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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마지막 두 달에 걸쳐 구한 책들 중에서 좀 추려서 정리를 해 보았다. 읽은 책도 있고, 후일을 기약하며 그냥 꽂아두기만 한 책들도 있다. 이 '책의 손맛' 페이퍼는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도 있지만, 페이퍼 제목처럼 책의 외관이나 디자인 등 물리적인 특징들도 다룬다.

 

<- 평범한 제목을 가진 옥타브 마노니의 <프로이트>는 변별력이 약한 책 제목으로 눈에 띄기 어려운 책이다.

 

 

드디어 브루스 핑크의 <에크리 읽기>를 손에 쥐었다. 겉장의 표지는 마치 고다르 영화 <주말>의 중간 중간에 삽입된 자막같은 느낌이다. 양장본인데, 같은 출판사인 '도서출판b'에서 전에 나온 <신체 없는 기관>과 책의 외관(표지 디자인 말고)이 좀 흡사한 느낌이다. 본문에 쓰인 종이질은 <신체 없는 기관>에 비해서는 좋은 편이다. 오래 두고 볼 책은 종이질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나중에 책이 누렇게 바래진 걸 넘기려면 약간 곤혹스러우니까.

번역은 김서영 씨가 맡았는데, 전에 <라캉 읽기>도 큰 문제는 없었던 터라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본문의 편집은 무난하긴 하지만, 작은제목 등에 쓰인 글자폰트 등 좀 더 세련되고 간단명료했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런 책의 외양보다 책의 내용이 중요하긴 하지만..

'Routledge Critical THINKERS'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도 선을 보였다. 이 시리즈 말고도 'Routledge Philosophy Guidebook'도 좋은 책들이 많은데, 어쨌든 이 출판사는 불교 관련 책에서부터 현대 철학 사상까지 영양가 있는 책들을 많이 내놓는다.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라캉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약간 경미한 진동으로 건강한 거리감을 줄 거 같은 여자 '크리스테바'에 관한 간단한 입문서다. 크리스테바의 책들이 의외로 우리말 번역으로 많이 나와 있는데, 쉽지 않은 내용이고 번역도 약간 겁이 나는 상황에서, 일단 이 책으로 한숨은 돌릴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크리스테바를 건드리면 '라캉과 지젝 or 핑크'쪽에서 생산하는 지식의 색깔과 또 다른 빛깔과 방향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지적인 체력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 우선 '바흐친'과 기호학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아방가르드 작가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라캉보다는 문학의 힘을 더 직접적으로 끌어 오는 것 같다. 둘 다 조이스를 특별하게 인용하는데, 이 점도 흥미롭다. 젊은 시절 '누보 로망'에 관한 논문도 썼다고 하는데, 영화적으로 보자면, 알렝 레네와 어떻게든 이어지는 선을 찾을 수 있다(마르그리트 뒤라스를 통해서도).  뭐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도 추가다.

옥타브 마노니의 <프로이트>는 부제가 '라깡학파의 프로이트 읽기'로 되어 있다. 어떤 책을 보다가 이 책이 자주 인용되길래 찾아봤더니 다행히 우리말 번역본이 있었다. 책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이 책은 프로이트에 대한 '중립적인' 입문서가 아니다. 라깡의 과학주의적 그리고 반 적응주의적 입장의 입문서이다."라고.  슬슬 좀 입맛이 땡기는 사람도 있을 터.. 

 

 

 

 

융의 <연금술에서 본 구원의 관념>은 일단 연금술과 관련된 풍부한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비록 선명하지 못한 흑백의 그림일지라도, 융의 해설과 함께 연금술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꿈에 나타난 개성화 과정의 상징>과 연속성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시공디스커버리총서'에서 나온 <연금술>은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역시 좋은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다. 어쩌면 내용보다 컬러로 된 신비한 그림들 때문에 손이 가는 책이다. 

<연금술 이야기>는 현재 절판된 책이라서 어렵게 구한 책이다. 여기엔 그다지 연금술 관련 그림들이 많지는 않지만, 내용으로만 보자면, 연금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가장 적당한 책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관한 부분('중국인들의 엘릭시르 탐닉'이란 제목)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런 책들이 왜 재출간되지 않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카메라 폴리티카>

 

 

 

여기 있는 대부분의 책들은 품절이라 지금 새책으로 구하기는 좀 어렵다.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간이라 괜찮고, <카메라 폴리티카> 하권은 가능할 것 같다. 류상욱의 <호모 시네마쿠스>는 <영화의 철학과 미학>으로 약간 증보가 되어 다시 나왔다. 이 책은 프랑스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벌어진 영화 이론과 작가들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책인데, '시네아스트'의 시선이 녹아 있는 영화책이다. 특히 프랑스 '68 학생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롭다.

 

<노자와 도교>

 

 

 

<거북의 비밀>은 중국 고대사회의 신화와 점, 예술 그리고 우주관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서술도 어렵지 않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두루 있어서 맛깔스런 책이기도 하다. 김성철 씨의 <중관사상>은 중론, 중관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적당해 보인다.      불교 대승 경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숫타니파타>도 여태 미루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읽으려고 산 책이다. 불교 경전은 너무 방대해서 짧은 시간에 뭔가를 얻기엔 막막해 보인다.

