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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2월
평점 :

이 소설 《거울 나라》 속에서 지금은 2063년이다. 소설 제목과 같은 소설 《거울 나라》는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라고 하는 무로미 교코가 쓴 소설로 거기 담긴 시대는 지금과 비슷하다. 지금 이야기보다 소설 속 소설이 더 중요하게 보이기도 한다. 책을 보면서 그저 그것만 써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 해야 했던 까닭이 있었겠다. 이모 무로미 교코의 상속인인 조카 사쿠라바 레이가 이모를 알기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사람을 다 알기는 어렵고 누군가한테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정말 그럴까 하지 않나.
소설 속 소설 《거울 나라》는 무로미 교코가 소설가가 되기 전에 쓴 습작소설로 자신이 겪은 일을 썼다고 한다. 무로미 교코 소설 편집자인 데시가와라는 조카인 사쿠라바 레이한테 이 소설에는 지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3교 교정지를 다시 읽어봐달라고 한다. 그런 거 이 소설을 보는 사람도 알아채야 하는 걸까. 알아챌 수 있게 쓴 것 같지는 않다. 무로미 교코가 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소설 속 사람은 무로미 교코 소설을 읽어봤을 테니 뭔가 이상한 걸 알아챌지도 모르겠다. 실제 편집자 데시가와라는 알아챘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을 찾아보기도 했다. 데시가와라는 사쿠라바 레이한테 한사람은 실제로는 없는 사람이다 말한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사쿠라바 레이처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건 작가가 그렇게 이끌었구나.
예전에는 우울증 같은 걸 병으로 여기지 않기도 했다. 마음에 나타나는 병은 거의 다. 여기에는 신체이형장애와 안면인식장애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안면인식장애도 잘 몰랐던 건가. 오래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저 다른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여겼을까. 잘 아는 사람은 뒷모습만 봐도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지 않나.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는 사람 알아보기 힘들겠다. 목소리로 알아보는 건 안 될까. 그것도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소리나 냄새로 사람을 알 것 같다. 어떤 만화에 나온 사람도 안면인식장애인가 보다. 사람 얼굴을 구별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 사람은 장기말로 사람을 구분했다. 사람 얼굴이 있어야 하는 곳이 장기말로 보였다. 안면인식장애는 남의 얼굴만 모를까. 자기 얼굴은 어떨지. 갑자기 이희영 소설 《페이스》가 생각났다. 거기에서는 자기 얼굴만 안 보였구나.
여기에서 알았는데, 루이스 캐럴도 안면인식장애가 있었나 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지운 부분이 있단다. 이건 소설 속 소설 ‘거울 나라’에 나온 거기는 하다. ‘거울 나라’에서 가스미 히비키는 예쁜 얼굴인데도 자신이 못생겼다 여기기도 했다. 그건 어렸을 때 잠시 아이돌 생활을 했을 때 누군가 히비키한테 앞머리가 이상하다는 말을 해서였다. 그냥 넘겨도 될 말인데. 아이돌을 그만두고도 히비키는 늘 앞머리를 마음 쓰다가 약속에 늦기도 했다. 병원에 가 보라는 말을 듣고 히비키는 용기를 내서 병원에 갔다. 히비키는 신체이형장애를 진단받는다. 이런 병은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잘 걸리는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살을 빼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걸까. 지금 세상은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소설이나 다른 매체도 다르지 않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은 거의 예쁘다. 그런 말이 있다고 해서 정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다 나름대로 생기기는 했는데. 잘생기고 못생긴 기준은 뭘지. 비율이 좋아야 하는구나. 잘생기고 못생긴 건 비율 탓이다 생각해야겠다.
신체이형장애를 알고 치료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고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걸 해도 잠시만 괜찮은 듯한데. 겉모습을 보고 놀리는 건 안 하면 좋을 텐데. 사람 마음이 단단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얼굴만 가지고 놀리는 건 아니구나. 몸매로도 놀린다. 있는 그대로 보면 좋을 텐데. 잘생기지 않았다 해도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지 않을까. 인품이 중요하지. 이런 건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어릴 때 그걸 알면 몸이나 얼굴을 보고 놀리지 않을 거 아닌가.
누군가와 마음이 맞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안 좋은 말만 해도 괜찮을까. 실제 괜찮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한쪽이 한쪽을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할 때가 더 많다. 세상에는 그런 일도 있겠지 뭐.
희선
☆―
“사람의 아름다움이란 언젠가 사라지는 법입니다.” (327쪽)
“가스미 씨, 저는 말이죠. 사람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진심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뭔가 모자라다는 까닭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심지어 목숨 마저도 끊는 사람을 수없이 봐왔으니까요.”
답할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큼 의사의 말에는 무게감이 있었다.
“뭔가를 가지고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당신이 당신이라는 점에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저는 지금까지 환자분들한테 되풀이해서 진지하게 설명했어요. 물론 때로는 자신이 손에 넣은 것, 쌓아온 것에 자부심을 품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오다는 등받이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언젠가는 잃게 되는 것, 언젠가는 잃게 되리라는 사실을 아는 것에 결코 자신의 가장 큰 가치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3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