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가을을 만나다






가을바람이 산들산들,아니 우리집은 쌩쌩 불어 들어와 보조주방 문을 닫고 있어야만 그나마 견딜만 하다. 나이탓인지 추운듯 하여 며칠 저녁에 잠깐 보일러도 돌리고 활짝 열어 놓던 문들도 닫고 겨우 조금 열어 놓고 그 사이로 불어 들오는 바람으로 가을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아침 하늘도 좋지만 바람이 정말 선선하니 좋은 듯 하여 딸들 베란다 창에 매달려 뒷산을 몇 번 바라보다 모든 일 뒤로 미루고 물 한 병 챙겨들고 디카에 MP챙겨 들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여시가 난리났다. 저도 데리고 가라고 하는데 녀석,집안에서도 덜덜 떨고 있는데 밖에 나가면 장난아닐 듯 하고 산에는 아직 모기가 극성이라 '안돼..엄마 혼자 다녀올께 집에서 기다려..' 했지만 지지배 '끙끙~~~~' 현관까지 따라 나와 포기할 줄 모르고 따라붙더니 중문을 닫아 버리자 포기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저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나 혼자 고고씽,뒷산으로.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근처 사무실이나 그외 분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산을 오르는 분들이 더러 있다. 울아파트 사람들도 있고 다른 분들도 있고 울 아래층 아저씨도 있고...산을 오르는 길 얖 옆으로 분홍 코스모스가 가득이다. 오직 한가지 색으로 산들산들 바람에 흔들흔들 나부끼는 코스모스, 아 가을인가 멀리 언덕에 누가 심어 놓았는지 해바라기 또한 노랗게 꽃을 활짝 피었다.이곳에서 가을을 뭉턱 만나는 기분, 혼자 신나서 코스모스에 앉아 있는 나비를 따라 디카를 요리조리 움직여 보기도 하고 남들 가지 않는 길로 해바라기도 만나러 가고... 그런데 뭔가 자꾸 다리에 '척..' 와서 달라 붙는다. 메뚜기 녀석들 정말 많다. 여기저기 '폴짝 폴짝..' 메뚜기 때문에 깜짝깜짝..그래도 용감하게 여기저기 오르고 내리고 그렇게 남들 가지 않는 길로 가다보니 나보다 늦게 올라 오셨던 분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뒷세상은 내 것이라 여기며 천천히 오르며 가을을 만나는데 가을냄새 너무 좋다.

요즘 부증이 조금 가라앉아서인지 몸이 무겁지 않으니 이상하게 숨도 차지 않고 가뿐하게 산을 오른다. 이런 내 모습이 신기해 하면서 쓰러지 나무들 구경하고 참나무의 냄새도 맡아보고 버섯도 찾아 보고 도토리도 찾아보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오르다보니 중간에 의자에 있는 곳에 금방 도착,그리고 바로 정상을 향하여 고고, 가을바람과 함께 오르다보니 금방 올랐다. 풀이 아직은 무성하지만 그래도 뻣뻣한 기운이 많이 죽었다.이제 금방 풀들이 '푸그르..' 사그라들고 산행하기에 좋을 듯 하다. 나무를 보러 버섯을 보러 숲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시커먼 산모기가 손으로 달라 들어 '윙..' 하고는 독침을 발사,아니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뚫어 진다는데 이녀석들은 도대체 처서가 지난것을 모르는지 아푸다. 물린 곳이 간질간질,침을 바르고 또 숲을 헤매이다 밤송이를 만났다. 하지만 알맹이는 없고 빈 밤송이 그리고 푸른 밤송이, 가을임을 알려준다.

메뚜기도 많고 나비도 많고 산새들도 바쁘고 그야말로 자연박물관에 온 것같은 이 속에서 바람과 소리 그리고 냄새에 취해 혼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내리막길, 너무 빨리 산을 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며 내리막길에 아카시나무에 있는 아카시재목버섯을 보려고 가다가 영지버섯도 만났다. 지난번에 내가 처음 영지버섯을 발견하고 딴 곳인데 또 있다. 아카시나무에는 재목버섯들이 여기저기 큼직큼직한것들이 탐스럽게 달려 있다. 누군가 따서 버린것도 있고 그래도 녀석들 마지막 열정을 쏟아 붓듯 몸을 키우고 있다. 내리막길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 들어 다시 나뉜 산으로 들어가니 소나무향이 좋다. 혼자서 호젓하게 숲길을 걸으며 흥얼흥얼 그러다 커다란 버섯도 만나고 시원한 바람도 만나고... 아 정말 시원하다. 집에서는 추울줄 알고 도톰한 조끼도 입고 왔는데 덥다. 이런...

