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려 애쓸수록, 마주하고 끝장을 보려 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느껴지며 삶을 짓누르는 것들이 있지. 그런 것들은 그냥 편안하게 놓아주어야 해. 인생은 때로 있는 그대로,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거야. 기쁨과 아픔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고 그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거 아니겠니?' 그녀의 말을 빌리지만 무너진 사랑의 아픔의 산고끝에 탄생한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는 그녀의 마법같은 주문을 통해 그녀가 전해주는 열정을 훔칠 수 있는 책이다. 제목에 새겨진 주문의 빗장을 열고 처음부터 마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녀의 '열정'과 '사랑의 아픔' 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스페인 여행기인 <스페인 너는 자유다>와 그녀가 번역한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고는 그녀에게 푹 빠졌다. 그녀 자신이 스페인 유학시절에 만난 <마르틴 카파로스>를 보고는 그를 삶의 멘토로 삼은 것이 오늘날 그녀를 여행가와 작가로 만들어 놓았듯이 그녀의 삶은 내겐 로망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녀가 찾은 것은 '열정'과 '비움'인듯 하다. 아픔이 있었기에 더 뜨거운 열정과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아르헨티나 역사와 그녀가 만난 사람들 그 자체에서도 열정은 쉼없이 쏟아져나와 독자들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여행이란 새로운 사람,풍경,먹거리..모두가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낯선것의 연습인데 그중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제일인듯 하다. 그녀가가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며 그들로부터 열정과 순수를 받아 그녀의 사랑의 아픔도 치유가 된 듯 하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중에 기억에 남는 이로 탱고를 가르치는 '노라' 의 삶이다. 그녀의 삶은 정말 군더더기 하나없이 <열정> 그 자체로 표현하고 싶다. 육십여세가 넘은 나이에도 탱고로 다져진 몸매와 반듯한 몸가짐 그리고 아직 녹슬지 않은 열정적인 춤,그녀를 티비 어느 프로에서 만난듯 한데 가물거린다. 그녀의 삶은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지탱하게 해준것은 <탱고>였다. 탱고의 뜻은 '만지다' '가까이 다가서다' '마음을 움직이다' 이며 그녀가 풀어 놓는 인생과 사랑과 탱고의 의미는 너무도 완벽하리만치 일치하는 면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아버지와 마지막 탱고를 추었다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탱고를 배우고 아버지와 마지막 탱고를 추었다는 그녀 노라, 그녀로 인해 탱고는 더 가까운 춤이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골든벨 사이버 공주 수영씨' 그녀를 티비에서 나도 보았는데 언제 그렇게 성장을 하고 눈부신 자신만의 삶을 찾았던 것인지. 그녀의 당찬 인생도전이 기대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젊다는 것은 어쩌면 고갈이 안되는 빵빵한 밧데리인지도 모를것처럼 그녀에겐 모든 것들이 도전이고 과제이다. 젊은 친구에게 '노력과 도전'이라는 에너지를 얻어 볼 수 있었고 그녀가 만난 진정한 예술가인 '비아치' . 그는 폐품을 활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들은 너무 매혹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살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림과 작품들은 그곳으로 날아가고는 '유혹' 이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당당함이 가득한 영화배우 '훌리오' 아저씨. 대가족을 이끈 그는 자신이 동경하던 일을 하기 위해 영화감독을 찾아가 직접 영화배우가 된 아저씨로 가난하지만 그가 진솔하게 풀어내는 인생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스페인에서 만났던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 그의 저서로 <나는 모나리자를 훔쳤다>가 번역이 되어 있다는데 그곳 아르헨티나 축구장에서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만나 신문에도 나오고 티비에도 나오고 그들은 어쩜 지구 반대 편이지만 언젠가는 꼭 만날 사람들이었나보다. 그런 우여같은 필연이 이 책에는 아니 그녀의 아르헨티나 여행에는 너무도 많다. 아마도 그녀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겠지만 그런 이유로 더욱 아르헨티나 여행이 더 가깝게 다가온듯 하다. 그녀가 소개한 커피 <라그리마>는 95%의 커피에 우유를 눈물처럼 한 방울을 넣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게 그녀라는 존재는 '라그리마'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인디오 유학생청년 '인티' 그녀에게 '차랑고' 를 가르쳐주던 순박한 청년은 '차랑고' 라는 인디언 기타때문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박범신의 <촐라체>에 나오는 차랑고는 사랑의 연결고리이며 아픔의 결정체이며 동생과의 화해를 하게 해준 물건이다. 그래서일까 낯익은 단어 '차랑고' 때문에 이 여행기가 더 재밌어졌다. 그녀의 열정은 다섯명의 가우초 청년들의 만남에서도 모두 녹아나 있고 월세를 낼 돈이 없던 크리스와 산티아고의 샌드위치를 파는 일에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느껴진다. 작은 계기로 시작된 샌드위치 판매가 생각보다 잘 되어 마트에 자리를 얻게 되고 그 일로 해서 호텔 주방장이 되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그들이 찾았던 자신감에 읽는이마져 행복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아픔도 있었지만 남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함께 하려 한 그녀의 여행은 멘도사에서 여행가방을 잃어버림으로 해서 더 값진 여행이 되지 않았나싶다. 