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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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사람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무척 마음 쓰는 걸 자신은 그런가 보다 하고, 자신이 무척 마음 쓰는 걸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자신이 다르게 느낀다고 해서 ‘겨우 그 정도 일로’ 하는 말은 안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마음속으로는 생각한 적 있을지도. 내가 꽤 마음 쓰는 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면 상처 받는다. 정말이지. 공감하기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


 책 제목이 《이만하면 괜찮은 결, 심》이어서 처음엔 뭔가 결심하는 건가 했다. 잘 보니 결과 심 사이에 쉼표가 있어서 왜 이렇게 썼을까 했다. 책을 보고 알았다. 결과 심은 이름이다. 고결과 조심. 나도 꽤 불안을 느끼지만, 이 책을 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책속에 나온 거지만. 난 시간표 짜고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거 못할 게 뻔해서 아예 시간표 짜지 않는다. 결은 시간표대로 안 되면 조금 스트레스 받기도 했다. 난 시간표를 짜지는 않지만, 하루를 내가 보내고 싶은대로 보내지 못하면 기분이 안 좋다. 이건 누구나 그럴까. 그런 거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밖에 나갔다 오면 옷은 바로 정리한다. 그런 거 안 하고 아무데나 벗어두는 사람도 있을까. 고결은 그런 걸 못 참았다. 조심은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그렇게 걱정하고 화분을 집 안쪽에 놓으니 엄마가 싫어했다. 화분이 햇볕을 받아야 한다고. 식구들한테 이해받지 못하는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한다. 제목 그대로인 뜻도 있구나.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건. 서로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집에 살기. 왜 식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부모 자식은 좀 어려울지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건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런저런 말을 할지도. 쓰다 보니 좀 다른 말로 샜다.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하고 집을 보러 다녔다. 세상엔 이런저런 집이 있고 마음에 딱 드는 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둘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다. 집 찾기는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찾으면 더 좋겠다. 둘이 살면 괜찮을까 했는데, 괜찮아 보인다. 서로 당번을 정하고 하는 것도 있다. 그런 거 정하지 않으면 늘 하는 사람이 할지도.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그런 거 못할 것 같다. 그냥 하면 해도 언제 해야 한다 하면 어쩐지 답답하다. 학교 다닐 때는 주번이 있어서 번호대로 두 사람이 했다. 주번은 뭐 했더라. 공부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한테 인사하기, ‘차렷, 경례’ 해야 했던가. 그거 정말 싫었다. 그거 말고 다른 것도 했을 것 같다. 주번이 다가오는 거 무서웠다. 이런 나 이상한가. 이러니 난 남과 살기는 어렵겠다. 나 혼자 하는 게 낫지. 하고 싶을 때. 끝없이 안 하는 게 조금 문제구나.


 난 결처럼 바깥에서 여러 사람이 만진 걸 못 만지지는 않는다. 이거 봐서 앞으로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먹는 건 좀 마음 쓴다. 좋은 걸 먹지는 않지만. 내가 늘 걱정하는 건 비다. 이 불안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여기가 아닌 좀 높은 곳에 살면 걱정 안 할 텐데. 집에 아무도 없어도 걱정된다. 도둑 드는 거 아닐까 하고. 결과 심은 자신이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걸 상대가 생각하고 해서 그걸 좋게 여겼다. 서로의 좋은 점을 찾았구나. 이렇게 두 사람처럼 사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마음이 맞아도 함께 살면 안 맞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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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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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를 봤을 때는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다 읽은 지금은 내가 뭘 읽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추리소설(범죄소설 탐정소설) 작가는 조금 알아도 철학자는 잘 몰라서 말이야.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자 이름은 한번 정도 들어봤지만, 이름만 알고 잘 몰라. 책을 읽다가 예전에 비트겐슈타인이 추리소설 썼다는 말 본 게 생각나기도 했어. 그 말 평전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책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었나 봐. 철학자라고 해서 모두 다른 사람 책을 많이 보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


