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알라딘 3기 서평단 활동 안내

몇 달 동안 주기적으로 책을 받고, 읽고, 올리곤 햇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군요. 좋은 책과의 인연이었습니다. 

•  서평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고뇌의 원근법>이 우선 떠오릅니다. 대개 회화(미술)를 읽는 책들은 많으나, 그 차별성이 부족했는데, 이 책은 저자의 삶과 맞물린 새로운 해석이 새어나오더군요. 미술이 단지 시각적 미학을 흥분시키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고뇌의 원근법, 2.사기 교양강의, 3.지구 위의 작업실, 4.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5.임꺽정-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거리가 떨어진 건너편에서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이 어둠으로부터 불쑥 튀어나와 밝음 속으로 뚫고 지나간다면, 그건 눈부시게 하얀 빛 속에 생명이 증발해버릴 것만 같은 장소에서 색채를 찾고 있는 거라할 수 있겠죠." <고뇌의 원근법,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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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가 서구 사유에 작용하는 그 끈덕진 힘은 얼마나 큰가? 그것이 곧 문학이나 예술에서도 어쩔 수 없는 원초적인 뿌리 작용을 하고,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이제는 의심의 시선에 그 힘이 풀이 죽은 것 같고, 거기에 변형으로 생겨난 더 실천적인 힘과 속도를 가진 시뮬라크르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미메시스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의외로 찾기 어렵다. <미메시스에서 시뮬라시옹까지>라는 책은, 미메시스만이 아니라 최근의 더 파괴적인 힘을 과시하는 시뮬라시옹(대개 시뮬라크르는 들뢰즈에, 시뮬라시옹은 보드리야르에 달라붙는 개념이고, 엄밀하게 그 쓰임새가 다르다) 까지 다룬다. 그러니 책 한 권으로 그 긴 흐름을 훑기엔 꽤 적당해 보인다.   

(덧붙임-하지만 최근에 이 책은 구해서 본 결과, 책의 제목이 주는 인상과는 약간 다르다. 즉 책의 진행이, 미메시스와 시뮬라시옹의 어떤 대비와 긴장 속에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의 미학사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즉 제목은 그냥 단순히 시작점에 미메시스가 끝점에 시뮬라시옹이 위치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시뮬라크르는 닮기, 혹은 진짜인 척하는 것 이상이다. 진짜와 가짜라는 그 구분마저 흐지부지하게 만들곤 한다. 출처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작용하는 (이미지라는) 힘의 위력이 중요해진다.  

다시 미메시스로 와서, 여기에 해당하는 책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를 꼽을 수 밖에 없다. 부제가 '서구 문학에 나타난 현실 묘사'인데, 결국 리얼리티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는 장대한 기획이 담긴 책이다. 지금은 이에 대한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의 영향과 반작용을 통해서 이와 유사한 주제를 가진 (더 발전한) 책들이 나온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우어바흐가 결국 리얼리티에 주목하는 바람에 놓친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가 눈을 감은 이 부분-환상을 강조한 책이 있다. 바로 캐스린 흄의 <환상과 미메시스>인데, 아우어바흐의 책의 반작용-보완으로 읽는다면 효과적일 듯 싶다.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는 아쉽게도 현재 나오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책도 예전에 나온 것이라서 활자도 매우 작고 가독성이 떨어진다. 전면적인 번역 손질과 편집에 신경을 쓴 개정판을 기대해 본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은 읽어야 하겠고, 그 외 미메시스와 시뮬라크르를 다룬 책들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도 벤야민의 선구적인 사유를 현대까지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끌면서, 미메시스와 시뮬라크르라는 큰 주제를 부각하고 있다. 물론 부제는 '숭고와 시뮬라크르의 이중주'가 붙어 있지만, 숭고라는 자리에 미메시스가 들어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루카치 미학>이란 책에도 미메시스가 자주 나온다. 폴 뢰쾨르의 <시간과 이야기> 1권에 나오는 '삼중의 미메시스'라는 소제목이 눈에 띈다. 그 밖에 미메시스가 묻어 있는 여러 책들을 찾아서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미메시스의 여행, 그리고 결국 시뮬라크르라는 괴물과 만나게 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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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를 리뷰해주세요.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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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볼 때, 책의 맨 앞에 실린 머리말에서 저자의 의도와 글의 방향을 대강 짐작하고 들어간다. 특히 인문 도서들은 다양한 지식과 이론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러한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계속 다가오는 지식과 용어에 단순한 반응 이상을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여는 글'을 보면, "... 특정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주입하기 위한 도구로 건축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라고 나온다. 즉 우리가 어떤 건축물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 건축이 품은 의도-그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것이리라.  

