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밀 시오랑이라는 이름을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우연히 알았겠지. 에밀 시오랑이라는 이름을 알았을 때 바로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지금도 잘 모른다. 앞으로는 알지. 조금 관심이 생기기는 했다. 태어난 걸 안 좋게 여겼다는 말이 있어서 말이다. 에밀 시오랑은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이 태어나서 다행이다 여기기도 하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난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다. 난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괴롭게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이걸 어릴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도 나름대로 안 좋았는데. 그때 이런저런 책을 봤다면, 지금 내가 좀 나을까. 모르겠다. 지금도 그렇게 괜찮아지지 않는데, 어릴 때 책을 봤다고 지금과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더 안 좋게 여길지도.


 사람이 태어나고 사는 게 쉬운 사람은 없겠지. 뭐든 괴로운 일이다. 사는 것도 괴롭고 이런 저런 걸 해야 한다는 것도 괴롭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주 안 좋아지겠지. 아주 조금만 내가 살 만큼만 하고 살려고 하는데, 그래선지 엉망이다. 둘레가. 에밀 시오랑 이야기하다 이쪽으로 흐르다니. 에밀 시오랑은 태어난 걸 안 좋게 여겼다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오래 살았단다. 아주 오래는 아닐지 몰라도 평균 수명 정도 살지 않았을까 싶다. 힘들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난 왜 아직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 안 좋을지 모르겠지만. 생각하고 마는 걸 어떡하나.


 이 책 제목이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지만, 이 책만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쓴 글은 아니고 글에 인용한 책 제목이 나온다. 그것도 글 하나에 한권이나 두권 정도. 그런 거 기억한 걸지, 어딘가에 정리해두고 글을 쓰다 적절한 때 인용한 걸지. 기억하는 것도 있고 정리해둔 것도 있겠지. 장석주는 시인이면서 다른 글도 많이 쓴다. 시집 안 나오나 했는데, 2024년에 새로운 시집이 나왔다. 장석주 시인 시집 한권인가 두권인가 봤던가. 난 장석주를 시인으로 만났구나. 시를 먼저 봤으니. 시간이 흐르고 다른 글도 쓴다는 걸 알았다. 책을 아주 많이 보고, 글을 쓴다고 한다. 소설 작법 같은 것도 쓰지 않았던가. 그걸 쓴 건 맞는데 난 읽어보지 않은 듯하다. 내가 본 건 다른 작가가 쓴 거다. 몇 해 전에는 글쓰기를 말하는 책을 봤다. 어쨌든 장석주는 책을 많이 본다. 가진 책도 많다고 들은 듯하다.


 시간이 흐르고 시인 박연준과 부부라는 것도 알았다. 난 처음 결혼한 건가 했는데, 장석주는 두번째였다. 이런 걸 쓰다니. 예전에 그거 알고 신기하다고 느껴서.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박연준 시인이 나온 걸 듣기도 해서. 이 책에서 ‘아내’라 하는 사람도 박연준이겠지. 책을 보면서 그런 걸 생각하다니. 어쩔 수 없나. 그런 것뿐 아니라 나와는 참 다르구나 했다. 사람이 다르니 다른 건 당연한데, 그런 걸 새삼 느끼다니. 난 여자 남자 그렇게 마음 쓰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보면 여자와 남자는 조금 다르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늘 그런 건 아니다. 남성은 그렇게 무서워하는 게 없다는 느낌 같은 걸 느낀다. 실제 남성은 밤길 무서워하지 않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난 아니구나. 그게 좀 슬프기도 했다. 남자 여자 성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소설은 그런 게 덜할지도. 이거 조금 쓸데없는 생각인 것 같다.


