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안내

 그동안 서평단 책을 통해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기적으로 글을 써야 했는데, 이 점은 게으른 저한테는 좋은 자극이었습니다.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아버지란 무엇인가>-일단 서평 기간에 받은 책 중에서 가장 인문학에 가까운 내용과 손에 잡히는 묵직한 두께가 마음에 듭니다. '아버지 (부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류학, 신화, 문화, 그리고 급변하는 사회 등에 투영되어 작용하는 부성 이미지를 올곧게 잘 쫓아간 거 같습니다. 저자의 세세한 관점에 동의하느냐 여부보다 이러한 인문학적 지구력이 배인 글쓰기가 인상적입니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자연은 어미니와 관련해서 '어떤 도약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도약이 필요했고, 이런 점에서 부성은 문명의 시작과 동등한 것으로 여거질 수 있다. 게다가 부성이 필요로 하는 도약은 자연을 거슬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아버지들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아버지란 무엇인가>, p.105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아버지란 무엇인가> 

 

 

 

    2.<남미 인권기행> 

 

 

 

    3.<불멸의 신성가족> 

 

 

 

    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5.<빈곤한 만찬> 

 

 

 

 

•  바라는 점 

   서평 도서를 어떻게 선정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름이 알려진 저자나 홍보가 잘 되는 책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따라서 서평단들이 굳이 글을 통해 알리지 않더라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어려운 출판 현실에서 이렇게 홍보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좋은 책들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10~20프로 정도는 서평단들이 추천하는 책 중에서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서평 기간에 도착한 책들 중에서 과학서적이 보이질 않네요.  

끝으로, 여러 새로운 책들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신성가족>을 리뷰해주세요.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부모님 세대는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법대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법과 출세는 매우 끈끈하게 우리 사회의 높은 그곳에서 거미줄을 드리우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쉽게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있겠고, 노력이든 운이든 한 번 들어가면 서로 얽히는 강도와 결속감은 차별적인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법조계에서 풍기는 냄새들은 뉴스나 신문에 자주 배어나오지만, 그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가진 실제 사람들의 모습은 접하기 어려웠다. 금품과 관련한 비리나 정치적인 입김에 흔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일반 시민들은 그냥 쓴웃음으로 대꾸할 뿐 적극적으로 다른 행동을 보이진 않는다. 왜냐햐면, 그러한 뒤처리 역시도 그들의 몫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왠지 비슷한 일들이 늘 되풀이되는 거 같고, 그때마다 여론은 호들갑을 떨지만, 근본적으로 바껴지는 건 없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법조계를 두 가지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나는 법조인들의 권력 지향적인 욕망과 거기에서 희생되는 '순백의 정의'에 대한 실망이고, 그러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자기 혹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거기에 속하길, 혹은 하나의 끈이라도 연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 거기에 또 하나의 시선이 담겨 있다.

어쨌든, 우리는 좀 막연하게 법조계를 바라 본 것이 사실이다. 너무 일찍 그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어떤 긍정적인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면이 있다. 그러나 단단하게만 보이던 그들 내부에도 여린 푸른 싹이 돋기도 하는데, 그것이 어떤 크기의 희망이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의 가치를 위해서 그것은 포기하기 아까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허물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나 잔인한 감상 이상의 것이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이 책, <불멸의 신성가족>은 그러한 고민과 희망이 담긴 하나의 기획 도서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구성과 진행에서 진지함과 성실함도 엿볼 수 있는데, 어떤 주제에 대한 결과를 통계적인 방식으로, 즉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그림을 완성해가는 것을 지양한다. 대신 현장의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심층 면담) 거기서부터 나오는 실제의 색깔로 그림 빈 곳을 채우는 생생함이 있다. 이는 곧 법조계 내부의 살아있는 음성의 유출이고,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의 얼굴을 한 법조인'을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는 셈이다. 

일반인과 법조인 사이의 막연한 오해와 거리감은 저자도 강조하듯이, 의사소통의 단절에 큰 이유가 있다. 가령, 돈만 해도 그렇다. 그냥 원래 그들은 욕심이 많으니까, 보이는 돈 낼름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돈 욕심보다 조직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문제도 이들 시스템 내부에는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 청렴하고자 거절하는 것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또라이 짓'이 될 수 있고, 내키지는 않지만 불협화음을 피하기 위해 수락하는 것은 일종의 '희생'이 될 수 있다. 즉 단어도 문맥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듯이, 행동 역시도 그러한 것을 고려할 일이다(그러나 그러한 내막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음을 갑자기 받아들이자는 건 물론  아니다.). 

