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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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지만, 어떤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고 어딘가에 가지 못하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데. 최은미 소설 《마주》에는 2020년 모습이 담겼다. 그때는 다시 일상이 돌아올까 했는데, 지금은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가 됐다. 난 코로나19 전에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어딘가에 가지 않아서 많이 다르지 않게 지냈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떠오른다. 2020년 여름에, 그런 일은 그 뒤에 또 일어났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은 두번 세번 자꾸 일어날까. 두번까지만 일어나면 좋을 텐데. 펜데믹은 또 일어날 수도 있겠다.


 향초와 비누 만드는 공방을 하는 나리는 공방에 다니던 수미가 집에서 무언가를 깨는 소리를 듣고 수미 딸인 서하를 수미와 떨어뜨려 놓는다. 그날 수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자가 되고, 딸 서하를 만나지 못하고 수미는 격리 병동에 가게 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게 두려웠던 때구나. 짧은 시간 동안 같은 곳에 있어도 감염됐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도 많고 의료인이 참 힘들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그때는 모두를 감시한 것 같다. 그런 일이 그전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지금도 감시 하는구나), 코로나19 때는 더 심했다. 나리와 수미를 말하려다 다른 말로 빠졌구나. 나리와 수미는 친했을까. 서로 친구다 여겼을지. 나리가 수미와 친하다 여긴 것 같기도 하고, 수미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수미가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을 때 아이와 안 좋았다. 수미는 꽤 오래 격리돼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잘 낫지 않기도 했구나. 면역력이 있어야 이겨내기도 했다.


 수미가 확진자가 되고 나리도 검사를 했는데, 나리는 결핵 잠복균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나리는 어린 시절 여안에 살 때 만난 만조 아줌마를 떠올린다. 나리가 수하 딸 서하한테 만조 아줌마와 비슷한 일을 한 걸지. 모르겠다. 그것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서하가 나리한테 뭔가 말을 하면 나리는 수미한테 그 말을 한 듯하다. 굳이 그래야 했을까. 서하는 서하고 수미는 수미인데. 내가 좀 이상한 건가. 나리도 딸인 은채가 자라지 않기를 바란 것 같기도 한데. 수미는 서하가 하려는 걸 거의 못하게 한 걸지. 그건 나리가 말했다. 서하한테 들은 거였구나. 엄마는 딸을 자기 분신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고 자라면 부모를 떠난다. 수미는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걸까. 나리 엄마는 어땠던 건지.


 코로나19 시절 이야기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이야기구나. 딴산이라는 곳. 나리는 여안에 살 때 여름방학에 잠시 만조 아줌마와 지냈는데, 그때 일을 좋게 여겼다. 집에서 지내는 것과 다르게 지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수미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리와는 어색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건 아닐 텐데. 수미는 나리가 자신과 서하를 떼어놓았다고 여긴 걸지. 그건 나리가 생각한 건가. 나리는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모든 걸 코로나19 탓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리와 수미는 만조 아줌마를 함께 만난다. 나리가 공황장애로 운전하기 어려워서 수미한테 차를 운전해달라고 한다.


 사과밭, 사과 술. 예전에는 집에서 술을 만들면 안 되었던가 보다. 나리는 실수로 만조 아줌마가 술 담그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한테 한다. 그건 그 사과 술을 마셔서구나. 나리는 내내 그 일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걸 잊고 만조 아줌마한테 연락 안 한 걸 보면. 꼭 그것 때문일까. 딴산 사람은 차별 받았다. 만조 아줌마는 딴산에 살았나 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나자 차별은 더했다. 코로나19로 일손이 모자랄 때는 불렀는데.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겠다. 여기 나온 일은 그저 소설이 아니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마주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나리와 수미, 수미와 서하 그리고 나리와 만조 아줌마. 서로 마주하려면 둘 다 그런 마음이어야겠다.




희선





☆―


 딴산으로 발조차 들이지 않던 사람들이 딴산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와달라는 요청을 한 건 딴산 사람들이 딴산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단 한번도 없던 일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온 해에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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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4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12-1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예뻐 사다 둔 책이긴한데 아직 읽진 않은 책이에요.
앞에 조금만 읽었던지라 무슨 얘기인지 잘 몰랐는데 코로나 시절 이야기가 얽혀있나 보군요. 최은미 작가는 여성들의 내밀한 관계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이 책 빨리 읽어봐야겠군요.^^

희선 2025-12-14 17:36   좋아요 1 | URL
저도 앞부분 보면서 인터뷰하는 것 같은 게 나와서 이건 정말인가 하면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엔 그런 거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단편을 장편으로 쓴 건가 봅니다 장편이 되기 전 단편은 못 봤지만...

