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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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명의 목사 집단 처형 사건, 그들은 순교자일까?
1950년 11월, 평양 정보처 파견대 이대위와 장대령은 공산당에 끌려갔다가 처형된 14명의 목사 집단 처형 사건에서 살아 남은 신목사와 한목사에 대하여 그들이 어떻게 그 현장에서 살아 남았고 또한 처형된 12명은 과연 순교자인가 하는 문제를 깊게 파고 들게 된다. 이대위와 친구인 박군의 아버지 또한 12명의 목사중에 한 분으로 목사들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고 그들이 있는 정보처 앞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중앙교회가 박군의 아버지가 있던 교회였다는 것을 알고는 교회를 한바퀴 둘러 보던 중, 우연히 마주친 어딘가 이상한 남자, 그가 신목사와 살아 남은 한목사라는 것을 신목사를 찾아 가서 알게 된 이대위는 12명을 순교자로 몰아 가는 장대령과 맞서 무언가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보려 한다.

'실종된 목사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줘야겠네.'
집단 처형, 하지만 그 현장에서 살아 남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진실' 을 그들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신목사와 반쯤 정신을 놓은 한목사, 그들에게서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진실' 을 얻어낼 수 있을까? 장대령 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점수를 얻은 이대위는 신목사를 찾아가 그가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진실을 들으려 하지만 신목사는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여지며 한목사를 자신의 수족처럼 보살피려 한다. 그가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그도 12명처럼 순교자일까?

'두 분은 총살 직전에 우리 보병부대에 구조되어 감방에서 풀려났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처형 직전에 살아 남은 신목사,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가 12명을 순교자라 하지 않아도 많은 교인들과 사람들은 그들을 '순교자' 로 각인을 하고 있는 현실, 그렇다면 신목사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이 상황에서 그가 무슨 진실을 토해내도 그 진실이 진실로 받아 들여질까. 박군 또한 기독교에 너무 광적인 아버지 때문에 배교자가 된 상태라 그의 아버지의 마지막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한다.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 을 위해 죽었는지 아님 배교를 했는지에 따라 자신이 아버지 죽음에 대하여 애도를 하겠다는 그, 이대위를 따라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에 근접하기 위하여 평양을 찾는다.

'자네가 기독교인의 입장이 되어 그 순교자들을 생각해봐. 냉혹하게 죽임을 당한 열두 명의 목사들을 말야. 살아남은 두 사람이 어떻게 처리돼야 하는지 그래도 모르겠나?' 모두의 입장에서 보면 집단 처형된 12명의 목사는 순교자가 되어야 한다. 순교자가 되지 못한 두 명의 목사는 그들을 또한 순교자라고 증언을 해야만 마땅하다. 하지만 그 진실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신목사가 쥐고 있지만 순교자로 몰아가는 장대령의 말보다는 자신이 현재를 바라보던 신목사, 하지만 그는 모두를 위한 길을 택한다. 12명 그들은 순교자였다고. 과연 죽음 앞에서 아무리 목사들이라고 하지만 정말 순교자였을까. 하느님을 택했을까? 

죽음 앞에서 자신의 목숨보다 먼저 하느님을 택할 사람이 있을까? 배교를 할 '유다' 는 없었던 것일까?
신목사 그는 교인들에게 죽지 않았기에 '유다' 라고 칭해지지만 그가 모두를 모아 놓은 자리에서 털어 놓은 진실은 그들은 순교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들여다 보면 그들은 순교자 보다는 마지막 순간, 기도를 할 수 없었던 것. 그들을 순교자라고 하지 않는다고 그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을 순교자라고 한다고 무엇이 변하는 것도 아닌 현실. 그들의 죽음은 '순교자' 라고 포장이 되어 교인들을 뭉치게 하고 신목사는 다시 교회로 돌아가 목회를 하지만 전쟁통이라 먹을 것도 부족하고 교회는 점점 피난민으로 넘쳐 나는데 그의 몸은 이미 중병을 앓고 있어 겁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

