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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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기르기 힘들겠지. 부모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될 일 없겠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아이라고 해서 부모가 마음대로 해도 될까. 아이도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이를 자기 물건처럼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를 자기 뜻대로 만들려는 사람 말이다. 그런 부모와 사는 아이는 무척 힘들겠다. 아무리 돈이 많고 좋은 곳에 산다 해도. 그런 아이는 부모 앞에서는 착한 척하고 부모가 모르는 데서 나쁜 짓하는 건 아닐까. 그것보다 차라리 부모한테 반항하는 아이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면 부모는 조금이라도 생각할 테지. 하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 생각하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부모라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다. 부모여도 아이 같은 사람 많다. 그런 부모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스스로 깨닫고 공부해야 하는데 아마 안 하겠지.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아이도 없다. 아니 완벽한 사람 자체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설이는 갓난아기일 때 엄마한테 버림 받았다. 그것도 음식물쓰레기통에. 조금만 가면 보육원인데 그 조금을 가지 않았다. 설이는 풀빛보육원에서 자라고 여러 번 입양됐다 돌아왔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지금 다시 이모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라고 하지만 진짜 이모는 아니고 보육원에서 일하고 설이를 돌보고 보육원을 그만둘 때 이모는 설이를 잠시 맡기로 했다. 입양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집을 위탁 가정이라 하던가.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겠지. 이모는 그런 자격이 되지 않았는데 예전 보육원 원장님이 도와주었다. 다른 사람한테 보내기보다 이모가 설이를 데리고 살면 될 텐데 했는데 그것도 안 되는가 보다.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그런 게 정말 모든 아이한테 맞을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돈이 있는가보다 아이한테 사랑을 줄까 하는 걸 더 생각해야 할 텐데. 실제 설이를 데리고 갔던 사람은 자기 일이 잘 안 되자 가장 먼저 설이를 버렸다. 그때마다 이모가 설이를 맞았다. 그런 이모가 있어서 설이는 괜찮았다.

 

 이모가 설이한테 사랑을 주어서 괜찮았지만, 설이는 부모가 있기를 바랐다. 설이가 자기 아버지가 되길 바란 사람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의사인 곽은태 선생님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본 곽은태 선생님과 집에서 본 시현이 아빠는 달랐다. 사람은 다 가면을 쓰고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설이는 아직 그걸 다 알지는 못했나 보다. 시현이는 설이가 전학간 사립 우상초등학교에서 만난 짝이다. 설이는 곽은태 선생님 병원에서 사진 속 시현이를 보고 무척 부러워했는데.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학교에서는 아이 마음을 다 알아줘도 집에서는 아이한테 무엇보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아이한테 잔소리하는 건 그리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뭐 해라 하지 마라 하면 사람은 반대로 하고 싶기도 하니. 이모는 설이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설이는 참 자유롭게 살고 자기 할 일을 잘했다. 아이한테 말해도 안 듣는다고 속상하게 여기기보다 그냥 하든 말든 내버려두는 게 낫겠다. 막 나가는 건 가르쳐주고.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깨닫는다. 아니 모두 그런 건 아닌가.

 

 부모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걸 좋아할까. 공부가 아닌 다른 데 관심을 갖고 재능이 있어도 그건 안 된다 할까. 설이가 우상초등학교로 옮기려 했을 때 다른 부모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했다. 사립 초등학교여서. 설이가 시험을 잘 보자 더는 그 말을 하지 않게 됐다. 담임선생님은 그저 겉만 좋은 선생님이었다. 설이가 반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해도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 괜히 그런 것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겠지. 시험 성적이 좋자 이모한테 찾아가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느니 쓸데없는 말을 했다. 학원을 여러 곳 다니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겠지. 모두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하는 게 더 낫다. 설이도 잠시 시현이네 집에 살면서 여러 학원에 다녔지만 그걸 재미없게 느꼈다. 설이는 시현이네 집에서 곽은태 선생님이 아닌 시현이 아빠를 보고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곽은태 선생님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 한다. 실제로는 그런 부모 얼마 없겠지. 부모도 그냥 되는 건 아닌데.

