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인권기행>을 리뷰해주세요.
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남미'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좀 개발이 덜된 곳, 열정적으로 축구를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세련되지 않은 축구장에서..), 그리고 챙이 큰 모자와 옥수수. 그 외에도 여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야나 아즈텍 문명이 있겠고, 마약 문제, 흥겨운 보사노바 등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곧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 같은 이미지가 지나가는데, 거기에는 가난과 분노에 찌든 민중들의 정지된 얼굴이 담겨 있다. 그러한 얼굴들의 진한 흔적이 이곳, 우리가 살던 땅에도 슬픈 꽃처럼 피어나고 지던 때가 있었다. 오늘이 마침 5월 18일이 아니던가. 그래도 그나마 우리는 그러한 기억에 고개를 숙일 만한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지만, 저곳(남미) 어딘가엔 아직도 그러한 숨 고를 새가 없어 보이니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이란게, 그냥 평범한 사람이 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데, 결국 인권문제가 아니겠는가? 이 책, <남미 인권기행>은 그래서 어쩌면, 남미에 사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꿰뚫고 들어가는 여정이 되겠고, 그 시작도 이들 속에서, 즉 허름한 만원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이 책은 기행문이다. 그러나 다른 기행문과 달리, 어떤 멋진 풍광이나 건물에 대한 감탄은 찾아 볼 수 없다. 마치 비가 추적추적 내리듯, 다소 습기에 찬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나의 길다란 실타래를 찾아가는 진지함, 그리고 거기에 스치는 과거의 음영들이 담겨 있다. 

여기에서 인터뷰는 큰 역할을 한다. 정치인과 지식인은 물론 실종된 가족들을 찾는 모임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그리고 과거 게릴라로 직접 참여했던-이들 혁명가와의 만남은 실감나고 흥미로운 부분인데, 거기에서 생뚱맞게 한국 용병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남미의 과거와 우리나라가 얽히는 건 반갑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는 이 책을 따라가면서, 칠레에서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당의 정권 획득(아옌데 대통령)이라는, 그 역사적인 사건을 반추하기도 하고, 게릴라의 편이어야 하는 주민들이 오히려 정부군에 그들을 신고하는 씁쓸한 사실도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남미 내부의 풍경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이 미국의 입김에 크게 휘둘려왔음을 알 수 있다. '콘도르 작전'을 비롯하여, 남미에 직간접적으로 미국이 얼마나 많이 개입을 했는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거대 자본주의, 혹은 자칭 민주주의 국가와 연결하여 이 모든 문제의 비극을 돌릴 순 없다. 반대로, 공산국가의 그림자 안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은 찾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을 넘어 선 문제이지만, 이러한 비극은 어떤 ~주의, 정치제도에 있다기 보다, 권력(힘)의 성장과 확산에 따른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언제나 힘이 약한 반대급부는 정의로워 보이지만, 이들이 역전하여 힘을 얻으면, 또다시 그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역사를 너무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화한 생각일런지도 모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진지하게 남미 문제를 들여다 볼 시간을 준다. 특히 인터뷰에서 생생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대학생이나 직장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당사 나를 가장 기쁨에 들뜨게 만들었던 만남도 다름 아닌 죽음을 무릅쓰고 피노체츠의 학정에 저항했던 가톨릭 신부와의 만남이었다. 피노체트의 병사들에 체포돼 감옥 바닥에 던져졌을 때, 비로서 칠레 민중들의 고난에 동참시켜 준 신에게 감사했다는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멘"이라는 말이 내 입술에서 나오기까지 했다."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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