 내가 추리소설이라는 걸 본 건 2000년이 넘어서야. 정확한 연도는 몰라. 2009년 아니면 2008년이었을지도. 2010년부터 많이 봤군. 그전에는 그런 게 있다는 거 몰랐어. 셜록홈즈 이름 알았던 것 같기도 한데, 난 어릴 때 책을 안 봐서 말이야. 소설에도 추리 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기는 해. 미스터리라고 할까. 어떤 소설은 아내가 남편을 죽인 것 같은 걸 암시하고 끝나기도 했는데. 그 반대였던가. 추리소설을 알기 전에는 이런저런 소설을 조금 힘들게 보기도 했는데. 사람이 죽는 걸 더 힘들게 여겨야 할지도. 조금 보다보니 그렇게 되기는 했어. 지금은 사회파 소설이 낫기는 해. 그런 것만 골라서 보는 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한국 작가도 범죄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사람이 늘었어. 지금은 그런 소설 쓰는 사람 꽤 많아졌어. 내가 이름 아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뿐 아니라 SF 쓰는 작가도 많아졌군.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건 좋은 거지. 사실 난 순문학이라는 말 별로 안 좋아해. 그냥 문학이라 하면 될 걸 앞에 왜 순(純)을 붙이는 건데. 이거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한 것 같기도 한데. 난 소설 좋아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설을 그저 시간 때우려고 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잖아. 소설을 낮잡아 보는 말 같아. 가볍게 볼 이야기도 있기는 해. 그런 소설에서도 배울 건 있을 거야. 내 안 좋은 점은 이걸지도. 어떤 소설(책)이든 배울점을 찾으려 하는 것.


 추리소설도 즐겁게 보고 끝내는 거다 생각하는 사람 많겠지. 그런 소설에서 사람 마음을 알게 되기도 하는데. 난 세상에는 별난 사람이 많구나 하는 걸 느끼는군.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뉴스나 신문에는 그저 누가 어떤 일을 저질렀다고만 나오잖아. 범죄소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해주기도 해. 그런 걸 알게 되는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사람을 죽인, 그런 일이 일어난 뚜렷한 까닭(동기)이 없을 때도 있어. 범죄소설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어떤지 생각하게 해. 가해자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고 조금 동정하기도 해. 소설을 보고 나서는 자신은 그러지 않아야겠다 생각하기도 해. 반대로 그런 소설을 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기는 일도 있겠어. 그런 소설도 본 적 있군.


 난 추리소설 범죄소설 탐정소설을 봐도 철학으로 이야기 못해. 철학을 몰라서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다고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남한테 나쁜 짓하지 않으려고 해. 그것만으로도 다행 아닌가. 그런 소설을 보고 한번쯤 자신도 해 보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런 사람은 많지 않기를 바라. 아주 없다면 더 좋을 텐데. 추리소설을 보고 철학하는 거 멋진 듯해. 이 책을 쓴 백휴는 철학을 공부하고 추리소설을 쓰고 추리소설 평론도 해. 추리소설에는 머리를 써서 추리해야 하는 게임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추리소설이 다 그런 건 아니야. 추리소설 보면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 차리면, 벌써 알다니 하지만. 먼저 범인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있어. 추리, 범죄소설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도 생각하게 해. 이 말 앞에서도 했군.