 

 설이한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아는 이모여도 하나 잘못한 게 있다. 그건 거짓말이다. 설이를 위해서였다지만, 좀 더 생각했다면 거짓말하는 게 더 안 좋다는 걸 알았을 텐데.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는 괜찮겠다. 여기서는 어른도 아이도 조금 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은 어느 때든 공부해야 한다. 다시 설이가 다른 집에 가기보다 죽 이모랑 살았으면 한다. 이모와 설이를 떨어뜨리지 않기를. 두 사람은 식구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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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10
이수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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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제 물건을 어딘가에 맡길 수 없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오래 맡겨둘 만한 곳이 없었어요. 어쩌면 한국에는 오랫동안 짐을 맡길 수 있는 물류창고는 없을지도. 죽고 난 다음 이름이 알려진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는 집이 없어서 사진 필름을 물류창고 같은 곳에 맡겨두지 않았던가요. 제 물건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이사하기 전에 잠시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은 있더군요. 전 버릴 건 버리고 짐을 줄이는 게 더 낫겠습니다. 바로 쓰지 않는다 해도 무언가 버리려면 아깝기도 해요. 아까우면서 아쉬운 거겠지요. 버리기 잘 해야 하는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버려야 할 감정도 많아요. 다시 생각하니 그런 건 이제 덜하군요.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앞으로도 죽 이럴지 다시 돌아갈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집 제목이 ‘물류창고’여서 이런 말을 먼저 했습니다. 시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물류창고 안에는 <물류창고>라는 시가 여러 편 담겼어요. 읽기는 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말 또 했군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도 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몰라도 자꾸 보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한 낱말이 여러 번 다르게 나와요. 끝이 나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해설 제목에 ‘끝없는 끝’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 때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오늘 하나씩 천천히 불 켜지는 거리를 걸어보지 않겠니

하늘을 위로 띄워보지 않겠니

부풀어 오르는 셔츠에 재빨리

우리는 죽었다고 쓰지 않겠니

 

풍경을 어디다 두었지 뭐든 뜻대로 되지 않아

풍경은 우리 자리에 우리는 풍경 자리에 놓인다

너와 나의 전신이 놓인다

 

날아다니는 서로의 곱슬머리 속에 얼굴을 집어넣고

한 마디 말도 터져 나오지 않을 때

하나씩 천천히 불을 켜지 않겠니

 

나란히 앉고 싶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사건을

 

흉내 내고 싶어

오늘을 다 말해버린다 오늘로 간다

오늘로 가자

 

오늘이여 영 가버리자

 

너를

어디에 묻었나

 

어두운 낙서를 같이하지 않겠니

빠르게 떠내려가는 하늘 아래

방향을 바꿀 줄 모르는

아무것도 모르는 티셔츠를 한 장씩 입고

 

-<셔츠에 낙서를 하지 않겠니>, 10~11쪽

 

 

 

 이 시보다 다음에 실린 <밤이 날마다 찾아와>를 옮기려다 앞에 실린 걸로 바꿨습니다, 그냥. 제목과 시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 셔츠에 낙서를 하자는 말이 뒤에 나오기는 하지만. 잘 몰라서 다른 말은 못하겠습니다. 이수명 시인 시는 이번에 처음 만났어요. 예전에 이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시를 만난 적 없으니 몰랐다고 해야겠군요. 이 시집이 첫번째도 아닌데.

 

 

 

나는 언제나 같은 꿈을 꾸어요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고요

붉은 컨테이너로 지어진 물류창고를 보아요

그것은 도시 곳곳에 솟아 있어요

뜨거운 태양이 하루 종일 걸려 있어도

녹지 않아요 녹슬지 않아요

뜨거운 태양이 이지러져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아요

창고 옆에 한 사람이 서 있어요

창고 밖에 서서 그는 창고 안에 있는 어떤 사람과 이야기해요

창고에서 창고로 건너뛰어 다녀요

아무것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창고를 떠나 창고로 다시 돌아오는 즐거운 작업

