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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두엄 냄새 서로 섞인들 - 길동무 셰르파의 고향, 피케를 걷다
김홍성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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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셰르파의 고향, 때묻지 않은 그곳 피케에서 만난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


꽃향기,두엄냄새 서로 섞여도 좋은 곳, 순박하고 욕심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그가 걷기여행을 떠났다. 그의 전작 <우리들의 소풍>과 <천년 순정의 땅,히말라야를 걷다>를 무척 인상깊게 읽었다. 히말라야, 그만의 방식으로 걷기여행을 하며 농가와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 그곳에서 정말 때묻지 않은 사람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산초를 발라도 재봉틀벌레에게 물려 고생을 하면서 그들속에서 어우러졌던 깨끗한 이야기들을 덜어내지도 보태지도 않고 그만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전해주어 정말 따듯하게 읽을 수 있는 글과 사진이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보내준 책이라 더 정감있게 읽은 책이다. 

아내와 함께 하던 밥집 <소풍> 의 구수하고 깔끔한 이야기가 있는 ’우리들의 소풍’ 에서 아내를 잃은 슬픔에 가슴이 먹먹하더니 이 여행은 어쩌면 그곳에 영혼으로 머물고 있는 아내와의 조우를 위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작가와의 인연처럼 그 책을 읽은 후에 뜻하지 않게 아는 동생이 어린애들을 놔두고 간암으로 먼저 가게 되었다. 그녀가 어린딸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눈물이 나고 얼마동안 그녀와의 추억에 그 소식이 거짓처럼 여겨지며 한동안 헤매이게 되었는데 그래서였을까 그가 떠난 여행에 나 또한 마음을 실어 본것처럼 맑은 공기를 함께 한 기분이 들었다.

파란 하늘과 파란 산맥, 모두가 때묻지 않은 하나로 연결된듯한 그곳에서 그가 전해주려 한것은 우리내 어릴적 추억처럼 추억의 저장고에 갇혀 있는 모든것들이 그곳에 고스란히 모여 있는듯한 느낌은 비단 작가만의 느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는 한 쌍의 제비가 분주히 드나들며 천장 모서리에 둥지를 트는 중이었다. 오래 전 추억을 더듬게 하는 이런 저런 풍경들과 시바라야는 옛 고향으로 간느 길목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잃어버리고 있다면 아직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과 전통을 천형처럼 간직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그 값으로 그들은 가난이란것을 안고 살지만 그래서 더 행복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는 것 같다.

여행의 커다란 목적을 둔 것보다는 천천히 걷기여행을 하며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과 문화와 접하며 스스로 그들과 하나가 된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여행서는 정말 읽어도 개운하다. 그가 걷는 발길의 먼지처럼 나폴나폴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것처럼 낯선 문화가 전혀 낯설지 않고 그들이 주식으로 여기는 감자며 옥수수며 창을 함께 마신듯한 느낌에 얼근하게 취해 밤하늘 가득 찬 별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다. 공기가 맑은 곳에서 보는 밤하늘 별들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그런 풍경을 평생에 한번 볼 수 있을까? 그가 들르는 곳마다 농가의 아낙들이 퍼주는 창이며 락시가 결코 낯설지 않고 달이며 샥빠(우리나라 수제비 비슷) 한 음식들이 한번 맛보고 싶어질만큼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구수하다. 우리내 옛 시골길에서 만나는 이야기처럼 정이 있어 더욱 정감이 간다.

그가 또한 나처럼 글쓰기와 사진찍기를 좋아하니 더 느낌이 통한다고 할까. ’나는 카메라를 통해 많은 위안을 얻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순간의 몰입 상태가 피로를 잊게 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람을 느꼈다.’ 글로 다하지 못한 느낌이 담긴 사진들은 풍경이나 인물들의 표정에서 거짓이 없이 들어나 있으니 그의 여행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구속되지 않은 여행의 묘미와 함께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정을 나눌 수 있는 그곳 피케, 이 책을 통해 나눔의 정이 모여 곰파에서 공부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어떤 방법이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순박한 사람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던 책이다.