 지금까지 추리소설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추리소설을 알게 되고 본 지 열네해쯤 됐군. 어릴 때부터 본 사람에 견주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야. 예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일본 추리소설을 알게 된 것과 일본말을 조금 알게 된 게 비슷한 때야. 일본말이 먼저였을지도. 이제는 한국에도 추리소설 범죄소설 탐정소설 쓰는 작가가 많아졌군. 정유정 소설은 좀 봤지만, 서미애 소설은 아직이야. 언젠가 한번 만나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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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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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에 형사사건 증거품과 유류품 수사 서류를 보관하는 부서 이야기가 나오는 이야기를 만났다. 그건 ‘붉은 박물관’이었다. 이번에 만난 《기억 속 유괴》는 붉은 박물관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다. 두번째가 나왔으니 세번째도 나오겠다. 예전에 책을 보기 전에는 붉은 박물관이라고 해서 진짜 박물관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경찰은 사건 서류나 유류품과 증거품을 버리지 않을 거다. 그런 걸 죽 놔두면 자리를 차지하니 공소시효가 지나면 붉은 박물관이라고 하는 곳으로 옮긴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은 관장인 히이로 사에코와 조수 데라다 사토시 두 사람뿐이다. 데라다는 경시청 수사1과였는데 잘못을 하고 이곳으로 좌천됐다. 데라다는 수사1과에 죽 있고 싶었을 테지만, 난 사람 별로 없는 데가 좋을 것 같다. 내가 그런 일 할 리도 없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지난 첫번째에서 히이로 사에코는 오래된 사건을 여러 가지 해결했다. 그때 히이로는 수사 서류와 증거품, 유류품만 보고 그 일을 해결했다. 탐문수사는 데라다가 했다. 이번에는 히이로가 데라다와 함께 사건 관계자를 만나고 알고 싶은 걸 묻기도 한다. 히이로는 언제나 가만히 있을지 알았는데, 사건 수사를 하러 나가다니. 혼자가 아니고 데라다가 함께여서 괜찮았던 거 아닐까. 데라다가 붉은 박물관에 온 건 히이로 사에코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조수는 거의 얼마 지나지 않아 달아났다. 히이로는 어느 정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자기 밑에 오기를 바라고 찾다가, 수사1과에서 실수한 데라다를 알고 자기 밑으로 오게 했다. 데라다는 수사1과보다 한가해서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이야기가 다섯 편 실렸다. <황혼의 옥상에서> <연화(連火)> <죽음을 10으로 나누다> <고독한 용의자> <기억 속의 유괴>다. 이 사건은 거의 1990년대와 1980년대에 일어났다. 살인사건은 2005년에 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나고 2010년에는 시효가 없어졌다. 사람을 죽인 건 시효가 없어져야지. 이번에 책을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황혼의 옥상에서> <연화(連火)> <죽음을 10으로 나누다> 앞부분을 보고 생각한 게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누가 범인인지는 몰랐다. 그저 어떤 일을 짐작했을 뿐이다. 사건이 일어난 옥상에 있었던 사람, 불이 난 집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 세번째에는 나중이 아닌 먼저 만난 사람과 딸을 결혼시키지 하는. 이렇게 말하면 뭔지 모르겠다. 사건도 상상력이 있으면 제대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증거도 찾아야 하지만. 어떤 걸 생각하고 제대로 탐문수사를 했다면 좀 더 일찍 범인을 잡았을 거다.


 다섯편 모두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앞에 세편뿐이다. 좀 아쉽구나. <고독한 용의자>는 뜻밖의 일이 밝혀진다. 이건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쓴 거겠다. <기억 속의 유괴>는 아주 몰랐다. 히이로 사에코는 어떤 말을 듣고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한다. 이 일은 데라다 사토시 친구인 도다 나오토가 여섯살 때 유괴 당한 일로 왜 자신이 유괴 당했는지 데라다한테 밝혀달라고 부탁한 거다. 히이로는 데라다한테 그 사건 서류를 보고 의문점을 찾으면 다시 수사한다고 한다. 히이로는 글을 아주 빨리 읽는가 보다. 그거 조금 부럽구나. 책 빨리 볼 테니. 빨리 보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기억하고 의문점을 찾고 추리도 할지도.


 실제로 히이로 사에코 같은 형사 있을까. 히이로는 소설에 어울리는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지만. 현실에 히이로 사에코 같은 사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세번째에서는 히이로 사에코가 어떻게 달라질지. 이번에는 붉은 박물관에서 나갔는데. 그렇게 한 건 무슨 까닭이었을지.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데라다가 히이로한테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았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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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12-29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추리소설에서 형사법 관련 내용이 나오면 우리 나라와 비슷한 점도 많은데, 다른 점이 있어서 그 부분을 조금씩 확인하면서 읽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사법제도가 비슷해도 각 나라별 다르기 때문에 예상과 조금 다른 것들이 있기도 하고요.
희선님,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2024-12-30 01:51   좋아요 0 | URL
아주 많이 다르지 않겠지요 소년법 같은 것도 비슷한 듯하고... 한국은 이제야 나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는군요 일본은 예전부터 그런 말을 많이 했는데, 그건 소설에서 보기는 했습니다

