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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평점 :
──특수청소란 사는 곳에 배어 있는 한까지 닦아내는 일이야. 스님처럼 성불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집에 서린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절망과 희망>에서, 156쪽)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태어나는 건 차례가 있어도 죽음에는 차례가 없다고 하지 않나. 죽음, 이제 혼자 살다 죽는 게 나이 많은 사람에 한한 일만은 아니다. 한국 자살률이 아주 높다고 들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시간이 많이 지나고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 이야기 다른 책에서 본 적 있구나. 지금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할 것 같다. 혼자 살고 만나는 사람이 없으면 죽고 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나도 걱정이다. 내가 죽고 발견이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 《특수청소부》에는 죽은 사람 흔적을 청소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제는 특수청소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겠다. 사람이 죽고 시간이 흐르면 썩는데, 거기에는 벌레가 생기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저 냄새와 벌레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고 그런 곳에 세균이 많다는 걸 알았다. 사람이 죽고 며칠 지난 곳에는 그냥 들어가면 안 되겠다. 특수청소하는 사람은 병균에 감염되지 않게 무장하고 들어간다. 겨울에는 좀 괜찮아도 여름엔 참 힘들겠다. 오염물질은 지정된 곳에 버리고 태워야 한다는 법도 있다고 알려준다.
여기에는 네 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네 사람이 죽은 곳을 청소하는 거구나. 병으로 자연사 하고, 사고사, 열사병으로 죽고, 지병으로 죽었다. 나이는 삼십대, 사십대, 이십대, 팔십대다. 나이 많은 사람만 죽음을 맞지는 않는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면 죽은 사람을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하겠지만, 모두 혼자 살았다.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 해도 그때는 쉬었다니. 사람이 죽고 하루나 이틀은 좀 나을까. 한주 두주 길면 한두달 뒤에 발견될지도. 앞에서 말했는데 죽은 사람은 썩는다. 자신이 죽었을 때 누군가 뒷정리를 해줘야 하다니. 그런 건 별로지만 어쩔 수 없는 거기는 하겠다. 죽을 때가 되면 그런 거 생각해야겠구나. 지금부터라도 정리를 잘 해야 할 텐데. 이런 책 보면 생각하는 거 이번에도 했다.
혼자 살다 죽는 거 하면 가난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사람만 혼자 살지 않는다. 네 번째 이야기 <엇갈린 유산>에서 그랬구나. 돈을 많이 벌어도 식구와 잘 지내지 못하면 쓸쓸할 것 같은데. 세 딸에서 두 딸이 신흥종교에 빠지고 재산을 거기에 갖다 바치다니. 그런 사람은 옆에서 누가 말해도 그 말 듣지 않겠지. 어떻게 하면 괜찮아지려나. 재산을 노리고 다가오는 신흥종교 사람이 더 나쁘지만. 두 딸이 어쩌다 거기에 빠졌는지, 그런 이야기는 없구나. 그런 게 있다고 해서 이해할지 어떨지.
부모도 그렇고 자식도 부모한테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그래도 부모가 자식한테 어느 정도는 해주면 좋겠지만. 사십대 벤처기업 사장이었던 사람은 안 좋은 어린시절 때문에 가정이라는 걸 갖지 않고 쾌락만 생각하고 산 듯하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기도와 저주>에서 죽은 사람은 부모한테라도 인정 받았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아니 부모가 아니어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절망에 빠져 집안에만 있지 않았을 것 같다. <절망과 희망>에서는 특수청소를 하는 시라이가 대학 친구가 죽은 걸 청소했다. 그런 일도 있다니. 시라이는 죽은 친구 마음을 알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소설에 담긴 것처럼 특수청소를 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이 어땠는지 알아보기도 할까. 여기에서는 유품정리도 해서 그랬던 걸지도. ‘엔드 클리너’ 대표인 이오키베는 예전에 경찰이었다. 그래선지 경찰한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오키베뿐 아니라 시라이와 가스미도 죽은 사람을 생각했다. 이오키베는 특수청소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 집에 서린 그 사람 넋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말은 시라이뿐 아니라 가스미도 들었겠다. 이 이야기 한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다음 편 나와도 괜찮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