그것을 바로 예를 통해 강조하려는지, 1부는 개인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바라보는 점을 구조적으로 생성시키는 공간을 끌어온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푸코와 판옵티콘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어느덧 상식이 된지라, 저자는 이 부분에서 구차스럽게 그 이론적인 세세한 배경까지 끌어오진 않는다. 즉, 심도 있게 파헤치려는 의도보다는 이론을 평행적으로 적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한 이유로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교도소, 병원, 학교 등에 그것을 반복적으로 구사한다. 어찌보면 너무 순진하게 그것을 활용한다는 느낌도 주는데, 권력과 욕망, 그리고 하나의 먹잇감으로 배치되는 개인이라는 설정은 어느 면에서는 그럴듯하지만, 섬세하게 본다면 아귀가 맞지 않고 벌어지는 틈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이론적인 균열까지 다룬다면, 이 책은 아마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어려운 맴돌기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 무리한 요구는 여기서 멈추도록 하자.  1부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는데, 소제목 '약탈과 전시의 건축'에서 국립부여박물관의 일본풍? 외형과 관련해서 생긴 논란이 그것이다. 직접 설계한 김수근은 이러한 오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는 어차피 백제가 일본에 영향을 주었으니, 이 둘은 서로 닮았을테고, 일본풍이라는 오해 안에 이미 백제(풍)는 선취되어 있다는 논리다. 억지인가 기지인가? 하여튼 재미있는 대목이다. 

2부는 1부에 비해 문제의식의 농도는 덜하지만, 건축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직간접적인 사례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서양의 건축과 동양의 건축을 견주어 비교하는 부분은 참신하다 할 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틀어서 여러 지식의 활용과 정보들은 저자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전체적으로 저자가 이러한 것을 능숙하게 지배했는지는 의문이다. 

드디어 이 책의 끝, '닫는 글'에 당도하니 이런 글이 눈에 띈다. "건축은 미적 감흥을 주기 위한 오브제가 아니라, 기능과 구조를 통해 인간에게 실용성을 주기 위한 도구이며, 바로 그러한 도구로서의 면모를 읽어내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여기서 '기능과 구조를 통해'와 '실용성을 주기 위한 도구'는 이 책의 전체 흐름은 물론, '여는 글'에서 저자가 언급한 방향성과 왠지 일치가 안되는 것 같다.  책의 앞에서 보여준 건축의 기능과 구조를 통해서는 응시로써의 권력 작용을 읽을 수 있지만, 실용성은 인간의 편리성, 이로움에 가깝다. 이 부분(실용성)을 내가 인간의 욕망이라고 보지 않은 이유는, 미적 감흥을 주기 위한 오브제에 오히려 기표로서의 인간의 욕망이 더 많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자도 '욕망과 모방소비의 건축'에서 유한계급 등을 통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저자는 권력과 욕망, 그리고 실용성에 대한 명확한 경계와 엄격한 의미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저자의 입장에서는 건축 공간 안에는 권력의 응시와 인간의 욕망이 씨실과 날실처럼 존재한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실용성과 직접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비실용성을 넘어서까지 건축이 미학을 드러낸다면, 그건 상품 브랜드처럼 인간이 건축의 기표를 소비하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는 글'에 나온 것처럼, "건축 공간이 주는 권력과 욕망의 메시지가..." 이런 식으로 시작했던 바대로 일관되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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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2013-02-0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닫는글에서 '건축에서 실용성의 면모를 읽어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라고 한 말은 책제목과도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어서 의아했습니다.저자가 왜 이런 쉬운 말실수를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권력과 욕망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하면서 논리를 전개했더라면 더 훌륭한 책이 되었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TexTan 2013-03-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인데, 이렇게 정성어린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들려서 늦게 답글을 답니다.^^ 따스한 봄 되세요..
 