내가 그에게 손을 흔들면

창고 안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같은 잠에 들어요

창고에서 다음 창고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명랑한 명상

붉은 컨테이너 물류창고는 여름 내내

녹지 않아요 녹슬지 않아요

 

-<물류창고>, 26쪽

 

 

 

 여러 편 실린 시 <물류창고>에서 한편 옮겨 써 봤습니다. 어떤가요. ‘녹지 않아요 녹슬지 않아요’ 하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붉은 컨테이너여서 그럴까요. 좀 단순한 생각이군요. 물류창고라는 시에는 실제 물류창고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아니 없는 것 같아요. 시여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려 약속하기도 하고 이야기하려 하기도 하고 힐링 캠프가 되기도 해요. 무슨 뜻으로 썼을지. 무슨 말인지 모르고 시를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이 말 빼놓지 않는군요.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거 많습니다. 그런 걸 시에서 만나기도 하지 않나 싶어요. 시를 보고 바로 무언가를 깨닫지 못해도 가끔 만나면 좋을 듯합니다. 자꾸 만나다 보면 자기 마음에 드는 시도 만나겠지요. 그런 시 만나면 기쁠 거예요. 아니 익숙하든 낯설든 모두 반갑게 만나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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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6) (KCデラックス) 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 (コミック) 12
CLAMP / 講談社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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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편 6

CLAMP

 

 

 

 

 

 

 지난 3월에 산 이 책을 4월에 받고 카드캡터 사쿠라 홈페이지를 보았다. 그때 일본에서 사쿠라 전시회를 했다는 걸 알았다. 앞에 책에 그 일이 쓰여 있었구나. 5권을 늦게 봐서 몰랐다. 6권 특장판에는 사쿠라 전시회 소개책과 오디오 CD가 함께였다. 그걸 보니 특장판으로 살걸 했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자꾸 생각했다면 그걸 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거 생각 안 하려고 애썼다. 좀 비싸서. 특장판 하나면 만화책 다섯권에서 여섯권쯤 살 수 있으려나. 일본은 그런 거 잘 만들어서 사게 만드는구나. 한국은 인터넷 책방에서 책을 사고 다른 걸 사게 한다. 그래도 그건 많이 비싸지 않다. 새로 나오는 책과 살 수 있는 것도 있구나. 때로는 책보다 늦게 나와서 책을 빨리 산 걸 아쉬워하게도 한다. 어떤 책을 살 때 사야 하는 건 출판사에서 만든 건가.

 

 지난번에 사쿠라 꿈속에 나타나는 사람이 아키호라는 게 드러났다. 이건 책을 보는 사람만 아는 거다. 아키호는 마법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키호 집안 사람은 아키호가 태어나고 아키호가 어떤 마법을 쓸지 무척 기대했는데, 아키호는 자라도 마법을 쓰지 못했다. 아키호한테는 마력이 없었다. 그래서 아키호는 늘 혼자였다. 아키호 부모는 일찍 죽었다. 부모라도 있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아키호는 여러 나라 말을 쉽게 익히고 책을 읽었다. 아키호한테는 책이 친구였다. 책속 친구는 언제나 아키호 곁에 있으니. 아키호와는 다르게 카이토는 어릴 때부터 마법을 쉽게 쓰고 갈수록 힘이 커졌다. 모모는 그것 때문에 카이토 성격이 비뚤어졌다 했다. 사람은 자신이 뭐든 잘하면 다른 사람을 우습게 보고 자신이 잘났다 생각할지도. 크로우 리드는 그렇지 않았는데. 난 카이토가 아키호를 위해서 무언가 하려는 건가 했다. 이번 이야기 보니 그게 아닌 듯하다. 카이토는 사쿠라뿐 아니라 아키호도 이용하려는 것 같았다. 지금 마음은 그래도 달라질 수도 있겠지.

