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다. 촛불시위에 명박산성, 녹조라떼 4대강까지 겪은 후에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틀렸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끝이 아니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 하아... 오늘은 이런 기사도 떴다.
청,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의 실천 자평 <2016. 1. 3. 공감언론 뉴시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103_0013814369&cID=10301&pID=10300>
더 나빠질 거라 예상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이 정부는 상상력이 도달할 수 있는 그 어떤 지점의 그 이상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정말 나뿐인가?
나는 민주당을 지지했고, 김대중 대통령님을 ‘선생님’이라 부르고, 노사모에 가입하지 않은 ‘노빠’이지만, 하다하다 근래 민주당 꼴통들의 작태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철수씨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실망했다.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답답하다.
대한민국에 독재자의 딸이 있다면 미국에는 조지 W. 부시가 있다.
“암울한 날입니다. 주커먼 선생님. 아침 내내 패배감을 씹어삼키던 참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도덕적 가치에 표를 던졌다고요? 대체 그 가치라는 게 뭐죠? 우릴 전쟁으로 몰아 넣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는 거요? 어리석어요! 어리석다고요! 대법원을 보세요. 렌퀴스트도 내일이면 목이 달아날 걸요. 부시가 클레런스 토머스를 대법원장으로 앉힐 테니까요. 그 인간은 두셋, 어쩌면 넷까지도 갈아치울 겁니다. 끔찍해요!”
“만나자는 메시지를 어젯밤 남겼더군.”
“제가요?” 그가 물었다. “한숨도 못 잤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다 못 잤죠. 42번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 도서관 계단에서 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127쪽)
명박근혜의 시대.
한 해를 보낸다고 할 때, 그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2015년 마지막 책으로 무엇을 선택할까에 대해서는 나름 신중을 기한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 시작된 상태였고, 『마음의 미래』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알라디너 프레이야님의 『앵두를 찾아라』를 아껴가며 읽고 있었고,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도 진행중이었다. 『사는 게 뭐라고』 때문에 혼자 큭큭거렸고, 그리고 그런데 그래서...
2015년 마지막 책이자 2016년 첫 번째 책은 『유령 퇴장』.
퇴장시키고 싶다.
당신 말고요, 주커먼.
있어요, 그런 사람.
유령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