이렇게 간단하게 작년 2007년 마지막 두 달에 걸쳐 손에 쥔 책들을 추려서 정리해 보았다. 이런 작업은 내 스스로, '책과의 만남'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한 일인데, 어쨌거나, 2008년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두달에 한번은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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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본문과 관련된 책들

-앨피에서 나온 Critical THINKERS 시리즈 중

 

 

 

 

일단 프레드릭 제임슨과 주디스 버틀러와 관련된 책을 볼 생각이다.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두려워하는가>는 전에 봤는데, 누군가 빌려가서 아무 소식이 없는 책이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쓴 <언어의 감옥>이란 책을 갖고 있는데, 이 책도 날 잡아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이젠 슬슬 데리다는 좀 거시기 하고, 바르트는 달콤한 거품 같아서 가끔 톡 터지는 신선한 자극은 있는데, 연속적으로 남는 혹은 쌓이는 맛은 덜한 편이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악마에 대한 글쓰기-제프리 버튼 러셀의 책들

 

 

 

 

이런 책들 은근히 땡긴다. 사악한 글쓰기가 아니라 '사악함' '악마성'에 대한 글쓰기..

 

-숫타니파타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씨가 팔리어(빠알리어)에서 우리말로 옮긴 <숫타니파타>도 갖고 있는데, 숫타니파타라는 텍스트의 가장 원형의 소리를 전하려는 노력이 깃든 책이지만, 처음에 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리말 해석과 밑으로 각주로 원문이 빼곡하게 있기 때문인데, 가독성에 좋은 구성일리 없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왜곡되지 않은 원래의 의미를 알려면,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초기 불교의 香! 석가제존의 직접적인 소리가 담겼다는 책이니만큼, 일독의 가치가 있는 경전이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책들

 

 

 

 

 

 

 

 

아.. 줄리아 크리스테바.. 이 여자의 책들도 탐닉하려면, 긴 여정이 필요할 듯.. 탁월한 이론에서부터 소설까지 강렬하게 뻗는 글의 힘이 예사롭지가 않다.  마치 오랜만에 만나보는 무시무시한 내공을 지닌 여인무사가 아닌가? <영웅문>의 '매초풍'이 주는 섬뜩함이 중국무림이 아닌, 지적 시공간에서 이 여자를 통해서 뚜렷한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의 소설 중에 <사무라이>도 있지 않던가. 근데 요새 통 보이질 않는다.

솔출판사에서 <무사들>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는데, 이마저도 품절이다. 그 외 <언어 그 미지의 것>, <사랑의 역사>, <사랑의 정신분석>, <포세시옹> 등도 이젠 새책으로 찾기 힘들다.

우선 초기 대표작으로 그녀의 기호분석이 등장하는 <세미오티케><시적 언어의 혁명>이 필수로 보인다. 최근에 (원대한) 기획성이 농후한 천재적인 여성 3명-한나 아렌트, 멜라니 클라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를 다룬 책이 있는데, 그 중에서 멜라니 클라인에 관련된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정신병 모친살해 그리고 창조성>이란 제목을 가진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아직 보이질 않는다. 멜라니 클라인은 라캉하고 '번역 문제'로 나중에 심기가 안 좋았다고 하는데, 크리스테바한테는 존경의 대상으로 모셔지고 있다.

멜라니 클라인에 대한 책은 그 밖에 <멜라니 클라인>이 있고, <위대한 7인의 정신분석가>에서도 그로덱, 위니코트 등과 함께 짧게 다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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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어디에 정신이 팔렸는지, 페이퍼 쓰기가 꽤 뜸했다. 매달 구한 책들을 좀 추스려서 올리는 것조차도 이번엔 밀려서 두 달치를 한 번에 올린다.

 

 

 

 

 

부두교 하니까 갑자기 '오후의 올가미'로 유명한 영화감독 마야 데렌이 생간난다.  어쨌든 신화와 종교, 그리고 세계의 고대문명에 대한 책들도 관심이 가는 분야다.    나카자와 신이치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는 인문학적으로 신화를 다루는 책인데, 괜찮은 글솜씨와 더불어 지식을 폭넓게 다루는 능력을 보여준다. 라캉이론을 다루는 부분에서의 작은 오류가 좀 아쉽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충실하게 길가메쉬의 흔적을 우리말로 어느정도 담아낸 거 같다. 본문에 관련 사진이 풍부한거야 좋은 일이지만, 꼭 필요해 보이지 않는 사진은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책의 품격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책값이 비싼데, 양장본이 아닌 보급판으로 충분히 저렴하게 할 여지가 보인다.              부여기마족이 우리나라 경상도를 거쳐 일본으로 갔다는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그와 더불어 백제와 일본과의 보일락 말락하는, 역사의 주변 언저리를 떠도는 비밀스런 이야기들도 들리곤 한다. 그에 대한 답답증을 해소하고자 고른 책이 <부여기마족과 왜>인데, 여러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서, 무겁게 후비는 해소감을 찾기는 약간 어렵다. 하지만 외국학자의 우리나라 고대사에 대한 애정과 새로운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최인호의 역사소설 <제4의 제국>도 기마민족의 이동, 그리고 백제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미스터리를 주제로 삼은 소설이다. 1편만 봤는데도 앞으로의 줄거리가 기대될 정도로 재미가 있다. 곧 나머지도 구해서 볼 참이다.

