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자기 몸을 지키려고

독과 가시를 가졌지


어린 나무에 난 잎은 동물이 먹기도 해

동물 눈에 띄지 않고

살아 남는 것도 있어

그건 크게 자랄 거야


식물이 조용하게 보여도

그 무엇보다 치열하게 살 거야

볕을 쬐는 것부터

뿌리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까지

쉽지 않겠어


식물한테 가시가 있어도 사람한테는 못 당하지

어떤 독은 곤충한테는 잘 들어도

사람한테는 아무 효과가 없어

오히려 사람은 그걸 좋아해


식물은 사람한테 도움 받지 않겠지만

사람은 식물한테 많은 도움을 받아

식물한테 무언가 해주려고 하기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나아


식물은 식물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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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6-10-2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다른 분들 서재에서 희선님 자주 뵈서 서친이라 생각했는데 아니군요ㅎ

친구 신청하고 갑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2026-10-24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편지





봄을 알리는

봄비

봄바람

봄새싹

봄꽃

봄마음

봄하늘

봄나무

봄나물

봄동

봄볕

봄나비

봄고양이


마음 설레게 하는 봄이야

별일 없어도

봄엔 마음이 들떠


새로운 만남이 없고

새로운 시작이 없다 해도

무언가 시작할 것 같기도 해


넌 무언가 시작하는 거 있어

시작한다면 즐겁게 해

시작이 반이다 하지

끝까지 하면 좋겠지만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둬도 돼

힘들어도 즐거운 건 가끔 쉬었다 해


네 봄이 따스하고 즐겁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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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10-18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봄으로 시작하는 낱말이 이리도 많고 친근하네요.

희선 2026-10-18 14:57   좋아요 0 | URL
봄이 오려면 멀었지만, 봄을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희선
 




겨울 하늘





투명하고 맑은 파란 하늘

겨울에 만날 수 있지요


공기가 얼어붙게 만들 듯한 한겨울

바람 바람 바람

추운 겨울날 맑고 파란 하늘을 만나면

기분 좋아요


파란 하늘을 헤엄치는 새

새는 난다고 해야 한다구요

그렇겠지요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하늘을 나는 새는 자주 보기 어려워요

오래 나는 새가 별로 없어설지도


전깃줄에 앉았던 까마귀가

한꺼번에 날아오르자

하늘이 새까매졌어요


시리게 파란 겨울 하늘

자주 올려다 봐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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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나무





나무는 목숨이 다하고 쓰러졌어


나무 삶은 오래 이어졌는데,

끝이 찾아왔어


끝은 다른 시작이기도 해


쓰러진 나무로 날아온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어

땅과 가까운 곳에선 버섯이 자라고

여러 곤충이 나무에 집을 지었어


목숨이 다한 나무는 숲에 도움이 되지

쓰러진 나무는 많은 생명체한테

영양분과 살 곳을 만들어 줘

나무는 멋지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상에 도움이 되잖아


나무는 목숨이 다했을 때

많이 아쉽지 않았을 거야

그렇겠지

그랬기를 바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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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6-10-16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멋진 존재입니다. 많이 아쉽지 않았기를… 그리고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6-10-17 15:21   좋아요 1 | URL
그렇죠 사람은 나무가 그저 있는 걸 보기만 하겠지요 오랜 시간 살다가 죽을 테니... 사람은 쓰러진 나무가 어떤지도 알아보는군요 나무는 그렇게 쓰러지고 다시 태어나기도 하겠습니다 나무와 떨어진 곳에서 자라고 있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이 되어





바람이 되어 높이 날아가고 싶어

높이 나는 건 새일지도

어쩐지 바람은 높은 곳에서

하늘 아래를 바라볼 것 같아


바람이 되어 여기 저기 둘러 보고 싶어

바람이 되면 나무 우듬지를 지나가고

새와 같은 높이에서 날고

멀리까지 갈 것 같아


바람이 되어 가 보지 못한 곳에 가도 좋겠어

가 보고 싶은 곳은

네가 있는 곳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냥 너야


바람이 되어

바람이 되어

바람이 되어

이건 주문이야


바람이 되어 세상 끝에 가고 싶어

세상 끝은 어딜까

세상이 시작하는 곳은

어쩌면 시작과 끝은 같은 곳일지도

그곳은 자신이 있는 곳이지

바람이 되지 않아도 되겠어


그래도

바람이 되어 날아가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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