 

 사쿠라는 앨리스가 우는 꿈을 꾸었다. 그건 아키호 어린시절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꿈꾸기도 하다니. 아키호도 그 꿈을 꾸었구나. 아빠는 사쿠라한테 꿈속에서 그게 꿈이다는 걸 알면 좋게 바꾸라고 한다. 그 말에 힘을 낸 사쿠라는 아키호를 집으로 불렀다. 사쿠라는 무의식으로 꿈속에 나온 앨리스가 아키호라는 걸 안 거겠지. 아키호는 사쿠라라 여기고. 그 앨리스는 사쿠라가 맞구나. 사쿠라와 아키호는 함께 크로켓을 만들었다. 사쿠라는 아키호한테 그걸 카이토한테 해주면 기뻐할 거다 한다. 난 친구하고 음식 같은 거 만들어 본 적 없다. 지금 아이들은 어떨까.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 아주 없지 않을지도. 사쿠라는 초등학생 때부터 아빠 오빠와 집안 일을 함께 했다. 엄마가 없어서 그랬을까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엄마가 있었다 해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사쿠라네 집은 괜찮구나. 어느 집이든 집안 일을 식구가 다 함께 하면 좋을 텐데. 나도 하는 거 별로 없는데, 조금 부끄럽구나.

 

 케로 짱과 전화한 유에는 샤오랑을 만나러 갔다. 케로 짱과 유에는 에리얼과 말하고 무언가를 깨달은 게 아닌가 싶다. 사쿠라카드가 있는 곳을. 사쿠라가 사쿠라카드와 새로 만드는 카드를 함께 갖고 있으면 마력이 더 커지는가 보다. 카드를 새로 만들고도 사쿠라 마력은 전보다 커졌다. 카이토는 그걸 바랐다. 카이토가 바라는 카드도 있는가 보다. 그 카드는 어떤 건지. 유에가 샤오랑 뺨을 때릴 것 같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유에는 샤오랑이 사쿠라한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화난 거겠지. 유에는 샤오랑한테 억지웃음보다 자연스런 웃음을 사쿠라한테 보여주라고 한다. 샤오랑이 일본에 오고 사쿠라를 보고 웃은 건 사쿠라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샤오랑은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 있다고 여겼겠지만 사쿠라는 무언가를 느꼈겠지. 외증조할아버지 별장에서 사쿠라는 샤오랑한테 뭐든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샤오랑과 카이토가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웃기를 바라는 두 사람

 

 

 

 아키호와 사쿠라는 사쿠라네 집 서고에 간다. 아키호는 서고에 여러 가지 책이 있는 걸 보고 기뻐했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넌 이제 돌아갈 수 없어.” 하는 말이 들리고 아키호가 이상해졌다. 아키호는 사쿠라가 가진 마력이 갖고 싶은 걸까. 자신한테 마력이 있다면 집안 사람이 자신을 봐주리라고 여긴 건지. 사쿠라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걸 샤오랑과 유에가 알고 사쿠라 집으로 온다. 그때 시간이 멈춘다. 카이토가 시간을 멈추고 시간을 되돌렸다. 사쿠라와 아키호가 서고에 들어가기 전으로. 시간이 돌아가고 샤오랑과 사쿠라는 조금 이상하다 여겼다. 그뿐이었다. 카이토는 ‘시간의 책‘이라는 걸 움직이게 하려는 건가 보다.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봄이 갔나 보다. 사쿠라는 여름 교복을 입었다. 샤쿠라와 샤오랑은 학교 가는 길에 만나고 서로 여름 교복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별 일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케로 짱과 유에 다른 모습인 유키토가 잠을 많이 잤다. 사쿠라와 상관있는 거겠지. 시간은 자꾸 흐른다. 어떤 때로 흘러가겠지. 사쿠라와 샤오랑은 그때를 잘 넘어갈 수 있을지. 아키호와 카이토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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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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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느 정도나 살면 ‘살만큼 살았다. 이제 죽어도 미련이 없다.’고 생각할까. 그게 일흔살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흔살이 된다고 모두 어른이고 자기대로 살까. 그것보다 나이를 더 먹어도 어린이 같은 사람은 많을 거다. 사람마다 다르니 그것도 개성이다 생각하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만으로 대접 받으려는 것도 별로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 나이가 벼슬은 아닐 텐데. 이런 생각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만 살고 죽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걸까. 예전에는 오래 사는 걸 복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저주로 여기지 않나 싶다. 이건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고 나이를 많이 먹지 않은 사람이 생각하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데, 어릴 때는 그걸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다르지 않은가. 그래도 난 몇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걸 법으로 정하는 건 반대다.

