 999>에 나온 데츠로(철이)도 나와요. 그런 거 보니 조금 반가웠습니다. 기계인간이라는 말도 나오고. ‘은하철도 999’하고는 상관없는 시예요. 시는 자꾸 봐도 어렵기만 하군요. 아주 많이 보고 깊이 생각한 것도 아니면서 이런 말을 했네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해도 시(시집) 만날까 합니다. 시에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게 많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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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5 0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이신 희선님이 어려운 시라니 😅 <여행하는 눈>은 왠지 눈이 내리는 모습이 그려지네욥~! 표지와 제목이 좋네요^^

희선 2021-09-17 01:21   좋아요 1 | URL
다른 시인 시도 다 쉽지 않아요 그래도 보다보면 괜찮게 보이는 게 있기도 합니다 눈, 이번 겨울에는 얼마나 올지... 지금은 가을이니 가을을 즐겨야겠네요


희선

scott 2021-09-15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시가 훠얼씬 가슴에 와 닿습니다

복숭아 곶감 좋아하는 저! 귀신 ^ㅅ^

희선 2021-09-17 01:22   좋아요 2 | URL
복숭아는 이제 나오지 않을지... 곶감은 언제나 있는 것 같지만, 가을에 딴 감으로 만든 곶감이 맛있겠지요 호랑이도 물리치는 곶감...


희선

서니데이 2021-09-15 2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표현처럼 예쁜 파란색 표지의 시집이네요.
저는 시집은 잘 읽지 않는데, 디자인은 예쁜 것 같아요.
희선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희선 2021-09-17 01:24   좋아요 2 | URL
문학동네에서 이렇게 나오는 시집은 색깔이 거의 예쁘지요 이것도 이제 꽤 나왔는데,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네요 시집이 어떤 게 나왔나 가끔 보고 제목이 괜찮으면 사서 보기도 하는데... 얼마전에는 한번 본 시인 시집이 나온 걸 알았습니다


희선

2021-09-16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7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 - 책의 집, 그 미래를 찾아 떠난 여행
조금주 지음 / 나무연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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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도서관은 내가 사는 곳 시립도서관과 보건소였던 곳을 도서관으로 바꾼 곳과 작은도서관 하나 이렇게 세 곳뿐이다. 작은도서관은 여러 곳 있지만 가 본 곳은 한곳뿐이고, 거의 가지 않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시립도서관이다. 집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도서관이 지금 있는 곳으로 옮기기 전에는 더 먼 곳에 있었다. 난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도 다 못 가 봤는데, 이 책을 쓴 조금주는 세계 여러 도서관에 가 보다니 대단하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사서가 되고 지금은 서울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이라 한다. 조금주는 틈 날 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 도서관 자료를 알아보고 훌쩍 배낭을 메고 떠나고 앞으로 도서관이 어때야 할지 생각했다.

 

 도서관 하면 가장 먼저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떠오른다. 책방에도 책이 가득하지만, 책방 책은 마음대로 들춰보기 힘들다. 파는 거니 잘못해서 뭔가를 묻히거나 찢으면 안 되지 않나. 도서관 책도 뭔가를 묻히고 찢으면 안 되지만. 책방 책은 누군가 자신을 사 가기를 바라고, 도서관 책은 누군가 자신을 빌려가기를 바라지 않을까. 책은 어디에 있든 읽히기를 바라겠다. 집에 잠든 책도 가끔 깨워야겠지. 난 그런 책 그렇게 많지 않다. 책 한번 본다고 그걸 다 알았다고 할 수 없는데. 책 천천히 보기 해 본 적 없다. 아주 빨리 보는 건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공부하러 간 사람이 책을 많이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자신한테 있는 얼마 안 되는 책을 한달에 한권 봤다고 한다. 그렇게 책을 보면 그 책을 좀 더 알 것 같기는 하다. 책이 별로 없고 구하기 어려웠을 때는 그런 사람 많았겠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작가는 중국 미국 대만 핀란드 그리고 일본 도서관을 돌아봤다. 2020년에는 다른 나라에 가기 어려웠을 테니, 거의 그전에 다녀왔겠다. 지난해에는 다른 나라 도서관에 못 가 봤겠다. 한나라에 도서관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 적은 것보다 많은 게 낫겠다. 난 도서관에서 책만 빌리지만, 도서관에서는 그곳에 사는 사람한테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려고 한단다. 도서관이 서비스하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지식과 정보를 주는 곳이다 해야겠다. 처음 도서관이 생겼을 때는 회원제로 했다고 한 것 같다.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했던 건 아니었다. 이제는 누구나 도서관에 가고 책을 빌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커다란 도서관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가 보다.