박군 아버지의 진실을 편지로 알려주지만 진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순교자모임에 참석하여 앞장서는 박군, 진실이 모두 드러나고 정치정보국을 떠나는 장대령, 그곳을 떠나 서울에 돌아와 자신이 하던 교수직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업이 정보국장을 맞게 되는 이대위, 전쟁은 점점 알 수 없이 흘러가버리고 그들이 원하지 않아도 평양을 버리고 서울로 내려와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이 악화된 신목사를 보호하고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유다' 이길 원하지 않는 그를 평양에 남겨 놓고 내려와야 하는 현실.

진실이 진실로 밝혀졌다면 현실은 어떻게 변했을까? 
집단처형된 12명의 목사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신목사가 진실로 밝혔더라면 어떠했을까? 그 진실은 진실로 받아들여졌을까? 또한 죽음 앞에서 고뇌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소설은 한국전쟁후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후에 쓰여진 것이라 하니 정말 대단하다. 진실이 아무 값어치도 없는 현실과 죽음이 인간의 믿음마져 변하게 되어 '유다' 가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소설은 한국전쟁 60년을 맞이하여 이런 소설이 있어나 하며 다시금 한국전쟁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한다. 지난 6월에 본 영화 <포화 속으로> 도 한국전쟁의 한 편린을 보듯 잊혀져간 '이름없는 학도병' 들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해 보는 영화 였는데 이 소설은 죽음앞에서 인간이 고뇌하고 믿음보다 자신의 목슴이 더 중하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유다가 되어야 하는, <죄와 벌>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었다. 

'진실의 수호자가 되시겠다고요? 도대체 그러는 목사님은 누굽니까? 누굴 위해 그걸 지키고 있는 겁니까? 누구를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아니면 군을 위해서? 어느 쪽입니까?... 아니면, 목사님의 신을 위해서?'  신목사가 만약에 12명 목사들의 죽음은 이런 것이다 하고 사실을 말했다면 현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혼자 유다가 되어 모두의 배척속에 나날을 보내었을까? 아님 그래도 모두는 그들을 '순교자' 라고 믿었을까?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들에게서 믿음은 가져가지 못한듯 하지만 죽음앞에서 흔들리는 믿음을 보며 신이 먼저 일까? 목숨이 먼저 일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내겐 딱히 이런 깊은 믿음은 없지만 믿음이 있어도 죽음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고뇌하게 될 듯 하다. 전쟁상황이 아니라 해도.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소설은 우리에겐 크레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며 작가였던 듯 싶다. 좋은 기회에 만날 수 있었던 소설이고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읽게 된 소설은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 그 아픔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어서일까 많은 질문을 하는 듯 하다. 사실을 사실대로 폭로하기 보다는 신목사가 택한 길을 어느 누구라도 걷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게 12명에 대한 참회는 아닌가 한다. 그들이 죽음을 택한 것도 아니고 죄가 있어도 죽음을 당하게 된 것도 아닌, 전쟁의 피해자에게 신목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도는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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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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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만 보면 딱 '만화책' 이다.하지만 만화책이 아닌 청소년 소설이다. 젊은 작가가 글을 참 재밌고 맛깔스럽게 잘 썼다. 사춘기의 딸들이 있어도 청소년 소설을 얼마 읽지 않았는데 요즘 몇 권 읽다보니 재밌다. 이 책을 읽기전에 읽은 <열네 살,비밀과 거짓말> 도 재밌었는데 이 책 또한 사춘기의 아이들이 <비밀> 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로 인하여 단결을 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게 된다. 그들이 간직한 '비밀' 은 무엇이고 그들을 성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철수맨, 수도권의 평범한 개발 도시지만 희주가 사는 동네는 최고급 어학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학원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소가 밭을 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동네이다. 그런 마을에 20여년전에 있었다는 전설의 '철수맨' 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철수맨이라는 정의의 그 또는 그녀는 몇 대 일로 싸워도 이기지만 그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남자아이의 가면을 쓰고 있어 '철수맨'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철수맨이 다시 동네에 나타난 것이다. 희주는 그녀만이 간직했던 '철수맨을 본 일' 에 대한 비밀을 친구인 유채와 지은에게 털어 놓게 되면서 그녀들과 함께 철수맨을 찾아 나서는 비밀결사대를 조직하게 된다.

