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러셀 감독과의 첫 만남은 아마도 젊은 시절 휴 그랜트가 나왔던 <백사의 전설>이란 영화였던 것 같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지 나중에 이 감독의 영화들을 찾아서 보곤 했다.

 

<크라임 오브 패션>, <토미>, <상태 개조>, <악령들>이란 영화들, 그리고 옴니버스 영화인 <아리아>, <에로틱 테일즈> 등..

 

뭔가 독특한 색깔을 가진 감독이고, 자신의 재능을 잘 펼친 영화들도 몇 편 있지만, 그런 색깔을 더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80년대 이후 주춤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90년대부터는 미지근해진 느낌.. 그러니까 71년 <악령들>에서 84년 <크라임 오브 패션>까지가 가장 왕성한 기운을 보여줬던 것 같다. 물론 대표작 <토미>도 이 시기에 나온 영화다.

 

나는 특히 <악령들(The Devils)>이란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지금 보더라도 주제가 상당히 파격적이고 카메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래서 그 당시 영화는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기는 힘들었는데, 런닝 타임이 1시간 9분대에서 1시간 48분대까지 여러 버전이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 출시된 디브디도 약간은 잘린 버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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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볼 만한 영화들이 DVD에 실려서 많이 나온다. 가끔 영미의 영향권 밖에 있는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은근히 흥분되는 일이다.

 

 

 

 

자이 장커 감독은 젊다. 중국 아니 아시아 영화의 어떤 새로운 줄기 하나를 세우고 있는 감독 중에 한 명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미 <임소요>라는 영화로 범상치 않음을 알렸는데, 최근에 본 <세계>는 그 전에 보던 중국 영화하고는 뭔가 많이 달랐다. 재미로 따지자면, 쉽게 남한테 권할 영화는 아니지만 말이다.      

<비정성시(A City of Sadness, 1989)>라는 영화로 중국 영화의 묵직한 획을 하나 첨가한 허우 샤오시엔 감독.. 그 이후엔 제대로 된 필력을 보여주질 못하는/않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서기라는 여배우를 자주 쓰는데, <밀레니엄 맘보>, <쓰리 타임즈>.. .  <쓰리 타임즈>는 좀 건조한 영화다.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습기찬 애정을 전하기 보다는 무작정 그녀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한 남자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Rain and Tear'는 건질만한 순간이다. 이 영화의 남자배우 장 첸은 최근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숨>에 나오기도 했다. 그 전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도 참여했던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에서 왕가위 감독 연출분에 공리와 함께 나오는데, 다른 영화들에서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연기한다.  다시 허우 샤우시엔 감독으로 초점을 옮기면,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카페 뤼미에르>는 유럽 영화인들에게 큰 영향을 준 감독 오지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의 현대판 버전이다.  좋은 영화라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아사노 타나노부도 나온다.

<색계>는 시간을 내어 따로 페이퍼를 써야겠다. 영화적 해석을 자극할 만한 짙은 심리의 꼬임이 침대 위에 걸터 앉아 있는 영화다. 아마 지젝이 좋아할 영화가 아닐까싶다.

 

 

 

 

 

 구로사와 아키라.. 일본엔 정말 탐나는 감독들이 많다. 오즈 야스지로, 이마무라 쇼헤이, 미조구찌 겐지, 신도 가네토 등등.   <자전거 도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의 박스세트도 눈에 띈다.

셰익스피어를 전에는 세익스피어라고 한 거 같은데.. 어쨌든, 문학으로서가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로 자주 만나도 그가 발산하는 '인간이 처한 상황'의 떠도는 상징들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좀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보도록 하자. 알제리에서 태어난 토니 갓리프 감독의 <추방된 사람들>은 영화를 찾는 사람들한테는 알려진 편이다. 최근에 아르젠토 감독의 딸 아시아 아르젠토가 나온  <트란실바니아>도 있는데, 다소 싱거운 맛이 나는 영화다. 여배우의 약간의 광기어린 모습들은 그렇게 와닿지도 않고 말이다.   커다란 상복이 있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 중에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로제타>, <아들> 들도 유명한데, 이 영화 <더 차일드>도 역시 칸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 동양인이 보기에는 약간은 좀 수긍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너무 할리우드 영화의 자극에 익숙해져서 섬세한 영화적 감각들이 둔해졌는지도..