 

 다 생각나지 않는데 중국 도서관은 크다는 생각이 든다. 광저우 도서관은 쇼핑몰 같기도 하고, 거기에는 1인용 연구창작실도 있다. 연구 계획서를 도서관에 내면 그곳을 한달 쓸 수 있단다. 도서관에서 책만 빌려주지 않았다. 생활용품을 빌려주는 도서관도 있었다. 그런 거 보니 조금 재미있었다. 한국에는 그런 도서관 없겠지. 한국 청소년은 도서관에서 공부할지도 모르겠다. 독서실처럼. 도서관을 그런 곳으로만 알려나. 난 어렸을 때는 도서관 몰랐다. 알았다면 책 빌렸을까. 모르겠다. 미국이나 핀란드 일본은 도서관에 청소년만 쓰는 공간이 있는데, 한국도 청소년 생각하면 좋을 텐데. 어린이책을 둔 곳이나 어린이가 책을 볼 곳은 있지만, 청소년이 있을 곳은 없다니. 청소년이 편하게 친구를 만나고 놀 수 있는 곳이 도서관에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도서관이라고 해서 꼭 조용해야만 할까.

 

 자연과 가까운 도서관도 좋을 것 같다. 어디나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는 시립도서관 옆에도 작은 공원이 있다. 도서관 안에 뜰을 만든 곳도 있었구나. 건축가는 도서관 설계할 때 여러 가지 생각하겠다.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에는 도서관 설계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을 생각하고 설계를 했다. 일본에는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자료나 기록을 모아둔 곳도 있다. 다케오 시 도서관에는 책방과 커피숍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갈수록 거기 가는 사람이 줄고 다른 데서 오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곳은 공공도서관에서 멀어지고 관광지처럼 됐다. 그런 곳이어도 도서관이 거기밖에 없다면 난 책 빌리러 갈 텐데. 거기에도 나 같은 사람 있겠지.

 

 책을 빌리는 도서관이지만, 이제 도서관은 문화예술공간 같은 곳이 되었다. 한국 도서관에서도 여러 가지 알려주거나 행사하지 않나.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쉬었겠지만.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 다니는 아이 부럽다. 지금은 책보다 재미있는 게 많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도서관에는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 앞으로도 도서관이 그런 곳이기를 바라고 장애인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희선

 

 

 

 

☆―

 

 본래 도서관이 장서 중심의 서재를 표방한다면, 오디(핀란드 헬싱키 중앙도서관)는 ‘시민의 서재’임을 내세운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친구와 어울려 놀고 싶은 청소년, 아이디어 넘치는 청년, 갈 곳을 찾기 힘든 주부, 최신 정보를 구하는 직장인,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노인 모두 저마다 방식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 그 무엇을 해도 괜찮다. 조용히 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남의 눈길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다. 누구나 이곳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만날 수 있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 모든 이한테 열렸고, 모든 이를 환대하는 곳이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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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0 0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랑 서점은 언제든지 가면 좋더라구요. 이런 책이 있군요. 저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보면서 멋진 도서관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희선 2021-09-11 00:05   좋아요 3 | URL
도서관하고 책방에는 책이 많아서 좋지요 그걸 다 보지는 않더라도... 한국에도 괜찮은 도서관 있겠지요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조용한 소설입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11 0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넘 예뻐요. 책의 집이란 말도 참 좋아요. 찜찜찜!!^^

희선 2021-09-11 02:04   좋아요 2 | URL
책 속에는 도서관 사진도 있어요 그런 도서관에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여러 나라 도서관을 다니다니 대단합니다


희선

scott 2021-09-11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도서관에 가면 넘 ㅎ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검색으로 시간 낭비 하는 것도 아까움 ㅎㅎ

맘이 편치가 않습니다.