 

<불교철학입문>은 불교개론서들이 많지만, 뭔가 잡히는 맛을 가진 좋은 입문서로 보인다.    불교책을 읽다보면, 수많은 보살들이 나와서 헷갈린다. <부처님과 보살>은 읽기 쉽게 여러 보살들을 정리해 놓았는데, 유용함을 갖춘 책이다.

<신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연구>는 꽤 두꺼운 책이다. 원효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라, 조금씩 원효 관련 책들을 모으는 와중에 구한 책이다. 언뜻 박사학위논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중국의 영향 이전에 신라에 자생적으로 존재했던 선(禪)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게 다룬다.

 

 

 

 

 

                                                                   <역사소품>

장모르와 존 버거의 <말하기의 다른 방법>은 마치 물보다 고기가 많은..., 무슨 말이냐 하면, 글보다 사진이 많은 책이다. 이 책에 실린 흑백사진들처럼 가슴 밑으로 침전되는 들뜨지 않은 눈을 잠시 갖게 해주는 것 같다.  <평론가 매혈기>는 서평도 쓴 책인데, 가뿐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곽말약의 책 <역사소품>은 범우사에서 나온 문고판인데, 아담한 크기라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사람의 책은 예전에 미리 사둔 것이 많은데, <이백과 두보>나 <중국고대철학사> 등이다. 요샌 이런 책들을 구하기 힘든데, 미리 구해서 다행이다. 

<허시명의 주당천리>는 우리나라 전통주의 맛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술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는데, 술도 알고 먹으면 그 맛이 또 다르지 않을까?

 

 

 

 

 

 

먼저, 앨빈 골드먼의 <철학과 인지과학>은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했다. 두껍지도 않으면서 꽤 알찬 내용들을 담고 있다. 현재 새책으로 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mc2>은 평이 좋길래, 구한 책이다. 마침 `최근에 개정판이 나와서 시기를 잘 고른 것 같다. <자연의 패턴>은 겉표지 가운데 소라 부분이 구멍이 나있다. 제목이 주는 인상과는 달리, 책에 자연의 패턴에 관한 눈요기 할 만한 그림들이 없어서 좀 심심하다.

왕필은 도올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인물이다. 전에 <왕필의 철학> 이후에 다시 찾은 그와 관련된 책이다. 책값도 적당해서 부담없이 골랐다. 당장 읽을 여력은 없고, 어수선한 사유들이 좀 정리가 되면 진중하니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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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관련된 책들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들

 

 

 

 

 

<카이에 소바주>시리즈는 지적 호기심과 자극을 주기에 충분한 책으로 보인다.

 

*고대 일본과의 관련 역사서와 최인호의 <제4의 제국>

 

 

 

 

 

*왕필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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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달에 구한 책들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읽을 것들이 많아서였을까? 8월에 구한 책들 중에서 몇 권을 추려보았다.

 

 

 

 

 

<라캉의 정신분석>은 4.6판형(127x188mm) 크기를 가진 약간 아담한 책이다. 신구 가즈시게라는 일본 사람이 쓴 것인데, 역시나 동양인의 감성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정취이고,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한 아담한 느낌의 도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라캉을 고대로 택배(집 배달)라도 하듯 건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틀에서 검소하게 소화시킨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라캉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볼 때는 약간 밋밋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캉 기본서 몇 권을 보고 난 후 보면 좋겠다. 다른 책들이 주지 못하는 정적이면서도 묘한 컨셉의 흐름을 가진 책이다. 

<들뢰즈>는 이미 서평에서 밝혔듯이 이미지(영화와 회화)를 중심으로 엮은 들뢰즈 핵심 접근법이 실려 있다. 특히 주석이 없어서 번거롭게 눈의 시선을 아래 위로 옮길 필요 없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그라나 들뢰즈의 거대한 두뇌 냄새를 맡기엔 양이 작을 수밖에 없다.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의 철학사상>, 이 책은 좀 더 분석적으로 들뢰즈를 탐색한다. 베르그송-니체-스피노자로 이어지는 들뢰즈 자신의 초점 이동을 추적하듯 구성한 책인데, 스피노자를 다룬 부분이 비중이 크다. 들뢰즈에 관심이 있다면, 어렵더라도 구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왜 어렵냐하면, 현재 품절이다.

*덧붙임*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의 철학사상>이 품절이지만, 같은 출판사에서 <들뢰즈 사상의 진화>로 나와 있다. 이 책은 <들뢰즈의 철학사상(Gilles Deleuze : An Apprenticeship in Philosophy)>을 다시 새롭게 번역하고, 이 원서 내용과 다른 것을  2부에 추가한 꼴이다. 만약 먼저 나온 책보다 번역이 잘되었다면, 당연히 <들뢰즈 사상의 진화>를 보는 것이 더 유리할 것 같다. 

