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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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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볼 때, 책의 맨 앞에 실린 머리말에서 저자의 의도와 글의 방향을 대강 짐작하고 들어간다. 특히 인문 도서들은 다양한 지식과 이론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러한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계속 다가오는 지식과 용어에 단순한 반응 이상을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여는 글'을 보면, "... 특정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주입하기 위한 도구로 건축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라고 나온다. 즉 우리가 어떤 건축물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 건축이 품은 의도-그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것이리라.  

그것을 바로 예를 통해 강조하려는지, 1부는 개인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바라보는 점을 구조적으로 생성시키는 공간을 끌어온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푸코와 판옵티콘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어느덧 상식이 된지라, 저자는 이 부분에서 구차스럽게 그 이론적인 세세한 배경까지 끌어오진 않는다. 즉, 심도 있게 파헤치려는 의도보다는 이론을 평행적으로 적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한 이유로 더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교도소, 병원, 학교 등에 그것을 반복적으로 구사한다. 어찌보면 너무 순진하게 그것을 활용한다는 느낌도 주는데, 권력과 욕망, 그리고 하나의 먹잇감으로 배치되는 개인이라는 설정은 어느 면에서는 그럴듯하지만, 섬세하게 본다면 아귀가 맞지 않고 벌어지는 틈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이론적인 균열까지 다룬다면, 이 책은 아마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어려운 맴돌기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 무리한 요구는 여기서 멈추도록 하자.  1부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는데, 소제목 '약탈과 전시의 건축'에서 국립부여박물관의 일본풍? 외형과 관련해서 생긴 논란이 그것이다. 직접 설계한 김수근은 이러한 오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는 어차피 백제가 일본에 영향을 주었으니, 이 둘은 서로 닮았을테고, 일본풍이라는 오해 안에 이미 백제(풍)는 선취되어 있다는 논리다. 억지인가 기지인가? 하여튼 재미있는 대목이다. 

2부는 1부에 비해 문제의식의 농도는 덜하지만, 건축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직간접적인 사례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서양의 건축과 동양의 건축을 견주어 비교하는 부분은 참신하다 할 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틀어서 여러 지식의 활용과 정보들은 저자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전체적으로 저자가 이러한 것을 능숙하게 지배했는지는 의문이다. 

드디어 이 책의 끝, '닫는 글'에 당도하니 이런 글이 눈에 띈다. "건축은 미적 감흥을 주기 위한 오브제가 아니라, 기능과 구조를 통해 인간에게 실용성을 주기 위한 도구이며, 바로 그러한 도구로서의 면모를 읽어내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여기서 '기능과 구조를 통해'와 '실용성을 주기 위한 도구'는 이 책의 전체 흐름은 물론, '여는 글'에서 저자가 언급한 방향성과 왠지 일치가 안되는 것 같다.  책의 앞에서 보여준 건축의 기능과 구조를 통해서는 응시로써의 권력 작용을 읽을 수 있지만, 실용성은 인간의 편리성, 이로움에 가깝다. 이 부분(실용성)을 내가 인간의 욕망이라고 보지 않은 이유는, 미적 감흥을 주기 위한 오브제에 오히려 기표로서의 인간의 욕망이 더 많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자도 '욕망과 모방소비의 건축'에서 유한계급 등을 통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저자는 권력과 욕망, 그리고 실용성에 대한 명확한 경계와 엄격한 의미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저자의 입장에서는 건축 공간 안에는 권력의 응시와 인간의 욕망이 씨실과 날실처럼 존재한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은 실용성과 직접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비실용성을 넘어서까지 건축이 미학을 드러낸다면, 그건 상품 브랜드처럼 인간이 건축의 기표를 소비하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는 글'에 나온 것처럼, "건축 공간이 주는 권력과 욕망의 메시지가..." 이런 식으로 시작했던 바대로 일관되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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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2013-02-0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닫는글에서 '건축에서 실용성의 면모를 읽어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라고 한 말은 책제목과도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어서 의아했습니다.저자가 왜 이런 쉬운 말실수를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권력과 욕망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하면서 논리를 전개했더라면 더 훌륭한 책이 되었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TexTan 2013-03-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래 전에 쓴 글인데, 이렇게 정성어린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들려서 늦게 답글을 답니다.^^ 따스한 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