시간이 참 잘 갑니다 그때는 괜찮아질까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를 잊고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읽는나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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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모토 세이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책을 여러 권 만났다. 늦은 나이(마흔한살)에 소설가가 되고 꽤 많은 글을 썼다. 추리소설뿐 아니라 역사 소설도 쓰고 일본 사회 비리 같은 것도 썼다. 글을 많이 썼다는 건 알았는데, 그게 천여편이라는 건 지금 알았던가. 예전에도 그 말 봤을 것 같다. 엄청나게 썼구나. 세이초는 늘 공부하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공부하면 글이 더 잘 써질까. 별 생각을 다했다. 책 한권을 쓰려면 그것과 상관있는 건 더 많이 읽어야겠지. 자료 조사도. 그것 또한 읽고 공부하고 자기 말로 나타내야 한다. 난 그런 거 잘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일본 작가보다 마쓰모토 세이초를 나중에 알았다. 미야베 미유키와 많은 일본 작가는 마쓰모초 세이초 소설을 보고 자신도 소설을 써야겠다 했을 것 같다. 이 소설 《점과 선》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쓴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이건 이번에야 알았다. 세이초는 가난해서 어딘가에 가지 못했는데, 어딘가에 가는 걸 좋아했다는 말을 봤다. 세이초 소설에는 기차를 타는 이야기가 좀 있을 거다. 지금 이 소설을 보고 ○○성 비리 문제로 수사 받던 사람이 요정 종업원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면, 저건 누가 죽인 거군 할 듯하다. 이 소설이 나왔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언젠가 기차 시간을 트릭으로 쓴 거 <명탐정 코난>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정말 본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이 기차 시간 트릭은 세이초가 쓴 뒤 많은 사람이 썼을 것 같다. 세이초는 어딘가에 가지 못할 때 기차나 여러 가지 탈 것 시간표를 보고 그곳을 상상했단다. 이 소설에 그런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비리로 수사 받던 공무원인 사람과 여성이 함께 죽은 사건을 파헤치는 거다. 두 사람과 상관있는 사람 알리바이를 깨야 했다. 그 사람 알리바이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래전에는 ‘○○성’이라 써야 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그런 곳 그대로 쓰기도 하던데. 지금도 소설과 현실을 똑같이 여기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기는 하겠지만, 예전엔 더했겠다. 똑같지는 않아도 소설이 아주 거짓은 아니기도 하구나.


 여기에서 전보를 치고 기다렸다는 말을 보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연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는 전자편지로. 맥주를 우물물에 넣어뒀다 차갑게 마신다는 말도 나왔다. 이때 더위와 지금 더위는 엄청 많이 차이 나겠다. 책을 보면서 여기 나오는 시대에는 비행기 없었을까 했는데, 비행기 있었다. 세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투기가 있었으니, 1950년대 말에 없는 건 이상하기는 하구나. 전쟁 때 다닌 건 그리 크지 않았겠지만. 시간이 가고 여객기 만들었겠지. 형사는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쪽 끝과 북쪽으로 어떻게 갔을지 실제 기차를 타 보면서 생각했다. 형사는 쉽지 않구나. 세이초 소설에 나오는 형사는 거의 성실해 보인다. 다른 세이초 소설에서 본 형사도 한 사건을 끈질기게 파헤치려 했다.


 증거를 찾고 뒷받침이 되는 증언이 있다 해도 범인을 잡기 어렵기도 하다. 형사는 범인이 쓴 속임수를 알아내고 알리바이를 깨뜨렸는데,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사람은 그래도 다른 한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말해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 이름은 다른 소설에도 나오지 않던가. 그저 이름만 같은 거겠지만. 어쩌면 세이초는 이 소설을 쓰고 그 사람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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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5-12-1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한번도 읽어 본 적 없는 작가이군요.
책 소개를 보니 이 작품이 1957,58년에 연재했던 작품이라고 나오는군요. 그 당시에는
전보를 치는 것이 주된 통신 수단이었겠네요.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쓴 천재 작가인가 봅니다.