 

<논개>, 색동치마 같은 표지를 가진 책이다. 작가의 손끝에 많은 무게가 실렸는지, 단어들이 종이에 꽂히듯 사나워 보인다. 뼈마디가 거칠고 굵은 사람의 한 서린 춤을 보듯이 말이다. 그 기운을 다소 좀 죽이고 시간 속에서 감내하고 다시 내뱉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승기신론'은 원효대사와도 인연이 깊은 책이다(<대승기신론소>). 여기서 '론'은 불교 삼장(三藏, tri-pitaka)-경율논(經律論)에서 '논(론)'에 해당한다. '경'이 붙은 것은 붓다의 말씀과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뜻한다. 그러니 직접성이 있다 하겠다. '율'은 계율과 관련된 것들이고, '논'은 그 후 심화된 불교의 다양한 해석과 연구들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이 책, <대승기신론 이야기>는 제목처럼 전설따라 삼천리를 가듯, 대승기신론에 얽힌 인물들과 이야기들을 쉽게 간추렸다. 즉 대승기신론 텍스트 자체를 해석하는 책은 아니다. 준비운동겸 읽기에 좋아 보인다. 거기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이 자주 나온다.

 

 

이즈쓰 도시히코는 한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무명의 천재를 합쳐 놓은 사람이라는 말은 과장이라 하더라도, 분명 동과 서를 회통하는 사유의 힘이 있는 보기 드문 사람으로 보인다. 원래 이슬람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로 유명한 사람인데, 영어나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희랍어, 라틴어, 아랍어, 산스크리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학자들이 직접 접하기 힘든 텍스트들을 중력장처럼 끌어당기는 솜씨가 대단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의미의 깊이>에서는 '언어 아라야식'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신조어 같은데, 이렇게 불교 유식을 언어학적으로 끌어오는가 하면, 데리다, 이슬람, 수피즘 그리고 진언 밀교가 하나의 장(場)에서 이색적인 스침을 시도한다. 원래 이 책은 오래전에 <동양철학의 심층분석>이란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다. 지금은 읽어버려서 없지만, 기억해 보건대 번역이 거칠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이렇게 세련된 표지를 입고 다시 나타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책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아까도 말했듯이 회통의 축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돌아가니까,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호기심을 앞세운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즈쓰 도시히코의 책 한 권을 발견해서 이 페이퍼에 덧붙인다. <의식과 본질>이란 책인데, 일본에 이즈쓰 도시히코 전집이 있을 터인데, 이렇게 계속 더 나오길 기대해 본다. 특히 불교 관련 책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2013년 9월 덧붙임)

 

 

 

 

 

<파라켈수스> ...이 미스터리한 남자에 관한 유일한 책이 아닐까? 물론 그를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책들은 빼고. 책을 잠깐 넘겨 보니까, 적당한 두께에 심심하지 않게 그림들이 있어서 약간 시간을 내면 금방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리 로트만의 <영화 기호학>은 예전부터 찾던 책인데, 용케 구했다. 민음사에서 나온 [뉴미디어총서] 1권이기도 한데, 환상, 쇼트, 몽타주, 플롯, 시간-공간과의 투쟁 등의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시각영화(Visionary Film)>는 며칠 전에 구했는데, 그래서 2장까지 보는 중이다. 먼저 560쪽에 달하는 두툼함과 분홍빛이 감도는 세련된 표지는 일단 풍족감을 준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본문의 글자크기도 작은 편이다. 보기엔 좀 불편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내용이 담겼으니까 감수할 만하다. 이 책은 1974년에 처음 나왔는데, 그 후에 넣고 빼고하는 다듬기를 해서, 세 번째 판이 나왔고, 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앞에서는 <안달루시아의 개>와 <오후의 올가미>에 대한 흥미로운 비교가 눈에 띈다. 저자는 일종의 초현실주의와 몽환의 대비로 보고 침착하게 다른 자료들을 활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얹는다. 특히 이 책에서 아방가드르 영화를 다루는 방식은 짧은 정보가 아니라 줄거리나 화면 분석, 작가(감독)의 언급(이야기) 등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이해라는 균형감각이 보인다. 그러나 번역에서는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앞부분만 잠깐 보는 와중에도 틀린글자(오자)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 그리고 쉼표의 남발이 보인다. 네 명이 공동번역을 한 것인데, 문외한들도 아니고 영화를 전공한 사람들이라 더 아쉬움이 든다. 아마 각자 맡은 부분이 다를 것이고, 역자에 따라 좀 더 잘 된 곳도 있겠지만, 누군가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톤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 거기다 이런 아방가르드 영화 같이 드문 전문서적의 경우는 그런 성실함과 책임감이 더 요구될 것이다. 그래도 영화작가나 영화제목 옆에 꼼꼼하게 원어를 표기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아방가드르 영화와 관련된 책으로 꽤 드물고 그 중에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미국 위주로 짜여진 책이지만, 나중에 보탰는지 유럽 영화에 대해서도 짧게 다루는 장이 있다. 번역상에 다소 약점이 있지만, 이쪽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서점에서라도 훑어보길 권한다.

