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은, 내가 존경하는 그녀가 찬탄해 마지 않는 소설가다. 그녀는 그를여성이라고 말한다. “그가여성 이유는 고통을 분석하는 예술가, 현실을 진단하는 평론가, 뮤즈를 필요로 하는 예술가와 거리가 윤리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정찬을 읽는다. 




정찬 소설집 생애』 세번째 단편 <희생>에서 민호는 20 홀연히 사라져버린 어떤 소식도 없었던 애인에게서 편지를 받는다.(80) 그리운 당신으로, 시작한 편지는 민호를 자신의 집으로 간절히 초대하며 끝을 맺는다. 그녀의 정릉 옛집에서 민호는 그녀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녀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녀의 아픔은 야만의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 자체이다.  



누가 영서의 아버지죠? 남성이에요. 단순하고 막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에겐 단순하지도 않고 막연하지도 않아요.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은 가해자가 없어요. 신은 여성에게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를 주지 않았어요. 이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예요. 저는 영서가 여성이었음을 알았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어요. 기쁨의 이유는 가해자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며, 슬픔의 이유는 희생자적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가해자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희생자가 가능성을 갖고 있지요. (<희생>, 115)  







『제2 성』 1운명에서 시몬 보부아르는 개미, 꿀벌, 나비, 사마귀 등의 곤충과 동물들의 생식과 교미를 관찰한다. 몇몇 포유동물들의 암컷은 일단의 조류들처럼 울음소리, 교태, 노출 등으로 수컷을 부르는데, 거기 까지다. 암컷은 교미를 강요할 없으며, 주도권은 수컷에게 돌아간다.(49)   



비록 암컷이 도발적이고 동의적으로 나오더라도 결국 암컷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수컷이다. 그러므로 당하는 것은 암컷이다. 말은 대개 아주 정확한 의미를 갖는다. 수컷이 특수한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또는 매우 강하기 때문인지, 수컷은 암컷을 잡아 꼼짝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이 교미행위를 능동적으로 행하는 것은 수컷이다. 많은 곤충이나 조류, 포유동물들은 수컷이 암컷에게 성기를 삽입한다. 그래서 암컷의 내적 본질은 침범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49) 




대부분의 수컷은 특수한 기관과 물리적 힘을 사용해 교미를 주도한다. 암컷의 내적 본질은 침범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찬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에게는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가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다. 희생자가 되는 어디까지나 여성이다.


남자가 여자일 있을까. 남자가 여자를 이해할 있을까. 남자가, 여자 편에서 생각할 있을까.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지만, 가해자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남자들은 이해할 있을까. 받아들일 있을까. 티끌같은 여건만 마련되어도 쉽게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남자 스스로를, 남자들은 이해할 있을까. 내게는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남자들은 이해할 있을까. 



타들어가는 마른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그녀는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했다. 어렵게 질문하는 손석희 앵커에게 몸을 바들바들 떨며 힘겹게 대답하는 그녀를 보고 있을 , 입에서는 오히려 야멸찬 저주의 말이 나오지 했다. 그녀의 절망이 보였다. 쉽게 가해자가 되어버린 그를 향한 나의 실망과 분노는 그녀의 아픔 앞에 아무것도 아니다. 버릴 사람은 버리면 된다. 이제는 그녀를 보호해 줘야한다. 실명과 얼굴, 자신의 존재를 걸어야만 믿어주는 이런 방식의 폭로, 그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이런 방식의 폭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그녀들을 믿어줘야 한다. 희생자들의 말에 많이 귀기울여야 한다. 

그녀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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