희선 2025-12-14 17:25   좋아요 0 | URL
꽤 예전 소설이죠 예전 소설을 보면 지금과 다른 게 통신 수단이겠습니다 교통 수단도 많이 빨라졌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기차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빠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것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건 거의 없어졌군요

늦은 나이에 소설을 썼지만, 아주 많은 글을 썼더군요 저도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 많이 못 읽어봤어요


희선
 
무민 가족과 등대섬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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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민 골짜기 이야기다 해서 무민 식구와 친구가 거기에 사는 것만 나오지는 않는군. 무민 식구와 친구는 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기도 해. 지난번에도 그랬군. 작은 돛단배를 타고 해티패티가 여름에 모이는 섬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한번은 무민 아빠가 만든 바다 교향악단을 타고 바다 모험을 떠났다 돌아왔군. 바다로 나갔다 온 게 여러 번이군. 무민 아빠는 여기저기 다니고 모험하는 걸 좋아했어. 무민한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봐.






 이번 이야기 《무민 가족과 등대섬》에서도 무민 식구와 스니프와 미이는 배를 타고 등대섬으로 가. 스너프킨은 함께 가지 않았어. 처음 무민 이야기 보고 무민과 엄마 아빠는 어디에 살았을까 했는데, 무민 골짜기로 오기 전에 살았던 곳은 등대섬이래. 사람은 가끔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곳에 가 보기도 하겠지. 난 안 가 봤지만. 지금 집에서 멀어서 못 갔어. 조금 가까운 곳은 예전에 지나가기는 했는데. 이젠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서 안 가. 시간이 지나서 그곳 많이 바뀌었겠어.


 등대섬은 어떨까. 달라진 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았어. 이번 이야기는 먼저 만난 일곱편하고 다른 느낌이야. 토베 얀손 원작은 같아도 각색하고 그림 그린 사람은 달라. 이번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두 해가 흘렀어. 이것도 토베 얀손이 쓴 이야길까. 아주 아닌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뭔가 알려주려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 배 여러 부분과 바다에서 길을 알려주는 것과 식물도. 중요한 것도 있어. 등대섬에서 음식을 먹은 다음 깨끗하게 치우고 쓰레기도 가지고 와야 한다는 거야.


 바닷물은 예전보다 온도가 올라가고 물고기도 많이 줄었어. 빙하가 녹아서 염도도 낮아졌을지도. 이것도 큰 문제겠지. 바다 흐름에 영향을 줄 테니 말이야. 바닷물도 늘 움직여.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기후 위기로 바닷물 흐름이 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세지겠지. 이건 벌써 일어나는 일이군. 바닷물이 많아지면 땅이 물에 잠겨 살 곳을 잃는 사람도 나올 거야. 기후 난민이지. 기후 난민은 지금도 있을 거야.


 아빠와 무민은 낚시를 가다가 등대지기를 만나. 등대지기는 여전히 등대에 살았어.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가 봐.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웠겠지. 등대지기가 바다 오염을 말했어. 등대지기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을 하기는 했는데. 정말 그럴까. 그건 우리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해. 지금은 모든 게 빨리 바뀌어. 기후도 다르지 않아. 사는 속도를 줄이면 기후 위기도 느려질지. 그건 모르겠어. 무민 이야기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러면 또 어때. 세상이 괜찮아야 동, 식물이 잘 살지. 무민 식구와 친구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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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12-08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짜기 이전에 등대섬에서 살았었군요?
숲 속 전설 인물 이전에 섬사람의 후손? 그런셈인가 봅니다. 신기하네요.^^
각색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희선 2025-12-10 05:03   좋아요 1 | URL
처음에 무민 골짜기로 오는 게 이사온 거였던가 봅니다 이거 첫번째가 무민 골짜기로 가는 무민과 엄마가 나왔어요 아빠도 만났군요 소설은 어떻게 나왔을지... 그림책에 나온 건 얼마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거 다음 이야기도 나왔어요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이네요 무민이 처음으로 겨울을 만나는 이야기 라디오 방송에서 말하는 거 들은 적 있어요 그건 소설 이야기였어요