 

=======================본문과 관련된 책들=====================

-대승기신론-

 

 

 

 

 

 

 

 

 

마명(馬鳴)보살이 지은 <대승기신론>은 쉬운 책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책들도 논서치고는 꽤 많은 편이다.  <대승기신론에 대한 원효.법장의 주석비교>는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와 법장의 <기신론의기>를 비교, 분석한 책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기신론의 기본을 다진 후에 볼만한 책으로 보인다.   <대승기신론 통석>은 기신론 본문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책인데, 그 해석이 과거의 정해진 틀에 안주하지 않고, 저자의 개인적인 새로운 해석도 가미된 것 같다.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썼다고 하니, 나중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세계사에서 나온 <대승기신론>은 불교 관련 고전들을 꾸준히 번역해 온 송찬우씨가 옮긴 책이다. 기신론의 기본서로도 볼 수 있는데, 중국 감산대사의 <대승기신론직해>를 바탕으로 나머지 빠진 부분은 보완한 책이라고 한다. 기시론을 텍스트로 접할 경우, 고려해 볼 만한 책 중 하나로 보인다.

 

-이슬람-

 

 

 

 

 

 

 

 

 

 

 

 

 이즈쓰 도시히코가 번역한 <코란>이 일본에서는 표준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슬람(신비주의 포함)에 관한 책도 많이 쓴 편이다. 그에 대해서는 나카자와 신이치의 <불교가 좋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슬람도 결국엔 불교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 물론 "종교들도 알고 보면 다 뿌리는 같다"라는 말은 어느 신비주의자들의 흔한 감상적인 말로도 들리긴 하지만, 그것을 도출해 낸 과정이 타당성이 있다면, 그냥 한 귀로 넘길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그러한 것이 드러난다고 해서 과연 이 종교적인 엇나감이 부드럽게 맞춰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그것을 품을만한 사람의 개인적인 성찰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동양인으로서 이슬람에 대해서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의 책이니만큼, 그의 책 <이슬람>에도 한번 손때를 묻혀야 할 것 같다.  그 외 이슬람에 관한 많은 책들 중에서 대충 고른 것들이다. 우리에게 이슬람의 모습은 포용과 공격성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대개 하는 약간 불안정한 그 무엇이다. 알고보면 대단히 포용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외곽에서는 텁한 먼지들이 가끔 바람에 날리는 듯한 불협화음 같은 이미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에서도 또 유별나게 기독교와 이슬람은 서로간에 적대적인 기류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국제정세에도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반발력이 강한 대극을 형성하고 있음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아방가르드 혹은 실험 영화 그리고 유리 로트만-

 

 

 

 

아방가르드-실험 혹은 전위 영화에 관한 책은 찾기가 힘들다. 아보스 보겔의 <전위 영화의 세계>도 우리가 접하기 힘든 좋은 영화들을 많이 소개한다. 그러나 절판이라 구하기는 어렵다.   '아방가르드'라는 말은 그냥 그 자체로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레나토 포지올리의 <아방가르드 예술론>은 아방가르드 전반에 대해서 무난하게 잘 다룬 책으로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방 가르드 연극의 흐름>은 주목할 만한 책이다. 책 제목이 마치 연극에만 한정된 느낌을 주지만, 신화, 제의, 인류학, 성(性), 정신분석, 예술에 걸친 매우 지적인 자극을 머금고 있다. 나는 앙토네 아르토의 잔혹극 부분을 참고하려고 구한 책인데, 꽤 마음에 든다.

유리 로트만의 책들도 아쉽게도 품절이 많다. 품절된 책 중에 <영화의 형식과 기호>는 유리 로트만은 물론 야콥슨 등 거물들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유리 로트만의 글 '영화 기호학과 미학의 문제'는 <영화 기호학>과 겹치는 내용이다. 아마 분량으로 볼때는 <영화 기호학>에 (역자에 의해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보태어진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사진 자료는 <영화의 형식과 기호>에 실린 '영화 기호학과..'가 더 크고 선명하다.  

 

 

-들뢰즈에 관한 책 몇 권-

본문에서 말했다시피 품절된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의 철학사상>은 <들뢰즈 사상의 진화>로 봐도 되니까 다행이다. 그리고 이정우씨를 비롯한 소운서원 학자들이 <들뢰즈 사상의 분화>라는 책을 내놨다. 여러 사람의 글을 모은 것 치고는 두껍지가 않은데, 국내 학자들의 글이니 만큼 우리 인문학의 흡수-배설 능력(역량)을 느껴 볼 수 있는 결과물로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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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뢰즈 사상의 분화』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7-09-03 11:13 
    <리좀총서란 무엇인가?><리좀총서>는 ‘들뢰즈 이후’(After Deleuze)의 독창적인 사유의 결과물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자 마련된 연구집합이다. 하나의 중심에 매이지 않고 무한대로 증식하는 생성의 개념인 리좀(rhizome, 뿌리-줄기)처럼 이 총서는 들뢰즈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관점에서 들뢰즈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총서는 들뢰즈의 문제의식을 밀고나가, 다채로운 주제로 우리..
 
 
 

벌써 8월로 접어들었지만, 저번 달 7월에 구한 책들 중에서 간단히 몇 권 추려보았다.

