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이와 다슬이
다영이는 사람
다슬이는 개야
다영이는 함께 사는 개 이름을
다슬이라 지었어
동생이었으면 해서
다슬이는 다영이 동생처럼
언제나 다슬이를 따라다녔어
학교에 갈 때마다 다영이는
다슬이를 떼어놓고 가는 데
힘을 써야 했어
다영이가 학교에서 올 때쯤
다슬이는 문 앞에서 기다렸어
다영이가 집으로 들어오면
다슬이는 무척 반겼어
다슬이는 다영이와
산책하는 걸 가장 좋아했어
다른 사람이 다슬이와
산책 가려고 해도 쉽게 나가지 않고,
다영이가 문 밖에서 다슬이한테 산책 가자
하면 바로 뛰어 나왔어
다슬이는 개
개와 사람의 시간은 달라
다슬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겠지
다영이와 다슬이는
언제까지나 잘 지낼 거야
희선
보현이
보현이는 걸음이 느려요
어릴 때부터 뭐든 늦었어요
걷기, 말하기……
아니 정말 느린 걸까요
그건 보현이 속도였을 거예요
뭐든 빨리 하는 아이도 있지만,
천천히 늦게 하는 아이도 있겠지요
보현이는 천천히 해도
중간에 그만 두지 않고
끝까지 했어요
뭔가 하나를 끝까지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요
보현이는 싫증내지 않고
뭐든 즐겁게 하고 잘 익혔어요
보현이는 어린이집에서 일하게 되고
자신처럼 천천히 하는 아이를
잘 돌봤어요
아이들은 보현이를 좋아했어요
보현이는 여전히 자기 속도대로
뭐든 잘 해요
잠에 빠진 책
오랫동안 아무도 펼치지 않은 책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요
잠든 책은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책은 책이었어요
누군가 자신을 읽을 때도 있고
자기 안에 담긴 이야기속에
떨어지기도 했어요
책은 꿈속에서도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어요
어쩐지 책은 그게 아쉬웠어요
꿈속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했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책은 사람이 됐어요
얼굴은 책이고 몸은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책은 기뻤어요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어서
책 꿈속에는 다른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책이 다른 책 꿈속으로 간 걸지도
누군가 펼치지 않은 책은
오래오래 잠을 자고 꿈을 꿔요
잠 잘 때 깨우면 싫지만,
책은 어떨지
일어나고 싶을 때도 있을 거예요
가끔 책을 잠에서 깨워줘요
문은
문은 생각했다
왜 사람이 자신을 세게 열고 닫는지
살살 열고 닫아도 되는데
문이 자신을 세게 열고 닫는 사람을 보니
기분 안 좋은 얼굴이었다
그런 사람을 자꾸 보니
문도 기분이 안 좋아졌다
문은 아무도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문을 열려던 사람은 깜짝 놀랐다
“문이 안 열려”
조금 뒤 문은 스르르 열렸다
문이 힘을 풀었다
문은 힘을 풀기 전에
자신을 열려고 한 사람한테 속삭였다
‘이 봐요 앞으로는 문 좀 살살 열고 닫아요
그러지 않으면 저는 꼼짝하지 않을 거예요’
사람은 문이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잠시 귀신이 나타났다 하고 오싹하게 여겼다
그 뒤 문을 세게 열고 닫으면
저주 받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저주는 그저 문이 꼼짝하지 않는 거였다
쓰고 쓰고 쓰기
자꾸 쓴다고 글이 좋아질지
그건 잘 모르겠어
안 쓰는 것보다는 낫겠지,
할 뿐이야
어쩌다 한번 쓰는데도
잘 쓰는 건 대단한 거겠지
그건 타고난 거겠어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쉬지 않고 쓰는 것밖에 없어
깊이 보는 눈, 마음을 길러야지
하나를 보더라도 여러 각도로 보고
남이 못 보는 것을 보려고 해야 해
글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늘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커
조금 쓸데없는 말이지
쓸데없는 말이고 별로여도
쓰고 쓰고 쓸 거야
지겹게 여기지 않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