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비밀 ㅣ 서사원 고학년 동화 2
무라카미 마사후미 지음, 카시와이 그림, 심수경 옮김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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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사요코처럼 나한테만 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나한테는 그런 친구가 없다. 언젠가 본 책에는 자기한테만 보이는 친구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 사람은 그 친구가 보이지 않게 됐을 때 많이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그러려나. 나이를 먹고 어릴 때 만난 자기한테만 보이는 친구는 잊는 걸지. 꼭 그러지는 않겠다. 그런 친구가 보이지 않게 되면 자란다고도 한다. 그런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이 책 《그 아이의 비밀》을 보다 보니 만화 <히카루의 바둑>이 생각났다. 거기에 나온 건 친구면서 스승인가. 히카루는 우연히 천년 전 죽은 바둑기사 후지와라노 사이 영혼을 만나고 바둑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사이는 사라진다. 사이가 사라졌을 때 히카루는 무척 슬퍼하고 사이를 찾으려 했다. 그러다 히카루는 사이가 있는 곳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바둑판이었다. 마음속 친구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자기 마음속에 사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이번에 만난 ‘그 아이의 비밀’은 친구와 자기한테만 보이는 친구 이야기다. 구라키 사요코는 자신한테만 보이는 까만 고양이만 있으면, 다른 친구는 사귀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전학 온 미쓰하시 아쿠루는 많은 아이와 잘 지내면서도 자신한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사요코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친구는 친구 하자고 하면 되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 친구가 되는 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사람 사귀는 거 참 어려워서 말이다. 아쿠루와 사요코는 나보다 나아 보인다. 사요코는 책을 좋아한다. 책도 좋은 친구 아닌가. 굳이 사람을 사귀어서 힘들어져야 할까. 이런 생각이라니. 아쿠루 같은 아이는 좀 부담스럽겠다. 아니 그래도 아쿠루 같은 아이가 있어서 쓸쓸한 아이가 많지 않을지도. 아쿠루는 누구하고도 잘 지낸다. 여기에서는 마음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지만. 현실에도 아쿠루처럼 누구하고도 잘 지내는 사람 있다.


 사요코는 3학년 때 친하다고 여긴 유카한테 자신한테만 보이는 까만 고양이 이야기를 했다. 어렸던 유카는 그걸 다른 아이한테 말해서 다른 아이가 사요코를 놀렸다. 그 일 때문에 사요코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됐단다. 아쿠루는 사요코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까만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고 만다. 그 뒤 사요코는 학교에 오지 않고, 까만 고양이까지 사라진다. 까만 고양이는 사요코한테 아쿠루 친구가 되어주라는 말을 했다. 까만 고양이가 그런 말을 하고 어디론가 떠나버리다니. 까만 고양이 마음 모르겠다. 사요코는 까만 고양이와 말을 해서 아쿠루가 다른 사람 몸을 만지면 마음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 마음을 볼 수 있는 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쓰면 좋은 거기는 하겠다. 그 힘으로 아쿠루는 사요코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가서 까만 고양이를 만난다. 그렇게 만난 건 사요코가 까만 고양이를 찾고 싶어해서였다. 까만 고양이는 사요코 마음이기도 한데, 같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까만 고양이 마음은 사요코 마음과는 다른 건지도.


 앞에서 말했듯 나이를 먹고 다른 친구를 사귀면 어릴 때 만난 자기한테만 보이는 친구와 헤어져야 할까. 까만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사요코가 자기한테만 의지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아니고 자신 때문에 사요코가 다른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떠나기로 한 거 아니었을까. 까만 고양이는 다시 돌아오기는 한다. 이제 어디 가지 않고 늘 사요코와 함께 할까. 그건 모를 일이구나. 언젠가 까만 고양이를 떠나보내야 할 날이 올지도. 그런 날 없으면 좋겠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이치여도.