 
책 속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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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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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울 엄니, 내가 떠나올 때에 객지 나가 고생 말라구 하시더니...어이구 울 엄니...’


황석영,그의 중단편을 만나다 보니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루의 삶조차 결코 단순하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의 불합리와 싸우듯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삶을 영위하기 위한 투쟁을 해 나가는 그들을 만나다 보면 가슴이 울컥하며 무언가 올라오듯 한다. <한씨연대기>에서 꼿꼿한 성격탓에 자신의 삶을 버리고 바닥같은 삶으로 한생을 마감한 한씨나 <삼포 가는 길>의 세사람처럼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고향을 찾아 정처없이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또한 내일의 일을 예감할 수 없다. <객지> 에서도 개미처럼 자신들의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팔고 있지만 그 이득은 어디로 가고 마이너스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로 동혁이나 대위처럼 그 현장에서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올해 떠들석하게 했던 뉴스,용산재건축현장의 시위 참사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객지> 는 객지나가 고생하지 말라는 엄니의 말처럼 어디든 날품팔이를 하러 다니면 일이 자신을 따라 다닐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노동력마져 착취를 당하고 있음을 안 그들에게 내일이란 없다. 그들이 시위장소로 선택한 민둥산인 뒷산처럼 그들에겐 그늘막 하나 없는 삶에 갈증만 더할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마지막 보루처럼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왔다. ’국회의원들이 오신단다’ 높으신 그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공사에 그들의 노동력은 대단한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도 연명하지 못하는 그들의 노동력은 파리목숨보다 못하다. 층층이 그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이들 밑에서 그들이 선택해야 할 ’오늘’ 이란 무엇인지...

입석부근,고교시절인 1962년 이 작품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데 대단하다. 고교시절부터 그의 이야기꾼 기질이 엿보이는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인 <개밥바라기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문학에 대한 외도로 인한 방황이 중단편들에 잘 들어나 있는것 같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듯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고 월남전 참전용사들을 대신하듯 그가 뱉어낸 <탑> 이나 그외 작품에서 전쟁후 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너무도 사실적이라 그 상황속에 실제 내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장편 뿐만이 아니라 중단편 하나로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만큼의 영향을 발휘하는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관심밖의 사람들이지만 인간 존엄성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모두 넋이 빠져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다운 모든 것이 탈진되어 의식이 흐려졌다.나는 배수로 속에 끓어 앉아 토했다. 전투가 끝나버렸는지,아니면 다시 끝없이 시작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서로 누가 남았는지 바라보기조차 귀찮았다. 그래서는 죽은 자들의 굳어진 몸뚱이 사이에 넘어져 졸기 시작했다.' - <탑> 중에서

장편에 길들여져 멀리하던 중단편들의 맛을 그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되찾을 수 있다. <오래된 정원>을 읽고 한동안 먹먹하여 그의 책들을 찾아 읽던 기억이 이젠 중단편들로 인해 한동안 그의 소설속에서 헤매일듯 하다. 백화,가화,동혁 등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고향을 찾고 그들이 꿈꾸던 내일을 언제쯤 되찾을지 소설밖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들이 있어 한해의 마무리를 그와 함께 하는 기분이다. 아무쪼록 읽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어 두었던 그의 단편들을 접할 수 있어 밀린 숙제를 한 기분이다. 그의 새로운 소설 <강남夢>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새롭게 변신한 그의 이야기꾼 기질을 엿보고 싶어진다.

'서리는 매점을 경영하고 전표장사나 돈놀이를 해서 수지를 맞춥니다. 회사측에서는 하급 인부들의 노임과 작업 문제를 합숙소랑 직결시켜서 일임해버리는 게 편리한 거죠.어째선가 아쇼?' -<객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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