 책을 좀 깊이 잘 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가 담기기는 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고양이 이야기다. 장석주도 고양이를 좋아하는구나. 박연준도 고양이 이야기하는 거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를 죽이고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 이야기도 썼다. 귀여운 고양이를 죽이려 하는 사람도 있다니. 그런 사람은 고양이뿐 아니라 자신보다 힘 없는 사람한테 세게 보이려 할 거다. 왜 세상에 그런 사람이 늘어나는지. 지금 한국은 경쟁이 아주 심한 사회다. 경쟁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려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경쟁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서로가 좋을 거 아닌가. 난 뭐든 잘 못해서 경쟁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경쟁 안 할까. 나도 모르게 조금 할지도 모르지.


 지구를 망치는 사람. 코로나 펜데믹. 몇 해 동안 일어난 일과 장석주가 젊었을 때 일어난 일도 조금 말한다. 책읽기도. 지금은 책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더 많겠지.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했다. 나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하지만 그렇게 괜찮아지지는 않았다. 남한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좀 낫겠지. 그런 생각으로 살아야겠다. 남뿐 아니라 이 세상에. 아니 사람은 살아가는 것만으로 지구에 해를 끼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덜 해를 끼치려고 애쓰면 좀 낫겠다.




희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3-09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5-03-0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석주 작가가 이런 책도 냈군요. 믿고 보는 작간데 근래에 잊고 있었네요. 참 부지런한 작가입니다. 함 봐야겠습니다. 잘 지내죠?^^

2025-03-10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죄인들의 숙제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2023년부터 다산책방에서 박경리 작가 소설을 다시 냈던가. 박경리 하면 《토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예전에는 읽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이젠 그것만 읽었다고 말해야 하려나. 아니 박경리가 쓴 동화 하나 봤다. 그 책도 다산책방에서 다시 나오려나 보다.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도 잘 알려졌구나. 그 책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작가한테 대하소설을 쓰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짧은 시간도 아니고 스물여섯해쯤 썼던가. 그 소설을 다 쓴 건 자랑스러워도 사람들이 그 소설만 알면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박경리는 ‘토지’뿐 아니라 여러 소설을 썼다. 《죄인들의 숙제》는 처음 들어 본 제목이다. 이 소설 제목만 그런 건 아니구나. 박경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토지’뿐 아니라 다른 소설도 만났겠다. 난 그러지 못했구나. ‘토지’는 알아도 다른 소설은 잘 몰라서 그랬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한국 소설 많이 봤는데. 그때 소설 다 알고 본 건 아니고 그냥 봤다. 지금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이 소설 《죄인들의 숙제》를 3분의 1 정도 연재했을 때 《토지》 연재를 시작했던가 보다. 소설을 하나가 아니고 두 가지나 썼구나. 하나도 쓰기 쉽지 않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박경리 대단하다. 먹고 살려고 ‘토지’ 썼다는 말도 했지만, 꼭 그것만 있었던 건 아니겠다. 아직도 ‘토지’ 이야기를. 내가 그 소설을 봐서 그런지 이 책 ‘죄인들의 숙제’를 보다보니 ‘토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시대는 다른데. 여기 나오는 사람이 토지에 나온 누군가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누군지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다. 이복자매 이야기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부분은 연애소설 같은 느낌도 조금 들었다. 희정과 희련은 엄마가 다른 자매로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희정은 팔을 잃고 희련은 혼자가 되었다. 희정이 희련을 돌보기는 했지만, 그걸로 희련을 얽매는 것 같아 보인다. 희련은 희정한테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면서 벗어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희련이 희정을 벗어나려고 한 게 결혼인데, 그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식구, 부모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하는 사람 말이다. 희련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화가였다. 장기수는 자신이 희련한테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희련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도 희련 둘레를 맴돈다. 지금으로 보면 스토커에 가깝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대는 60년대에서 70년대 초쯤 되겠다. 소설인데 옛날 흑백영화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방, 레지 이런 말도 나오고. 아주 가난한 사람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어쩐지 다들 큰집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일하는 식모도 있으니. 옛날엔 어린 여자아이가 식모살이를 했구나. 식모를 두는 건 어느 정도 산다는 거겠지.