 아쿠루는 아쿠루대로 엄마 아빠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엄마 아빠가 헤어지기로 한 걸 아쿠루가 다시 돌리기는 어려웠을 거다. 아쿠루는 사요코와 까만 고양이를 보고 아팠던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본 듯하다. 자기 마음도 그렇고 다른 사람 마음도 온전히 알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도 알려고 하면 조금 알고 받아들이기도 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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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默のパレ-ド (文春文庫) (Paperback)
히가시노 게이고 / 文藝春秋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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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퍼레이드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는 갈릴레오 시리즈도 있다. 몇해 전에 만난 《금단의 마술》이 마지막인지 알았는데, 그 책을 보고 열해가 넘고 이 책 《沈默のパレード 침묵의 퍼레이드》가 나온 걸 알았다. ‘금단의 마술’은 일본에서 나오고 얼마 안 됐을 때 봤지만, 이번 이야기 ‘침묵의 퍼레이드’는 책이 나오고 여러 해가 지나고서야 만났다. 예전에 물리학자인 유카와 마나부는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 가서 그건 끝났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침묵의 퍼레이드’는 책이 나오고 몇해 지나고 만났지만 다음 열번째는 빨리 보고 싶다. 그런 걸 먼저 말하다니, 게을러져서 책 빨리 못 볼지도(이 말대로 됐구나).


 예전에 유카와 마나부는 대학 준교수였는데, 이제 교수가 됐는가 보다. 물리학 교수 말이다. 형사인 구사나기가 유카와한테 교수가 돼서 자유롭겠다 했더니, 유카와는 준교수였을 때가 더 자유로웠다고 한다. 맞는 말인 듯하다. 교수는 연구비를 얻으려고 애써야 하지만, 준교수는 그런 거 마음 안 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해도 되겠지. 구사나기는 유카와가 미국에 갔다오고 조금 달라졌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갈릴레오 시리즈를 여러 권 보기는 했지만, 유카와 잘 모르겠다. 사람 마음을 알게 되어간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유카와는 다른 사람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저 신기한 일이 있으면 그게 왜 일어났는지 증명하고 싶어했던가. 실험이구나.


 시즈오카의 쓰레기집에 불이 나고 거기에서 여성 시체(뼈) 두구가 발견된다. 하나는 그 집 사람이고 하나는 세해 전 도쿄에서 행방불명된 나미키 사오리였다. 나미키 사오리를 죽인 걸로 보인 건 구사나기가 스물세해 전 어린이를 죽인 걸로 잡은 하스누마였다. 스물세해 전 하스누마는 경찰에 잡히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무죄가 되었다. 이번에도 하스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스누마는 증거가 모자라 기소보류로 풀려난다.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풀려나면 사건 관계자는 정말 화가 날 듯하다. 스물세해 전에 살인죄로 잡지 못하다니. 그때 무죄가 된 게 더 이상하구나. 법이 제대로 죄를 지은 사람을 벌주지 않으니 사건 관계자는 복수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나. 기쿠노시에서는 가을 축제로 거리 퍼레이드를 한다. 이야기에 나오는 장면을 연기한다고 할까. 여러 해 지나는 동안 그게 잘 알려져서 여기저기에서 퍼레이드에 참가하려고 한단다. 퍼레이드 날 하스누마가 죽임 당한다.


  나미키 사오리 아버지인 나미키 유타로와 친구인 도지마 그리고 사오리가 가수가 되기를 바라고 가르친 니이쿠라와 사오리가 사귄 다카가키 도모야는 저마다 일을 맡았다. 하스누마가 어떻게 죽임 당했는지는 유카와가 알아냈다. 누군가(니이쿠라) 자백했을 때 유카와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말 봤을 때 나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아니 그것보다 앞에서 다른 사람이 한 말 때문이었던가. 이걸 보니 누군가 자백한다고 해서 그게 진짜가 아닐 때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 소설에서는 누군가를 감싸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때가 많고 그건 별국 밝혀진다. 현실에서도 그럴지.


