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방 골목

김설아, 이진, 임지형, 정명섭, 조영주

책담  2021년 10월 15일

 

 

 

 이 책 《환상의 책방 골목》에는 다섯 사람이 쓴 단편이 실려 있다. 책을 보고 여기 실린 단편이 어떤지 쓰는 게 나았을지도 모를 텐데, 책을 다 봤더니 쓰고 싶은 게 생각났다. 이런 일 아주 가끔 있다. 몇 달 전에 숲속 빵집을 쓰려다 앞부분밖에 못 썼는데, 빵집과 책방이 함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숲속 책방>을 썼다. 이야기에 이 책 제목과 여기 담긴 이야기도 짧게 썼다.

 

 몇 해 전에 내가 아는 사람, 친구 이름을 이야기에 쓰고 싶다 생각하고 쓰기도 했는데. 이번에 그 뒤 알게 된 사람 이름을 썼다. 이름 그대로 쓰지 않고 성은 바꿨다. 그대로 쓰는 게 더 나았을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처럼 환상은 없지만. 그런 걸로 쓰면 괜찮겠다 생각은 했지만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평범한 이야기가 됐다.

 

 

 

 

 

 

 

숲속 책방

 

 

 

 

 아침이 오면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야 한다. 학교에 가야 하니 말이다. 왜 학교에는 날마다 가야 하지. 주말엔 쉬지만 닷새는 가야 한다. 가끔 빠지면 안 될까. 이런 생각해도 학교 빠진 적은 한번도 없다.

 

 재미없는 학교에 날마다 가다니. 난 딱히 우등생도 모범생도 아니다. 그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싶을 뿐이다. 나한테 관심 갖는 사람도 없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신기하게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저절로 눈이 뜨인다. 전날 늦게 자도 그렇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엔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본다. 그런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달리 하고 싶은 건 없다. 친구를 만나라고. 난 친구가 없다. 친구가 있다면 학교에 다니는 게 좀 즐거울까.

 

 학교에 가야 할 때는 한주가 무척 긴데, 쉬는 주말은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어제도 늦게 잤는데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엄마가 심부름을 시켜서 밖에 나갔다 와야 한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지만 꾸물거리다 천천히 준비하고 밖에 나가니 해가 높이 떠올랐다. 엄마는 어디선가 빵을 맛있게 만드는 빵집 이야기를 듣고 그 빵집에서 빵을 사오라고 했다.

 

 엄마가 말한 빵집은 아무래도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았다. 학교에 갈 때 한번도 못 본 것 같은데. 그 빵집은 언제 생겼는지. 쉬는 날엔 학교 쪽으로 거의 가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난 학교 쪽으로 발을 옮겼다. 학교는 집에서 걸어서 삼십분쯤 걸린다. 날마다 걸어다녀서 걷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쉬는 날 학교로 가는 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아이들이 없어서 평소보다 조용했다.

 

 걷다보니 학교가 조금씩 보였다. 둘레를 둘러봐도 빵집 같은 건 보이지 않는데 빵집이 있기는 한 걸까. 나보다 조금 앞에 누가 걸어갔다. 잘 보니 그 아이는 같은 반인 김경희였다. 반은 같아도 말은 거의 안 해 봤다. 갑자기 김경희가 멈춰 서고는 뒤를 돌아봤다. 나와 김경희 눈이 마주쳤다.

 

 김경희는 나를 보고 알은체를 했다.

 

 “우리 같은 반이지?”

 

 난 고개만 끄덕였다. 김경희는 이어서 말했다.

 

 “학교 쉬는 날인데 왜 왔어?”

 

 “…….”

 

 “혹시 빵 사러 온 거야?”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난 눈을 크게 떴다.

 

 “그 빵집 어디 있는지 알아?”

 

 이번에도 난 고개만 절래절래 저었다.

 

 “거기 우리 집이야.”

 

 “응? ……그렇구나.”

 

 “나 따라와.”

 

 김경희가 앞서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빵집은 학교와 가깝기는 했지만 학교 맞은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다. 둘레에 집은 없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갔다. 십오분쯤 걸어가자 넓고 평평한 땅이 나타났다. 그곳 한가운데 동화에나 나올 듯한 집이 보였다. 한쪽은 빵집이고 한쪽은 책방이었다.

 

 “다 왔어.”

 

 “빵집 옆에 책방이 있구나.”

 

 나를 가만히 보고 김경희가 말했다.

 

 “응, 거기도 우리 집이야. 너 책 좋아해?”