 소설 제목에 쓰인 죄인은 누굴까. 사람은 다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갖고 있다고 하던가. 기독교에서는 원죄라고 하는구나. 여기 나온 사람 모두 좀 그랬다. 그랬다는 게 뭔지. 희련과 희정. 예전에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도 했구나. 희련이 결혼했다 이혼하니 친구는 다시 결혼하라 하고, 다른 사람도 희련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희정은 팔 하나가 없어서 자격지심을 갖고 희련을 괴롭히는 것 같았다. 비뚤어진 사람일까. 희정은 어릴 때 외할머니와 살면서 제멋대로 했다. ‘토지’에도 그런 사람 있었는데. 희련 친구 은애는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내가 있는 사람이었다. 은애는 그 사람과 헤어지고 그 사람 친구와 결혼하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모르는 척했다. 어느 날 은애는 백화점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걸 보고는 좀 이상해진다. 은애가 이상해진 건 엄마한테 물려받은 정신병 때문이었을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바람 피워도 모르는 척하다가 상대를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진 거 아닐까.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게 한꺼번에 몰려온 거지. 희련은 은애 오빠 강은식을 만나고 잠시 좋아하기도 했는데, 서로 오해하고 헤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도 거기에 푹 빠지지 못한 건가. 시대 때문이었을지도. 희련이 전남편 장기수나 송인숙은 여기에서 안 좋게 보인다. 좀 웃겼던 건 그런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한 거다. 정말 했을까.


 여기에 나온 사람은 크든 작든 죄가 있어 보인다. 나도 그렇겠지. 사람은 살아가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죄인들의 숙제는 뭘까. 잘 모르겠다. 죄를 모르는 척할지 똑바로 바라볼지일지도.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25-03-04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꼭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는 읽겠죠? 희선 님 읽으실 때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는데 충격 받았어요. 이 책도 읽고 싶습니다. 전쟁은 참혹하군요ㅠㅠ

희선 2025-03-05 00:09   좋아요 1 | URL
책이 많아서 읽기 힘들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토지》 읽다 보면 한권 한권 죽 나갈 거예요 꼬마요정 님은 읽기 시작하면 금방 다 보실 듯합니다 언젠가 볼까 하고 보시면 괜찮을 듯합니다 박경리 작가 다른 소설도 보면 좋을 텐데...


희선

서니데이 2025-03-05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선생님의 책은 토지가 너무 유명해서 토지나 김약국의 딸들이나 또는 에세이 정도는 들어본 것 같은데, 이 책은 잘 모르는 책이예요. 토지 연재 전에 시작한 책이라고 하니, 책속 배경이 되는 시대가 한참 전이겠지요. 소설 속의 시대상 같은 것들도 지금과 다를테니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님, 오늘 경칩이라고 해요. 어제보다 덜 춥다고 하고요.
그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5-03-05 00:35   좋아요 1 | URL
토지가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이기는 하죠 박경리 작가는 그밖에 다른 소설도 많이 쓴 듯합니다 《김약국의 딸들》도 잘 알려졌군요 아직 못 봤네요 이 책은 한번 보고 싶기도 합니다

어제도 비가 오고 흐린 날이었는데, 낮 세시쯤에는 해가 나왔어요 하루 내내 비가 왔다면 기분이 가라앉았을 것 같은데 해가 나와서 좀 나았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5-03-08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0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1
추공 지음, 이백 그림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영화를 봐도 원작을 찾아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만화영화만 봐도 괜찮으니 말이다. 가끔 원작 만화나 소설 보고 싶기도 하다. 그것도 보고 싶다로 끝날 때가 많다. 실제 보게 되는 건 얼마 안 된다. 만화는 길게 나오지 않나. 원작이 끝난 경우가 아주 없지 않지만. 이번에 본 《나 혼자만 레벨업 Ⅰ》은 원작소설과 웹툰은 끝났다. 1기 만화영화는 못 봤지만, 2기를 보고 이렇게 책을 보게 됐다. 소설은 여덟 권이다. 그게 긴 건지, 짧은 건지. (끝나기는 했는데, 다음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다음 세대라고 해야겠다.)


