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지의 즐거움/ 유대문화론 /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우치다의 책을 몇 권 읽었는지 모르겠어서 세어 봤다. 이 책까지 3권(찾아보니 4권)이기는 한데, 최근에 레비나스를 다룬 책도 한 권 대출해 두어서 그 책도 읽게 될 예정이다.

싱글맘의 독박육아와 싱글대디의 독박육아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친구(참고 사항:미혼)는 매우 흥분해서 설파했는데, 친구의 말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싱글대디로 12년을 주양육자로 살아간다는 건 엄청 힘든 일이라는 점을 꼭!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러운 지점은 12년을 주양육자로 살아낸 뒤에 자기 일을 찾았다는 것. 그게 제일 부럽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지 못하고, 나도 그렇다. 그 시간이 헛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수도.


<밀리의 서재> 구독이 끝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런 문장들을 캡처해 두었더랜다.



앎이라는 건 결국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안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알아 가는 과정일 테고. '목적 없이 걷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목표를 정해두고 걸었을 때 동기부여도 쉽고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는 안다는 사실 보다 중요한 건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사실 같기도 하고. 그럴 때도 멈추지 않고 '걷는 일'이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잘 쉬는 사람이고 잘 멈추는 사람이기는 한데, 그래도 이 문장이 맘에 와닿는다. 오로지 길은 걷는 것만이 중요하다.











2. 한나 아렌트

바로 지금 읽어야 할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상부의 지시에 따라 착착 계엄 작전을 실행했던 방첩사, 수방사, 정보사, 경찰들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매일의 뉴스가 새롭고 놀랍고 공포스럽다. 금기어라 여겨지는 계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던 맥락. '북한 돌발 상황'에 출동 명령을 받은 줄 알았던 군인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했을 때의 감정. 그 머뭇거림.

한없이 냉정하게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려는 군인이 있었는가 하면, 부당하고 이해되지 않는 명령 앞에서 뒤로 물러서는 군인이 있었다. 윤가와 ㄱ용현의 닦달전화에도 현장 지휘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부하들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래오래 생각하고 또 연구해 봐야 할 주제임이 분명하다.

이 책에서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권위주의 체제', '폭정(독재)'와 '전체주의'를 비교한 부분이다. 아직 정확하게 그것들 사이를 구별하지 못하겠는데, 도표로 설명하니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을 찾아볼까 싶다.
















3.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겁 없이 두 쪽을 읽고, 내가 읽은 것이 맞는 것인가 놀라 다시 읽었다. 맞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놀라고. 고통은 말할 수 없다, 혹은 누구든 다른 사람의 고통을 100% 이해할 수 없다,를 예상하면서 읽고 있는데, 글은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크게 소리를 높이거나 앞뒤 가리지 않고 화를 내거나 이런 성정이 아니라서(그러기엔 나는 기 자체가 약하다. 다른 말로 에너지가 딸린다),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사춘기 시절이 살짝 떠오른다. 질풍노도라 왜 이름 붙였는지 알 수 있는 시절들.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무난하게 그 시절을 보냈다고 기억하지만, 수직 낙하하는 감정의 동요, 잊고 싶은 말실수, 후회와 한탄, 부끄러운 기억들이 선명하게 소환된다. 읽기 어려운 책이라 한 챕터를 끝낸 후에 그만 읽을까,를 2번 정도 고민했다. 2번째 챕터를 읽고 있다.













4. 읽고 있어요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는 요즘 마리아 미즈님 덕분에 약간 밀린 형국이다. 비비언 고닉을 다 읽을 테다,의 나의 계획은 일단 2025년으로 미루기로 한다. 『마을과 세계』에서 이제 막 마리아는 여성 운동에 눈떴다. 곧 종교를 버리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펼쳐질 거라 궁금한 마음인데, 책을 학교에 두고 왔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일이다)


『Nexus』는 영어라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한글책으로 갈아탈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밤마다 읽는 책은 『야전과 영원』이다. 온 가족이 이 책을 알고 있는데, 책을 펴기만 하면 고개를 떨궈대니 들고 있던 책을 한 번은 큰애가, 한 번은 작은애가 빼앗아 갔다. 나름대로 조심했는데도 두꺼운 책인지라 밑부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테이프로 붙이고 다시 독서대 위에 올려둔다.


고개는 자꾸 떨어지지만.... 읽고 있다. 읽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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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2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고쳤는데도, 처음 책 2권이 이미지로만 나오고 책이 안 담기네요. 북플에서가 아니고 서재에서 했는데도 왜 그런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 있나요? 허허허.