이 책에서 브로커와 관련된 주제에도 새롭고 놀라운 얘깃거리들이 잔뜩 묻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존하는 이 문제. 그리고 이들을 단순히 변호사로부터 수임료 일부를 챙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기 쉬운데, 한편으론 법 시장이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해 필요한 중간다리 역할로도 볼 여지가 있다.  변호사-브로커-마당발로 이어지는 그 숨겨진 네트워크는 느와르 영화의 안전한 현실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불멸의 신성가족', 이 책 겉장의 제목이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우리에게 고상한 높이를 전하는 위압감이 아닌 역전된 뉘앙스로 변한다. 저자가 바라는 건, 신성가족의 결속에서 얻는 불순물이 섞인 암브로시아를 마시면서 그들만의 안락과 불멸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섞이자는 거, 의사소통의 구멍들을 내서 오해와 단절, 그리고 어떤 거리감을 없애야 하지 않게느냐는 문제의식이 배어있다. 거기에 희망이 있음인데, 그 희망의 씨앗, 그 실천은 바로 우리들, 시민들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힘줘서 말하고 있다. 그것이, 과거 '신성가족'에 속했던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살가운 메시지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법조계 내부의 생생한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같은 저자의 <헌법의 풍경>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시민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변 교수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한다"고 이야기합니다."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미 인권기행>을 리뷰해주세요.
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남미'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좀 개발이 덜된 곳, 열정적으로 축구를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세련되지 않은 축구장에서..), 그리고 챙이 큰 모자와 옥수수. 그 외에도 여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야나 아즈텍 문명이 있겠고, 마약 문제, 흥겨운 보사노바 등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곧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 같은 이미지가 지나가는데, 거기에는 가난과 분노에 찌든 민중들의 정지된 얼굴이 담겨 있다. 그러한 얼굴들의 진한 흔적이 이곳, 우리가 살던 땅에도 슬픈 꽃처럼 피어나고 지던 때가 있었다. 오늘이 마침 5월 18일이 아니던가. 그래도 그나마 우리는 그러한 기억에 고개를 숙일 만한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지만, 저곳(남미) 어딘가엔 아직도 그러한 숨 고를 새가 없어 보이니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이란게, 그냥 평범한 사람이 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데, 결국 인권문제가 아니겠는가? 이 책, <남미 인권기행>은 그래서 어쩌면, 남미에 사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꿰뚫고 들어가는 여정이 되겠고, 그 시작도 이들 속에서, 즉 허름한 만원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이 책은 기행문이다. 그러나 다른 기행문과 달리, 어떤 멋진 풍광이나 건물에 대한 감탄은 찾아 볼 수 없다. 마치 비가 추적추적 내리듯, 다소 습기에 찬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나의 길다란 실타래를 찾아가는 진지함, 그리고 거기에 스치는 과거의 음영들이 담겨 있다. 

여기에서 인터뷰는 큰 역할을 한다. 정치인과 지식인은 물론 실종된 가족들을 찾는 모임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그리고 과거 게릴라로 직접 참여했던-이들 혁명가와의 만남은 실감나고 흥미로운 부분인데, 거기에서 생뚱맞게 한국 용병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남미의 과거와 우리나라가 얽히는 건 반갑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는 이 책을 따라가면서, 칠레에서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당의 정권 획득(아옌데 대통령)이라는, 그 역사적인 사건을 반추하기도 하고, 게릴라의 편이어야 하는 주민들이 오히려 정부군에 그들을 신고하는 씁쓸한 사실도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남미 내부의 풍경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이 미국의 입김에 크게 휘둘려왔음을 알 수 있다. '콘도르 작전'을 비롯하여, 남미에 직간접적으로 미국이 얼마나 많이 개입을 했는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거대 자본주의, 혹은 자칭 민주주의 국가와 연결하여 이 모든 문제의 비극을 돌릴 순 없다. 반대로, 공산국가의 그림자 안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은 찾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을 넘어 선 문제이지만, 이러한 비극은 어떤 ~주의, 정치제도에 있다기 보다, 권력(힘)의 성장과 확산에 따른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언제나 힘이 약한 반대급부는 정의로워 보이지만, 이들이 역전하여 힘을 얻으면, 또다시 그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역사를 너무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화한 생각일런지도 모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진지하게 남미 문제를 들여다 볼 시간을 준다. 특히 인터뷰에서 생생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대학생이나 직장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당사 나를 가장 기쁨에 들뜨게 만들었던 만남도 다름 아닌 죽음을 무릅쓰고 피노체츠의 학정에 저항했던 가톨릭 신부와의 만남이었다. 피노체트의 병사들에 체포돼 감옥 바닥에 던져졌을 때, 비로서 칠레 민중들의 고난에 동참시켜 준 신에게 감사했다는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멘"이라는 말이 내 입술에서 나오기까지 했다."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인 정치학>을 리뷰해주세요.
와인 정치학 - 와인 라벨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최고급'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프랑스 보르도에서 자란 포도가 즙이 되고, 발효가 되어서 병에 담긴다. 그리고 맛의 기호인 레벨이 붙어 우리 손에 도달한다. 코르크 마개가 푱하는 소리를 내고 떨어지면, 오랜 시간 갇혀 있던 향은 방 안을 색다른 분위기로 만든다. 자, 그럼 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잔을 가지고 와서 조심스럽게 따르자. 마지막에 병을 살짝 비틀어주면 방울이 교양 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   