요즘은 책 소독기가 집에 한대 있었으면 하는 생각 까지 ^ㅅ^

희선 2021-09-12 23:29   좋아요 1 | URL
저는 새로운 책이 들어온 곳에서 자주 빌려요 거기를 보면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여러 권 빌리고 맙니다 집에 와서는 다음에는 정말 조금만 빌려야지 하기도 해요 몇해 전까지는 세권밖에 빌리지 못했는데, 다섯권으로 늘었어요 예전에는 조금밖에 못 빌리다니 아쉬워했는데, 지금은 두주 동안 다섯권도 못 보는군요 문화의 날이라고 해서 두배로 빌려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졌나 봐요


희선
 
Dr.STONE 20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이나가키 리이치로 / 集英社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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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톤 20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지난번에 <닥터 스톤> 19권 보고 드디어 2021년에 나온 책을 보게 됐다고 했구나. 그 말 이번 20권 보고 했다면 좋았을걸. 닥터 스톤 20권이다. 앞에 나온 열아홉권 보는 데 한해 넘게 걸리다니. 이 책만 봤다면 한해 넘게 걸리지 않았겠지만. 닥터 스톤을 보려고 했을 때는 20권까지 나오지도 않았구나. 그동안 시간이 흘러서 22권까지 나왔다. 앞으로 두권 더 보면 다음부터는 책이 나올 때 한권만 보면 된다. 여러 권 밀려 있는 것보다 책이 나올 때마다 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봐야 할 게 여러 권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세상에는 내가 아직 못 본 책이나 지금도 나오는 책이 많겠지만. 그런 건 내가 모르는 거니 별로 마음 쓰이지 않는다. 본래 사람이 그렇지.

 

 미국에서 돌에서 깨어나고 나사에서 일한 과학자 제노를 센쿠 쪽에서 잡았다. 제노를 잡고 다른 데 잡힌 사람을 서로 바꾸지는 않았다. 센쿠와 제노를 잡으려고 함께 움직인 사람은 이대로 보트를 타고 남미로 가기로 한다. 센쿠는 삼천칠백년전에 사람을 모두 돌로 만든 빛이 시작된 곳에 가서 수수께끼를 풀려고 한다. 거기에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구나. 제노를 데리고 가려고 스탠리가 쫓아오니까. 제노만 데리고 가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겠지. 난 왜 스탠리가 혼자 쫓으리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스탠리는 잘 싸우는 자기 동료와 페르세우스호를 타고 센쿠와 동료가 탄 배를 뒤쫓았다. 보트는 나무를 태워서 가고 페르세우스호는 석유로 갔다. 어떤 게 빠를까. 페르세우스호겠지. 그건 센쿠와 사람들이 만든 거구나. 그래도 보트는 잘 달아났다.

 

 제노는 과학자여서 삼천칠백년전에 일어난 일에 관심이 있었고 그곳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고 싶어했다. 센쿠 혼자거나 제노 혼자였다면 알아내지 못한 걸 알아냈다. 그건 사람을 돌로 만든 빛이 처음 시작된 정확한 곳이다. 위도와 경도를 말했구나. 그건 제노와 센쿠가 빛이 보이고 돌이 된 시간을 말하고 계산했다. 그런 건 어떻게 계산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모형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을 돌로 만든 빛은 중력에 끌려 지구를 덮어씌웠다. 빛보다는 조금 느릴지도. 지금 생각하니 그 빛은 여기저기로 퍼지지 않았다. 그랬다면 우주에 있던 사람도 돌이 됐을 거 아닌가. 그 빛에 쏘이지 않으면 괜찮을까. 우주에 있던 센쿠 아버지와 우주비행사는 빛이 지구를 덮는 걸 보았다. 제노도 달에 뭔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제노도 전파를 쓰니 달에서 오는 전파를 알아챘겠다. 지난번에도 말했는데, 달에 있는 건 뭘까. 사람이 아니고 외계인일까. 외계인이 지구를 보고 사람을 모두 돌로 만들었을지. 이런 생각은 재미없구나.