 

 

 

 

 

<시각예술과 언어철학>은 -후기 해체주의와 예술의 인터텍스트-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논문 형식의 연구서로 이와 연관된 폭넓은 것들을 다루긴 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끈덕진 사고의 탐구 성향의 책은 아닌 걸로 보인다.         <라캉과 정치>는 지금 읽고 있는데, 일단 라캉과 정치를 잇는 실마리를 찾는 드문 경우에 속하므로 라캉에 대한 편식을 완화해 줄거라 기대를 해본다.      스피노자와 뇌과학의 만남은 가능성이 있는 주제다. 제 5장 '몸과 뇌, 마음'이 아마 이 책, <스피노자의 뇌>에서 중핵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염려는 옮긴이나 감수자의 약력을 보건대, 인문학쪽 특히 스피노자와 연관된 분야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 다는 것이다. 과연 어떠한지는 직접 읽고 확인해 볼 일이다.       <우주뱀=DNA>는 얼마 전에 읽은 책인데, 오랜만에 만난 물건이다. 아무래도 서평을 써야 할 것 같다.      <욕망하는 식물>은 저자의 주장을 너무 기대하지 않고 본다면, 4가지 식물, 사과, 튤립, 대마초, 감자와 인간이 얽힌 약간 은밀하고 비스듬한 차원의 이야기들을 훔쳐보는 재미는 얻을 수 있다.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원래 이런 책을 사서 보는 편은 아니다. 누가 준 거나 마찬가지인 셈으로 얻은 책인데, 일단 꽤 두껍다. 세계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예감들이 담겨 있는데, 우리나라를 다룬 부분이 있길래 거기부터 찾아 보았다.   

 

 

 

 

 

<일상의 미학>은 쉬운 미학책이다. 이런 쪽이 낯설고 긴 호흡을 가진 글이 부담이 된다면, 편하게 볼 만한 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곁들인 그림 같은 것도 없고, 너무 단편적이라 나한테는 별 재미가 없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새겨진- <한국신화의 비밀>은 며칠 전에 구한 책이다. 책표지도 눈에 띄고, 편집도 양호해 보인다. 요새 '신화'에 대해 전과는 다른 관심이 증폭되는 시점이라 고른 책인데, 특히 히브리어, 가림토, 훈민정음에 대한 부분이 호기심을 당긴다. 책표지에 늘씬하게 뻗은 동물이 개나 사자인가 했더니, 네발 달린 용이란다. 이 겉표지를 벗기니, 왠 퍼런 도깨비가 입을 어정쩡하게 벌리고 있다. 후덜덜~ 이렇게 무서운척 해줘야 하나..   

 

  

 

 

 

                                    <무아 윤회 문제의 연구>

<원효연구>는 조금씩 원효에 대한 자료를 모으려던 참에 구한 책인데, 내 예상과는 달리 문헌학적 성격이 있는 연구서다. 본문에 불친절하게도 한문에 한글토가 달려 있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중론'에 대한 책이 그래도 여러 권 나와 있는데, <중론 연구> 이 책은 한역, 산스끄리뜨본, 티베트본 등 여러 판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꽤 충실한 연구서다. 친절한 설명은 눈에 띄지 않지만, 중관철학에 대해 중급이상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최근에 구한 불교 경전은 <아함경>, <유마경>, <열반경>이 있다. 시공사에서 나온 <유마경>은 케이스까지 달린 고급스런 양장 형식을 갖추었다. 종이질도 우수하고 번역이나 편집도 읽는 사람의 입장을 살핀 감각이 엿보인다. <능가경>도 읽어보려고 구하는데, 품절, 절판이라 어려울 듯 하다.      <불교가 좋다> 이 책도 정말 괜찮은 물건이다. 아주 우수한 자극들이 담겨 있는데, 며칠 안으로 서평을 쓸 예정이다.

 

=========본문과 관련된 책들=====================================

 시각예술과 관련된 책들

 

 

 

 

또 다른 뇌.. 과학

 

 

 

 

이쪽도 정말 탐나는 책들이 즐비하다. 특히 <꿈꾸는 기계의 진화>와 처칠랜드의 <뇌과학과 철학>은 입맛이 당긴다. 전에 처칠랜드의 <물질과 의식>을 봤었는데, 괜찮게 본 기억이 난다. 달라이 라마가 여러 과학자들과 토론식으로 진행한 과정들이 여러 권 책으로 나왔는데, 이 책도 그 중에 한 권이다. 엄격한 학계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 범위도 접근하기 때문에, 규격화된 양식에 답답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괜찮을듯 싶다. 하지만 참가하는 학자들이 열린 사고를 가진 것이지,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지나친 비약은 없다.

 

 

 

 

학습과 관련된, 그리고 좀 더 가벼운 뇌과학 관련 책들이다. <만족>은 책 제목이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울 뻔 했다. 소제목에  '전기 아방궁 - 정신분석학과 뇌생물학의 결합, 심부 뇌자극술'이 자극적으로 눈을 사로 잡는다.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는 전에 조금 보다가 말았다. 광고 카피가 주는 자극에 비해서 앞부분이 좀 지루했던 거 같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들춰볼 생각이다.

 

고대 문명, 신화, 역사에 관한 책들

 

 

 

 

우리나라 고대 역사를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와 연관지어 짚어 보는 시도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것이 어쩌다가 중국쪽으로 간 유대종족하고 우리민족을 잇는 글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이 분야가 결정적인 증거보다는 그럴듯한 가설들이 많아서 호기심을 들뜨게 할 요소들은 많은 것 같다. <바빌론 성 풍속사>는 이색적인 성 문명사로 보이는데, 한번 구해서 읽어볼 참이다. 