귀중한 것을 잃고 나서의 새로운 것으로 채움은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 그릇이 보이듯 새로운 그녀로 재탄생되지 않았나한다. '꿈은 분명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정으로 간절히 갈구하는 자에게 반드시 길은 열린다.' 여행서를 읽는 다는 것은 내가 그곳을 가지 못하기에 글과 사진으로 잠시 그곳을 먼저 여행하고 온 사람의 기분을 훔치듯 할 수 있어 좋은점이 있다. 여행에 대한 모든것을 책에 담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읽다보면 얼마나 진실되게 전해주려 노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점에서 작가는 '잃어버린 파일과 메모' 에도 불구하고 값진 책을 한 권 탄생시켰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글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훌훌 바람에 날리듯 자신을 비울 수 있어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또 다른 행보가 기대된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세상을 품는 일은 분명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얻게 해주는 값진 일이라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라는 것 말이죠.' 손미나 사인과 책 속 이미지
'개구리건 뭐건 상관없다.너희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해..' '그리고 너희들은 모두 훌륭한 너구리야.이 어미는 그걸 안다.' 유정천(有頂天)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이란 뜻으로, 풀어 설명하면 형체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이런 뜻 외에 '유정천'에 오른 것처럼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자기 스스로를 잊는 상태,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 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럼 이 소설의 유정천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로 해석하는게 좋을 듯 한것 같다. 그것은 마지막 엔딩을 장식한 가족들의 결말에 딱 떨어지는 말이기도 하다. 냄비요리가 될 줄 알았는데 극적으로 살아난 가족들의 이야기. 작가의 다른 책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구매해 놓고 아직 읽지를 못했다. 이 소설을 읽고나니 얼른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쾌하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하면서도 무언가 가슴을 콕 찌르는 교훈을 주고 있기도 한 책이다. 너구리들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사나 너구리인 동물의 삶이나 그리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을 짓밟고 올라가는 자는 언젠가는 징계를 받는 다는 내용이기도 한데 한마디로 재밌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날아다닐 수 있는 텐구와 변신술이 뛰어난 너구리들이 함께 어우려져 살고 있는 교토의 이야기이다. 너구리계에서 훌륭한 너구리로 니세이몬이던 야사부로의 아버지 소이치로는 어느날 미식가들인 금요구락부의 냄비요리로 생을 마감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작은 형은 어느 절의 우물안의 개구리로 칩거하게 되고 큰형인 야이치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니세이몬이 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지만 작은아버지인 에비스가와 소운과 그의 아들들인 금각과 은각의 방해로 인해 질곡의 삶을 살게 된다. 세째인 야사부로는 스승인 텐구 아카다마 선생 밑에서 그의 비위를 맞추어 가며 잘 지내고 있는데 아버지의 바보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가끔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으로 다재다능한 소질을 가지고 있다. 작은아버지인 소운의 잔꾀에 넘어가 야사부로 가족이 모두 니세이몬을 결정하는 날에 그에게 붙잡히거나 냄비요리가 되려는 찰나,소설은 대반전을 이루며 한껏 재미를 준다. 우물안에서 칩거를 하고 있던 작은형인 야지로의 활약으로 형과 어머니를 구하고 냄비요리에서 벗어난 그들은 작은아버지와 금각과 은각도 벌을 주기도 하고 스승인 아카다마선생이 그토록 원하던 텐구 벤텐을 그의 곁에 머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너구리를 통해서 본 인간사를 비판하기도 한 환타지라고 볼 수 있는데 시리즈 중에 첫편이라 하니 다음편들이 기대된다. 아직 야사부로 형제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지기 전인듯 하여 앞으로 어떤 내용이 그려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인간사든 동물의 세계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 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꼭 있으면서 그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이도 있고 그를 징계하는 이도 있다는 것을 야사부로네 이야기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듯 앞으로의 그들의 모험이 정말 기대된다. 그리고 남편의 죽음과 아들들의 어려움에도 언제나 쿨한 엄마 너구리의 당구치는 모습은 재밌기도 하다. 어려움에 처했을때 전전긍긍하며 끙끙 앓기보다는 무언가 다른 쪽으로 방햔전환도 괜찮다는 것을 비유한듯 하여 재밌게 읽었다.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물질공세를 끊이지 않는 텐구 아카다마선생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정말 후편이 기대되는 환타지이다.