새로운 주가 시작되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군요 서니데이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해녀리나 : 해녀 할머니의 보물 해녀리나
Nika Tchaikovskaya 지음 / Tchaikovsky Family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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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해녀리나》를 보고는 해녀 이름이 리나인가 했다. 그러면 띄어써야 하던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이고 바람이 불었다. 여기는 제주섬이다. 초가집에는 할머니와 손녀 정옥이 그리고 작은 개가 살았다. 정옥이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일을 가서 집에 없는 건지, 다른 곳에 살고 정옥이를 할머니 집에 맡겨둔 걸지. 그건 알기 어렵겠다. 나오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져서 할머니는 빨래를 걷어 집 안으로 가져가려 했다. 바람에 수건이 날아가서 그걸 정옥이가 주워온다. 정옥이는 바람이 부는 것도 좋은가 보다.


 집 안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듯했다. 밖에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집 안은 아늑하고 따듯하다. 그런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할머니는 해녀로 오늘은 물질하러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옥이는 그게 좋은 것 같았다. 정옥이는 할머니가 물질하러 가면 작은 개하고만 지냈을지도. 혼자인 것보다 개가 있어서 나았겠다. 할머니는 말린 미역을 묶고 소라와 전복을 따로 담고 성게는 천 위에 펼쳐놓았다. 할머니가 일할 때 정옥이는 할머니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혼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정옥이는 착하구나. 정옥이는 이런 말 싫어하려나.


 할머니는 저녁상을 차리고 정옥이와 함께 먹으려 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휙 불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가 보다. 할머니가 문을 다시 잘 닫았다. 정옥이는 애기장에서 떨어진 작은 상자를 보고 할머니한테 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상자를 주워 열고는, 그건 할머니 엄마가 할머니한테 준 음악상자다 했다. 상자 옆 손잡이를 돌리자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위에는 발레리나가 있었다. 발레리나는 뱅글뱅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 음악상자에서 나온 음악은 뭐였을까. <백조의 호수>는 아니었을까.


 한국에 발레가 알려진 건 언제일까. 할머니는 어렸을 때 발레리나가 춤추는 걸 보고 싶었지만 배를 타고 다른 곳에 가는 건 어려웠다. 집이 가난해서 일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를 달래주려 음악상자를 준 거겠다. 그 말을 들은 정옥이는 자신이 발레를 추겠다고 하면서 발레리나처럼 춤을 췄는데, 방 안 물건을 어질러 놓았다. 할머니는 춤을 다 춘 정옥이한테 손뼉을 쳐주고 정옥이가 할머니 발레리나다 했다. 그 말에 정옥이는 해녀리나다 한다. 해녀리나는 발레리나를 나타내는 거였다.


 정옥이는 춤을 춘 게 피곤했는지 잠이 들고 할머니는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 할머니는 음악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듣고 엄마를 떠올렸을지도.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정옥이 엄마는 어디에 있으려나. 정옥이가 앞으로도 할머니와 개와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가끔 정옥이는 해녀리나가 되어 춤을 추고 할머니를 웃게 해도 괜찮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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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경이로운 풍경 - 행성과 위성, 태양계의 가장자리까지 아트사이언스
아이네 베스타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보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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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금지화목토(여기까지만 알았던 것 같기도)를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 과학 시간에 들었겠지. 이건 태양계에 들어가는 행성 차례구나. 지구가 세번째다. 해와 가까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수성이나 금성보다는 멀다. 수성은 해와 가장 가까우니 뜨겁겠지. 수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으로 한해는 88일로 짧고 하루는 59일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은 금성이다. 수성이 더 뜨거울 것 같은데 아니었구나. 금성이 지구와 비슷하다고 들은 듯한데 크기가 비슷하구나. 태양계 세번째 행성은 지구다. 지구 표면 70퍼센트는 물이다. 지구 위성에는 달이 있다.


