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려워
영어는 어려워
수학도 어렵고
과학도 어려워
영어 수학 과학보다
마음이 더 어려워
영어 수학 과학은 어려워도 공부하면
조금은 알겠지
마음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마음 공부도 있기는 하군
어렵다 해도 마음 공부도 오래하면
조금은 덜 어려울지도
자기 마음 다스리기가
가장 어려워
그건 평생 공부하고
익혀가야 하는 거겠지
희선
귀신이 되어
──쓸데없는 상상
내가 죽으면 귀신이 되어
나를 아주 많이 괴롭힌
어떤 이가 죽기를 바랄 거야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될까
귀신이 된다면 바로 죽을 텐데
그런 보장은 없군
내가 죽고 귀신이 되어도
아주 힘이 없을 것 같아
그래도 늘 어떤 이 옆에 있다면
기를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것도 그저 상상일 뿐이군
다시 생각하니
죽어서 싫은 사람 가까이에 있는 건 싫어
내가 죽고 귀신이 된다면
나를 괴롭힌 이한테
무섭고 두려운 게 뭔지 깨닫게 해야겠어
시간만 버린 상상이군
미친 새
미친 새는
아침부터 밤까지 술을 마십니다
잠을 안 잘 때는 끊임없이 술을 마십니다
엄마한테는 욕을 하고
힘 없는 새를 때리고 발로 차고 욕합니다
미친 새잖아요
세상에 무서운 게 없습니다
힘 없는 새는
미친 새가 무서워서
안 만나고 싶어하는데
그걸 자기를 만만하게 본다고 말합니다
미친 새야말로
힘 없는 새를 만만하게 보는 거지요
미친 새는 세상 모든 걸 만만하게 봅니다
왜 그렇게 미쳤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었던 거겠지요
미친 새가 하나쯤 있는
집도 있겠지요
미친 새가 없는 집은 다른 걱정이 있겠지만,
미친 새보다는 낫겠지요
미친 새는 사라지지 않고,
대를 잇습니다
바람
바람은
마음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지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건 없지만,
상처는 남아
바람이 와서
즐거운 건 한순간이야
거기에 속으면 안 돼
어쩌면 바람이
더 좋은 걸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럴까
바람을 따라가지 않아서
그게 더 좋아 보일 뿐이야
바람이 삶이 되면
똑같아
시시하고 벗어나고 싶은 현실
그때 또 다른 바람을 따라갈 거야
바람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
잠잠해질 때까지
어서 와
오래 기다렸는데,
이제 오다니 늦었군
아니 빨리 온 건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한 시간도 있었고
빨리 가 버린 나날도 있었어
네가 오니 모든 시간이 한순간 같아
모두 끝나는데
예전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사는 건 그렇군
이제 떠날 시간이라고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