 복수한다고 좋을 건 없기는 하다. 그걸 해야 마음이 풀리는 사람도 있을까. 그건 또 다른 죄인데, 죄를 지었다는 건 다름없다. 누군가를 죽이면 자신도 벌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어떤 사람이 나미키 유타로가 하스누마를 죽여도 잡혀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하스누마는 나쁜 사람이기는 하다. 스물세해 전에 살인죄로 잡혀야 했는데. 하스누마는 아무 말하지 않으면 괜찮다 여기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는데 조금 달랐다. 그래도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구나.


 자기 꿈을 남이 이뤄주길 바라면 안 되지 않을까. 사람이 살다보면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처음에 생각한 게 아닌 다른 중요한 게 생길지도 모를 일 아닌가. 처음엔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면 괜찮을 텐데. 이렇게 이야기를 보고는 객관성을 갖고 생각해도 나한테 일어난 일이었다면 달랐을까. 난 내 꿈을 다른 사람이 이뤄주길 바라지는 않는구나. 감정이 격해지는 일이 일어나면 어떨지. 남하고는 그럴 일 없겠다. 정말 그럴지. 세해 전에 나미키 사오리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사람을 의심했는데, 그건 반쯤 맞았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닐지도. 아무리 좋은 거여도 자신이 싫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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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아침을 - Breakfast On The Moon ㅣ 스토리잉크
이수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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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달에서 아침을》에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 사람처럼 나온다. 동물이 사는 책속 세상이구나. 책속에선 동물이 사람처럼 말을 한다. 실제 동물은 어떻게 살까. 서로 달라도 친하게 지낼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도 이웃, 가까이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는 마음 쓸지도 모르겠다. 동물이 서로 달라도 친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사람 마음일지도.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곰 이웃에는 노란 토끼가 이사왔다.  곰은 토끼와 잘 지내고 싶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검정 비둘기가 토끼를 괴롭히고 잿빛 비둘기도 함께 토끼를 괴롭혔다. 토끼는 말이 없었다. 토끼는 오래된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고 늘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고 괴롭혀도 될까. 학교에서는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곰은 토끼와 친구다 생각하면서도 학교에서는 토끼를 모르는 척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양이가 곰과 토끼가 사는 곳에 나타났다(고양이는 평범한 동물이다). 곰은 고양이를 만지기도 했는데 토끼는 좀 떨어져서 지켜 봤다. 어느 날부터 고양이가 다쳤다. 누군가 고양이를 괴롭히는 듯했다. 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하고 싸웠으려나 했는데. 실제로 고양이를 때리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일부러 고양이를 찾아와서 때리는 것 같았다. 곰은 검은 그림자를 보고도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했다. 토끼가 비둘기나 같은 동물들(아이)한테 괴롭힘 당하는 걸 보고도 아무 말하지 않는 것처럼. 곰은 뭔가 말하면 자신도 괴롭힘 당할까 봐 무서웠겠지.


 다른 사람과 함께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그저 보기만 하는 거 괜찮을까. 가만히 있는 것도 괴롭히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누군가 토끼 책상에 편지를 놓아두었다. 토끼는 그 편지를 보고 조금 울었다. 지금까지는 토끼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괴롭힘 당한다고 울어야 하나. 편지를 받은 날 토끼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동물들은 토끼가 옥상에 있는 걸 봤다고 했다. 옆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던 아이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일이 있었나 보다. 토끼도 그러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하게도 그러지는 않았다.