사람들이 지나간 곳은 여지없이 길임 만들어져 있다. 길은 여기저기 그야말로 중구난방으로 어디를 가도 길이다. 산의 많은 부분이 헐리고 산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아파트도 들어서고 한참 공사중인 곳도 있고 물류센터도 들어선다고 하고 나더니 길은 여러곳에서 생겨나고 나무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 주고 있고 올 여름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나무도 있고 생을 마감한 나무들도 많고... 가끔 와도 정말 좋은 곳인데 왜 바로 아파트 곁에 있으면서 너무도 멀게만 느끼며 사는지. 산을 한번 오른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임을 늘 느끼지만 오면 정말 좋다. 처음엔 이 산도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정말 뒷산이다. 내가 맘대로 누비고 다니는...이 산에서 계절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오늘도 가을을 가득 담아본다. 일회성이 아니라 정말 자주,아니 날마다 올라야 하는 산인데 그렇게 될까...산에 오니 정말 좋다. 내려가는 길엔 엠피의 윤밴 노래를 크게 틀어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혼자서 신나게 어깨를 흔들어가며 내려오는데 정말 좋다. 가을바람도 선선하니 좋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도 이쁘고 그 옆에 뚱딴지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곧 바고 노란꽃을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곤 오는 길에 아파트 화단에서 누군가 내다 버린 '알로카시에' 를 주워 들고 왔다. 울집에 새로운 초록이 식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2011.9.20


 
뚱딴지와 코스모스...이 길에 코스모스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코스모스 길이 되었는지.














 


 
아카시나무는 뿌리가 깊지 않아 산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아파트 바로 옆 중학교에서 이런 꼬리표 만들어 나무마다 달아 놓았다..




멀리까지 내다보이는 가을날...



아직 영글지 않은 듯 보이는 밤송이..


 
누가 가져갔을까...알맹이


 
날 경계하는 녀석...넌 누구냐~~?


 
아카시재목버섯과 영지버섯


 
20여cm가 되는 버섯과 손가락 하나 길이의 버섯..




 
엄청 큰 녀석이 스삭...아고 깜짝이야~~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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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말에 나들이 나갔을때는 코스모스길인데도 햇볕이 따까웠는데요, 이번주 들어서니 찬바람이 제대로입니다^^;

서란 2011-09-22 22:51   좋아요 0 | URL
이젠 산들산들 가을바람에 흔들흔들 코스모스가 제격이에요.
 

초록세상,화분정리 하던 날



20년된 행운목...

지난번에 행운목을 하나 옮겨 심고 여기저기 작은 화분들 조금 손을 보았는데
무언가 화분배열이 맘에 들지 않는다. 사랑초는 큰화분 밑에 숨겨져 있어 햇빛을 못보고
접란도 그렇고...암튼 맘에 들지 않아 늘 베란다에 나가서 서성이며 화분들을 보다가
맘이 심란하니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더욱 눈에 들어와 날도 쌀쌀하고 기분도 꿀꿀하고
모든것 뒤로 미루고 걸레와 비를 들고 고무장갑 끼고 베란다로 고고~~

천장까지 닿은 행운목을 일단 낑낑거리며 옮기고 옮겨 심었던 행운목 화분도 옮기고
말발도리 화분과 접란 사랑초 화분을 옮기고는 그동안 밑에 마른 잎이며 흙 모래가 떨어져
지저분하게 되어 있는 것을 쓸고 닦고...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무거운 화분들과
씨름하다보니 날이 추운것도 모르겠다.윤밴의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는 그렇게 화분들과
춤을 추다보니 그런대로 배열이 맞아 들어간다.