'네 말도 맞아. 하지만 너, 혹시 너를 하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건 아니야?'
희주가 본 결정적인 단서로는 철수맨은 바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같은 학년 학생이었던 것. 셋은 모여서 누가 '철수맨' 에 가장 적합한지 한 명 씩 점찍게 된다. 처음으로 호명된 '강준석과 주현우' 그들은 단짝으로 서로 늘 붙어 다니며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준다. 하지만 희주는 주현우의 비밀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다. 지은은 현우를 짝사랑하고 있기도 하고. 그녀들은 어느날 밤 몰래 현우의 뒤를 밟다가 그가 무당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왜 준석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준석과 현우도 그녀들과 함께 철수맨을 찾기 위한 비밀결사대에 들어가게 된다. 현우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자신이 무당의 아들이란 것에 짖눌려 있다가 친구들에게 비밀을 털어 놓고 나니 홀가분함을 느끼며 친구들과 더 가깝게 어울리게 된다.

희주는 그녀의 오빠 때문에 현우의 비밀을 알게 되고 오빠가 다단계를 한다며 진 빚 때문에 집안이 어렵기도 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유채 또한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그런 어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준석도 어린시절 크게 아프면서 현우 엄마의 힘에 병을 치유하는 그런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들이 철수맨이라 생각하는 또 한사람 민혁, 그는 아버지가 대대로 이어오는 '종무도' 를 이어받아야 하지만 그는 약골인척 하며 회피를 해 왔다. 그런 그들이 '철수맨' 때문에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투포환 선수인 윤주를 혹시 '여자 철수맨' 이라 생각해 보았지만 그들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철수맨' 과 만나게 된다.

'나만 아는 비밀이야.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비밀을 이렇게 말하고 나면 비밀이 될까? 자신안에 감추어 놓았던 비밀이 입을 통해 친구에게 전해지고 나면 그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들이 간직했던 비밀은 하나하나 들추어 지면서 '그랬구나' 하는 친구의 수긍으로 더이상 비밀이 아닌 비밀이 되고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고 뭉치는 사이가 되어간다. 이야기 전개도 재밌고 재밌는 일들도 많고 술술 잘 나가는 청소년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도 들면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모래알 같던 아이들이 '철수맨' 이라는 슈퍼 히어로를 찾기 위하여 하나로 뭉쳐 가면서 자신들이 점점 '철수맨' 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친구' 로 거듭남이 좋았고 왕따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는 것이 좋았다.

탈주범의 손아귀에 잡혀 위기일발의 순간에 철수맨이 나타나 그들을 구해 주지만 그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는 그들, 그들 또한 탈주범을 잡았으니 남의 눈에는 그들 또한 '슈퍼 히어로' 가 된 것이다. 자신안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누구가 '철수맨' 이 될 수 있다. 철수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래알 같던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 들이고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청소년으로 거듭나다는 것이 재밌는 이야기들과 빠른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재밌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청소년 소설이다. 딸들이 청소년인데도 청소년 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재밌다. 한참 '정의' 를 중요시 하는 그들이 대단한 일을 해결했으니 조금은 우쭐할 수도 있는데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그려낸 끝도 재밌다. 무언가 제2탄의 철수맨이 나타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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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0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독특하고 수상작이라 하니 궁금하네요.
내용도 괜찮은것 같고요. 관심 가져 봅니다.