 검정 비둘기는 곰과 사이가 좋았던가 보다. 자신하고 친한 곰이 토끼한테 관심을 가져서 검정 비둘기는 토끼를 괴롭혔단다. 그러자 다른 동물도 함께 했다. 토끼를 괴롭힌다고 곰 마음이 달라질까.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말이다. 다음날 곰은 용기를 내서 토끼한테 인사했다. 지금까지 토끼를 모르는 척했는데. 곰은 엄마한테 자신이 한 일을 털어놨다. 그렇게 말한 게 용기를 갖게 해줬겠다. 곰은 고양이한테 집을 지어주고 고양이를 괴롭히는 검은 그림자한테도 말했다. 고양이를 때리던 검은 그림자가 이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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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6-09-23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의 색감이 참 좋은 책이네요. 가끔은 이런 그림책이 너무 좋아서 보고싶어질 때가 있어요. 그럼 또 사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추석과 잘 맞는 그림책인듯요. 추석하면 보름달, 보름달 하면 보름달 빵이 아니고...... 달토끼죠. ㅎㅎ

희선 2026-09-28 13:47   좋아요 0 | URL
어느새 명절이 지나갔네요 2026년 큰 명절은 다 갔습니다 설과 추석... 이번엔 달도 못 봤네요 잠깐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거 생각도 못했어요 아직 달이 크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씩 작아지고 있겠지만...


희선

서니데이 2026-09-25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나 동화책 보면 그림이나 색감이 예쁘고, 짧은 페이지 안에서 이야기도 좋은 책들 많은 것 같아요. 자주 사진 않지만, 가끔씩 일러스트가 예쁜 작가의 책들은 모으고 싶기도 해요.
희선님 오늘은 추석입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희선 2026-09-28 13:49   좋아요 1 | URL
그림책은 그림을 오래 보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네요 어린이는 좋아하면 여러 번 본다고도 하던데, 어릴 때 그림책을 봤다면 그렇게 했을지...

서니데이 님 명절 잘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주고 이번주에 시월로 바뀌는군요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모나리자 2026-09-2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물들도 질투를 하는군요. 말을 할 수 없지만 동물들도 자기네들 세계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겠지요. 서로 싸우기도 하고 다정하게 지내기도 하니까요.
가끔 동화를 읽는 것도 좋겠네요. 활자도 좀 크겠지요?

희선 2026-09-28 13:53   좋아요 0 | URL
그림과 함께 글을 보는 거 괜찮지요 그런 건 빨리 보기는 하지만... 이건 보통 그림책보다 길어요 그래도 그냥 책보다는 얇군요 글씨도 책보다는 큽니다 누구나 용기 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희선
 
웨하스 소년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유리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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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어릴 때 냇가에서 주운 음료수 캔에서 소리가 났다고 했는데, 정말일까. 김영하는 작가가 되고 어떻게 하다 작가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그 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책을 보고 작가가 될 거야 생각한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 말을 작가가 된 다음에 지어낸 사람도 있을까. 그런 거 거의 믿지만. 이유리는 냇가에서 주운 음료수 캔에서 소리가 나서 말을 들었다. 캔속에 있는 건 이유리가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될 거다 했단다. 이유리가 어릴 때 산골에 살면서 냇가에서 음료수 캔을 주운 건 정말일지도 모르겠다. 캔속에 들었던 게 말을 했다는 것도 믿어줄까. 그런 일이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어릴 때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도 할 거다. 어딘가에서는 열살이 되기 전까지는 사람이 아니다는 말도 하던가.


 마음산책에서 나온 이유리 짧은 소설이 담긴 《웨하스 소년》에는 이야기가 열네편 담겼다. <웨하스 소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제목 봤을 때 과자 웨하스가 맞나 했다. 그때 내가 생각한 건 웨하스로 된 사람이었다. 소설을 보니 웨하스 소년은 날개가 달린 사람이고 어릴 때 웨하스 광고를 찍었다. 그 광고 때문에 웨하스 소년이다 했다. 날개가 달렸다 해도 나이를 먹으면 날지 못했다. ‘나’는 스무살이 넘고는 날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는다. 첫번째 이야기 <가꾸는 이의 즐거움>은 우리가 사는 우주를 뭔가 가꾸는 곳으로 나타냈다. 행성 지구에서는 공룡보다 인류를 더 안 좋게 여겼다. 이 이야기는 이유리가 화분을 가꾸다 떠올린 게 아닐지.