 

 

 

 

 

 

 

 

 

유마경, 아함경, 열반경에 관한 책을 조금 추려 보았다. <유마경>은 재가신자의 입장에서 소승을 폄하하고 대승사상을 높이 여기는 내용인데, 최근에는 소승('소승불교'는 대승불교에서 조금 얕잡아 부르는 것)도 부정적인 것 보다는 오히려 불교의 탈색되지 않은 사상을 찾는 연구들도 많다. <아함경>은 워낙 양이 방대한 경전인데, 어쩔 수 없이 '가려 뽑은'식으로 핵심을 골라 엮은 책을 볼 수 밖에 없다. 그런 책 중에서 시공사에서 나온 <정선 아함경>이 괜찮아 보이는데, 현재는 절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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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말에서 6월 들어 구한 책들이다.

 

 

 

 

                                     <괴델 불완전성 정리>

발터 벤야민의 책을 이제서야 보게 됐다. 그런데 이 책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초판이 1983년인데, 내가 산 책은 2006년(23쇄)이니까 거의 20년 동안 개정(판)이 없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본문에 글씨 크기도 요새 책들과 달리 작은 편이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가독성을 살린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은 벌써 인터넷 서점 대부분 품절이다. 저자는 파리에서 일반언어학과 기호학을 전공했는데, 책의 구성은 논문 형식으로 문화와 사회, 그리고 구조주의에 걸쳐 기호학의 밀접한 힘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     <괴델 불완전성 정리>는 다른 괴델의 책에 비해 두껍지 않고, (중학생도 이해할 만큼) 쉬운 설명을 시도했다는 머리말에 이끌려 고른 책이다. 얼핏 넘겨 봤는데, 그렇게 쉬워 보이진 않는다. 혹은 요새 중학생들 수준이 내가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준이 높던가.. 끙!

인지과학에 대해 왠지 어설프게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아서, 일단 점검 차원에서 작은 책을 구했다. 무슨 전자제품 메뉴얼 크기와 두께 만한 책인데, 이 짧은 소책자에 인지과학의 개념을 어떻게 넣었을지 궁금해진다.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 스타일의 역사>는 제목과 달리 그리 만만한 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 보면, 이 책은 제목처럼 단지 영화 스타일의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님을 밝힌다. 이어서 덧붙이기를 "하나의 연구 전통 안에서 서로 다른 학자들이 어떻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에 대답하려 해왔는가에 관한 연구이다." 그 밑에 "즉 이 책은 학자들이 영화사를 기술해온 원칙들과 실천들을 연구한다. ... 나는 편집, 촬영, 기술, 연출 등 영화 테크닉 안에서의 변화와 연속성에 관해 학자들이 어떻게 이해해왔는가에 주목한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표현한다. 잠깐 훑어 본 느낌은, 약간 전문적인 냄새(가령 쇼트 분석)가 나는 책으로 보인다. 책 표지도 그렇고, 판형도 약간 큰게 손맛도 부드럽고 괜찮다. 읽기도 전에 좋은 책일거란 예감이 온다.   

 

 

 

 

 

금강경은 여지껏 몇 권을 봤는데 역자의 시각이 가미된 해설서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한역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이라는 문명에 한번 걸려진 것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구한 <금강경 역해>는 산스끄리뜨(범어) 원전을 번역한 것이다. 책의 구성은 먼저 산스끄리뜨 원문을 제시하고, 이어서 두 가지 한역인 구마라집과 현장역을 달고나서 우리말 번역을 실었다. 그리고 산스끄리뜨어 원문에 바로 우리말을 붙여 놓은 [대역]은 완전한 문장의 맛은 떨어지지만, 직관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끝으로 아마 이 번역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해]가 있다. 각 단어에 대한 어원 해석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다양한 배경들을 알려준다.      붓다의 말씀이 담긴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숫타니파타(小部阿含)>를 전재성 역주로 된 것으로 구했다. 이 책 역시도 한역이 아닌 빠알리어 원전 번역서다. 이 책은 어찌보면 읽기 수월한 감이 있는데, 바로 우리말 번역부터 나온다. 그리고 본문 아래 역주를 통해서 단어라든가 참고할 만한 것들을 꼼꼼하게 챙긴다(역주가 총 2582개가 된다). 따라서 처음엔 가볍게 역주를 무시하고 우리말로 번역된 것들만 읽어도 될 듯 싶다.

<능엄경>도 번역서가 여럿 있는데, 우선 이 책을 골랐다. 한역(반랄밀제 역)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 그냥 한문에 구애 없이 읽을 수 있다. 역주는 최소화해서 책 말미에 붙여 놓았다.      <좌선삼매경>은 초기 선경을 대표하는 경전으로 구마라집이 402년에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선입문서'로 괜찮은 책일듯 싶다. 이 책은 모사이트에서 사은품으로 염주까지 같이 받았는데, 염주 욕심에 고른 책이긴 하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거 같다.      <인도사 108 장면>은 인도역사를 108 주제를 통해서 고루하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든 책으로 보인다. 책 표지도 그렇고 편집도 현대적이고 시원스러운 맛은 있는데, 본문에 들어간 사진들의 양이 적고, 크기도 작은 편이다. 그래도 주제들을 흥미롭게 잡은 것들이 눈에 띄어서 훑어 보기엔 좋아 보인다.