서란님 리뷰 잘 봤습니다.^^

서란 2010-08-12 17:02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은 책이랍니다.
딸들이 청소년기라 더 와닿았던것 같아요.
전개도 빠르고 지루하지 않아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언젠가는 영화로 만난다면 더 좋겠죠.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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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니 바로 지나쳤기에 열네 살이란 나이는 내겐 먼 나이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부딪히며 녀석들과 다투고 한참 사춘기라 봄의 열병과 같은 새로운 '병' 과 맞서느라 우리집은 늘 소란스러웠다. 유독 큰아이와 말싸움이 잦아서일까 연년생인 막내와는 그 시기를 힘들이지 않고 지났던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그것이 아쉽고 서운했는지 '엄마는 늘 언니만 챙겨주고..언니가 우선이야..' 라는 녀석의 투정을 들어야 했던 시기였다. 우리집 아이들을 보아도 그 나이에 '비밀' 은 무척이나 많았다. 학교에서의 일이나 친구간의 사소한 일들도 '엄마' 나 '어른' 들이 알면 안되는 무슨 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녀석은 늘 방문을 닫고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아님 저희만의 은어로 말을 하기도 해서 엄마는 '왕따 아닌 왕따' 가 되어야 했기에 좀더 녀석들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고자 친구들이 집에 오고 싶다고 하면 오며가며 들러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는 '거리감 없는 엄마' 로 자리매김 하기 위하여 녀석들의 친구이름을 될 수 있으면 많이 알고 있거나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저장해 놓았었다. 

열네 살, 그녀의 비밀은 무엇일까?
한참 '비교' 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사소한 것들을 비교하고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하는 나이인, 인생에 대한 미래안적인 것보다는 지금 바로 자신앞에 떨어진 '불' 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못나보이기도 하고 내것보다는 남의 것이 더 커보이는 나이인듯 하다. 장하리,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남의 집 식당일을 다니는 엄마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사는 그녀에겐 내세울만한 같은 반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녀석과는 너무도 비교가 된다. 자신의 운동화는 언제 빨았는지 모를정도로 시커멓지만 녀석은 새롭거나 심심풀이 처럼 유행을 따라가며 새것을 사 신는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노는 자신과는 다르게 늘 과외를 받고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그 친구와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것이다. 한참 그 시기엔 '음악' 으로 아이들은 교류를 한다. 엠피에 좋아하는 음악을 넣어 늘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아이들은 신곡이 뜨면 바로바로 다운받아야만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음악에 무척이나 집중을 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듣게된 남친이 좋아하는 가수 가 '에픽하이' 라는 것. 공교롭게도 교회에 간 엄마를 찾으러 갔다가 화장실에 들렀는데 너무도 우연히 그 가수의 따근한 앨범을 보게 된것.누가 놓고간지 확인하기 전에 가방에 넣고 마는 하리,그렇게 그녀의 비밀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비밀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던 것, 반에서 논다고 할 수 있는 예주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 눈감아 주는 대신에 그녀와 함께 '비밀행동' 에 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우연하게 시작한 일이 그녀를 점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세계로 데려가고 그런 행동에서 알 수 없는 '통쾌함과 짜릿함' 을 맛보던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비단 자신만의 행하는 것이 아닌 남의집 식당일을 다니는 엄마 또한 똑 같은 도벽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하리는 점점 거짓말도 늘게 되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엄마와 아빠에게 감추어져 있던 '비밀과 아픔' 을 듣게 되고는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도 그 일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친다. 처음 교회의 화장실에서 앨범을 훔쳐 나오던 날 교회 화단에서 만난 '범의 귀' 란 꽃을 보며 다 자라지 못한 자신과 비교하게 된다. '꽃이 참 특이하게 생겼지? 꽃잎 크기가 다르네.'... 꽃을 자세히 봤다. 유독 두 장의 꽃잎이 다른 꽃잎들보다 컸다. 마치 기형 같았다.' 겉모습은 성숙하지만 이성은 아직 미완의 열네 살을 비교하듯 범의 귀란 꽃은 그녀와 꼭 닮아 있었다. 