 

 

 

 

 

우선 새로운 이미지의 도래를 알리는 영화들. <베오울프><벡실>, 그리고 그 전에 극장판을 통해 그 이미지의 도발을 감행한 <공각기동대>의 후예들(TV판을 비롯한 시리즈)..  <베오울프>는 좀 놀라운 영화다. 우리가 미래에 '이럴 것이다'라고 예감했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는 영화였다. 정말 배우 없이도 실사에 버금가는 영화들이 나올 것만 같다.    <벡실>은 <베오울프>의 기술적인 노선과는 다르다. 실사 영화와 착각할 만한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만화적 이미지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방향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차원에서 어떤 쾌감을 선사하는데, 그것은 바로 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오울프>처럼 점차 그 틈이 사라지게 되면, 처음에 받은 충격은 이내 당연시되기 쉽다. 그 변화의 (작은 시간)과정에서만 우리는 놀랄 뿐이다.  <베오울프>를 말하면서 안젤리나 졸리를 빼 먹으면 김빠지는 장사다. 유혹과 대가(재앙)의 되물림이 우리 욕망이 게으름피우지 않게 자극하는 성난 엄마의 손찌검이 아닐까? 무슨 말인지 통.. 

 

'개별 11인'이라는 어색한 제목을 가진 공각기동대 TV시리즈 2기의 합(Ghost In The Shell - Individual Eleven)이라 할 수 있는데, 비쥬얼에서 큰 공을 들였다면, 극장판으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구성을 갖고 있다. 줄거리의 핵심적인 것은 이미 그 전에 선보였던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괜찮다. 이상하게도 공각기동대는 극장판은 대단히 정성을 들여 만들어도 죽을  쑤는데, TV판은 오히려 인기가 많다. 나는 오히려 극장판이 더 끌린다. 왠만한 영화는 두 번 보질 않는데, 공각기동대 극장판은 2-3번은 봤으니 말이다.  과연 3번째 극장판이 나올 수 있을지.. 기다려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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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사진 작가 헬무트 뉴튼이 그렇게 자주 보던 흑백 고전 영화가 바로 막스 오퓔스 감독의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헬무트 뉴튼의 흑백 사진 중에는 그러한 영향을 짐작케하는 작품들도 더러 보인다.

 

 

 

 

이 감독도 프랑스 영화작가들에 의해 재발굴된 경우에 속하는데, 트뤼포는 그를 장 르느와르, 로베르 브레송, 장 꼭토 등과 함께 작가라는 격을 부여한다. 막스 오퓔스는 특히 인간의 '욕망'을 스크린이라는 그릇에 담는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다. 이번에 여러 작품이 DVD로 나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무방비도시>는 최근에 손예진이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의 제목하고도 같다. 물론 제목만..

 

 

 

감독의 이름에 미리 기대어 대표작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게 그렇게 대단한 영화라니, 도무지 통.."이라며 가벼운 찜찜함을 속으로 낙서하듯 되뇌이는 영화들이 있다. 전에 <독일영년>을 보고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그래도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동시에 그만큼 감정이 복원되기도 한다.

뭐.. 시점이니, 카메라와 대상과의 거리가 객관성과 주관성에 어떻다느니 하는 것은 생략하자. 어쨌든 다행히도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몇 편이라도 여기 이렇게 존재하니까. 특히 아직 보진 못했지만, 로셀리니의 여인 잉그리드 버그만과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도 있으니 좋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온 영화들>

 

 

히치콕의 <스펠바운드>와 <오명>에서 탱탱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기억에 남는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이창>에 나온 그레이스 켈리랑 가끔 헷갈리곤 한다.  <성 메리의 종>도 재미있게 본 영화고, 그녀의 대표작에 속하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어릴 적에 명화극장 이런 데서 하는걸 언뜻 본 기억이 나지만, 제대로는 아직 못 본 영화다.      좀 안쓰러웠던 영화는 베리만(베르히만) 감독의 <가을소나타>이다. 한 시절 미모로 풍미했던 여배우를 나중에 늙은 모습으로 마주쳐야 할 때.. 왜 스스로 마음 속의 고개가 수그러드는 것인지..

 

 

 

 

 

장 피에르 멜빌은 꽤 이른 시기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누벨 바그 영화에도 영향을 줬는데, 특히 저예산과 짧은 시일에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그러하다. 악당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오는데(알렝드롱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도 있음), 관객을 그들에게 동화시키긴 하지만 결국엔 죄값을 치르게 하는 냉정한 결말을 고수하기도 한다.

