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을 리뷰해주세요.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부모님 세대는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법대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법과 출세는 매우 끈끈하게 우리 사회의 높은 그곳에서 거미줄을 드리우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쉽게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있겠고, 노력이든 운이든 한 번 들어가면 서로 얽히는 강도와 결속감은 차별적인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법조계에서 풍기는 냄새들은 뉴스나 신문에 자주 배어나오지만, 그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가진 실제 사람들의 모습은 접하기 어려웠다. 금품과 관련한 비리나 정치적인 입김에 흔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일반 시민들은 그냥 쓴웃음으로 대꾸할 뿐 적극적으로 다른 행동을 보이진 않는다. 왜냐햐면, 그러한 뒤처리 역시도 그들의 몫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왠지 비슷한 일들이 늘 되풀이되는 거 같고, 그때마다 여론은 호들갑을 떨지만, 근본적으로 바껴지는 건 없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법조계를 두 가지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나는 법조인들의 권력 지향적인 욕망과 거기에서 희생되는 '순백의 정의'에 대한 실망이고, 그러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자기 혹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거기에 속하길, 혹은 하나의 끈이라도 연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 거기에 또 하나의 시선이 담겨 있다.

어쨌든, 우리는 좀 막연하게 법조계를 바라 본 것이 사실이다. 너무 일찍 그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어떤 긍정적인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면이 있다. 그러나 단단하게만 보이던 그들 내부에도 여린 푸른 싹이 돋기도 하는데, 그것이 어떤 크기의 희망이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우리 사회의 가치를 위해서 그것은 포기하기 아까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허물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나 잔인한 감상 이상의 것이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이 책, <불멸의 신성가족>은 그러한 고민과 희망이 담긴 하나의 기획 도서로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구성과 진행에서 진지함과 성실함도 엿볼 수 있는데, 어떤 주제에 대한 결과를 통계적인 방식으로, 즉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그림을 완성해가는 것을 지양한다. 대신 현장의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심층 면담) 거기서부터 나오는 실제의 색깔로 그림 빈 곳을 채우는 생생함이 있다. 이는 곧 법조계 내부의 살아있는 음성의 유출이고,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의 얼굴을 한 법조인'을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는 셈이다. 

일반인과 법조인 사이의 막연한 오해와 거리감은 저자도 강조하듯이, 의사소통의 단절에 큰 이유가 있다. 가령, 돈만 해도 그렇다. 그냥 원래 그들은 욕심이 많으니까, 보이는 돈 낼름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돈 욕심보다 조직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문제도 이들 시스템 내부에는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 청렴하고자 거절하는 것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또라이 짓'이 될 수 있고, 내키지는 않지만 불협화음을 피하기 위해 수락하는 것은 일종의 '희생'이 될 수 있다. 즉 단어도 문맥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듯이, 행동 역시도 그러한 것을 고려할 일이다(그러나 그러한 내막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음을 갑자기 받아들이자는 건 물론  아니다.). 

이 책에서 브로커와 관련된 주제에도 새롭고 놀라운 얘깃거리들이 잔뜩 묻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존하는 이 문제. 그리고 이들을 단순히 변호사로부터 수임료 일부를 챙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기 쉬운데, 한편으론 법 시장이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해 필요한 중간다리 역할로도 볼 여지가 있다.  변호사-브로커-마당발로 이어지는 그 숨겨진 네트워크는 느와르 영화의 안전한 현실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불멸의 신성가족', 이 책 겉장의 제목이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우리에게 고상한 높이를 전하는 위압감이 아닌 역전된 뉘앙스로 변한다. 저자가 바라는 건, 신성가족의 결속에서 얻는 불순물이 섞인 암브로시아를 마시면서 그들만의 안락과 불멸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섞이자는 거, 의사소통의 구멍들을 내서 오해와 단절, 그리고 어떤 거리감을 없애야 하지 않게느냐는 문제의식이 배어있다. 거기에 희망이 있음인데, 그 희망의 씨앗, 그 실천은 바로 우리들, 시민들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힘줘서 말하고 있다. 그것이, 과거 '신성가족'에 속했던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살가운 메시지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법조계 내부의 생생한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같은 저자의 <헌법의 풍경>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시민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변 교수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한다"고 이야기합니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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