자신이 제일 초라하고 못났다고 생각한 하리가 예주 친구의 비밀을 알게 되고는 그녀와의 거리를 두게 되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끌려 가기만 하는 자신을 다잡듯 그녀와의 끈을 끊는 결단력을 보여주고 엄마도 자신의 도벽을 고치기 위하여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힘을 빌려 보려 하기도 하고 큰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아버지 또한 뭔가 달라지려고 했지만 그들은 '대화' 하는 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래알 같던 가족이 점점 하나로 뭉쳐가게 되고 하리 또한 자신의 '비밀과 거짓말' 속에서 탈피를 하여 자신만의 '범의 귀' 라는 꽃을 완성해 나간다. '맞아. 하지만 그건 순간이야. 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아.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로 남아.'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 나감으로 해서 '범의 귀' 라는 꽃이 불안정이 아닌 그 잎이 존재 하는 한 다시금 '꽃' 을 찾을 수 있다는 존재감을 찾아가는 하리와 하리 가족의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열네 살' 그 모두를 들여다 본 것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범의 귀' 와 함께 여운을 깊게 남겨준다. '범의 귀' 혹은 '바위 취' 라는 꽃은 가만히 보고 있음 사람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서 있는 듯한 꽃은 정말 이쁘다. 나도 한때 그 꽃을 키우기도 하고 활짝 핀 꽃을 보고 신기해 하기도 해서일까 소설은 더 깊게 다가온다. 그 시기를 두 딸과 함께 힘들게 보낸것이 바로 어제일처럼 너무도 생생해서 더 여운이 남기도 하는 것일까?  

하리라는 소녀가 점점 세상을 배워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당당하면서도 이쁘게 그려져 참 다행이다. 주위에서 보면 가끔 '잘못 된 길' 로 접어 들었다면서 아이들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는데 그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있어서 소설은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한순간 잘못 빠져 들면 인생을 그림을 잘못 그릴 수도 있는 시기이지만 잘못된 그림이라도 수정을 하며 보완을 해 나가면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는 '희망' 을 보여준 청소년 소설로 방학이 끝날 무렵 집에 오는 딸들에게도 읽어보게 하고 싶은 소설이다. 딸들과도 많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가끔 보면 그녀들과의 '거리감' 을 느낀다. 엄마와 딸로 친구같은 사이이면서 공부에 시달리는 그녀들과 잠시 대화를 멀리하다 보면 엄마의 욕심을 앞세워 그녀들을 너무 혹사시키면서 '하나의 존재, 하나의 자아' 로 보기 보다는 '대리만족' 을 위해 그녀들의 '존재' 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녀들의 속 깊은 곳에 있는 '비밀' 에 까지 귀 기울여 좀더 거리감을 좁혀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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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사생활 - 아나운서 유정아의 클래식 에세이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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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많이 듣는 편인데도 클래식 하면 정말 어렵게만 느껴지고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까먹는것을 보면 대중가요보다는 관심이 덜한듯 하다. 대중가요는 어떤 노래들은 한번만 들어도 ’아..’ 하고 그 노래를 알거나 가사를 알기도 하는데 클래식은 제목부터 해서 작곡가라든지 시기며 그외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에 한번 더 기죽고 들어간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좋아하는 음악가도 물론 있다. '라흐마니노프' 의 피아노협주곡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허밍으로 곧잘 따라하기도 하는데 그런것을 보면 낯선듯 하면서도 익숙하지만 자주 듣지 않거나 즐겨 듣지 않아서 가진 편견같은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음악가들의 사생활에 대한 영화로는 '아마데우스' 와 '카핑 베토벤' 에서 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좀더 만날 수 있어 천재적인 면보다는 '인간적인' 그들도 한 인간으로 돈이 없어 고심을 하고 베토벤 같은 경우에는 있는 돈을 잘 쓰기 위하여 가계부를 쓰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이 책은 그런 사소한 것들에 좀더 귀기울인 '인간적' 이거나 아님 우리가 아는것 같으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렸던 이야기들을 그녀의 심도 있는 지식으로 다루어 주어 좀더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다.