 

 보트 연료로는 나무를 태웠는데 그건 배를 타고 가면서 베었다. 어떤 곳에 배를 대고 나무를 자르는데 밤하늘에 글자가 보였다. ‘HELL(P가 빠진)’ 이라고. 그걸 본 건 타이주다. 잘 보니 그건 하늘에 쓰인 글자가 아니었다. 천 같은 데 빛나는 걸로 쓴 거였다. 나무 사이에 둥근 게 있고 그 안에서 뭔가 나왔다. 그건 사람이었다. 남미로 오면 누군가 만날 것 같았는데 정말 만났다. 그 아이는 한해 전에 돌에서 깨어나고, 어린데 지리학자로 이름은 첼시였다. 제노가 첼시를 알아봤다. 제노는 첼시를 만난 적 없다고 했는데 첼시는 제노를 한번 만나서 친하게 여겼다. 첼시는 한번 만난 사람은 다 친하다고 여겼다. 첼시는 제노와 가까운 곳에 있다가 돌이 되었다 깨어났는데, 제노가 있는 곳이 아닌 남쪽으로 왔다. 눈이 아주 나쁜 첼시는 제노가 남겨둔 표지판을 못 봤다. 첼시는 한해전에 돌에서 깨어나고 한해 동안 혼자 살았구나. 대단하다. 센쿠도 그랬지만.

 

 삼천칠백년전 수수께끼 빛이 시작된 곳으로 가려면 바다를 돌아야 했다.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스탠리한테 따라잡히겠지. 센쿠는 지리학자인 첼시한테 아마존강 상류로 가는 짧은 길이 있는지 물어봤다. 첼시는 있다고 한다. 거기는 어떻게 가기로 했을까. 바이크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직 없는 바이크지만, 바이크는 보트로 만들 거였다. 그전에 먼저 바퀴로 쓸 고무를 구해야 했다. 고무나무가 있는 곳은 첼시가 잘 알았다. 여기에서 첼시 만날 수밖에 없었구나. 첼시가 없었다면 스탠리한테 잡혔을 테니. 실제 페르세우스호는 아주 빨리 쫓아왔다. 하루나 반나절이면 잡힐 거리까지. 그때 둘로 나누기로 한다. 하나는 사람이 하나도 타지 않은 실험실차고 하나는 연으로 돛을 만들어 속도가 빨라진 보트였다. 쫓아오는 쪽은 만약을 생각하고 예전에 수에즈운하가 있었던 곳으로 가는 실험실차 쪽으로 갔다. 그걸로 시간을 조금 벌었다.

 

 이제 배에서 바이크로 갈아 타는구나. 센쿠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걸 바로 만들었겠다. 바이크를 타고 안데스산맥인가에 가려고 할 때 페르세우스호도 도착했다. 여기에서 달아나지 못하면 안 되겠지. 잘 달아난다. 이렇게만 말하다니. 스탠리 쪽은 비행기로 쫓으려 했는데, 센쿠가 비행기에 뭔가 해두었다. 비행기 고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센쿠 쪽이 아주 많이 앞지르지 못하다니. 첼시는 밀림으로 들어가면 비행기가 쫓기 힘들다고 말한다. 첼시도 이것저것 잘 알았다. 가까운 곳에 밀림이 있다는 것도. 마지막에 스탠리가 아주 가까이 왔다. 짐이나 바이크 버려야 하나 했는데 센쿠는 거기에서 로프웨이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림 보니 케이블카 같았다. 그것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그런 기능을 써서 짐과 바이크를 가져가려는 생각이겠지.

 

