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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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는, 여가 없이 정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현대사회는 왜 바쁜 삶을 높이 평가하는가. 우리는 왜 바쁘게 살아가는가. 바쁘지 않을 때 왜 죄책감을 느끼는가. 여가란 곧 게으름을 의미하는가. 게으름은 잘못된 것인가. 한정된 시간,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란 무엇인가.

두 번째로는 워킹맘,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하루가 35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워킹맘들의 행복찾기에 대한 안내이다. 육아와 일을 한 사람, 하나의 육체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이뤄갈 것인가. ‘이상적인 노동자’이면서 ‘좋은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꿈의 나라, 워킹맘들의 천국 덴마크에서는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한가.

인용하고 싶은 구절이 많다. 첫째는 공감 때문이요, 둘째는 부러움, 셋째는 당위요, 넷째는 절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희망 때문에. 공감과 부러움, 당위와 절망 그리고 희망 때문에 줄을 긋고, 옮겨 적는다.

 

1. 여가 없는 삶

“육체노동이든 공장노동이든 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일해야 하는 일들은 모두 하층계급의 몫이다. 하층계급에는 노예들, 생계를 남에게 의존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자 대부분이 포함된다.(64쪽)

고대부터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의미의 여가를 보냈던 사람들은 물론 엘리트 남성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교육을 받지 못한 빈곤층과 노동계급도 어느 정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83쪽) 지금은 어떤가. 우리 모두 바쁘게 살아간다. 하루라도, 1시간이라도, 1분이라도, 1초라도 허투루 보내는 것을 참아내지 못한다. 우리의 시간표는 활동과 약속으로 가득차있다. 쉬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다.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고 자리에 앉아 손에 핸드폰을 잡는 순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나’는 도파민의 엄정한 지휘 아래 원치 않는 활동에 매진하게 된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알림이 울리기를 ‘기대하는’ 동안 우리의 뇌에서는 달콤한 마약 같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것은 다른 종류의 강력한 중독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가 짧거나, 생각이 완결되지 않았거나, 메시지가 도중에 끊겼을 경우에 우리는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이때 급격히 증가하는 도파민은 우리 몸속을 돌아다니며 더, 더, 더 많은 정보에 대한 욕구에 불을 붙인다. (101쪽)

그렇다면 나는 왜 바쁠까, 나는 왜 바쁘게 살고 있을까.

일과 쫓기는 삶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비인간적인 장시간 노동,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세계화, 인구비율의 변화, 성역할의 변화, 바쁨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 경제적 불안, 남은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감당하게 만드는 정리해고, 늘어나는 생활비와 가계부채, 정체된 임금, 자녀 양육에 드는 높은 비용. 눈이 튀어나오게 비싼 대학 등록금(대학등록금 1980년부터 현재까지 893퍼센트나 상승했다). 이런 것들이 일과 소비의 악순환을 고착시킨다. (119쪽)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 쉴새 없이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이 좋다, 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다. 물론 일해야 쉴 수 있다.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일은 기본이다.

하지만, 일하는 건 좋은 것이지만, 일하는 중간 휴식하는 것도 좋은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건 좋은 것이지만, 50분 공부하고 나서 10분 쉬는 것도 좋은 일이다.

쉼 없는 연습, 쉼 없는 공부, 쉼 없는 노동은 우리 뇌의 리듬과 자연스러운 재편성 주기를 엉망으로 만드는데(426쪽) 반해, 긍정적인 마음과 휴식시간은 창의적인 통찰을 얻을 확률을 높여준다.(427쪽) 우리가 생활의 속도를 늦추고 잠시 시간을 내서 지금 있는 곳에서 편안함을 느낄 줄 알게 되면 우리의 복잡한 뇌는 문자 그대로 커진다. 그리고 뇌의 공포 중추는 작아진다.(438쪽)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대한민국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1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2위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770시간보다 354시간 길다. 노동시간이 제일 짧은 독일 노동자들에 비해 753시간, 즉 하루 8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할 때 94일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독일보다 연간 94일 더 일하는 한국인, OECD 회원국 장시간 노동 2위/작성자 윈플러스경영개발원

즉, 일하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일했음에도,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비정규직 400만 시대‘가 이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더해서 문화의 ‘향유자’로서가 아니라 상품의 ‘소비자’로서의 정체성만 강요하는 현대 자본주의하에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스스로의 삶을 조정하고 누리며 가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옆집, 윗집, 아랫집을 맹목적으로 따라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계속 부러워하며 또 다른 소유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 그 자체를 누리려는 자세, 현재의 시간을 행복하게 채우려는 노력 말이다.