 

 난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도 잘 모르겠어. 책은 거의 안 읽어봐서.”

 

 “그렇구나. 어쨌든 들어가자.”

 

 밖에서 봐도 동화속 집 같았는데 안도 다르지 않았다. 안에는 예쁜 물건이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빵집에서는 갓 만든 빵냄새가 났다. 김경희는 안 쪽에 대고 소리쳤다.

 

 “엄마, 손님.”

 

 안쪽에서 김경희 엄마가 나왔다.

 

 “학생인데. 혹시 우리 경희 친구야.”

 

 김경희는 바로 옷을 갈아 입었는지 조금 전과 다른 옷이었다.

 

 “엄마 그냥 같은 반 애야.”

 

 “뭐? 같은 반이면 친구지.”

 

 내가 어색하게 웃자, 김경희가 말했다.

 

 “빵은 나중에 사고 책방에 한번 가 볼래.”

 

 난 고개만 끄덕였다.

 

 “엄마 책방에 갔다 올게.”

 

 “그래, 친구한테 천천히 보여줘.”

 

 책방은 바로 문 하나만 지나면 됐다. 책방은 빵집과는 사뭇 달랐다. 겨우 문 하나만 지났는데, 책방에 들어가니 숲속에 온 것 같았다.

 

 “너 책방 처음 와 봤어?”

 

 “응.”

 

 “뭐, 그럴 수도 있지.”

 

 책이 가득한 책장을 보니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둘러보는데 김경희가 책 한권을 내밀었다. 김경희가 준 책 제목은 《환상의 책방 골목》이었다. 난 김경희를 보고 눈으로 뭐야, 했다.

 

 “그냥 한번 보라고. 이 책 동네 책방 같은 거 생각하고 만들었대.”

 

 “이거 얼마야?”

 

 잠깐 김경희가 나를 째려보았다.

 

 “빌려줄게. 집게 갖고 가서 봐.”

 

 “괜찮아? 고마워.”

 

 김경희네 빵집에서 빵을 사고 책을 빌려서 난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날보다 하루가 길었던 것 같다. 김경희네 빵집 빵은 아주 맛있었다. 엄마도 맛있다면서 가끔 빵을 사 오라고 했다.

 

 그날 밤부터 다음날 내내 난 김경희가 빌려준 책을 다 봤다. 거기에는 사차원 책방이 나오고 전설의 판타지 소설 《모노크롬 하트》를 찾는 이야기에 심야책방에 가는 이야기, 차 사고로 유령이 되고 책을 읽고 다른 사람한테 추천하는 이야기 그리고 도벽이 있던 아이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이야기 다섯편이 실려 있었다.

 

 주말이 가면 다음날 학교에 더 가기 싫었는데, 책을 보고 나니 빨리 학교에 가고 싶었다. 김경희를 만날 일도 기대됐다. 김경희는 나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튿날엔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학교에 가고 교실에 들어가서 난 가장 먼저 김경희 자리를 보았다. 김경희는 자기 자리에 있었다. 난 용기를 내고 김경희한테 다가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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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5-27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록색 나무 사진이 보기 좋네요.
바깥의 풍경이 연초록에서 초록색에 가까워지는 시기입니다.
희선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좋은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2-05-29 23:32   좋아요 1 | URL
이제 풀색이 짙어졌네요 오월이 오고는 나뭇잎 색이 연했는데, 이제 오월 이틀 남았어요 서니데이 님 남은 오월 잘 보내세요


희선
 

 

 

 

언제나 마음은 뭔가 말하는데

잘 들리지 않아요

 

조용하고 깊은 밤엔

잘 들릴까 했지만

여전히 들리지 않았어요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면

마음을 기울여야 해요

 

작고 힘 없는

마음의 소리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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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7 0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면 그래도 낮보다는 밤이 좋을거 같아요 ^^

희선 2022-05-29 23:22   좋아요 1 | URL
밤은 낮보다 조용하죠 자기 마음이 말하는 걸 잘 들으면 좋을 텐데...