변성기를 맞아 성가대로부터 쫒겨 프리랜서가 된 하이든, 그래서였을까 좀더 음악에 성실해 질 수 있어 수백 곡의 음악을 작곡하게 되었으며 친구를 기다리다 친구가 없는 집에서 우연히 읽게 된 시로 너무도 아름다운 곡 <겨울 나그네> 을 만들어 내기도 한 슈베르트, 지금의 시대엔 생각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그들의 음악이 가깝고도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다. 음악과 음악에 대한 숨겨져 있어 빛을 발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이나 그녀만의 감성을 깃들여 정리를 해 놓은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에 드는 부분은 꼭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다음에 꼭 한 번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클래식에 대한 지적수준도 높일 수 있는 다양함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 한부분을 마치고 나면  '유정아의 클래식노트' 라고 하여 핵심적인 내용만 쏙쏙 간추려 놓아 우등생들의 클래식 노트를 살짝 훔쳐 보는 느낌을 갖게도 한다.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곁들여 놓아 음악이나 인생이나 흘러가는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 사람들은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몇 몇 음악가나 음악들은 익히 아는 것들도 있지만 들어보지 못했거나 혹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음악가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어 집중을 하고 읽다보면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언제 흘러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는 클래식의 사생활은 그 모든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려 하기 보다는 좀더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알지 못했던 부분들은 좀더 익숙하고 친숙하게 해 주었으며 한번더 짚고 넘어가는 부분인 '유정아의 클래식노트' 가 있어 정리를 해 주니 클래식에 대한 알짜 에세이인지도 모른다. 바이올리니스트 바담 레핀이 베토벤의 콘체르트 D 장조 op.61을 녹음하며 한 말이 인상적이다. ' 음반은 자신의 것으로 남는 기록물이지만 그건 그 당시의 견해를 담고 있을 뿐이죠. 그 순간의 진실일 뿐입니다.' 자신이 오랜 세월을 걸려 좀더 그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졌을 때 비로소 녹음을 하는 그 프로정신, 요즘 흔하게 일어나는 '표절' 이라는 것에 깊은 생각을 갖게도 해준다. 이렇듯 클래식의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음악가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 혹은 그 음악을 다루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다루어주어 무료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클래식의 오찬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클래식의 사생활에 올려진 디저트 같은 책인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송>이나 전성태의 <늑대> 같은 소설은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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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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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나는 그에게 말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모데라토 칸타빌레> 에서도 여인은 절대적인 사랑을 찾아 헤매인다.십년 동안 공장주의 아내로 살면서 정원의 너도밤나무 한그루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살았지만 봄마다 목련꽃이 필때면 사랑의 몸살을 앓는다. 그런 그녀가 카페에서의 살인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녀의 삶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작픔에서도 소녀는 이제 겨우 열다섯 살 반을 지났는데 성숙한 미를 풍긴다. 그런 그녀의 가정을 보면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 혼자의 힘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 밑으로 그토록 그녀가 믿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장남은 마약과 노름에 찌들어 재산을 탕진하기도 하는가 하면 가족의 주머니까지 턴다. 그런 형 밑에서 눌 억눌려 있는 남동생인 작은오빠와 소녀, 어머니도 그녀가 모르는 사이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큰오빠와 가정도 도는 알고 있는 어머니의 광기를 어느날 소녀도 목격하게 된다. 그런 불안전한 일상에서 탈출을 하려는 '사춘기' 의 소녀는 방학을 마치고 메콩강을 건너 오는 배 안에서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어쩌면 중국인 남자도 사춘기 소녀도 서로의 일상에서 탈출할 상대로 서로에게 빠져 들었는지 모른다. 비참하고 비정상적인 가족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녀가 중국인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걸듯 빠져든다. 절대적 사랑을 갈구하는 그들앞에 미쳐가는 어머니도 마약과 노름에 찌들어 병들어 가는 큰오빠도 그런 식구들 밑에서 늘 귀죽어 있는 작은오빠도 그녀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인 여자와 결혼을 해야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중국인 남자의 아버지와 연인이 의견마찰을 일으켜 부딪혀도 그녀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그녀만의 비상구에서 머무르다 떠나면 그만이다.