좀더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고르기 위해서 만화부터 기행문 형식에 이르는 다양한 책들을 골라 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누구는 와인 보관만을 위한 아지트(아파트)가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온갖 귀한 와인들을 구한 무용담을 부러워하며 듣는다. 그러나 곧 우리 중 누군가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형마트에 갔다가 싼 맛에 가져 온 남미산 와인의 텁텁한 맛이 골때리는 밤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이렇게 붉은 빛 와인은 우리 문화의 한 구석에 스며들어 번지르한 고급스러움으로, 혀는 물론 우리의 새로운 계급의 욕망을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 미묘하게 갈라지는 맛의 질을 (더듬거리면서) 찾아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다른 술이 주지 못하는 분위기와 낭만을 불러들이는 개인적인 의식(儀式)으로 반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다 또 하나를 첨가할 일만 남았다. 그러나 위와는 달리, 와인의 맛을 시커먼 병맛으로 확 바껴줄지도 모를 이야기다. 와인을 증류해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데, 갑자기 기름맛까지 느껴진다. 

박사 논문이 이 책의 출생배경이다. 그러니 주제도 그렇지만, 논문의 성격상 어떤 유머스러움과 생동감 있는 글쓰기의 모습을 바라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참 지루하게도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정치'라는 것은 무슨 대단한 권력의 힘겨루기나, 음모론 같은 거창한 차원이 아니다. 이 정치라는 온도마저도 미지근한 편이라, 독서 중에 와인 효과를 경험할 수도 있다(슬슬 졸린다).  

그래도 이 부분은 흥미롭게 봤다. 포도나무뿌리진디의 확산으로 유럽의 포도재배는 큰 위기에 처햇는데, 미국의 포도나무를 들여 와, 뿌리를 교접하는 방식으로 내성을 키워 이겨냈다는 것이다. 유럽의 영향으로 뒤늦게 포도나무를 길러 와인을 빚던 미국이, 이번에는 유럽 와인의 구세주가 되는 순간이다.  

어떻게 본다면, 꼭 와인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통되는 대개의 것들은 정치 경제학적인 복잡한 루트 안에서 제 갈 길로 간다. 담배도 그렇고 그 화려하게 이쁜 튜울립도 그렇다. 이제 우리의 결정적인 에너지원이 된 콩만 해도 그렇다. 그 대량생산과 유전자 변형 문제로 말이 많지 않던가?(와인도 유전자 변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에서도 효모와 발효, 그리고 유전자 변형에 관한 내용이 p.199~p.200에 걸쳐 나온다) 

그렇긴 해도, 와인이 정치 경제학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질 때는 좀 다른 느낌이 나는 건 사실이다. 와인은 먹는 것 이전에, 우리의 어떤 문화적인(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집단적인 것에 이르는) 공간에 남다른 지위를 갖고 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아름답고 멋진 신화가 고고학적인 진실에 의해서 역사로 재구성 될 때, 떨어져 나가는 그 무언가의 상실과 닮았다. 