 컴퓨터 게임은 해 본 적 없어서 잘 모른다. 앞으로도 할 일 없을 것 같다. 컴퓨터 게임에도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본래 있던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기도 하고 게임 시나리오 쓰는 사람도 있겠지. 소설에 게임 형식을 쓴 건 누가 시작했을까. 이런 말을 한 건 여기에도 그런 게 있어서다. 게임 용어 잘 모른다. 던전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말은 괴물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레이드라는 말도 나온다. 게이트가 나타나면 여러 사람, 그러니까 헌터가 레이드를 한다. 이건 여러 파티가 보스를 공략하는 건가 보다. 내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게임 용어는 전쟁 군대 용어가 많이 쓰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임에 싸우는 게 많기는 하겠다. 그런 게 아닌 것도 있겠지만. 전쟁이나 군대 용어는 현실에서도 자주 쓰이는 듯하다.


 이 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에 나오는 곳은 한국이고 사람도 한국 사람이다. 이런 건 괜찮은 듯하다. 이 세계에는 게이트라는 게 나타나게 됐다. 그게 나타나게 되고 시간이 많이 흘렀나 보다. 거의 열해쯤. 게이트로 들어간 곳은 던전으로 그 안에는 괴물이 있다. 헌터는 괴물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한다. 괴물을 쓰러뜨리면 마장석을 얻고 팔면 비싸단다. 던전에는 보물도 있단다. 헌터는 누구나 되는 건 아니고 헌터로 각성해야 한다. 등급이 있다. E 등급이 가장 낮은가 보다. F나 G는 없을지. 별생각을 다했다. 성진우는 가장 낮은 E급 헌터다. 어머니가 병원에 있는데 병원비가 한달에 몇 백씩이나 들었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됐는지도 나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나올지. 게이트와 상관있을지도. 아버지는 어디에. 아버지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Arise from the Shadow->를 보니 아버지는 살아 있고 S급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에도 그 부분 나오겠지. 성진우한테는 고등학생 동생도 있다. 이런 이야기 속에 나오는 건 왜 늘 여동생일까. 남동생일 수도 있을 텐데. 남동생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 여동생이어야 성진우가 가장 노릇을 할지도. 아픈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생각하고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쓸데없는 말을.


 앞에서 말했듯 성진우는 E급 헌터고, E급에서도 마력이 낮아서 거의 일반 사람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성진우를 ‘인류 최약 병기’다 했다. 성진우가 오는 게이트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성진우는 이 이야기 주인이다. 헌터협회가 주최하는 레이드에 여러 사람이 참여한다. 그곳은 이중 던전이었다. 보스가 있을 것 같은 곳이 나와서 사람들은 거기에 들어갈지 말지 다수결로 정한다. 다수결이 공평한 건 아니구나. 그곳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좀 걷자 문이 나타난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닫힌다. 그곳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이 죽기도 하고 거기에서 지켜야 하는 걸 어긴 사람은 죽었다. 성진우는 거기에서 규칙을 지켜야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걸 가장 먼저 깨달았다. 힘은 약해도 감은 좋았다. 몇 사람이 거기 남았지만 마지막엔 성진우 혼자만 남게 된다. 남은 사람이 힘을 합쳤다면 모두 살아서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그걸 믿지 못하고 달아났다. 세 사람이 남았을 때 진우는 자기 혼자 남을 테니 다른 두 사람한테 달아나라고 한다.


