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내 집과 주변을 생각해보니 사물들에 둘러 쌓여 있으면서 늘 가지려고만 했지 좀더 비우려고 노력했던 적은 손에 꼽을만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우기는 어려워도 채우는 것은 금방이라는 것을 우리집 책장을 보아도 느낄 수 있다. 무언가를 가지려고 한다는 것은 그것을 취하면서 얻게 되는 '행복,만족감'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하지만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또 하나를 버려야 하는 단순한 이치를 모르고 있기도 하다.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악동이라 불리는 '조르주 페렉' 의 책은 처음 접하는 것이다. '사물들' 로 어떻게 소설을 이어갈까 궁금했는데 제롬과 실비는 함께 생활하게 된다. 잡지에서 보던 그런 풍유롭고 넉넉한 삶을,모든 것을 가지고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살다보니 갖추고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설문조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은 필요한 것들을 벼룩시장에서 얻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집을 채우지만 언제나 '행복' 으로 다가가기에는 부족하다. 언제쯤이면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앞으로 자신들의 운명과 존재 이유, 행동을 결정지을 유치한 맹목적 추구 앞에서 이를 감히 제대로 응시하지도 못한 채,자신들의 욕망의 크기에 압도당해,눈앞에 펼져진 부와 주어진 풍요로움에 질식해 갔다.' 쉽게 이루어지고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1960년대, 당시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제롬과 실비의 삶, 설문조사를 하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 보지만 늘 제자리에서 쳇바퀴를 돌 듯 하는 삶, 벗어나고 싶다. '덫에 걸린 취처럼 사방이 막힌 듯했다. 그들은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믿었다. 정해진 근무시간,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하나의 족쇄처럼 여기고,이를 지옥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도 기본적인 생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일에 매진하며 일에 이끌려 갈 때가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발버둥치면 칠수록 점점 깊이 빠져 드는 늪처럼 더 깊은 골로 들어가 헤어나오지 못하고 버둥거릴 때, 과감하게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끼지만 현실은 자신의 발목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아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있다.아니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추구하거나 찾아 떠나는 용기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자신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물들에 의해 점점 지배를 받듯 올가미가 조여드는 느낌,벗어나고 싶다,제롬과 실비는 설문조사가 아닌 다른 일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하나둘씩 차례로 거의 모든 친구들이 항복해 갔다.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삶에서 안정을 찾아 떠났다.'우린 이제 더이상 이렇게 못 살겠어.' 라고 말했다. '이렇게' 라는 말은 모호한 동시에 계획성 없는 삶,너무 짧은 밤,얼간이,낡아빠진 재킷,지켜운 일,지하철과 같은 말들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들이 원하던 곳은 그들이 살던 곳과 비슷한 곳이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잘 되었다고 자랑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가게 된 곳은 도시가 아닌 변두리나 마찬가지이고 '사물들' 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곳이다. 설문조사를 하며 사물들에 파묻혀 지내던 삶은 점점 잊혀져 가고 이 삶이 또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제롬과 실비,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지만 사물들에 지배를 받듯 그렇게 살았던 것들이 이젠 필요 없는 물건처럼 보여진다. 모든 것을 다 뒤로 하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유' 및 그외 그이상의 것들을 포기하기도 해야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손 놓아야 하는데 우린 그러지 못하고 모두를 가지려고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럴때는 늦다.얼마만큼 많이 왔다고 생각이 들 때 가끔 뒤돌아 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처해보거나 어디 정말 멀리 여행을 가게 되면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다는 것을 알게 된다.필요할 것이라고 꼭꼭 챙겨 온 것들은 무게 때문에 버려야 하는 경우가 오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들, 쓰지 않은 물건들이 대부분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재의 삶은 사물들을 가지며 갖는 행복감을 추구하기 위하여 자유며 여유등을 포기하고 살게 되지만 그것들이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먼 길을 돌아오고 나서야 깨닫게 되고는 미래는 '~것이다.' 라고 추측이나 희망적인 문구로 끝낸 것을 보면 현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이들의 삶이 미래는 좀더 밝고 여유롭고 행복해지고 자유와 여유를 가지고 살 것이라는,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해 주어 기분 좋게 내려 놓을 수 있게 한다.

사물들에 대한 글이라 다소 뻑뻑하고 밋밋하고 딱딱할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나의 예전 삶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며 앞만 보며 달여 왔던가,하지만 가지고 나면 필요 없어도 된다는 것을,아니 허무함이 들 때가 있다. 없어도 살 수 있고 있어도 살 수 있는 것이 물질만능시대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가지며 누리고 살지만 누군가는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산다. 인간은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있기에 그리고 미래가 희망적이라 생각하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저 사물들을 가지는 것이 행복인줄 알았다면 이젠 '있고 없는 시간' 을 살아 보았기에 그들의 삶은 더욱 희망적일 것이다.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이전보다 상황은 더 나쁠 것이다. 그들이 다시 찾은 것은 카트르파주와 아름다운 나무,그들의 사랑스러운 아담한 아파트와 초록 커튼이 쳐진 창문, 오래된 정겨운 책들과 산더미같이 쌓인 신문, 좁은 침대와 비좁은 부엌,그 뒤죽박죽인 상태일 것이다.' 떠나고 보니 처음의 자신의 것들이 소중하고 정겹다. 그리고 미래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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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정말 필요한것과 그렇지 않은것들의 구별해내는 능력이 아주 조금씩은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서란 2011-09-22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여행을 가보면 필요없는 것들이 정말 많죠.
사물에 집착, 나이 들고 집을 떠나보면 더욱 느끼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