인삼벤자민 화분을 제일 앞에 두고는 벽쪽으로 커다란 행운목과 작은 행운목을 놓고
창가 쪽에 작은 항아리를 놓고 그 위에 사랑초 화분을 올려 놓아 햇빛을 많이 받게 하고는
커다란 행운목 위에는 접란 새끼와 바이올렛을 삽목하여 올려 놓았다.
말발도리도 벤자민 앞에 두고 접란도 자리를 찾아 놓고나니 바닥청소도 했겠다 화분 자리도
잡아 주었겠다 맘이 후련하다. 넉줄고사리를 잘라 행운목과 그외 식물들 밑에 심어 주고
바이올렛 삽목을 몇 개 더 하고 장미허브도 삽목하고 제라늄도 두어개정도 삽목하고
녀석들 간만에 물을 훔뻑 주었더니 내 기분까지 개운 개운~~~

행운목이 세 개인데 올해 꽃을 피워 주려는지... 날마다 새 잎이 돋아 나오는 윗부분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들여다봐도 감감무소식이다. 꽃봉오리가 올라 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다.
행운목 제일 큰 놈은 두번 꽃이 피었고 중간크기의 행운목도 그러고 보니 두번 꽃이 피었다.
작은 것은 이제 화분을 옮겨 심었으니 뿌리가 자리를 잡는 기간도 있어야 하고 좀더 시간이 걸릴텐데
올해 큰놈의 대입이 있으니 꽃을 기다려본다.
날이 꿀꿀하고 기분도 꿀꿀한데 허리가 아프지만 안방베란다부터 거실베란다까지
한바퀴 돌며 물도 주고 삽목도 하고 약간의 배열도 다르게 하여 햇빛을 많이 볼 수 있게 하고...
그러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다. 녀석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
따듯한 커피를 한 잔 베란단 의자에 앉아 마시는데 여시가 저하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난리...
지지배 그러면서 엄마가 무얼했나 시찰이다. 한바퀴 돌더니 놀자고 뱅글뱅글...
햇볕이 따듯한 날이었으면 베란다 이불에서 졸고 있었을텐데 날이 쌀쌀하니
따듯한 거실 이불만 찾는다.동물이나 사람이나 이제 따듯한 것이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초록이들도 제자리에서 이제 굳건하게 가을을 나고 겨울을 나고 봄에 또 이쁜 꽃들 보여주리라.

2011.9.19



 행운목이 세 개... 문 뒤로 보이는 베란다 화단...


여기에서 시작된 화분정리~~


 거실 베란다...




날이 우중충하니 꼭 숲같다...


 
식물들은 햇빛을 따라간다...



화분정리 하는 사이 두번이나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또 정전... 현관등이...



여긴 안방 베란다... 군자란이 가득한 화단...요즘 창가의 화분에 제라늄 삽목 재미~~




아젤리아가 심심한지 피었다 졌다~~~


 
제라늄 삽목한 것이 잘 자라고 있다..여기저기~~



제라늄...화무십일홍이라 했다..지기 시작하는 녀석...


 
심심해 심심해~~놀아주세요~~~




20여년 함께한 군자란...

언젠가 우리집에 화분이 얼마나 되고 하고 세어 보았다... 100...200...250....아고 넘 많다.
지금은 글쎄~~~? 얼마나 될까...? 아니 얼마가 아니라 큰녀석들 분갈이를 해야 할 것들이 넘 많다.
군자란에서 새끼를 떼어내어 다시 심어주고..그렇게 한다면 새끼가 새끼를 새끼가 새끼를...
그렇게 이어진 20여년의 세월 속에 화분만 가득하다. 물주는 것도 장난이 아니고 누렁잎을 떼어 내는
것도 일이다.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잘잘한 바이올렛 화분에 다시 삽목하는 것도 일이고
꽃이 피면 씨를 받를 받아 놓는것도 실외기 베란다에 있는 것은 겨울에 얼어죽지 않게 하는 것도
정말 일이다. 어찌하다보니 초록세상으로 변한 울집 베란다,
작은것들 키우다보니 세월가면서 커진 녀석들,그런가 하면 삽목하여 늘어난 녀석들...
그렇게 식구를 늘려 가더니 이젠 나와 모두가 친구다.
녀석들이 내게 주는 것은 정말 많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꽃으로 초록빛으로 맘을 달래주고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또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녀석들이 없었다면 정말 삭막했을것만 같은 베란다,
유실수도 좋고 채소도 좋고 꽃도 좋고.... 가꾸다보면 주인장을 닮아 가는 것이 베란다이고
그 집안의 얼굴처럼 보이는 것이 베란다이다. 녀석들이 있어 난 오늘도 행복이다.

20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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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순례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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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지를 읽다보니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그래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를 해 놓고도 읽지를 못하다가 그 마음을 더 누를 수 없어 읽게 되었는데 너무 좋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3>권을 읽었기에 이 책에는 그 책들에 나왔던 것들이 반복되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우리 문화재란 자주 보고 자꾸 봐야 더 애착이 생기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지키겠는가.


