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표지만 보면 딱 '만화책' 이다.하지만 만화책이 아닌 청소년 소설이다. 젊은 작가가 글을 참 재밌고 맛깔스럽게 잘 썼다. 사춘기의 딸들이 있어도 청소년 소설을 얼마 읽지 않았는데 요즘 몇 권 읽다보니 재밌다. 이 책을 읽기전에 읽은 <열네 살,비밀과 거짓말> 도 재밌었는데 이 책 또한 사춘기의 아이들이 <비밀> 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로 인하여 단결을 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게 된다. 그들이 간직한 '비밀' 은 무엇이고 그들을 성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철수맨, 수도권의 평범한 개발 도시지만 희주가 사는 동네는 최고급 어학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학원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소가 밭을 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동네이다. 그런 마을에 20여년전에 있었다는 전설의 '철수맨' 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철수맨이라는 정의의 그 또는 그녀는 몇 대 일로 싸워도 이기지만 그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남자아이의 가면을 쓰고 있어 '철수맨'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철수맨이 다시 동네에 나타난 것이다. 희주는 그녀만이 간직했던 '철수맨을 본 일' 에 대한 비밀을 친구인 유채와 지은에게 털어 놓게 되면서 그녀들과 함께 철수맨을 찾아 나서는 비밀결사대를 조직하게 된다. '네 말도 맞아. 하지만 너, 혹시 너를 하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건 아니야?' 희주가 본 결정적인 단서로는 철수맨은 바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같은 학년 학생이었던 것. 셋은 모여서 누가 '철수맨' 에 가장 적합한지 한 명 씩 점찍게 된다. 처음으로 호명된 '강준석과 주현우' 그들은 단짝으로 서로 늘 붙어 다니며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준다. 하지만 희주는 주현우의 비밀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다. 지은은 현우를 짝사랑하고 있기도 하고. 그녀들은 어느날 밤 몰래 현우의 뒤를 밟다가 그가 무당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왜 준석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준석과 현우도 그녀들과 함께 철수맨을 찾기 위한 비밀결사대에 들어가게 된다. 현우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자신이 무당의 아들이란 것에 짖눌려 있다가 친구들에게 비밀을 털어 놓고 나니 홀가분함을 느끼며 친구들과 더 가깝게 어울리게 된다. 희주는 그녀의 오빠 때문에 현우의 비밀을 알게 되고 오빠가 다단계를 한다며 진 빚 때문에 집안이 어렵기도 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유채 또한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그런 어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준석도 어린시절 크게 아프면서 현우 엄마의 힘에 병을 치유하는 그런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들이 철수맨이라 생각하는 또 한사람 민혁, 그는 아버지가 대대로 이어오는 '종무도' 를 이어받아야 하지만 그는 약골인척 하며 회피를 해 왔다. 그런 그들이 '철수맨' 때문에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투포환 선수인 윤주를 혹시 '여자 철수맨' 이라 생각해 보았지만 그들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철수맨' 과 만나게 된다. '나만 아는 비밀이야.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비밀을 이렇게 말하고 나면 비밀이 될까? 자신안에 감추어 놓았던 비밀이 입을 통해 친구에게 전해지고 나면 그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들이 간직했던 비밀은 하나하나 들추어 지면서 '그랬구나' 하는 친구의 수긍으로 더이상 비밀이 아닌 비밀이 되고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고 뭉치는 사이가 되어간다. 이야기 전개도 재밌고 재밌는 일들도 많고 술술 잘 나가는 청소년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도 들면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모래알 같던 아이들이 '철수맨' 이라는 슈퍼 히어로를 찾기 위하여 하나로 뭉쳐 가면서 자신들이 점점 '철수맨' 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친구' 로 거듭남이 좋았고 왕따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는 것이 좋았다. 탈주범의 손아귀에 잡혀 위기일발의 순간에 철수맨이 나타나 그들을 구해 주지만 그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는 그들, 그들 또한 탈주범을 잡았으니 남의 눈에는 그들 또한 '슈퍼 히어로' 가 된 것이다. 자신안에 정의가 살아 있다면 누구가 '철수맨' 이 될 수 있다. 철수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래알 같던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 들이고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청소년으로 거듭나다는 것이 재밌는 이야기들과 빠른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재밌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청소년 소설이다. 딸들이 청소년인데도 청소년 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했는데 읽다보니 재밌다. 한참 '정의' 를 중요시 하는 그들이 대단한 일을 해결했으니 조금은 우쭐할 수도 있는데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그려낸 끝도 재밌다. 무언가 제2탄의 철수맨이 나타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