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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인 -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최근에 읽었던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와의 유사점과 다른 점 사이를 가로지르며 읽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문단은 여기.
예컨대 당신의 적혈구들은 4개월마다, 피부세포들은 몇 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약 7년이 지나면,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로 교체될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당신이다. (34쪽)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아기와 어린이다. 백일 즈음의 아기들은 자고 일어나도 부쩍 켜버려 다른 모습이다. 쑥쑥 자라는 어떤 아이는 일주일 만에 만난 사람에게도 “그 동안 더 큰 것 같애.”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 사진을 보며, “혹시 이 어린이 어디 갔는지 아니?”라고 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 어린이는 이제 없다. 최대한 7년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그 어린이는 이제 없고, 반항의 변곡점을 향해 전진 또 전진하는15세, 중딩 뿐이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하물며 10대 후반, 20대 초반, 30대 중반의 나일까 보냐. 나는 매일매일 새로운 나다.
미국 전역에서1100명이 넘는 수녀, 신부, 수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수도회 연구 The Religious Orders Study’는 흥미로웠다. 뇌의 노화가 불러오는 결과들을 탐구하는 연구에서, 연구팀은 일부 피험자 중에 알츠하이머병으로 뇌 조직이 폐허투성이가 된 경우라도 당사자에게 인지적 문제들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관찰했다. 일부 피험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완숙한 상태였음에도 인지 능력의 상실이 없었다. 연구팀은 심리적, 경험적 인자들이 피험자의 인지 능력 상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외로움, 불안, 우울, 심리적 고통에 잘 빠지는 성향 등의 부정적인 심리적 인자들은 인지 능력 쇠퇴를 가속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실성, 확고한 삶의 목적, 부지런한 생활의 유지와 같은 긍정적 특징들은 인지 능력을 보호하는 효과를 냈다. (46쪽)
외로움, 불안, 우울, 심리적 고통 등의 부정적인 심리 인자들이 몸과 마음 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의 쇠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사실들이 새롭게 들리고 읽혔다. 성실성, 확고한 삶의 목적, 부지런한 생활의 유지(가 필요한 때임은 분명하다.)
<공감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챕터도 흥미로웠다.
타인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타인의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타인의 상황에 당신 자신이 처했다면 어떠할지를 당신은 불가항력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영화와 소설을 비롯한 이야기들이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인류 문화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같은 우리의 시뮬레이션 능력에 있다. .. 당신은 그 주인공 속으로 녹아들어가 그의 삶을 살고 그의 입장에 선다. 타인이 고통당하는 것을 볼 때, 당신은 이것이 그 사람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라고 당신 자신에게 말하려 애쓸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뇌 속 깊숙이 자리 잡은 뉴런들은 당신의 사정과 타인의 사정을 구분할 줄 모른다. (204쪽)
저자는 타인의 통증을 느끼는 이러한 공감 능력이 진화 과정에서 발달하게 된 이유로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독방에 갇힌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아주 빠른 시기에 급속하게 황폐해지는 경험을 예시로, 인간적 삶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가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이라고 판단한다. (207쪽)
제일 관심이 가는 분야는 ‘의식’에 대한 부분이다. 인간은 육체의 범위를 벗어나 존재 가능한가. 인간은 죽음을 극복할 것인가. 인간은 디지털 불멸에 성공할 것인가.
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에서 소개되었던 니코Nico라는 로봇은 가느다란 골격에 전선이 복잡하게 감긴 형태로, 돌출된 두 눈과 세밀하게 움직이는 두 팔만을 가지고 있다. 상반신 로봇 니코는 거울 속의 로봇이 자신임을 알아볼 뿐만 아니라, 거울에 비친 영상으로부터 특정 물건이 놓인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아냈다고 한다. 의식을 가진 로봇의 출현으로 해석되었다(『마음의 미래』, 378쪽).
저자는 ‘뇌에 관한 계산학적 가설computational hypotheses of the brain’를 소개한다. 뉴런과 시냅스와 기타 생물학적 물질은 결정적 요소들이 아니며, 그것들을 통해 구현되는 계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이 가설이 참이라면, 뇌의 작동을 임의의 기반 위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계산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임의의 새로운 재료 내부에 일어나는 복잡한 소통의 산물로 당신의 생각들, 감정들, 복잡성들이 발생해야 마땅하다. 이론적으로 당신은 세포들을 전기회로로, 산소를 전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264쪽)
이전의 결정을 후회하고, 삶을 반추하며, 또 다시 결심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서 더 이상의 실패가 없으리라는 이야기는 희망보다는 저주로 들린다. 점점 약해져가는 육체, 손목, 발목, 허리, 한 군데씩 아픈 데가 속출한다. 지속적인 관리와 AS로 얻게 된 무쇠팔, 무쇠다리의 완벽한 육체를 과연 내 것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드러났고, 이 모든 것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과학자의 말이 내게는 쓸쓸하게 들린다. 상호작용들이 적절히 조직화되기만 한다면, 실리콘에서도 의식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의 이론은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게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이것 하나뿐이다. 우리 종은 지금 무언가의 출발점에 섰을 뿐이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지금 우리는 완전하게는 모른다. 지금은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순간이다. 뇌과학과 기술은 지금 함께 진화하는 중이다. 기술과 뇌과학의 접촉면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의 본성을 바꿔놓을 태세다. (288쪽)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지점, 이 출발점이 무언가의 출발점인지조차 우리는 알지 못 한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디지털 혁명의 수혜자가 될지, 혹은 인간의 몸으로 멸망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 아무도 알지 못 한다. 우리는 누가 될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우리는. 나는 그리고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