이 책에는 그림 글씨 공예 도자 조각 건축 그리고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하여 설명해 놓았다. 책을 보다보니 우리것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왜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지 못했을까? 그리고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너무 든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중요한 문화재인데 외면당하여 세월에 점점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것들이 많다. 아니면 너무 드러나 그 의미보다 더 크게 부각되어 어색한 것들도 있다. 문화재는 그 모습 그대로 있을 때가 제대로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지키고 보아야 할까,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자세 또한 가르치는 듯 하다.

첫 페이지의 '물방울관음'에서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쩌면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그 유려함과 품위를 잃지 않은 감동,정말 대단하다. 글과 그림에서 눈을 계속적으로 왔다갔다 하며 읽어나가는데 정말 '와 대단하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것을 실제로 본다면 그 감동은 더할 것이다. 무한감동이라고 해야 하나. 서양미술사는 줄줄 꾀고 있어도 우리 미술사나 문화재엔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어나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정말 대단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 '수월관음도' 속살이 다 비치고 속옷이 다 비치면서도 얼마나 섬세하고 살아 있는 듯 선명한지 정말 그림을 또 보고 또 보고해도 정말 대단하다는 소리만 나온다. 옛그림을 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사실적인것 같으면서도 여유가 있고 재치가 있고 선비의 굳은 절개도 보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농 익음은 그림에서 나타나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빠져들게 하는 옛그림,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면서 설명을 읽다보면 재밌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았다.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해석이 이보다 더한 말이 있을까,정말 적확한 말인 듯 하다.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고 그런 것이 그림 뿐만이 아니라 조각이며 건축등 모든 것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런 '절제의 미' 가 있어 더욱 가치있어 보이고 가치 있는 것 아닐까. 어느 것 하나에도 눈을 뗄 수가 없으면서 허투루 흘려 보낼 수 없는 정말 '보물중에 보물' 만을 담아 놓은 것처럼 너무도 좋다. 그런가하면 그런 문화재들이 우리손에 있지 않고 해외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이어 <국보순례>를 읽다보니 작은 산사에 가도 돌 하나 그냥 허투로 보아 넘기게 되지 않는다. 무언가 역사가 있을 것 같고 당간지주를 보아도 역사를 찾고 싶다,아니 읽고 싶고 알고 싶어진다. 그렇게 마음과 자세와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너무도 귀한 것들이 많은데 우린 너무도 당연하여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오감을 책에 꼭 붙잡아 놓는다. 그리고 이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 전국을 한바퀴 문화재 여행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한마리 '천록'에서 재치를 한 폭의 그림에서 '여유' 를 마감재 하나인 박석에서조차 예술적 기질을 발휘한 조상들의 지혜와 장인정신을 이 한 권이 아니라 '국보순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그러 했듯이 '국보순례'가 또한 귀중한 유산이 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것 같다. 모든것을 다 담지는 못하고 그저 손에서 놓으면 금방 또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이 한 권을 읽음으로 해서 한발짝 문화재에 더 다가갔다고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몇 개 정도는 현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진다. 그 감흥을 책에서 좀더 넓혀 세상 밖에서 만나고 싶어진다.