2024-12-23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23 11: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그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 3번 해보았거든요. 지금 한 번만 더 해볼까 합니다.

다락방 2024-12-23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마리아 미즈 왜이렇게 좋죠? 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더 연구하기 위해 각자 연구할 나라로 떠나는 장면에서 진짜 너무 짜릿해서요! 그렇게 다시, 마리아 미즈는 인도로 떠납니다. 다시!! 진짜 마리아 미즈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ㅠㅠ 최고야 ㅠㅠ

단발머리 2024-12-23 12:43   좋아요 1 | URL
걸음걸음마다 박수갈채 쏟아집니다! 저도 마리아 미즈 너무 좋구요.
마리아 제일 먼저 좋아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라는 거 좀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님 마리아 미즈 엄청 좋아하기를 제가 승인합니다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23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전과 영원은 그런 책이군요.... 수면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3 14:1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생긴 것도 두께도 내용도 모두 수면용이지요. 담주에는 수면용 독서를 풀어볼까 합니다. 여성의 향략, 죽음 ㅋㅋㅋㅋㅋㅋ 막 이런 것들인데... 재미있다는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2-2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넥서스 한글책은 잘 읽힙니다! 갈아타시죠 ㅎㅎㅎ
<야전과 영원>은 뭐길래 고개가 떨어지실까 하고 표지 확대해서 소개글 보고 납득했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3 14:09   좋아요 1 | URL
넥서스 갈아타야겠네요. 일단 독서괭님 안내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전과 영원>, 꿀잠과 수면 공격, 고개 뚝!의 세계로 독서괭님을 초대합니다!!

공쟝쟝 2024-12-24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모 왜 왜 왜 뭐 뭐! ‘ㅇㅑ전과 영원‘ 읽으면서 한번도 졸아본 적 없는 자 올림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4 11:00   좋아요 1 | URL
어제는 좀 일찍 시작했더랬죠. 9시가 되기 전에 고개를 떨구니 득달같이 달려와 책을 빼앗고 나는 힘없이 빼앗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도 졸아본 적 없음!이라니 완전 짱입니다.

공쟝쟝 2024-12-24 11:40   좋아요 0 | URL
그 가족드라마 넘나 탐나네요. 책 앞에서 조는 엄마를 준엄하게 꾸짖는 아들과 딸ㅋㅋㅋㅋ 저는 푸코 읽는 중이고요, 사사키가 말아주는 푸코는 좀 덜 매력적이네요. 원체 푸코가 매력적이라서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4 12:10   좋아요 1 | URL
제가 그저께 ‘성관계는 없다‘를 물었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 알려주더라구요. 지난 학기에 라캉 수업 들은 아이가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강의를 들어야 하나. 나 올해 관련책 2권 읽었는데 나는 아직도 오리무중 ㅋㅋㅋㅋㅋ
매력적인 푸코, 가지세요~~

공쟝쟝 2024-12-25 11:48   좋아요 0 | URL
우와... 딸롱이 리스펙..... ㅠ..ㅜ 딸롱씨 넘나 멋진 거예여... 으힝힝.
나는 푸코 좋아하고 갖고 싶지만, 푸코는 나한테 관심없고.. 죽었습ㄴ다..

건수하 2024-12-25 0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치다 타츠루가 독박육아 싱글대디인건가요? 우와-

이 호감으로 (언젠가) 그의 책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공쟝쟝 2024-12-25 11:49   좋아요 2 | URL
그쵸그쵸. 수하님. 바로 그 독박육아싱글대디 부분에서 그동안 이퀄리스트라고 팼던 저는 가드를 내리기로 해버린 것입니다. 물론. 저는 육아는 남자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은 그것은 pass하고...ㅋㅋㅋ

메리크리스마스에요. 수하님. 뿅뿅.

단발머리 2024-12-26 10:54   좋아요 0 | URL
건수하님 / 독박육아 싱글대디에게 제가 후한 점수 줬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무지의 즐거움>에서 펼쳐지구요. 이 분 전문가가 한국에 있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 번역자인데 이 분에 관해 책도 쓰셨다는 ㅋㅋㅋㅋㅋㅋ<우치다 선생에게 배우는 법>. 책이 많으니깐 취향대로 골라 읽으시면 좋습니다.

쟝쟝님 / 저희 교회에 아주 활달한 아이가 있어요. 무대 난입하고 소리 지르고 진짜 온 교인들의 귀염둥이인데, 그 아빠가 헬스장을 운영하실 것 같은 체형과 외모에요 ㅋㅋㅋㅋㅋㅋ 저는 잘 모르는 분인데. 그 분이 딱 그래요.
육아는 남자에게 더 적합하다의 실사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