’저 애들 좀 보세요.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체육복을 입은 애들로 가득하지요? 근데,겉은 똑같아 보여도 소은 다 달라요. 다 다른소가 든 붕어빵들입니다.’ 최신형MP3를 사달라던 14살의 소녀 천지가 갑자기 자살을 했다. 공부도 잘하고 그리 눈에 띄지 않던 그애가 왜 죽은 것일까? 딸애의 죽음에도 의연한듯 삶을 연장해가는 엄마의 대화와 큰딸의 대화에 도데체 죽음은 어디에 존재했었는지 가물거릴 정도로 구석진 곳에 있는듯 하지만 천지, 그녀는 하루하루 남 모르게 죽음을 준비했다.친구 화연에게 삼년간의 시달림끝에 멋지게 복수를 하듯 용서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그녀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고치를 벗어나듯 훨훨 나비가 되어 날아가 버린 열네살 그녀 천지,왕따라는 그 말만으로도 맘아픈데 자살이란 어린 그녀가 택하기엔 너무 무거운 결정이었다. <완득이>로 통쾌하고 유쾌한 웃음을 날리게 해주던 작가가 ’왕따’ 와 ’거짓말’ 이라는 문제를 제시하듯 탄생시킨 작품은 술술 읽었지만 내용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으려다 청소년들의 보복살인을 다룬 프로를 잠깐 맛을 보아서일까 더 가슴으로 밀려오던 작품이기도 하고 사춘기의 두 딸을 두고 있기에 ’우아한 거짓말’ 은 딸들의 현실을 대변하듯 깊게 가슴을 파헤치며 뿌리 박힌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읽으며 문득 얼마전에 읽은 김형경의 <좋은 이별>을 생각해봤다. 아버지의 죽음이후 아버지의 죽음을 친구들은 자살이라며 문제를 삼기도 했는데 아버지 죽음이 어린 천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그녀의 우울증은 어쩜 더 커져버렸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 라고 썼던 편지에서 느껴지듯 친구들의 왕따를 언니 만지처럼 그냥 흘려버리듯 이겨낼 수 있었을텐데 아버지의 부재는 그녀에게 커다란 벽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에서는 깊게 들어나지 않았지만. 생계를 위해 마트에 나가는 엄마는 늘상 바빠서 딸들을 챙기기 보다는 ’잘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반면 아파트 단지내에서 짜장면집 보신각을 하는 화연이를 보면 부모의 관심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미란과 미라 자매를 보면 부모의 존재는 그녀들에게 꿋꿋함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남들에게는 착하고 여린 천지에게는 모두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는지 모른다. 친구 천지의 죽음이후 그녀를 더욱 깊게 느끼는 화연 또한 위험한 순간이다. 부모님 가게의 그릇들을 몰래 다른곳에 버리고 원성의 전화를 하고 방황을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가까이 다가오는 천지의 존재,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녀의 존재가 값지다는 것을 인식해버린 아직 불안전한 존재인 화연, 그리고 천지가 남긴 다섯개의 실뭉치와 편지들을 찾아 천지의 죽음에 대한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하는 언니 만지와 엄마의 삶은 죽음이 결코 삶을 버린 자만의 것이 아니라 남겨진 자의 것이기도 하다는 역설이 담겨지기도 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비효과>에 대하여 찾아 보았다. 표지의 그림처럼 한마리 나비와 같은 존재가 되어 날아가 버린 천지가 생각나기도 하고 나비의 가려린 날개짓이 토네이도, 이 작품에서는 천지의 죽음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무언가 큰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즐기듯 천지를 놀려 먹었지만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천지의 죽음의 무게란 화연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고 무거운 것이다. 천지의 죽음이후 자신을 따르던 친구들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짝꿍을 하기 싫어하기도 하고 화장실에 함께 가지도 않고 그녀의 집에 자장면을 먹으러 오지도 않는다. 천지를 왕따 시켰듯이 이젠 그녀가 친구들에게서 왕따가 되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듯이 자신이 던진 돌에 자신이 맞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작은 날개짓이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녀 또한 코너로 몰리게 되었듯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내뱉는 말과 행동으로 지금 어느 누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닌지. 사춘기의 아이들을 두고 있어 늘 나 자신이 말을 조심하며 한다고 하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좋은 말들이 뱉어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앞서서 나가다보면 심한 말들로 가슴을 도려내기도 하고 말다툼으로 냉정을 거듭하기도 하는데 내 못난 지난날을 뒤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얼마전에도 말싸움으로 서로 가슴에 응어리를 만들었던 기억도 있고 좀더 아이들에게 잘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작은 소녀가 한 코 한 코 빨간실로 자신이 올가미를 떠나갔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며 딸의 죽음에도 현실에 의연하게 대처한 만지엄마가 결코 남처럼 보이지 않는 작품이었다.