<이미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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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내 집과 주변을 생각해보니 사물들에 둘러 쌓여 있으면서 늘 가지려고만 했지 좀더 비우려고 노력했던 적은 손에 꼽을만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우기는 어려워도 채우는 것은 금방이라는 것을 우리집 책장을 보아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가지려고 한다는 것은 그것을 취하면서 얻게 되는 '행복,만족감'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하지만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또 하나를 버려야 하는 단순한 이치를 모르고 있기도 하다.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악동이라 불리는 '조르주 페렉' 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이다. '사물들' 로 어떻게 소설을 이어갈까 궁금했는데 제롬과 실비는 함께 생활하게 된다. 잡지에서 보던 그런 풍유롭고 넉넉한 삶을,모든 것을 가지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살다보니 갖추고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설문조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은 필요한 것들을 벼룩시장에서 얻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집을 채우지만 언제나 '행복' 으로 다가가기에는 부족하다. 언제쯤이면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앞으로 자신들의 운명과 존재 이유, 행동을 결정지을 유치한 맹목적 추구 앞에서 이를 감히 제대로 응시하지도 못한 채,자신들의 욕망의 크기에 압도당해,눈앞에 펼져진 부와 주어진 풍요로움에 질식해 갔다.' 쉽게 이루어지고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1960년대, 당시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제롬과 실비의 삶, 설문조사를 하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 보지만 늘 제자리에서 쳇바퀴를 돌 듯 하는 삶, 벗어나고 싶다. '덫에 걸린 취처럼 사방이 막힌 듯했다. 그들은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었다. 정해진 근무시간,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하나의 족쇄처럼 여기고,이를 지옥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도 기본적인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일에 매진하며 일에 이끌려 갈 때가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발버둥치면 칠수록 점점 깊이 빠져 드는 늪처럼 더 깊은 골로 들어가 헤어나오지 못하고 버둥거릴 때, 과감하게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끼지만 현실은 자신의 발목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아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있다.아니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거나 찾아 떠나는 용기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자신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물들에 의해 점점 지배를 받듯 올가미가 조여드는 느낌,벗어나고 싶다,제롬과 실비는 설문조사가 아닌 다른 일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하나둘씩 차례로 거의 모든 친구들이 항복해 갔다.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삶에서 안정을 찾아 떠났다.'우린 이제 더이상 이렇게 못 살겠어.' 라고 말했다. '이렇게' 라는 말은 모호한 동시에 계획성 없는 삶,너무 짧은 밤,얼간이,낡아빠진 재킷,지켜운 일,지하철과 같은 말들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들이 원하던 곳은 그들이 살던 곳과 비슷한 곳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잘 되었다고 자랑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가게 된 곳은 도시가 아닌 변두리나 마찬가지이고 '사물들' 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설문조사를 하며 사물들에 파묻혀 지내던 삶은 점점 잊혀져 가고 이 삶이 또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제롬과 실비,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지만 사물들에 지배를 받듯 그렇게 살았던 것들이 이젠 필요 없는 물건처럼 보여진다. 모든 것을 다 뒤로 하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유' 및 그외 그이상의 것들을 포기하기도 해야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손 놓아야 하는데 우린 그러지 못하고 모두를 가지려고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럴때는 늦다.얼마만큼 많이 왔다고 생각이 들 때 가끔 뒤돌아 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처해보거나 어디 정말 멀리 여행을 가게 되면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다는 것을 알게 된다.필요할 것이라고 꼭꼭 챙겨 온 것들은 무게 때문에 버려야 하는 경우가 오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들, 쓰지 않은 물건들이 대부분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의 삶은 사물들을 가지며 갖는 행복감을 추구하기 위하여 자유며 여유등을 포기하고 살게 되지만 그것들이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먼 길을 돌아오고 나서야 깨닫게 되고는 미래는 '~것이다.' 라고 추측이나 희망적인 문구로 끝낸 것을 보면 현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이들의 삶이 미래는 좀더 밝고 여유롭고 행복해지고 자유와 여유를 가지고 살 것이라는,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해 주어 기분 좋게 내려 놓을 수 있게 한다.

사물들에 대한 글이라 다소 뻑뻑하고 밋밋하고 딱딱할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나의 예전 삶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며 앞만 보며 달여 왔던가,하지만 가지고 나면 필요 없어도 된다는 것을,아니 허무함이 들 때가 있다. 없어도 살 수 있고 있어도 살 수 있는 것이 물질만능시대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가지며 누리고 살지만 누군가는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산다. 인간은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있기에 그리고 미래가 희망적이라 생각하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저 사물들을 가지는 것이 행복인줄 알았다면 이젠 '있고 없는 시간' 을 살아 보았기에 그들의 삶은 더욱 희망적일 것이다.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이전보다 상황은 더 나쁠 것이다. 그들이 다시 찾은 것은 카트르파주와 아름다운 나무,그들의 사랑스러운 아담한 아파트와 초록 커튼이 쳐진 창문, 오래된 정겨운 책들과 산더미같이 쌓인 신문, 좁은 침대와 비좁은 부엌,그 뒤죽박죽인 상태일 것이다.' 떠나고 보니 처음의 자신의 것들이 소중하고 정겹다. 그리고 미래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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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정말 필요한것과 그렇지 않은것들의 구별해내는 능력이 아주 조금씩은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서란 2011-09-22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여행을 가보면 필요없는 것들이 정말 많죠.
사물에 집착, 나이 들고 집을 떠나보면 더욱 느끼게 되죠..
 