 몇해 전에는 코로나19로 모두가 마스크를 끼어야 했다. <5분 동안>에서는 대재앙이 일어나고 어디에서든 보호 안대를 해야 했다. 집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안대보다 마스크가 나을지도. 안대를 하면 앞이 보이지 않을 테니. 구호품이 오기도 했는데, 그건 사람이 아닌 다른 게 가져다 주는 걸까. 요새는 구독하는 게 참 많은 듯하다. 난 그런 거 얼마 없다. 그저 글만 본다. <투데이즈 무드>에서 구독하는 건 기분이다. 한달에 50만원이나 하다니. 좋은 기분은 분홍 상자고 마음을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는 건 파란 상자였다. 좋았던 기억으로 실을 자아 뜨개질을 할 수 있을까. <시간 뜨개질>에는 그런 이야기가 담겼다. <보석 모기>는 좋을까 안 좋을까. 사람한테 크게 해를 끼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보석 모기는 피와 함께 즐겁고 좋은 기억을 빨아간다. 사람은 그걸 잊는 걸까.


 세계 인구는 늘어나도 한국 사람은 줄어들고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인데. <버섯의 나라에서>는 동성애자는 살기 힘들어 보인다. 동성애자한테 버섯이 되는 약을 준다니. 사람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괜찮지만. 인구가 늘어나도 살 사람과 죽을 사람을 나누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사람이든 살 권리가 있지 않나. <한편, 다른 우주에서는>에서는 차원문을 지나 다르게 사는 자신을 보러 갈 수 있다. 다른 차원에 사는 자신이 잘살든 못살든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그런 걸 보러 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돈이 많은 사람이다. 난 다른 차원의 내가 잘살면 좋을 텐데. <다른 이야기>에서도 결혼한 나를 결혼하지 않은 내가 찾아온다. 그저 찾아올 뿐이다. 머리가 셋 달린 고양이라니, 그건 <삼두 고양이>다.


 마지막 이야기 <새 해 다짐>은 어쩐지 서늘한 이야기다. 백화점 구두 매장과 모자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범해 보이는데 더 읽으면 평범하지 않다. 구두 매장에서 일하는 오상진은 심해어처럼 납작해지기도 하고, 오상진 아내와 아이가 사라지기도 한다. 서늘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따개비>에서 연희가 따개비에 덮이는 건 예상했는데, ‘나’가 연희와 함께 있으리라는 건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괜찮은 듯하다. <기쁨 목걸이>를 보니 우리는 하루에 작은 일로 웃음 짓는 때가 많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빼놓았다. <돌이키는 하루>다. ‘나’는 서른다섯살에 중학생 때 어느 하루로 돌아가는데, 중학생 때는 어쩌다가 자기 목 뒤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살다가 서른 다섯살에 그날로 돌아가니 꽤 좋았다(목 뒤 버튼을 누른 중학생 때로). 엄마가 밥을 챙겨주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었다. 별거 없는 하루여도 소중하기는 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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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6-09-25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편이 나오는 단편 소설 모음이군요.
소설 속에서도 여러 사연들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살아가는 건 바깥 세상이나 비슷하겠지요.

얼마 남지 않은 9월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희선 님.^^

희선 2026-09-28 13:36   좋아요 0 | URL
마음산책에서 짧은 소설이 담긴 책이 많이 나왔네요 이것도 여러 해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작가는 두 권 나오기도 했어요 한 작가가 한권만 써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월 오늘 빼고 이틀 남았습니다 모니리자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沈默のパレ-ド (文春文庫) (Paperback)
히가시노 게이고 / 文藝春秋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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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지 않는 건 밝히고 싶지 않거나 묻어두고 싶어서겠다. 어떤 건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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