희선

페넬로페 2022-05-27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마음의 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요.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사는 것만 같고~~
정말이지 작고 힘없는 제 마음의 소리입니다**

희선 2022-05-29 23:29   좋아요 2 | URL
지금 생각하니 책을 볼 때도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책을 보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시간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작고 힘없어도 잘 들으면 들리겠지요


희선
 

 

 

 

네 눈 속에 담긴 세상

그 안에 내 모습도 있을까

 

아주 작아 잘 보이지 않아도

네가 날 본다면

네 눈동자엔 내가 비치겠지

 

언제까지나

네 눈 속에 살고 싶어

 

 

 

 

*없지만 그냥 써봤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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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6 0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눈속에 내가‘ 라는 노래가 생각났어요. 그 눈속에 내가 있던 시절이 그립다는 ~! 없지만 그냥 써봤다니 왠지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

희선 2022-05-27 00:18   좋아요 1 | URL
그런 노래가 있군요 헤어졌나 봅니다 그때가 그립다고 하니... 노래는 누군가를 만나서 좋은 거 아니면 헤어진 이야기가 많기는 하네요 그런 것도 상상으로 쓰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5-27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아도 점 같아도 그 눈 속에 희선님이 있을거예요, 언제까지나~~
그대 눈동자에 건배!

희선 2022-05-29 23:11   좋아요 1 | URL
소설 제목 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못 봤지만, 저 말을 여러 번 보기는 했네요 눈동자를 보고 건배...


희선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

 

달리기가 좋을까

걷기가 좋을까

 

넌 달리고

난 걷지

 

달리기도 좋고

걷기도 좋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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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22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보다 걷기!

주변 사물들을 천천히 관망하며 걸을 수 있어서 걷기를 좋아 합니다!
희선님 주말!
화창한 날씨 속에
걷귀!

🏃‍♀️🏃‍♀️🏃‍♀️🏃‍♀️🏃‍♀️🏃‍♀️🏃‍♀️

희선 2022-05-25 23:48   좋아요 0 | URL
달리면서도 여러 가지 보겠지만 걸으면서 보는 게 더 좋기도 하죠 며칠 동안 별로 못 걸었네요 조금이라도 걸어야지 했는데...


희선

새파랑 2022-05-22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기가 좋습니다~!! 달리기는 힘들다는 😅

희선 2022-05-25 23:49   좋아요 1 | URL
달리면 숨 차고 힘들지요 걷기도 빨리 걸으면 숨이 차겠습니다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고 하면 걷기도 좋은 운동이라고 하더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05-23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걷기요.
달리면 어디가 아파요 ㅠㅠ

희선 2022-05-25 23:51   좋아요 1 | URL
달리기를 하고 어디 아프면 하면 안 되지요 걷는 건 괜찮지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5-24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보다 걷기가 좋아요. 음악 들으며 걷는 것도 좋고 뭔가 생각하면서 걷는 것도 좋고요.
걸으면 풍경이 바뀌는 것도 좋아요.^^

희선 2022-05-25 23:55   좋아요 0 | URL
걷기에 좋은 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여름이라고 아주 못 걷는 건 아니지만, 이른 아침이나 해가 저물 무렵에 걸어야겠네요 걸으면서 자연을 만나기도 하니 좋지요 걷기에 좋은 곳이 많으면 좋을 텐데... 그런 곳이 아니어도 하늘을 보면 괜찮겠습니다


희선
 

 

 

 

마음을 지우고

마음을 비워도

여전히 남아 있어

 

모두 지우고

모두 비우고 싶은데

바닥에 눌러 붙었어

 

끈질겨

 

때론 끈질긴 마음이

도움이 되기도 해

끈질기게 버티고

끈질기게 살기

 

삶은 끈질기게 붙잡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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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2 1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비워도 완벽히 비울수는 없는 것 같아요 😅 그 힘이 어쩌면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희선 2022-05-25 23:29   좋아요 2 | URL
비우면 편하다는 걸 알아도 어떤 건 비우지 못해서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게 더 많으면 좋겠네요


희선

scott 2022-05-23 2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은 끈질기게 붙잡아..]
끈질기게 살아 남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고군분투!ㅎㅎ
희선님 이번주도 활기차게 ^^

희선 2022-05-25 23:31   좋아요 2 | URL
이번주도 반이 다 가고 오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끈질기게 살아 남아도 즐겁게 살면 좋을 텐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기도 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5-24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삶의 끈을 확 붙들어야죠. 끈에 휘둘리지 말고 말이죠..

희선 2022-05-25 23:36   좋아요 2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삶의 끈을 붙들어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으면 좋겠네요 페크 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희선

mini74 2022-05-25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련이 질긴 끈이 될때도 있는거 같아요 ㅠㅠ

희선 2022-05-25 23:38   좋아요 2 | URL
미련을 안 좋게만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자신을 붙잡아주기도 할 테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