고전으로 유명한 <선셋 대로>의 감독 빌리 와일더는 미국 영화의 거물이라 봐도 손색이 없다. 마릴린 먼로가 나와 유명한 <7년만의 외출>, <뜨거운 것이 좋아>, 그리고 오드리 햅번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브리나> 등 여배우 복도 많지만, 대중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은 감독이다. 대중의 기호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를 내 놓기도 했지만,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가 앙드레 바쟁도 이 감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는 빌리 와일더 영화 중에서는 <이중배상>을 재미있게 봤다. 1940년대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봐도 구성이 허술하지가 않다. 팜므파탈이 나오는 고전적인 수법이긴 하지만, 히치콕과는 또 다른 긴장감을 간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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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블레이드 러너의 모든 것이 DVD로 멋지게 스며들어 나왔다. 이런 건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경외감이 있다면, 구입할 물건이긴 한데, 생각보다 비싼게 흠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마음만 먹는다면, 심오한 영화들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CF 감독부터 시작한 태생적인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선에서 제작 환경에 타협을 하는 현실적인 사람이 아닐까 과도한 추측을 해본다. <블레이드 러너>는 <에이리언>과 마찬가지로 이런 영화류에서 선구적인 작품이다. 그 후에 수많은 비슷한 것들- 고뇌하는 안드로이드, 기계인간과 끔찍한 미학으로 무장한 괴물들이 스크린에 출몰하지 않았던가.. 

블레이드 러너의 극장 개봉판은 외계인 E.T의 못생긴 주름 앞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작자의 압력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마무리했는데, 주연 배우인 헤리슨 포드의 나레이션이 매우 성의가 없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감독의 의지대로 복원한 감독판이 나왔지만, 이 역시도 큰 재미는 못봤다. 이런 영화는 많은 관객들과 섞여 보기보다는, 새벽에 혼자서 고독을 팝콘 삼아 봐야 제 맛이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매니아용 영화, <블레이드 러너>.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본 사람이 꽤 많을 것 같은 영화..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은 아직 못 본 영화다. <마지막 황제> 이후 영화로 본 건, <스틸링 뷰티>와 <몽상가들> 정도인 것 같다. 젊은 시절에 만든 영화들과 달리 후기로 갈수록 왠지 평범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찰리 채플린 베스트와 세가지 색(레드, 화이트, 블루)을 하나의 박스에 담은 디브디도 보인다. 이 두개는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원스>는 입소문이 좋아서 본 영화인데, 어느 정도 예상한 느낌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박한 영화였다. 음악 영화라서 그런지 정말 음악은 자주 나온다(얼마 전에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이소라와 성시경이 이 영화에 나왔던 노래를 듀엣으로 같이 부르기도 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녹음 작업을 위해 사람들을 물색하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연주자들과의 대화다. 자기네들은 필 리뇻의 음악 아니면 하질 않겠다고 버티는 장면. 필 리뇻이 누구인가? 바로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락커이자 게리 무어와 함께 '씬 리지'를 결성해 뭔가를 보여줬던 인물이 아닌가. 이런 짧은 장면이 어떤 사람에겐 오히려 큰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레지던트 이블도 꾸준히 판을 거듭하고 있다. 여자 배우가 매력적이라서 새로 나오면 보긴 하지만, 썩 그다지 1편의 파급력을 가지진 못하는 듯. 뭐 그런 영화가 어디 한둘이겠냐만은...

 

 

 

 

 

<라따뚜이>가 처음엔 주인공으로 나오는 쥐 이름인줄 알았다. 어쨌든, 약간의 억지가 있긴 하지만, 애들 보는 영화에 굳이 토를 달고 싶진 않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전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섬세함과 부드러움이라니.  그런데, 애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보기에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여전히 계속되는 공각기동대의 여진.. 극장판 말고도 TV판에다가 또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공각기동대들도 있다. 최근에 본 건, '개별의 11명'이란 좀 어색한 한글 제목을 가진 거였는데, 꽤 괜찮았다. 물론 네트워크로 영혼을 이주한다는 발상은 그 전의 극장판에서도 나왔던 거지만, 전혀 색다른 상황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잠깐 썼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완성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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