시간은 이 잊혀진 꽃봉오리 위로도 한결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은 <연인>이라는 영화로 먼저이다. 원작을 읽지 않고 만난 '연인'이라는 작품은 이십대로 들어섰던 내겐 큰 충격같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그 뒷 감흥이 가시지 않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주던 영화였기도 하지만 십대에서 이십대로 한단계 올라선 나의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하던 감정들과 맞물려 있던 영화라 더 기억에 남는가 보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지 하면서 책을 구매해 놓았지만 오래도록 바라보기만 하고 손에 잡지를 못했다. 그러다 만난 '모데라토 칸타빌레' 라는 작품은 짧지만 이 작품 또한 강렬한 작품이다. 먼저 읽었던 <좋은 이별>에서 김형경은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상실과 애도가 그녀의 작품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설명해 놓았는데 그 또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상실과 애도 그리고 사랑은 그녀의 작품에 어떻게 그려졌을까? 공장주의 아내로 십여년간 집안에 갇혀 지낸 안 데바레드 부인, 그녀는 어느날 침실앞에 핀 목련꽃을 바라보다 일탈을 꿈꾼다. 그 첫번째 방법으로 자신이 나았는지 안나았는지 궁금한 아이의 피아노레슨을 금요일마다 시키기 위하여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목련꽃이 정말 대단해요.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죠. 그런 다음날이면 하루 종일 앓아 눕는답니다. 창문을 닫아보기도 하지만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니까요.'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그 향기가 꽃을 간질이는 계절, 가만히 있는 그 무언가도 바람날 계절에 십여년동안 집안에 갇혀 정숙함의 이미지로 살아온 그녀에겐 못견디게 아름다운 계절이 왔다. 아이가 피아노 레슨을 받을때 옆에 있던 그녀는 아이가 모든 것을 알면서도 대답을 못하는 '모데라토 칸타빌레' 와 박자를 그녀도 선생님도 아이가 알면서 모르는 것처럼 한다며 '모데라토 칸타빌레' 를 주입시키듯 말하는 선생님에게 어쩌면 자신의 삶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피아노레슨 도중 창밖에서 들려오는 강한 여자의 비명과 사람들의 아우성 그리고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아이의 집중력은 흐려지고 아이와 함께 그녀 또한 사건현장으로 달려가게 된다. 바에서 본 살인현장, 죽은 여자를 애무하듯 하는 남자. 살인현장은 그녀에게 강한 충격이 되고 죽은 그녀와 그녀를 죽인 남자의 사랑처럼 그녀 또한 다음날 술집에서 만난 쇼뱅을 만나 그들의 사랑을 재현하듯 즐거운 대화를 한다. 죽은 여인의 사랑은 데바레드의 사랑이 된 듯 그들의 상상과 지난 과거속의 그녀는 하나가 되듯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카페에서 보기 드문 풍경을 마주한듯 노동자들은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 그녀의 삶은 어쩌면 모데라토 칸타빌레처럼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 순조롭게 십여년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목련꽃의 만개에 가슴앓이를 하는 그녀에게 이제 일상은 다른 세상이 되었다. 쇼뱅과의 대화로 저녁만찬이 있는것을 알면서도 포도주를 과하게 마셔 파티주인장이면서 만찬 시간에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가슴이 들어나도록 흩트러진 모습으로 나와 남편과 부인들을 놀라게 하는 데바레드 부인, '목련꽃잎은 벌거숭이 낟알처럼 매끈하다. 꽃잎에 구멍이 날 때까지 손가락으로 비벼대다가, 해서는 안 될 일임을 깨닫고 그만둔다.' 모두가 그녀의 일탈에 대해 알아버린 것이다. 변명을 해 보려 하지만 술에 취해 정숙하지 못한 고백의 표정을 짓게 되는 그녀.목련꽃잎이 바스러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녁 만찬에서 먹은 음식들을 모두 토해내듯 다시 아무일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녀에게서 봄날의 가슴앓이를 훔쳐본듯 한 것은 비단 목련꽃이 활짝 핀 계절이어서일까. 어찌보면 밋밋한 소설이기도 하다. 해설부분에 '절대적인 사랑을 찾아 헤매는 언어의 모험' 이라 했듯이 안의 사랑을 쫒아가다 보면 숨막힐 듯 하다. 모두에게는 우러러보는 대상이겠지만 권위적인 남편과 집안에 갇혀서 박제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녀를 생각할때 자유로이 포도주도 마시고 사랑을 속삭이고 목련꽃의 향기에 취하기도 하는 노동자의 자유로운 삶이 모데라토 칸타빌레처럼 노래하듯 하는 삶이 아닐런지. 짧은 소설이지만 그녀의 마력에 충분히 빠질 소설이다. 작가로 영화감독으로 다재다능했던 그녀의 다른 작품인 <연인> 과 <북경에서 온 여인> 등을 읽어봐야 겠다.