 페르세우스호에는 긴로와 마츠카제가 있었는데, 나중에 이 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센쿠는 다른 곳에 남은 사람한테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가 어떤 구조로 됐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그걸 알아보는 사람으로 시계 기술자를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은 류스이가 알았다. 그걸 첼시가 지도로 그렸다. 그 지도를 보내주면 아주 좋겠지만, 지금 팩스는 없다. 그래도 통신으로 보냈다. 그런 거 그리는 사람도 대단하고 통신을 받고 그리는 사람도 대단하다. 보통 지도가 아니고 모눈종이 같은 데 표시한 거다(좌표를 표시한 걸 그린 방안지도다). 그렇게 해서 시계를 잘 아는 사람을 깨우고 사람을 돌로 만드는 장치를 알아보게 했다. 그건 제노 쪽에 빼앗기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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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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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잘 몰랐습니다. 박완서 님이 세상을 떠나고 열해가 지났다는 걸. 박완서 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소식은 들었지만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박완서 님이 그때 세상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열해 동안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겠지요. 열해면 강산이 바뀐다잖아요. 이젠 열해는 길지도. 저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끼는 거고 달라진 거 있을지도. 게으른 건 여전합니다. 이건 정말 바뀌지 않는군요. 요새 덜 게으르게 살아야지 하지만 잘 안 됩니다. 늘 바쁘게 이것저것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도 2020년에는 그러지 못했을 것 같네요.

 

 이 책을 보면서 박완서 님이 소설가가 된 건 어머니 덕분이 아닌가 했습니다. 박완서 님 어머니가 교육열이 높아서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하게 한 건 아니더군요. 박완서 님 아버지가 덧없이 세상을 떠나서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거였어요. 박완서 님은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받았더군요. 그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해도 그런 시간이 있어서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박완서 님은 나이를 먹고 그때 일을 선명하게 떠올리기도 했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박완서 님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여자아이 이름을 제대로 지어주지 않는 때였더군요. 옛날 초등학생은 4, 5, 6학년 세번이나 수학여행을 했더군요. 서울에서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가다니. 지금은 그러지 못하네요. 2020년에는 수학여행 자체가 없었겠습니다.

 

 작가가 되겠다 어릴 때부터 생각하고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소설이 쓰고 싶어서 쓰고 작가가 된 사람도 있지요. 박완서 님은 두번째예요. 박완서 님은 1970년 봄에 단골 미장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여성동아》를 봤어요. 거기에 여성 장편소설을 모집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박완서 님은 그 글을 보고 소설이 쓰고 싶은 마음이 들고 썼어요. 집안 일하는 틈틈이 식구들 몰래 썼답니다. 그 소설을 보내고 나서 생각하는 게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우체국 직원이 원고를 아무렇게나 다루거나 심사위원이 글씨를 보고 글을 제대로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당선 소식을 들은 박완서 님은 상금 오십만원을 제대로 주려나 하는 걱정도 했어요. 그런 걱정과 다르게 박완서 님은 상금 잘 받았어요. 1970년 오십만원은 지금 돈으로는 얼마쯤 될까요. 별 생각을 다하는군요. 처음으로 쓴 소설이 당선돼서 무척 기뻤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걱정도 했습니다.

 

 소설을 썼다고 해서 언제나 소설가인 건 아니지요. 소설을 써야 소설가겠습니다. 박완서 님은 소설가였네요. 소설이 당선된 뒤 박완서 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소설을 썼습니다. 열심히 썼답니다. 박완서 님 남편은 박완서 님한테 서재를 마련해줘야겠다고 했답니다. 무슨 소설이냐 하지 않고 서재를 마련해줘야겠다고 하다니, 멋진 남편이 아닌가 싶네요. 박완서 님보다 세상을 일찍 떠났지만. 지금은 저세상에서 만났을까요.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완서 님은 몸이 없이 영혼만 있으면 뭐 하나 했지만. 영혼과 영혼은 몸이 있을 때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이건 욕심이겠지요. 아직 저세상에 안 가 봐서.

 

 

 어머니는 밤늦도록 바느질품을 파시고 나는 그 옆 반닫이 위에 오도카니 올라 앉아서 이야기를 졸랐다. 어머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을뿐더러 이야기 효능도 무궁무진한 걸로 믿으신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심심해할 때뿐 아니라 주전부리를 하고 싶어할 때도, 남과 같이 고운 옷을 입고 싶어할 때도, 친구가 그리워 외로움을 탈 때도, 시험 점수를 잘 못 받아 기가 죽었을 때도, 어머니는 잠깐만 어쩔 줄을 모르고 우두망찰을 하셨을 뿐, 곧 달덩이처럼 환하고도 슬픈 얼굴이 되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내 아픔을 달래려 드셨다.  (205쪽)

 

 