모나리자 도난사건 키다리 그림책 24
존 패트릭 루이스 글, 개리 켈리 그림, 천미나 옮김, 노성두 감수 / 키다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문학 속에서도 많이 등장을 한다. 정말 알 듯 모를 듯한 그 미소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걸작중의 걸작이리라. 하지만 그 모나리자 그림의 수난시대가 있었으니 1911년 8월 22일 루브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모나리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로 인해 루브르 박물관은 휴관을 하고 모나리자 찾기에 나선다. 기욤 아폴리네르가 범인으로 조사를 받는가 하면 파블로 피카소가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모나리자는 찾지 못하고 사은 종결되고 만다. 그렇다면 모나리자는 어디로 사라졌던 것일까? 이 책은 어쩌면 모나리자를 훔친 범인의 입장에서 쓰여졌다고 볼 수 도 있다. 그의 죄가 무죄인가 유죄인가? 왜 많은 사람들이 그가 갖혀 있는 감옥에 꽃다발을 보낼까? 그가 어떤 일을 했고 나라에 어떤 의미를 던졌기에.그렇다면 모나리자의 소유국은 그림을 그린 이가 레오나르도 즉 이탈리아 사람이니 이탈리아일까 아님 루브르 박물관에 백여년 동안 소장되어 있었으니 프랑스일까?



 

'나, 빈첸초 페루자는 이탈리아의 제알가는 애국자! 나는,범인인가,희생자인가? 승리자인가? 패배자인가? 영웅인가? 악당인가?' 첫 페이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무얼 의미할까. 모나지라를 훔친 범인 빈첸초는 왜 모나리자를 훔쳤을까? 일단 그는 레오나르도가 그림을 그렸으니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의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림속 여인도 그렇고 그린 이도 그렇고 모두가 이탈리아인데 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는 말인가? 그는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유리를 뜯어내고 '모나리자' 를 뜯어내어 숨겨 놓는다. 발칵 뒤집혀 공황까지 폐쇄를 하고 그림이 해외로 나가는 길을 모두 막고는 그림을 찾아 나섰지만 흔적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모나라자의 사라짐보다 더 큰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난다.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세계대전발발등 사람들은 모나리자가 없어졌다는 것을 점점 잊어가고 범인은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그림을 이탈리아로 가져가 팔려고 한다. 하지만 그 그림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진품이 맞지만 '모나리자' 는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의 것이란다.왜...왜... 프랑스의 것인가? 레오나르도가 프랑스에 돈을 받고 팔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금 루브르에 돌려주게 된다. 그렇게 모나리자는 3년여의 시간 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세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그림은 '도난사건' 으로 인해 일약 스타처럼 주목을 받게 된다.



 

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좇아 가면서 그림에 대하여 좀더 가까이 '흥미'를 가지게 한다. 명화라기 보다는 '그림' 으로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도난까지 당하며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왔는지,그리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구이며 그림에는 어떤 기법이 쓰여졌는지등 설명을 깃들여 더욱 그림에 '스푸마토' 기법처럼 서서히 스며들듯 다가가게 한다. 명화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다고 할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흥미 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문화재를 지켜야 하고 어떤 자세로 문화재를 보아야 하는지 '눈과 자세' 까지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잘못된 문화 애국주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것이다. 우리것을 지키려는 의지는 좋았지만 분명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가 프랑스에 팔았기에 이탈리아인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것이라 우길 수가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꽃다발을 보낸다. 잘한 일일까 잘못한 일일까.



 

우리의 문화재도 일제 강점기및 그외 크고 작은 역사속 외세의 침입에서 많은 것들을 빼앗기거나 우리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가져간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우리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강제적으로 빼앗아가거나 밀반출 한 것을 알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로 찾아오지 못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빈첸츠의 행동은 애국일까 아닐까? 우리 또한 우리곁을 벗어난 문화재들을 찾기 위하여 정부보다는 민간인이 더 많은 힘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간에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겨우 돌아오는 것들도 있지만 어찌보면 되돌려 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자신들의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것이라 우기거나 자리하는 것들이 있으니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우리것이면서 우리것이라 당당히 되돌려 달라고 하지 못하고 '영구임대' 라는 명목으로 돌아 오기도 하는 문화재,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읽으며 씁쓸함을 되새겨본다. 남의 것을 자기네 것이라 우기기 보다는 되돌려 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되돌려 줄 줄아는 그런 문화국의 면모를 보여줌도 이제는 역사와 후손을 위하여 해야할 마땅한 행동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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