포도주는 디오니소스 신화와 연결되는 남다른 시간과 부피를 가진 술이다. 그러나 여기에 레벨이 붙는 순간, 그 신화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저자의 말대로, 이 레벨에는 와인의 붉은 빛깔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학적인, 중층적인 문제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그들 사이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우리는 단지 퇴근할 때, 탐스러운 와인 한 병을 고르고, 또 집에 와서 스포츠 재방송이나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홀짝 마시면 되니까. 무시하면 분위기, 그리고 낭만은 죽지 않는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달콤한 와인의 맛과 전혀 다른, 와인을 둘러 싼 차가운 현실을 대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상품에 수동적으로 매달린 소비형태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으로 보인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단지 와인을 즐기는 사람에겐 굳이 권하고 싶지 않다. 반대로 비판적으로 사물을 대하고, 자신이 자본주의에 맥없이 끌려다니는 걸 참기 어려운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와인은 기독교, 특히 카톨릭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와인과 포도원은 풍요로움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경에서 약속된 땅의 젖과 꿀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p.26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와인정치학'을 통해 맛본 와인의 애달픈 사연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2009-07-04 13:42 
    와인은 매혹적인 호기심으로 달콤함에 이끌리고... 정치는 권력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검은손의 압박에 숨이 막히는... 이 둘의 느낌을 한꺼번에 합쳐놓은『와인정치학』이란 제목이 던지는 상반된 느낌에 이끌리어 딱딱하면서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위드블로그 도서캠페인에 선뜻 응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은 제가 상상한대로였건만 결코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뇌로는 눈으로 따라가는 활자에 맞춰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좀..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기타노 다케시의 이 책은 지나치게 삐뚤어진 각도(흉칙한 뼈처럼)로 독자들을 향한다. 여기서 문제는, 마치 위악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 범상치 않은 시선의 사실 여부다. 정말 기타노 다케시의 뼛속에서 나오는 울림이 곧이곧대로 드러난 것인지, 아니면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검게 그을린 살빛을 들이대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마치 자신의 본래 피부색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만약 그러한 낌새가 있다면, 이 책이 풍기는 그 지독한 향을 맡고 단번에 고개를 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너무나 극단적인 즉, 마초적이고, 극우적이고, 아무 생각없이 보이는 발언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그 지나친 부피, 엇나감들은 이 텍스트 자체에 흐르는 효과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지나친 과장이 섞여 있더라도), 기타노 다케시가 본심과 다른 얘기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개 우리는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 결국은 말도 안되는 것을 요리조리 요상한 말로 현혹해서 그럴싸하게 만드는 방법과, 그러한 것을 즐겨 쓰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러한 것을 이미 포기한 저돌적인 글쓰기에 가깝다. 

원래 그러한 야비함이 없는 대신, 자신의 욱하는 성미를 속으로 삭히지 못하는 기질이 만들어 낸 풍경인가? 나는 이 책의 저자, 기타노 다케시의 그러한 내막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근에 이렇게 선(善)의 탈을 내팽겨치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살인지 뼈인지를 보이는 글쓰기를 보지는 못했다.      

차라리 아버지가 없는게 낫다는 발언이나, 청소년들에 대한 말도 안되는 해법들 가령, 군대로 보내라거나, 자기 방을 갖게 되서 은둔형 사고뭉치들이 생긴다는 둥, 하는 말들. 물론 그의 말들 중에서 들을만한 것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것들이 너무 강해서, 우리는 수긍할 만한 자세를 갖출 방석조차 갖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는 스포츠에 대해서도 꽤 부정적이다. 일본이 스포츠 후진국이라니? 말이 되는가? 미국 메이저리그만 보더라도, 지금 일본 선수들의 활약은 상당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순수? 미국인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남미 출신이 상당히 많다). 그나마 스포츠에 대한 얘기중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을 합친 아시아리그 부분은,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유심히 보았다. 

이 책은 제목에 들어간 '위험한' 즉, 위험한 분위기가 여기저기 감돈다. 책이 위험한 것인지, 책의 시각이 위험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 자신이 위험한 인물인지... 아니면 이 위험함을 또 지나치게 곧이곧대로 위험하게 받아들일 독자의 태도에 있을지도 모를 일!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자신의 생각을 눈치 보지 않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자신이 소심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이런 글을 통해서 뭔가 자극(내용이 아니라 스타일에서)이 되지 않을까?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일본의 문화내셔널리즘>,  <우리가 모르는 일본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사회와 가정 사이에 아버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주보는 건 사회뿐이고 가정은 '덤'이다. 사회와 가정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창'처럼 가정 안에 사회의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자식은 아버지와의 긴장관계 속에서 아버지가 맞서고 있는 사회를 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p.9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09-05-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반까지 읽은 소감이 비슷해요. 추천 누르려는 참에 알라딘에 에러가 나서 30분 시도 끝에 겨우 했습니다. ^-^;;

TexTan 2009-05-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셨군요. 그런 수고까지 하시다니 괜히 미안해 지네요. 기타를 치는 모습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