그녀가 간직한 '슬픔' 을 그녀의 연인인 중국인 남자 또한 가슴에 품고 있어 그들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어요. 날 사랑한다 해도, 당신이 습관적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대해 주세요.' 라는 말을 하며 그와의 관계를 허락하는 그녀, 그가 자신을 사랑해 주기보다는 그저 다른 여자를 돈으로 살 때처럼 습관적으로 대해주기를 그런 여자로 취급받기를 원했던 그녀, 사랑을 부정하고 있지만 둘의 밑바탕엔 사랑이 진하게 스며든다. 열다섯의 소녀가 하기엔 인생의 질곡이 담긴 말인데 무척이나 여운을 남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에서 프랑스인인 그들은 어딜가나 주목을 받았을 듯 하다. 그런 속에서 어린 소녀가 중국인을 상대로 '매춘' 을 한다는 소문이 났다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했을까.

'작은오빠가 죽은 후에야 그의 불멸을 기억해 냈듯이.'
하지만 그런 시선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리면서도 당돌했던 소녀, 어쩌면 사랑은 이런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그들의 애정은 깊어가기만 한다. ' 우리는 독신자 아파트로 돌아온다. 우리는 연인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식민지령에서의 서로의 혼란과 사랑의 혼란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그녀가 떠나는 마지막 모습마져 항구의 한 켠에서 숨죽여 지켜 보고 있는 중국인 남자,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지 못하고 중국인 여자와 결혼을 하지만 전쟁도 끝나고 세월이 흐른 후에 아내와 파리를 찾은 그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는 것을 밝힌다. 작은오빠가 죽은 후에야 그가 죽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 냈듯이 사춘기시절 불같은 사랑의 행위를 하면서도 사랑이라 하지 않았던 '사랑' 은 그 시각으로 멀어지고 나서야 '사랑' 이었다는 것이 더 확실하게 들어난다. 모든것은 그 존재가 없어진 후에 그 가치가 들어나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여 불멸의 사랑임이 들어나 더욱 애잔하면서도 아쉬움이 남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 시대 영화로 먼저 보게 되었다. 막 이십대를 지나서 보게 된 가슴 아린 영화인 '연인' 은 소녀의 모습도 중국인 남자역을 했던 '양가휘' 의 말끔하면서도 소녀를 어쩌지 못하는 안절부절과 마지막 장면에서의 가슴을 울리는 여운이 정말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깊이 남는 영화로 원작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소설을 읽다보니 영화의 장면이 언뜻 언뜻 생각나기도 하는데 무언가 몽롱함에 얼켜 있는 속에서도 사랑의 묘사나 심리묘사가 뛰어 나다. 여자의 마음을 참 잘 묘사하는 작가이다. 영화에서도 처음에 배의 난간에 기댄 소녀의 모습과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심리 또한 잘 표현이 되었다.  ' 출발, 언제나 똑같은 출발이었다. 언제나 바다를 향한 첫 번째 출발이었다. 육지와의 이별은 늘 고통과 절망 속에서 이루어졌다.'  고통과 절말을 뒤로 하며 파라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절대적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쓴다. 자전적인 소설이라 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광기 어린 사랑의 묘사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언제 읽어도 가슴이 아린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며 '탈출구' 를 원하는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를 만나면 '집착' 을 하게 되는데 이루어 지지 못할 사랑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라 더 아련하면서도 애잔한 듯 하다.풋풋한 사춘기의 첫사랑이라 더 가슴이 아프게 기억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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