 

 책 제목은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다. 말 그대로 일흔살이 되면 한달 안에 죽어야 한다. 이 법은 앞으로 두해 뒤부터다. 일흔살이 넘은 많은 사람은 두해 뒤에 죽어야 한다. 그때 일흔살이 되는 사람도. 무슨 이런 법을 생각하고 찬성했는지 모르겠다. 예외는 왕족과 노벨상을 받은 사람 그리고 암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암 연구를 해서 사람이 오래 살게 된 것이기도 한데, 충격스러운 법이기는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건 오랫동안 시어머니 병 수발을 한 다카라다 도요코다. 책 제목을 보면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져서 생기는 문제만 말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끝까지 본 것일지도.

 

 한국이나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다. 시어머니 병 수발을 거의 며느리가 하는 것도. 정말 한국도 그럴까. 그런 거 별로 못 본 것 같다. 다른 일본 소설에서도 시어머니 병 수발을 며느리 혼자 했다. 아들이나 딸은 그걸 해야 한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부려 먹으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한국 시어머니는 어떨까. 이 소설은 한 식구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문제가 많은 집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다카라다 도요코는 시어머니 병 수발에 지쳤다. 딸한테 도와달라고 했더니 싫다면서 집을 나가 일을 했다. 아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일자리를 구했지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만두고 집에만 있다. 도요코는 아들 밥을 잘 챙겨줬다. 그런 건 자기가 챙겨먹게 해야지. 남편은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자 조금 일찍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하겠다고 하고 떠난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고 혼자만 돌봐야 한다면 무척 힘들 거다. 그건 집안 사람이 조금씩 나눠서 하면 좋을 텐데. 아들은 자기 방에만 있고 남편은 자기만 즐겁게 살려하고 시누이도 도움을 주지 않고 딸은 집에 없어서 도요코는 집을 나간다. 그렇게 마음 먹기도 쉽지 않았다. 도요코가 집을 나가고서야 집안 사람이 달라진다. 좀 더 일찍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참 어두워 보이지만 소설은 어둡게 끝나지 않는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거겠지. 한국도 나이 많은 사람이 늘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다. 가정이 잘 돌아가면 사회도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안 일이 힘들다는 것도 알고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집안 일을 해야 한다. 서로 돕고 살면 좋겠다.

 

 아픈 사람도 아프다고 다른 사람한테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하려고 해야 한다. 아프면 다 귀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휠체어라도 타고 마당에라도 나가면 기분이 훨씬 좋을 거다. 나갈 마당이 없다면 동네 한바퀴 돌기. 병 수발은 한사람한테만 맡기면 안 된다. 병든 사회도 모두가 힘을 합해야 괜찮아지겠구나.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이를 잘 먹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않고 살려하면 낫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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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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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에 여기에서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말을 보았다. 몇해 사이 죽음이라는 것을 다른 때보다 더 생각했지만, 그것을 아주 가까이 느끼지 못했는데 지난해(2018)부터 그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 일도 잇달아서 일어나는 건지. 그저 우연이 겹쳤을 뿐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때가 사람한테는 찾아올지도.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고 말하려고 말이다. 삶의 한부분인 죽음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지. 하지만 죽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한다. 누구나 그걸 잘 대비하기는 어려울 거다. 많은 사람이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온다 여기고 오늘 만난 사람을 내일도 만날 수 있다 여긴다. 내일은 오지 않고 오늘밖에 없는데.