 

 

 

 

 

                     <사단칠정론> <동양의학의 기원> <불교 임상심리학>

<동양의 합리사상>은 동양의 합리성을 논리(학)적인 측면에서 다룬 책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1부는 인도사상, 2부는 중국불교와 중국 고대사상에서의 논리를 다룬다. 저자 쓰에끼 다께히로는 비트겐슈타인, 기호논리학 등에 관한 책을 썼고, 비교사상에도 큰 관심이 있는 학자로 보인다. 잘 눈에 띄지 않은 책이지만, 동양의 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한테는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사단칠정론>은 예전부터 사려던 책인데, 이제서야 구했다. 글자 크기가 작고 좀 두툼한데,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천천히 볼 생각이다.      <동양의학의 기원>은 동양의학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모아져 있다. 저자(박희준)는 동양의학의 전문가는 아니고, 동양학 전반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책은 동양의학의 역사를 5,000년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도덕경>, <논어>, <장자> 속에서 의학을 살피기도 한다. 또한 주역, 황제내경 그리고 현대 물리학, 카오스, 시스템 이론 등도 짦막하게 다뤄진다.     <불교 임상심리학>은 불교 '유식학'을 저자의 시각을 통해 현대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시선을 크게 끌 만한 것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의학의 진실>은 지금 현대 의학의 치부를 건드리는 건 아니고, 과거 거의 미신 행위에 가까운 (주로 유럽의) 의학을 드러내려는 책 같다. 나중에 천천히 읽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HOW TO READ 시리즈>로 

이렇게 세 권을 구해서 읽었다. <라캉>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니체>는 기대보다는 좀 밋밋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짧은 책 한권으로 그의 전기, 후기 사상을 정리해주는 것 만으로도 일단 만족한다.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자꾸 미루게 된다. 천성이 게으른가?  

 

 

이렇게 6월 들어 구한 책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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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관련이 있는 책들-

 

 [괴델 / 데이비드 보드웰]

 

 

 

 

융과 괴델이라.. 선뜻 이해하기 힘든 궁합이다. 거기다 갑자기 묘한 복잡함이 고개를 든다. 라캉은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라캉을 앞세운 활객 지젝은 융에 대해 비판적이다.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에 대해선 이미 <영화예술>이란 책을 통해, 그의 영화에 대한 식견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아카데믹하다고 해야 하나? 뭔가 체계적인 정리와 더불어 왠지 믿음직스러운 주장을 펼친다. 특히 작가주의 영화는 물론 대중영화, 그리고 영화사와 영화 이론 전반에 걸친 지식이 돋보이는 학자로 보인다. 동양권 영화에도 큰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오즈 야스지로나 홍콩 영화에 대한 책도 집필한 경험이 있다(<Ozu and the Poetics of Cinema'1988>와 <Planet Hong Kong'2000>). 거기에 부드러움과 위트를 바라는건 큰 욕심이겠지.. <세계영화사>, 이 책도 탐이 나는 책들 중 하나다. 곧 구할 예정인데, 특히 제 2권에 평소 관심 있던 영화작가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우선 선택할 것 같다.

 

[인지과학 / 불교심리]

 

 

 

 

우선 <이미지와 마음>이 가장 눈에 띈다. -영화, 철학, 그리고 인지과학-이란 부제를 가졌는데, <영화인지기호학>과 같이 두뇌에 바로 지적인 자극을 안겨다 줄 책으로 보인다. 저자 그레고리 커리의 이력은 좀 특이한데, 경제학과 철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특히 철학 분야는 저술 제목을 보니까 '분석철학'쪽이었던거 같다. 그러다가 그 후에 예술철학(미학)과 심리철학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런 경향으로 볼 때, 쉽게 비약하지 않는 분석적인 기류에 미학적인 감각으로 영화라는 예술-대상을 인지적인 측면에서 다루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읽기도 전에 지나친 추리를 남발한 것은 아닐까?        최근에 불교를 현대심리학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시도들이 자주 보인다. 아마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좀 더 전문적인 연구들이 생겨날 거 같기도 하다. <불교와 심리>는 단행본은 아니고 2006년 창간호라 되어 있는데, 그렇게 눈에 띄는 주제들은 보이질 않는다.  알라딘에는 없지만, 가와이 하야오가 지은 <불교와 심리치료>는 불교와 심리를 주제로 한 책으로는 그래도 영양가가 있어 보인다.

 

[숫타니파나 / 능엄경]

 

 

 

 

 

 

[금강경]

 

 

 

 

 

 

 

 

<성명쌍수로 풀이하는 금강경 진해>

 

 

 

 

                                                                                             <금강경>  <금강경 파공론>

'금강경'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리고 이렇게 많은 금강경 중에서 좋은 금강경의 거울(번역, 해설서)을 고른다는 것도 참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에 독특한 제목을 가진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이 보인다. 대개 제목이 이렇게 뭔가 새로운 비밀을 알려줄 거 같은 책들이 실제로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이 많은 금강경 책 중에 잠깐 한 권을 짚어 보고, 끝내야 할 것 같다. 바로 지욱대사(智旭大師)가 지은 <금강경 파공론>이다. '파공론(破空論)'이란 글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공을 깨부순다'는 것이다. 즉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시기(명나라)에도 '금강경'의 '공(空)'에 집착하는 많은 무리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  악취공자(惡取空者)의 어리석음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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