<만화 김대중 1, 2>를 리뷰해주세요.
만화 김대중 2 - 행동하는 양심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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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1>-하의도에 핀 인동초를 읽고, 바로 <만화 김대중 2>-행동하는 양심도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점점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1권에서도 어느 정도 느꼈지만,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선 직접 변호까지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저자의 다른 책, 가령 <만화 박정희> 등에서 보이는 집요한 비판의식과 비교해 보더라도, (물론 인물이 다르긴 하지만) 그 편향성은 지나치다 할 만하다. 그렇다면, <만화 김대중>은 다른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로 '만화 위인전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가]에 대해선 누구보다 앞선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보이지만, [나] 앞에선 왠만한 건 덮어주고, 좋은 건 작은 거라도 높여주는 사람을 보고 공평정대함은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하여 <만화 김대중 2>는 김대중의 수난사를 중심으로 쓰여진 위인전기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꼭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옳게 잘 그려낼 수 있었을텐데, 과유불급을 느끼는 순간이다.  

2권은 김대중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아내를 잃은 슬픔 등이 초반을 장식한다. 이어서 우여곡절 끝에 선거에 당선하고 벌어지는 일들, 거기서 가장 큼직한 일은 뭐니뭐니해도 '김대중 납치사건'일 것이다. 이 부분이 마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김대중에 관한 내용이지만, 우리 정치사의 주요 인물들과 공존의 시기와 맛물려 있기 때문에, 더불어 현대사에 대한 공부도 되는 셈이다. 아쉬운 점은 앞서도 말했듯이, 저자의 균형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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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1, 2>를 리뷰해주세요.
만화 김대중 1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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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만화)책인데, 의외로 여태 낯설었던 섬, 하의도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책 앞의 주요 등장 인물란에 영조대왕이니 정조대왕이 나오길래 의아했는데, 그것이 다 하의도와 관련된 길고 지리한 역사, 그리고 농민의 애환을 전하느라 그랬던 것이다. 

하의도! 여기서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김대중이 태어난다. 이런 먼 외딴 섬에 복잡한 세금 문제가 걸려서 왕과 공주(정명공주) 그리고 홍씨가문이 섬에 사는 농민들과 좋지 않게 얽혀들어간다. 정조대왕때 잘 해결할 기미가 있었지만, 이것도 중간에 안타깝게 어긋나고, 일제시대에까지 불운은 지속이다.  

이런 한 많은 곳에서 인물이 태어나고, 그 땅의 이력만큼이나 많은 우여곡적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획을 이룬다. 김대중은 어쩌면, 자기가 태어난 그 땅의 배경, 그 민중의 한과 바람이 깊게 물결치는 힘을 떼어놓고 설명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지역 문제라는 부정적인 흐름으로도 이어지긴 하지만, 무조건 그러한 것을 비난하는 것도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 선에서 그것이 승화되느냐이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역 문제가 큰 차원에서 해결된 일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그러한 김대중을 일대기순으로 그리는데, 속도감도 있는 편이라서 가독성도 좋다.

<만화 김대중> 1권은 이렇게 하의도와 김대중의 어린 시절, 그리고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직전의 실업가 김대중까지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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