희선
 
행복을 전하는 도시락 가게 코하나
오치아이 유카 지음, 유보라 그림, 김지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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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은 학교 다닐 때 싸 가지고 다녔다. 그런 기억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겠다. 지금 학교는 거의 급식일 테니. 난 도시락에 좋은 기억은 없다. 내가 싸 가야 하거나 싸 가지 못하는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도시락을 싸 가지 않았을 때 뭔가 사 먹는 것도 잘 못했다. 난 왜 그랬을까. 지금도 음식점에 가서 사 먹는 거 못한다. 도시락도 사 먹어 본 적 없다. 도시락은 편의점에서 팔던가. 편의점에 잘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편의점에 한번도 안 가 본 건 아니다. 김밥은 몇번 사 먹어봤다. 김밥집보다 편의점이 조금 편해서. 김밥집에 김밥 사러 못 간다. 지금은 배달이 있던가. 난 배달시켜 먹지 못한다. 휴대전화기가 없으니 말이다. 그게 있었다 해도 배달시켜 먹지는 않았겠다.


 일본 만화에서 도시락 싸는 모습 보기도 했구나. 거의 여자아이가 도시락을 쌌지. 음식 잘 하는 사람이 꼭 여자아이만은 아니기는 했다.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나 음식 잘 하는 사람이 도시락을 쌌다. 모양도 예쁘게. 원피스에서 상디가 싼 해적 도시락이 생각난다. 어떤 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도시락 맛있었을 거다. 고기는 빼고. 난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행복을 전하는 도시락 가게 코하나》(오치아이 유이)에는 도시락이 많이 나온다. 도시락 가게 코하나 점장이 만드는 도시락도 있고, 누군가를 생각하고 만드는 도시락도 있다.


 여기 담긴 도시락 이야기는 열다섯편이다. 도시락으로 할 이야기가 많기도 하구나. ‘인질 도시락’은 어떤 걸까. 중학생 아이가 게임 센터에 있다가 칼을 든 남자한테 인질로 잡힌다. 남자는 돈을 기다리면서 먹을 걸 달라고 한다. 도시락 가게 코하나 점장이 거기에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갖다준다. 코하나 점장은 도시락을 주면서 인질로 잡힌 아이한테, 기회를 놓치지 마라 한다. 남자는 인질 아이한테 음식을 먹이고 독이 들어있지 않은 걸 알아보고, 자신도 음식을 먹는다. 도시락 안에는 젓가락이 없어서 음식을 손으로 먹었다. 음식을 먹는 남자가 이상했다. 땀을 흘리고 얼굴에 물을 뿌리다 괴로운 소리를 냈다. 아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인질에서 풀려난 아이는 도시락 가게 점장한테 고맙다고 하고, 도시락에 뭔가를 넣었느냐고 묻는다. 코하나 점장은 매운 고추 때문이다 말한다. 하바네로라는 고추는 아주 매워서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안 좋은가 보다. 남자는 그 고추를 만지고 안에 든 고기만 먹었다. 그렇게 매운 고추도 있구나. 한 아이는 코하나 점장한테 빨리 먹기 겨루기에서 이길 수 있는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한다. 빨리 먹기를 겨루다니. 난 그런 거 별로다 여기지만 코하나 점장은 그 말을 듣고 음식뿐 아니라 음식을 담는 그릇도 먹는 걸로 만들어준다. 일회용 많이 쓰는데, 음식을 담는 것도 먹을 거면 훨씬 좋을 듯하다. 그런 거 나온 축제 있었다고 했던 것 같다.


 앞에서는 재미있는 도시락을 말했구나. 우연히 부딪친 두 아이가 도시락을 바꿔먹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난 그런 거 못할 텐데. 다른 사람이 싼 도시락은 맛있어도 내가 맛있는 도시락을 싸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아이가 다른 친구도 그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여기고 도시락을 싸다 주기도 했다. 같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게 기뻐서.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친한 친구가 된다. 여기엔 남자아이가 음식 만드는 것도 나오는구나. 코하나 점장도 남자다. 자신이 도시락을 싸는 일도 있겠지만, 도시락은 거의 다른 사람이 싸 주거나 다른 사람한테 싸 주는 거구나. 그런 게 마음 따듯하게 해준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싸 준 건 엄마다. 내가 싸야 할 때도 있었지만, 엄마가 싸 준 일이 더 많았다. 도시락에 좋은 기억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학교 다닐 때 엄마가 도시락 싸 준 거 고맙게 생각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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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5-12-06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락 소재의 이야기가 재밌군요. 우리 때는 급식이 없었으니 도시락을 싸는 게 기본이었지요.
중학교 때까지는 엄마가 싸 주셨고 고등학교 때는 자취생활을 했으니 제가 도시락을 쌌을 텐데
어떻게 어떤 반찬을 싸 가지고 다녔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난로에 겹겹이 쌓아 놓고 데워 먹던 기억은 납니다.
일본에는 에키벤 등 도시락이 정말 많아요. 여행할 때 숙소에서 아침 대용으로 먹을 때 자주 활용합니다.