 지구에는 생명체가 산다. 지구도 처음 생겼을 때는 뜨거웠다. 뜨거웠다 차가웠다를 되풀이하다 물이 많이 생기고 생명체가 나타났겠다. 세균이 처음 나타났던가. 이건 다른 책에서 본 거구나. 그런 건 한번이 아니고 여러 번 봐야 기억하겠다. 태양계도 다르지 않겠다. 《태양계의 경이로운 풍경》에는 태양계 이야기가 담겼다. 그림을 보니 태양계는 우리은하에 들어가는 걸로 아주 작았다. 그럴 수가. 우주에는 은하가 천억개쯤 있다고 한다. 그게 정확한 숫자는 아닐지라도 우주가 아주아주 넓다는 걸 나타내는 거겠지.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지구형 행성으로 암석과 금속으로 되어 있다. 목성형 행성은 기체 행성 거대 행성이라 한다. 목성과 토성은 거대 기체 행성이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커다란 얼음 행성이다. 그저 이런 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우주에는 가지 못해도 위성 망원경이 있어서 알기도 하는구나. 화성 다음에는 소행성대가 있다. 소행성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오는 건가 했는데, 화성 다음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지구로 가까이 오는 것도 있겠다. 혜성도. 태양이 생기고 지구가 생겼을 때는 가까운 곳에 암석이 많아서 부딪쳤다. 지구에 소행성 테이아가 부딪치고 부서진 게 지구 둘레를 돌다가 뭉쳐서 달이 됐다. 달이 소행성을 막아주기도 했겠다. 공룡이 멸망했을 때는 그러지 못했나 보다.


 목성은 가장 큰 행성으로 지름이 지구 11배다. 그렇게 커다랗지만 거의 기체로 이루어졌다. 이런 곳은 생명체가 거의 못 살겠다. 토성도 기체 행성이다. 토성은 망원경으로도 못 보고 사진으로만 봤다. 사진을 보면 토성에는 예쁜 고리가 있다. 고리는 암석과 얼음 조각으로 이루어졌단다. 천왕성과 해왕성은 커다란 얼음 행성이다. 이런 곳도 생명체가 살기 어렵겠다. 명왕성은 예전엔 행성이었는데 지금은 왜소 행성이라 한다. 명왕성은 다른 행성하고 공전궤도가 많이 다르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가. 해왕성 너머에는 카이퍼대가 있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를 감싸고 있다. 이것도 여러 번 보기는 했는데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오르트 구름에서 혜성이 날아온다니, 우주는 참 신비하다.


 이 책에는 사진이 아닌 그림이 담겼다. 그림으로 보는 태양계다. 실제 보지는 못해도 여러 행성이 어떤 모습인지 알기도 하다니 신기하다. 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다른 행성은 자전과 공전이 참 달랐다. 해에서 멀어지면 공전 주기가 길어지기는 하겠지만. 하루가 길거나 한해가 무척 긴 행성, 하루와 한해가 비슷한 행성도 있다. 지구는 어떻게 자전 주기가 23시간 56분이고 공전 주기가 365.2일일까. 이것도 참 신기하다. 우주, 세상은 신비로운 일로 가득하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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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12-27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수 윤하의 노래를 즐겨듣는데, [오르트 구름]이란 노래 덕분에 그게 우리 은하계 경계에 있는 소행성대를 말한다고 알게 되었어요. 참 신기한 가수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이저가 우리 은하 바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저런 노래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엄청난 역주행으로 유명해졌다는 [사건의 지평선]이란 노래도 그렇고.

명왕성이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추락하면서 이를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요런 거 잘 엮으면 청소년 과학 교양책 하나 뚝딱 만들수 있죠.

희선 2024-12-28 03:40   좋아요 0 | URL
그 노래 예전에 올린 적 있군요(그때 감은빛 님이 댓글을 쓰셨습니다 그때보다 지금 일본말을 많이 아시게 됐군요 대단합니다) 우연히 그 노래 알게 됐는데, 여러 번 듣고 지금도 가끔 듣습니다 보이저호가 우리 은하 바깥으로 떠나는 걸 나타내다니... 보이저호는 지금 어디에 있을지, 지금도 신호 보내오기는 하겠지요 연료는 얼마나 있을지, 앞으로도 멀리 갈까요 지금 생각하니 보이저호 쓸쓸하겠습니다 우주를 떠돌 걸 생각하니...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자유롭게 우주를 다니고 사람보다 더 많은 걸 보겠네요

청소년 과학 교양책... 그렇군요 어린이 과학책이라고 읽어볼까 했는데, 별로 못 봤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