 이 방에는 커다란 석상과 여러 석상이 있었다. 남았던 사람이 달아났을 때 석상은 성진우 가까이로 다가왔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번 싸워보려 했는데, 뒤에 있는 석상이 성진우 등을 창으로 찔렀다. 성진우 앞에 있는 석상은 검을 들어올리고 내려치려고 했다. 그러다 석상이 멈추고, 성진우 머릿속에 [‘시크릿 퀘스트 : 무력한 자의 용기’ 완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는 소리가 나고 창이 나타났다. 다음에는 [플레이어가 되실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했다. 진우가 망설였더니,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성진우는 죽는 것보다 뭔지 몰라도 수락하는 게 낫겠지 했다. 그 뒤 성진우는 정신을 잃고, 성진우가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다. 그 석상이 있던 곳에서 성진우는 다리가 잘렸는데 다리가 그대로 있었다.


 여기 나오는 시스템은 뭘까. 그건 누가 만든 건지. 성진우는 플레이어가 됐다. 게임 플레이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성진우가 힘을 가지려면 ‘일일 퀘스트’를 해야 했다. 처음엔 뭐야 하고 안 해서 그 날이 지나고 0시에 패널티존으로 가게 되고 커다란 지네를 피해 다녀야 했다. 다음 날부터 성진우는 일일 퀘스트를 해냈다. 그걸 다 하면 보상을 받았다. 여러 가지가 수치로 나타난다. 그건 성진우한테만 보이는 화면이겠지. 소리도 나온다니(만화영화에서는 화면만 나온다). 스탯(능력치, 통계 수치)에는 근력 체력 민첩 지능 감각이 있고 스킬(기술)도 있었다. 게임 잘 모르지만, 게임에서 캐릭터가 뭔가 해낼 때마다 여러 가지 수치가 올라가지 않나. 성진우도 그랬다. 보상에는 인스턴트 던전 열쇠도 있었다. 그걸 써서 성진우는 자기 레벨을 많이 올렸다.


 헌터 등급은 처음 정해지면 거의 바뀌지 않는다. 드물게 재각성을 하고 등급이 올라가기도 한다. 성진우 경우는 조금 다르구나. 근력 체력은 많이 올리는데 지능은 별로 올리지 않는 걸 보고 지능을 올려야 할 거 아니야 했다. 현실에서는 소설처럼 짧은 시간 안에 힘이 늘지는 않는다. 그런 건 다 알겠구나. 성진우도 나름대로 애쓴다. 다른 사람을 죽이게 만든 건 좀. 그 사람들이 먼저 성진우와 다른 사람을 죽이려 했지만. 괴물이라고 죽이는 게 마음 편할까. 난 그런 거 못하겠다. 성진우는 여러 사고에서 살아 남았다. 그런 걸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나오기도 하겠지.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성진우 혼자만 헌터 레벨이 올라가는 건 어디에 쓰일까.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반대가 될 수도 있겠다. 감시과 헌터한테 자기 딸을 성폭행한 범인을 죽여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범죄자가 게이트에 들어가는 일도 했다. 그걸 하면 형량이 줄어든단다. 그 사람은 범죄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죽이려고 했다. 어쩐지 좀 무섭구나. 게이트 안 던전에서 일어난 일을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 힘을 가지면 그 힘을 잘 써야 하는데. 성진우가 나쁜 쪽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번째 책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 모토로이 하야타는 전쟁에 진 일본을 밑바닥에서 다시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탄광에 가서 일을 했다. 그때도 하야타가 군인이었다는 말이 있었던가. 그때 난 만주 건국대학에서 공부했다는 말만 본 것 같기도 한데. 전쟁이 끝났을 때도 하야타는 대학에서 잠시 공부를 하고 광부가 되기로 했던가 보다. 하야타가 공부한 건 민속학이었다. 이것도 전에 나왔을지도 모를 텐데 봤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여기저기 다니려나 보다. 두번째 이야기 《하얀 마물의 탑》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을 겪었다.