희선 2025-12-07 17:55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 님은 고등학교 때는 도시락 스스로 싸셨군요 저는 오랫동안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걸 안 좋게 여기기도 했네요 그러고 보니 그건 초등학생 때였군요 그래서 그런 듯합니다 지금은 급식이어서 도시락 같은 거 잘 모를지도 모르겠네요 도시락 아주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일본에서는 역에서 사 먹는 도시락이 잘 알려져 있군요 일본에 사는 사람도 그걸 기대하고 일본에 가는 다른 나라 사람도 좋아할 듯합니다


희선
 
무민 가족과 보이지 않는 손님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토베 얀손 지음, 필리파 비들룬드 그림, 이유진 옮김, 세실리아 다비드손 각색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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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언제 내 모습이 보이지 않기를 바라던가. 뭔가 잘못을 하고 창피할 때일 것 같다.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안 보이면 좋겠다 생각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쉽구나. 한번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재미있을 텐데.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남한테 나쁜 짓은 안 할 거다. 그냥 내가 있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걸 해야지.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재미있을지도.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겠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나를 아는 사람은 없어지고 나와 말할 사람도 없어지겠다. 그러지 않아도 잘 보이지 않을 텐데.


 이번 《무민 가족과 보이지 손님》에 나온 것처럼 무민 식구 집에 보이지 않는 손님이 찾아온다. 투티키는 처음 나왔는데, 투티키는 무민 식구 배에서 지내는가 보다. 투티키는 비 오는 밤 무민 식구가 집에 오고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친구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친구는 닌니로 친척 아주머니가 무서워서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아예 보이지 않게 됐다고 한다. 닌니가 무민 식구와 지내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다.


 닌니를 반갑게 맞아주고 잠자리를 봐준 건 무민 엄마다. 무민 엄마는 외할머니가 민간요법을 적어둔 수첩을 보고 약을 만들었다. 이튿날 아침 닌니 발이 보였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구나. 방울소리로 닌니가 어디 있는지 알았는데 이제 발을 보고 알겠다. 뜰에서 무민 식구는 사과를 따고 사과잼을 만들었다. 그걸 병에 넣어둔 걸 옮겼다. 닌니도 병 옮기는 걸 도왔는데 병을 깨뜨렸다. 무민 엄마는 들판에 사는 벌한테 주려던 거였다고 말한다. 그러자 닌니 두 발이 또렷해지고 옷이 조금 나타났다.






 조금 보인 닌니 옷은 낡았다. 무민 엄마는 빨간 숄로 예쁜 머리띠와 옷을 만들고 닌니 방에 가지고 가서 의자에 걸어두었다. 다음날 닌니는 머리띠와 새 옷을 입었다. 이때부터 닌니는 작게 말하게 됐다. 무민과 미이가 닌니한테 놀이를 알려주었는데 닌니는 즐겁게 놀지 못하고 모습도 다 나타나지 않았다. 무민 엄마는 닌니한테 약을 주다가 모습이 다 나타나지 않자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했다. 무민 엄마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구나.


 가을이 깊어지고 무민 식구는 겨울이 오기 전에 배를 옮겨두려고 했다. 닌니는 바다를 처음 봤는지, 넓은 바다를 보고 낑낑거리다 엎드려 울었다. 배를 옮겨두고 무민 엄마가 다리에 앉아 있었다. 무민 아빠가 그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자 닌니가 무민 아빠 꼬리를 물었다. 그러고는 ‘무민 엄마를 바다에 빠뜨리기만 해 봐요.’ 하고 화냈다. 그렇게 화를 내자 닌니 모습이 다 보였다.


 화내야 할 때 화내면 보이지 않게 된 모습도 보이는가 보다. 무민 엄마가 닌니한테 잘해 준 것도 있어서, 닌니 마음이 괜찮아진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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