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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성탄절은 십이월이지만, 십일월부터 성탄절을 생각한다. 어릴 때는 산타가 무슨 선물을 주려나 했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성탄절에 좋은 일은 거의 없었다. 별로 없어도 성탄절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건 참 이상한 일이구나. 별일 없는데 성탄절을 기다리고 눈이 오길 바라다니. 그날 텔레비전 방송에 재미있는 게 있어서였을지도. 이젠 텔레비전을 안 봐서 어떤 방송이 하는지 관심 없구나. 여전히 성탄절이 오면 따듯한 영화 해줄지도 모르겠다. 성탄절이니까.
이 책 《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에는 일곱 가지 이야기가 실리고 세 가지로 나뉘었다. 밤, 눈 파티, 하늘 높은 데서는으로. 시간으로 보면 마지막에 실린 <크리스마스에는>이 첫번째일 듯하다. 아니 꼭 그렇지 않으려나. <하바나 눈사람 클럽>일 수도 있겠다. 시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 <은하의 밤>을 읽고 두번째 <데이, 이브닝, 나이트>로 가야 왜 연작소설인지 알게 된다. 여기 실린 소설 중심인물은 저마다 달라도 이어져 있다. 소설을 쓰다 보면 거기에 쓴 사람에서 이야기를 더 쓰고 싶은 사람이 있기도 하겠지. 아직 다 쓰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바나 눈사람 클럽>에 나온 현지. 거기에서 말한 것만으로도 괜찮을까.
일을 하다가 아프거나 집안 사정으로 쉬었다 돌아가는 거 잘 될까. 쉴 때는 그 자리를 그대로 두겠다 말한다 해도. 여성이나 프리랜서는 쉬었다 돌아오기 힘들지도. <은하의 밤>에서 은하는 암 치료를 하고 쉬었다 돌아왔을 때 자기 자리가 있었다. 아프고 나서 은하는 사람 관계를 많이 정리했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에서 안미진이 신한가을한테 화가 난 건 왜였을까. 화가 났다고 해야 할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사이가 전과 같지 않게 됐다. 왜 난 그런 거 잘 모를까. 정신의학과에서 안미진은 간호사로 일하고 신한가을은 보호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할 때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친했는데, 한가을이 좋아하는 선배인 경은이 하는 일을 돕고 미진은 멀어졌다. 이렇게만 말하면 모르겠다. 경은이 한가을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서였을지, 가망 없는 사람을 한가을이 좋아해서였을지.
세번째 <월계동 옥주>에 나오는 옥주와 <크리스마스에는>에 나오는 옥주는 달라 보인다. ‘크리스마스에는’에서는 지민과 현우 선배고 ‘월계동 옥주’에서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서였을지도. 제목에 들어간 월계동보다 중국에서 지내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다른 사람도 중심인물일 때와 둘레 인물일 때 다르게 보인다. 사람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다. <하바나 눈사람 클럽>에서 양진희와 주찬성은 아홉살에 만났다. 초등학생 때는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가 중학생 때는 사귀다 헤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진희는 미용사가 되고 어릴 때 살았던 곳과 가까운 곳에서 미용실을 한다. 거기에 손님으로 오는 현지가 진희한테 현우 친구와 만나 보라고 한다. 그 사람 이름은 주찬성이었다. 주찬성은 진희가 어릴 때 만난 사람이었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다니.
여섯번째에 실린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슬프면서 따듯한 이야기다. 오래 함께 살던 개 설기가 죽고 세미는 아는 사람 개를 만난다. 개를 만나고 슬픔을 덜어 보려고 했다. 세미는 개만 만나지 않고 사람도 만난다. 사람과 함께 그 사람이 같이 사는 개를 만난다. 그런 게 한번뿐일지라도 만나는 건 괜찮은 일인 듯했다. 세미는 앞으로도 사람과 개를 만날지, 다른 개를 만나고 함께 살지. 그것도 괜찮을 것 같지만, 또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다른 개와 함께 살지 않을지도. 개와 사람이 헤어지고, 사람과 사람도 헤어진다. 사람은 헤어지고 만나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되풀이하고 살아가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