 이번 책 《붉은 옷의 어둠》이 세번째로 나왔지만, 시간은 첫번째 책 다음에 일어난 거다. 일본은 전쟁에 지고 경제가 그리 좋지는 않았을 거다. 빠르게 나타난 게 암시장이란다. 전쟁에 진 일본이 두해쯤 지낼 물자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70% 정도가 사라졌단다. 그건 위에 있는 사람이 빼돌렸겠지. 사람들은 먹을 게 아주 없었다. 암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었지만 무척 비쌌다. 한국에도 그런 시장 있었을 것 같구나.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미군이 버린 걸로 음식을 만들었다는 걸 보니 한국에서 만든 부대찌개가 생각났다. 부대찌개는 한국 전쟁 뒤에 나온 거 아니던가. 미군이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말이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만주 건국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구마가이 신이치한테서 편지를 받는다. 붉은 미로라는 암시장에 붉은 옷 괴인이 나타나고 젊은 여자를 쫓는다고 했다. 신이치는 하야타가 탄광에서 일어난 일을 푼 걸 알고 이번 일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싹하구나. 붉은 미로는 길을 잃기 쉬운 곳이었다. 거기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은 거의 집에서 가게만 다녔다. 그 길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왜 붉은 옷 소문이 퍼진 걸까. 누군가는 붉은 옷이 자신을 따라왔다고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붉은 옷을 따라갔다고 했다. 하야타는 붉은 옷 괴인 수수께끼를 풀까. 누군가 사람이 일으키는 일일까 했는데,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붉은 미로에서 조합장을 하는 기사이치 기치노스케는 파친코 가게를 했다. 붉은 옷이 나타나는 걸 풀어달라고 한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그 집에는 임신한 딸 쇼코가 있었다. 붉은 옷이 젊은 여자를 쫓으니 걱정되겠다. 그랬는데 그 쇼코가 끔찍하게 죽임 당한다. 그때 파친코 가게는 밀실이었다. 쇼코 남편 신지, 일하는 사람 양쭤민과 아이 세이이치는 저마다 누군가를 만났다. 모두 가게 가까이에 있고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죽은 쇼코 옆에는 쇼코 배에서 꺼낸 태아를 든 기사이치 기치노스케가 있었다. 누군가 쇼코를 죽이고 배 속에서 아이를 꺼낸 건지, 쇼코가 죽은 걸 보고 아이를 살리려고 기치노스케가 쇼코 배 속에서 아이를 꺼낸 건지. 뭐든 좀 끔찍하구나. 신이치는 하야타가 밀실을 풀고 진짜 범인을 알아내기를 바랐다. 경찰은 기치노스케를 용의자로 봤다.


 일본이 전쟁에 지고 난 뒤 거기에는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있었다. 자기 나라로 떠난 사람도 있었지만, 돈이 없거나 갈 곳 없는 사람은 일본에 남았겠다. 전쟁이 끝난 뒤 잠시 동안 재삼국인은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됐던가 보다. 그런 건 일본 사람이 안 좋아했겠다. 그게 오래 가지는 않을 텐데. 일본에는 미군이 있었다. 정부에서 ‘특수위안시설협회’ 라는 걸 만들고 몸을 팔 여성을 모았다. 이런 말은 빼고 했다. 돈이 없고 먹을 게 없으니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겠지. 몸을 파는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나라에서 그런 일을 하게 하다니. 일본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았구나. 그것 때문에 성병이 문제가 되어 미군 병사를 위안소에 가지 못하게 했다. 한번 잘못된 길로 가면 돌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한 건 아니지만, 하야타가 나중에 신이치한테 한 말 맞을 것 같다. 난 쇼코 남편을 조금 의심하기도 했는데 하야타도 그랬구나. 쇼코 남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닐지.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다. 붉은 미로에 나타난다는 붉은 옷 수수께끼는 풀지 못했다. 붉은 미로에는 고스트타운이 있다. 붉은 미로를 걷다 보면 사람이 하나도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정신을 차리면 거기는 고스트타운이란다. 사람이 많이 죽은 곳에서는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그런 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다음에 모토로이 하야타는 무슨 일을 할까.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은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지난날로 돌아가 지금을 바꾸는 이야기가 많은 듯하다. 그런 것뿐 아니라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에 태어나는 이야기도 있구나. 삶은 한번뿐이다. 한번뿐이기에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바꾸고 싶다 생각하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걸지도. 이 책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을 보다보니, 만화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가 생각났다. 이건 예전에 드라마 먼저 보고, 몇 달 전에 만화영화를 봤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후지누마 사토루가 초등학생 때 엄마한테 학대 당하고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반 친구 하나즈키 카요를 지난날로 돌아가 구하는 이야기다. 카요를 구하는 건 사토루 엄마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구하는 거였다.


