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정희진 해제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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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아내들이 대개 여자였다. (31)

 


아내 가뭄이라는 제목을 문장으로 바꾸면 우리는 모두 아내가 필요하다혹은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쯤 되겠다. 전통적으로 아내란 집 안 여기저기 쌓여가는 무급 노동을 더 많이 하려고 유급 노동을 그만둔 사람이다.(30) 아내가 집 안의 자질구레한 일을 맡아주기에 결혼한 남자는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있는 남자는 직장에서 미혼의 남자보다 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아내의 도움으로 남자는 더욱 안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자신의 인생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첫 아이의 출생과 함께 신체 리듬은 육아, 정확히는 수유 간격에 따라 맞추어지고,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에 자동적으로 ‘1순위가 될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는 일에 소홀한 무책임한 사람으로,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소홀한 무심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20년 동안 여성 대졸자 수는 남성 대졸자 수를 크게 앞질렀다. 1985년에 앞지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체 대졸자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또한 직장에서 어느 정도 끈질기게 버텨 경력 사다리를 반 정도 오른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중간 관리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 중역에 이르면 여성의 비율은 고작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증권 거래소 200대 기업의 CEO 중 여성의 비율은 게일 켈리(오스트레일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웨스트팩은행의 CEO)가 휴가 중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2~3퍼센트를 왔다 갔다 한다. (68)

 

 


전체 대졸자의 60퍼센트가 여성이고, 또 많은 수의 여성들이 직장에서 일하지만, CEO를 비롯한 최고위 자리에까지 올라서는 여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남성보다 일을 못하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야망이 적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불성실하기 때문에? 아니다. 남성이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회사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면, 여성도, 그 일과 관련해 노력과 실력을 갖춘 여성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결혼하고, 똑같이 취업해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여성 CEO의 비율이 2~3퍼센트라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성에게는 아내가 없다라는 것?


 







일하는 여성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많은 여성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더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가정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을 가정에만 묶어두려는 여성의 신비가 약화된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여성이 직장에서 일하는 만큼또는 여성이 직장일 때문에 가정의 일을 돌보지 못하는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남성들이 채워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여성을 직장으로가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반면, ‘남성을 가정으로는 여전히 먼 일처럼 보인다. 결국, 일하는 여성은 이중 노동에 시달린다. 직장에서 일하고, 가정에서 일한다. 생계부양자로서 일하고, 아내로서 일한다.


 





많은 여성들, 특히 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업무 경쟁이 치열하고 스트레스가 많은데, 집에 오면 집안일도 내 차지고…… 남편 짜증과 비위 맞추기에 지쳤다.”며, “나도 마누라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페미니즘의 도전>, 103)

 

 


그 다음은 악순환이다. 미뤄둘 수 없고, 기다려 줄 수 없는 육아의 특수성 때문에, 여성들은 좀 더 책임 있는 전임제 일자리보다 탄력적 근무가 가능한 임시직,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기로  스스로’, ‘결정한다. 그래야만 가정일과 직장일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여성은 남성의 재산이었다. 여성들은 아버지-남편-아들 (혹은 오빠나 남동생)의 법적인 지배 아래 있었다.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미국에서는 1920, 대한민국에서는 해방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가장 최근에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나라는 2015년 여성의 선거 참여를 허용한 사우디아라비아다. 이게 끝은 아니다. 여자는 취업할 수 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퇴직해야만 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44년간이나 유지되던 기혼자 퇴직법’, 여성에게만 적용되었기에 정확히는 유부녀 퇴직법은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1946년에야 폐지되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불평등들이 하나씩 바뀌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갈 길은 무척이나 멀어 보이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반세기 전에 그랬듯이 함께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전국적 운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40시간 노동을 위한 투쟁은 이제 30시간이 돼야 할 테고, 합쳐서 주 80시간을 노동하면 안 되는, 아이를 키우는 남성과 여성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노동하는 부모들에게는 하루 6시간 노동이 알맞고, 젊은 남성과 여성은 교육과 심화 훈련의 기회를 노동과 결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60세가 넘는 사람들은 집안일만 돌보기보다는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계속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좀더 많은 일자리가, 그리고 여성과 남성에게 새로운 성공의 기준이 주어져야 한다. (<여성의 신비> , 16)

 

 

남성과 여성, 아이와 노인이 함께 행복한 사회에 살기 원한다는 데에 모든 사람들이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권위적이고 자신의 주장만 말하는 아빠와는 누구도 저녁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피곤에 절어 무력감에 빠져있는 엄마와는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항상 그립지만, 어린이집 차에서 내렸을 때 두 팔로 맞아주는 아빠가 서있다면 아이는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같이 키우며,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하는, 다시 또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모두 행복한 이 시간 속에서, 혼자만 울고 있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이리저리 1 3, 혼자만 뛰어다니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혼자 속앓이 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내가 행복해야 식구들 모두 웃을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해야 그게 진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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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17-05-3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_ 좋음. 오늘 글 짱 좋음. 취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단발머리 2017-05-30 17:22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아내가 필요하지요~~
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야나님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네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