 

 내가 생각한 죽음과 이 책속에 나온 죽음이 같지는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많은 사람이 죽고 그게 두려웠는지 몇몇 사람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런 모임에서 만난 사람은 이름보다 알파벳 B C D E라 한다. 한사람이 목숨을 끊으면 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 이름을 기억하자고 한다. 그런 것도 뜻있는 걸까. 이름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하는 거겠지. 모두 죽으면 남은 사람이 없어서 죽은 사람 이름을 아무도 모를 것 같은데. 이건 <창백한 무영의 정원>이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살려고 어딘가로 떠나는 이야기도 있는데 여기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예언자들>은 세상이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야기다. 왜 세상이 끝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 끝나는 날이 애매하게 남은 듯하다. 적지도 많지도 않달까. 그래도 그 소식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바이올린 연주자인 여자는 여러 사람과 공연을 했다. 실제 세상이 끝난다고 할 때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사람은 얼마나 될지. 여자는 바이올린 네번째 현이 끊어져서 주문을 했는데 그건 오지 않았다. 끝이 다가오는 때 그런 게 잘 올 리 없을 것 같다. 여자는 스스로 바이올린 현을 구하러 악기점에 갔다. 하지만 현은 구하지 못하고 어떤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사형집행에서 죽지 않고 살았다. 그걸 기적이라 해야 할지. 남자는 시체안치소에서 깨어났다.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사형집행을 했구나. 시체안치소에서 깨어난 남자와 바이올린 연주하는 여자는 왜 만났을까. 여자는 남자를 아는 듯했다. 여자는 남자가 죽인 사람 식구일지도 모르겠다.

 

 세번째에 나오는 <영의 기원>은 평범한 죽음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 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집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여럿 나오는구나. 영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나’는 영이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남기고 간 걸 보고 영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영은 편지지에 ‘나’한테 무슨 말을 남기려다 그만둔 건지. ‘나’가 생각하는 영은 숫자 영이면서 죽은 영일 것 같다. 왜 영이 죽었는지 끝내 알 수 없지만. 혹시 영은 ‘나’를 좋아했을까.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영의 삼촌이 ‘나’한테 그것과 비슷한 말을 해서다. <다섯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효주와 선생님이 나누는 편지로 이루어졌다. 효주 엄마가 죽는 걸 선생님이 봐서 두 사람이 만났다. 효주는 엄마가 죽은 것보다 선생님이 말해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말을 한다. 혼자여서 그랬겠지. 선생님은 효주 후견인이 된다. 효주는 아이를 갖고 결혼을 앞두고 엄마 이야기를 알고 싶어한다. 자신이 엄마가 돼서 그런 거겠지. 선생님이 말하는 효주 엄마 죽음은 좀 이상하다. 어쩐지 선생님이 그걸 아름답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죽기 전에 사실을 적은 편지를 남겼다는 걸 알아선가 보다. 효주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선생님과 엄마가 좋아하는 사이였고 엄마가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고는. 처음에는 놀라고 선생님을 원망했겠지만 다시 그걸 받아들였을 듯하다.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경멸>에서 화가는 죽지 않는 사람이었다. 미술 기자는 별난 화가 그림을 보고 화가가 죽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화가는 미술 기자한테 그림 모델이 되어달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얼마 뒤 화가는 미술 기자한테 죽임 당한다. 그건 화가가 꾸민 일이다. 그 뒤 화가는 죽었을까. 죽은 뒤에 화가 그림은 세상에 알려졌다. 화가는 자신이 죽어야 그림이 완성된다고 생각했을지도. <화성, 스위치, 지워진 장면들>에서도 화성을 다녀온 남자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남자 혼자 아내가 화성에 다녀왔다고 믿는 거였다. 실제 아내는 화성에 다녀오지 않았고 남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떤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가 한 어떤 일 때문이겠지.

 

 남은 두 편 <신앙의 계보>와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는 다른 이야기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에서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니 말이다. 죽이려 했다기보다 겁을 주려 한 것일지도. 사람은 다 같은데 더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못가진 사람을 자신보다 낮게 보고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그런 자리는 바뀔 수 있기도 하다. 갑과 을 말이다.

 

 

 

희선

 

 

 

 

☆―

 

 (……)희랍 시인들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벌써 태어났다면 할 수 있는 한 하루라도 빨리 죽어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니. 그러니까 꼭 불행하다고 생각할 건 없어. 그건 남은 사람 몫일 뿐일지도 몰라.  (<영의 기원>에서,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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