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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열네 살,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니 바로 지나쳤기에 열네 살이란 나이는 내겐 먼 나이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부딪히며 녀석들과 다투고 한참 사춘기라 봄의 열병과 같은 새로운 '병' 과 맞서느라 우리집은 늘 소란스러웠다. 유독 큰아이와 말싸움이 잦아서일까 연년생인 막내와는 그 시기를 힘들이지 않고 지났던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그것이 아쉽고 서운했는지 '엄마는 늘 언니만 챙겨주고..언니가 우선이야..' 라는 녀석의 투정을 들어야 했던 시기였다. 우리집 아이들을 보아도 그 나이에 '비밀' 은 무척이나 많았다. 학교에서의 일이나 친구간의 사소한 일들도 '엄마' 나 '어른' 들이 알면 안되는 무슨 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녀석은 늘 방문을 닫고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아님 저희만의 은어로 말을 하기도 해서 엄마는 '왕따 아닌 왕따' 가 되어야 했기에 좀더 녀석들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고자 친구들이 집에 오고 싶다고 하면 오며가며 들러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는 '거리감 없는 엄마' 로 자리매김 하기 위하여 녀석들의 친구이름을 될 수 있으면 많이 알고 있거나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저장해 놓았었다.
열네 살, 그녀의 비밀은 무엇일까?
한참 '비교' 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사소한 것들을 비교하고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하는 나이인, 인생에 대한 미래안적인 것보다는 지금 바로 자신앞에 떨어진 '불' 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못나보이기도 하고 내것보다는 남의 것이 더 커보이는 나이인듯 하다. 장하리,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남의 집 식당일을 다니는 엄마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사는 그녀에겐 내세울만한 같은 반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녀석과는 너무도 비교가 된다. 자신의 운동화는 언제 빨았는지 모를정도로 시커멓지만 녀석은 새롭거나 심심풀이 처럼 유행을 따라가며 새것을 사 신는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노는 자신과는 다르게 늘 과외를 받고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그 친구와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것이다. 한참 그 시기엔 '음악' 으로 아이들은 교류를 한다. 엠피에 좋아하는 음악을 넣어 늘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아이들은 신곡이 뜨면 바로바로 다운받아야만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음악에 무척이나 집중을 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듣게된 남친이 좋아하는 가수 가 '에픽하이' 라는 것. 공교롭게도 교회에 간 엄마를 찾으러 갔다가 화장실에 들렀는데 너무도 우연히 그 가수의 따근한 앨범을 보게 된것.누가 놓고간지 확인하기 전에 가방에 넣고 마는 하리,그렇게 그녀의 비밀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비밀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던 것, 반에서 논다고 할 수 있는 예주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 눈감아 주는 대신에 그녀와 함께 '비밀행동' 에 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우연하게 시작한 일이 그녀를 점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세계로 데려가고 그런 행동에서 알 수 없는 '통쾌함과 짜릿함' 을 맛보던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비단 자신만의 행하는 것이 아닌 남의집 식당일을 다니는 엄마 또한 똑 같은 도벽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하리는 점점 거짓말도 늘게 되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엄마와 아빠에게 감추어져 있던 '비밀과 아픔' 을 듣게 되고는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도 그 일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친다. 처음 교회의 화장실에서 앨범을 훔쳐 나오던 날 교회 화단에서 만난 '범의 귀' 란 꽃을 보며 다 자라지 못한 자신과 비교하게 된다. '꽃이 참 특이하게 생겼지? 꽃잎 크기가 다르네.'... 꽃을 자세히 봤다. 유독 두 장의 꽃잎이 다른 꽃잎들보다 컸다. 마치 기형 같았다.' 겉모습은 성숙하지만 이성은 아직 미완의 열네 살을 비교하듯 범의 귀란 꽃은 그녀와 꼭 닮아 있었다.
자신이 제일 초라하고 못났다고 생각한 하리가 예주 친구의 비밀을 알게 되고는 그녀와의 거리를 두게 되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끌려 가기만 하는 자신을 다잡듯 그녀와의 끈을 끊는 결단력을 보여주고 엄마도 자신의 도벽을 고치기 위하여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힘을 빌려 보려 하기도 하고 큰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아버지 또한 뭔가 달라지려고 했지만 그들은 '대화' 하는 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래알 같던 가족이 점점 하나로 뭉쳐가게 되고 하리 또한 자신의 '비밀과 거짓말' 속에서 탈피를 하여 자신만의 '범의 귀' 라는 꽃을 완성해 나간다. '맞아. 하지만 그건 순간이야. 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아.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로 남아.'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 나감으로 해서 '범의 귀' 라는 꽃이 불안정이 아닌 그 잎이 존재 하는 한 다시금 '꽃' 을 찾을 수 있다는 존재감을 찾아가는 하리와 하리 가족의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열네 살' 그 모두를 들여다 본 것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범의 귀' 와 함께 여운을 깊게 남겨준다. '범의 귀' 혹은 '바위 취' 라는 꽃은 가만히 보고 있음 사람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서 있는 듯한 꽃은 정말 이쁘다. 나도 한때 그 꽃을 키우기도 하고 활짝 핀 꽃을 보고 신기해 하기도 해서일까 소설은 더 깊게 다가온다. 그 시기를 두 딸과 함께 힘들게 보낸것이 바로 어제일처럼 너무도 생생해서 더 여운이 남기도 하는 것일까?
하리라는 소녀가 점점 세상을 배워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당당하면서도 이쁘게 그려져 참 다행이다. 주위에서 보면 가끔 '잘못 된 길' 로 접어 들었다면서 아이들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는데 그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있어서 소설은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한순간 잘못 빠져 들면 인생을 그림을 잘못 그릴 수도 있는 시기이지만 잘못된 그림이라도 수정을 하며 보완을 해 나가면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는 '희망' 을 보여준 청소년 소설로 방학이 끝날 무렵 집에 오는 딸들에게도 읽어보게 하고 싶은 소설이다. 딸들과도 많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가끔 보면 그녀들과의 '거리감' 을 느낀다. 엄마와 딸로 친구같은 사이이면서 공부에 시달리는 그녀들과 잠시 대화를 멀리하다 보면 엄마의 욕심을 앞세워 그녀들을 너무 혹사시키면서 '하나의 존재, 하나의 자아' 로 보기 보다는 '대리만족' 을 위해 그녀들의 '존재' 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녀들의 속 깊은 곳에 있는 '비밀' 에 까지 귀 기울여 좀더 거리감을 좁혀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