 앞에서 박완서 님 어머니 이야기를 잠깐 했지요. 박완서 님 어머니는 박완서 님한테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답니다. 박완서 님은 어릴 때 성질을 부리거나 남의 말을 많이 했나 봅니다. 어머니는 그런 박완서 님한테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찾아보라 했어요. 좋은 말씀이네요. 아는 말이기는 해도. 그 말을 보고 저도 그게 더 좋을 텐데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잘 보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는 잘 못합니다. 박완서 님은 어머니한테 이야기꾼이 되는 걸 배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박완서 님은 어머니 이야기 많이 쓰기도 했지요. 예전에 박완서 님 글 많이 보기도 했는데,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지금 보면 다르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올지. 기회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다니. 제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박완서 님 글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박완서 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글은 세상에 남았네요. 많은 사람이 오래오래 박완서 님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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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5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이나 지났군요 ㅜㅜ 10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박완서님 첫 당선 되셨을때의 기분이 어떠셨을지 웃음이 나네요. 좋은 글은 이렇게 오래 남나봅니다~!!

희선 2021-09-07 01:27   좋아요 1 | URL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예전에 박완서 님 세상을 떠났다는 말 인터넷에서 봤는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가지 달라졌겠습니다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생각나기도 하네요 박완서 님 처음 쓴 소설이 당선돼서 기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 잘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도 소설 쓰는 데 애쓰셨습니다


희선

stella.K 2021-09-05 1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70년에 50만원이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죠.
그 시절 10원으로 과자 한 봉지 크림빵, 하드(아이스바) 등을 사 먹기도 했대요.
2천원으로 장을 보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죠.
그러니 50만원의 가치는 지금의 천만원 내지 3천만원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10주기도 그렇지만 박완서님 자체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느낌입니다.
지금도 살아계실 것만 같은데...
저도 예전에 몇권 읽었는데 안 읽은지가 한참 되네요.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네요.
이분의 작품은 나이들어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일찍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고 쫘악~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ㅠ

희선 2021-09-07 01:32   좋아요 2 | URL
물가가 아주 많이 올랐네요 몇 해 전은 어느 정도나 달라졌는지 잘 모르지만, 몇십해 전과 지금을 보면 아주 많이 올랐다는 걸 알겠습니다 조금씩 오르는 걸 알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어떤 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얼마 올랐다는 걸 알고 많이 올랐네 하기도 해요 그때 오십만원 지금 돈으로 하면 꽤 되는군요 그러니 걱정되기도 했겠습니다 정말 그걸 줄까 하는...

이렇게 책이 다시 나오기도 하니 박완서 님을 아주 잊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돌아가시고 아프셨다는 걸 안 것 같아요 어쩐지 저도 잘 모를 때 소설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예전에는 더 모르고 한국 소설 보기도 했는데... 거기에 박완서 님 책도 있었어요 전쟁 피난 그런 이야기 본 듯하네요 오빠나 아드님 이야기도 있었군요


희선

서니데이 2021-09-0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대 다른 가정보다 어머님과 가족들이 진학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가정 같았어요. 전쟁 전에 서울대학교 다니던 일화도 있고요, 공부하러 서울로 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어머님에 대한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기억과 그리움을 느끼게 되네요. 잊고 살다보니, 선생님 떠나신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또 그리워하는 분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09-07 01:3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댓글을 보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지금 생각하면 저는 그걸 그저 이야기로만 본 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그게 박완서 님 경험을 녹여낸 소설이라는 걸 알기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소설 보면서 작가는 잘 생각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더 작가와 소설을 따로따로 봤어요 그게 그렇지 않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을 다 작가 이야기로 보면 안 되겠습니다 박완서 님 글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보겠지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9-07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떠났지만 글은 남아서 이렇게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네요.
40살인가 늦게 등단한 작가라서 작가지망생들에게 희망을 주셨던 분이지요.
떠나신 지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희선 2021-09-08 01:45   좋아요 0 | URL
사람은 떠나도 글이나 그림 음악 같은 건 남는군요 박완서 님이 늦게 소설가가 되셔서 박완서 님을 보고 희망을 가진 사람 많았겠습니다 늦게 소설가가 되셨지만 꾸준히 소설을 쓰셨네요 벌써 열해라니 시간 빨리 가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