오십 년 전쯤 모두가 사라진 마인드캐스터,매들린의 등장으로 본 미드나이터의 삶... 미드나이터들이 사라지게 된 이유가 무얼까? 오십 년 전쯤 마인드캐스터 뿐만이 아니라 미드나이터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후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멜리사가 렉스를 찾아 냈고 그들은 또 다시 조너선과 데스를 찾아냈다. 그리고 빅스비로 이사를 온 제시카를 찾아 낸 그들, 미드나이터로 산다는 것은 남들보다는 한시간을 더 산다는 잇점이 있겠지만 그 푸른시간에 슬리더와 다클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서로의 힘이 필요하다.한번도 다섯 명이 함께 뭉쳐보지 않았던 그들이 제시카의 등장으로 인해 서로의 힘을 합해 다클링들과 싸우기도 하고 오십 년 전쯤 모두 사라졌다고 여긴 미드나이터 중의 한사람인 마인드캐스터 매들린에 의해 그들이 미드나이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학적인 확률에 자신의 삶을 받아 들이는 미드나이터들. 다클링들은 소금사막에서 무엇을 하려고 렉스를 잡아간 것일까? 오십 년 전쯤에 잡아간 소녀의 존재의 무의미로 인해 새로운 보는 자가 필요한 다클링들,매들린의 정체가 들어나면서 그들이 오십여년 전에 전승된 빅스비에서 미드나이터들에 대하여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캐어 나가다 부딪힌 콘스탠자 가족사,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클링의 추종자가 되어 하플링이 되어 버린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불꽃을 가져오는 자인 제시카의 힘은 더욱 커지고 그들이 모두 함께 하여 다클링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미드나이터들. 2권은 매들린의 등장으로 미드나이터들의 지난 삶과 세월을 이야기 하느라 다소 스피드가 느려진 감이 있으나 그래도 함께 연결하여 읽으면 재밌다. 특별한 마법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새로운 감각의 환타지라 그런지 아이들의 눈을 통해 푸른시간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정말 25시,푸른시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그럴까 그 나이의 생각에 맞는 환상을 꿈꾸듯 사춘기인 딸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듯 하여 기말을 끝내는 딸에게도 권해주었다. 나에겐 환타지가 새롭고 먼듯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겐 환타지는 가깝고 재밌는 얘기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한방법일 수도 있겠다. 다클링들에게 납치되어 그들처럼 동물화 되어가던 렉스, 그가 제시카와 조너선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다행이었지만 3권이 기대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계속 되어질 것만 같은 생각. 문학책만 읽던 내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듯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책이다. 3권은 조금 아껴 두었다 읽으려고 미루어 두었는데 제키사의 앞으로의 활동도 궁금하고 제시카와 조너선의 로맨스도 어찌될까 하여 얼른 읽어야 할 것 같다.그리고 매들린과 데스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작가의 상상을 빨리 들여다 보고 싶기도 하다. '옛날엔 상황이 달랐어.마인드캐스터가 최소한 한 명은 있어서 새로운 미드나이터들을 찾아냈지. 아이들이 커서 푸른 시간을 이해할 때가 되면 입문식이 있었고 가르쳐주는 선생들도 있었어. 그렇게 어떤 것에 속새 있다는 걸 배웠던 거야....하지만 오십 년 전쯤 모두가 사라져버렸어.내가 알기론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