 여기에는 부모한테 학대 당하는 아이 우영과 은재가 나온다. 우영은 엄마한테 말로 상처받고 은재는 아빠한테 맞았다.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마음을. 말뿐 아니라 몸을 때리는 것도 안 될 일이지. 자기보다 힘 없는 아이를 때리다니. 은재 아빠는 왜 그렇게 아이를 때리고 은재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우영이 엄마는 자신이 잘못된 걸 남편 탓을 했다. 뭐가 잘못됐다고 여긴 건지. 우영이 엄마는 우영이가 잘되어야 자신도 잘된다 여겼다. 실제로 이런 부모 있겠지.


 우영과 친하게 지내는 형수는 집안에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엄마나 아빠나 형수를 생각했다. 여덟살 어린 동생이 있어서 그런 건지. 사춘기여서 그런가. 형수와 우영은 우연히 은재가 자기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아빠한테 맞으면서 집을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모습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학생 아이는 그럴 때 친구한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는구나. 형수는 은재를 걱정한다는 말을 한다. 그런 말이 은재 마음을 조금 따듯하게 해줬다.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도 사토루는 처음에는 카요가 늦은 밤에 혼자 놀이터에 있는 걸 보고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그날 카요는 살인범한테 죽임 당했다. 사토루가 다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갔을 때는 달랐다. 한번 살아봐서 그렇다고 해도. 여기에서 형수와 우영이는 은재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해도 관심을 가졌다. 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힘을 내는 거 실제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다른 아이를 심하게 괴롭히는 아이도 있겠지만, 그런 아이만 있지는 않을 거다. 힘든 친구가 있으면 도우려 할 거다. 학교 폭력도 문제고 가정 폭력도 문제구나. 은재는 아빠한테 맞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 여기고 거기에서 벗어나기보다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형수와 우영과 반장 그리고 축구하는 친구를 만나고 조금 달라진다. 아이들이 은재한테 손을 내밀고 은재는 그 손을 잡았구나. 은재는 이제 자기 삶을 살려고 한다. 그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은재는 괜찮겠지. 좋아하는 축구도 만나고 친구도 만났으니 말이다.


 소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건 행운이다. 처음에 난 형수와 우영 둘이 아닌 다른 친구가 하나 더 있나 했다. 행운은 아이들 둘레에서 자신을 부르기를 기다렸다. 행운이 부른다고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저 행운이 다가오기를 바라면 안 되겠지. 그게 다가오게 자신도 뭔가 해야 한다. 뭔가는 뭘지. 그걸 제대로 알아야겠구나. 나도 잘 모른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괴로운 것에서는 벗어나려 하기.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우영은 엄마가 심한 말을 하지만, 우영을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하는 반장 지영이를 만났다. 그것도 다행이구나.




희선





☆―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인생이 마구 장난을 쳐 대는데도 견디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들. 인생에게 걷어차여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어떻게 해서든 인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  (12쪽)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거다. 살을 조금 더 빼면, 키만 조금 더 크면, 말을 조금만 더 잘하면, 공부를 조금만 더 잘하면……. 끝없이 모자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그 모두를 좋아해 주는 것. 그런 것이어야만 한다.  (105쪽)



 “아무것도 못 하지. 근데 그냥 우리가 여기 있다고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하는 것 같아도 우린 널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네 걱정하고 있다고.”  (159쪽)



 “나는 내가 뭐가 되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나 할까?”

 .

 .

 .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으면 그걸로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거 아냐?”  (195쪽~1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