 

2. 아이를 낳았어요

프랑스의 경우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은 소르본 대학 교수들과 똑같은 공무원 신분이다. 반면 미국 보육교사들의 평균 임금은 주차관리원이나 호텔 웨이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162쪽)

둘째는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다녔는데, 그 곳의 선생님들도 공무원 신분이다. 엄마들 말로는 “네~ 네~ 어머님~”의 사립유치원 선생님들과 다르다고, 스스로에 대한 프라이드 때문에 좀 꼿꼿하다던데, 실제로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보냈다. 방학때는 종일반 아이들만 돌봐준다고 하던데, 문제는 학기 중 하원시간이 5시여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 아빠가 그 시간까지 아이들을 데리러 올 수 있을지 많이 궁금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24분까지 일합니다. 여기에 5를 곱하면 정확히 37시간이 나와요.” (346쪽)

꿈의 직장 정도가 아니라, 꿈의 나라 덴마크 이야기이다. 덴마크에서는 9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 24분에 퇴근한단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고, 엄마들은 직장에서 실력있는 ‘동료’로 일할 수 있으며, 아빠들은 빛의 속도로 자라나는 자녀들의 성장 과정을 엄마처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직장 퇴근 시간 엄수, 어린이집 이용 시간 확대.

 

3. 결단이 필요한 순간

그 때 나는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를 얻어내기 위해 싸우는, 또는 주양육자 역할을 하면서 집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아빠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대화를 옆에서 듣더니 15살 조카 와이어트가 말했다. “멋있네요.” 그러자 남편 톰이 곧바로 대꾸했다. “나라면 그냥 일을 하겠어.” 우리 아버지는 남자가 아이를 돌본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버지는 당황한 기색으로 나에게 충고했다. “브리짓, 네가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구나. 남자들의 인생에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단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의사가 될까? 변호사가 될까?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같은 것들을 결정해야 해.” 나는 조용히 반문했다. “그러면 아빠, 여자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184쪽)

남편이 한 달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을 때는 또 어땠나? 남편은 칸다하르 외곽의 람로드라는 군사기지에서 찍은 자기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그는 ‘숙소’, 즉 거대한 금속제 상자 앞에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손에는 물만 많은 인스턴트커피 한 잔과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던 건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나의 반응이었다. 나는 남편이 부러웠다! (244쪽)

대개 쫓기는 삶의 시작은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나는 시점이다. 내가 찾아본 전 세계의 다양한 시간활용 연구들에 따르면, 첫 아이의 탄생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여자의 생활은 근본부터 변화한다. 하지만 남자의 생활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251쪽)

“당신이 그렇게 차분할 수 있는 건 남들보다 ‘이상적인 엄마’에 가깝다는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그러자 그래프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같은 일하는 엄마들은 죄책감을 느끼면서 ‘나는 괜찮은 엄마인가?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라는 걱정을 하죠. 나 같은 전업주부 엄마들은 날마다 이런 질문을 던져요. ‘이 정도로 충분한가? 내 선택이 과연 옳은 걸까? 나도 일을 할 걸 그랬나? 내가 받은 교육은 다 무슨 소용이람?’ 양쪽 다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거죠.“ 그렇다. 엄마들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신이 포기한 ‘저편의 삶’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281쪽)

모성에 대한 강요는 아이를 낳은 후에 ‘저절로’ 모성이 생기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한 모든 어머니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일하는 여성이 ‘방치되고 있는’ 자신의 자녀에게 갖는 죄책감을 가중시킨다. 전업주부라면 나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끝도 없는 집안 가꾸기와 살림살이, 더욱이 요즘에는 아이를 잘 교육하는 게 제일 중요하게 여겨져 아이를 중심으로 생활하다 보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많은 회의를 갖게 된다. “내가 받은 교육이 다 무슨 소용이람?”이 이에 대한 물음이자 답이다.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 한다. 이 쪽도, 저 쪽도 행복하지 못 하다.

아이들을 ‘근성 있고’ 행복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터는 부모들에게 자기를 희생하는 일부터 그만두라고 가르친다. 부모가 우울하면 아이들도 문제행동을 나타내기가 쉽고, 부모의 긍정적인 감정은 아이들에게도 전염된다. 가장 중요한 교육은 ‘감사’의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받는 혜택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334쪽)

‘감사의 마음을 가르치는 일’이라면 내 특기 아닌 특기며 전공 아닌 전공인데, 이것이 아이들을 ‘근성 있고’ 행복하게 키우는 방법이라니 정말 눈이 번쩍 뜨인다. 전공 심화 과정 착수.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를 ‘읽고 싶은 책’에 추가한다. 

 

4. 야무진 부록

이 책의 부록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삶을 위한 작가의 제안이다. 나는 아래 문장들에 솔깃했다.

주저 없이 ‘페미니스트feminist'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자. 그리고 역사 속에서 ’페미니스트‘의 진정한 의미는 여자들이 개성을 찾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449쪽)

행복이 우선이다. 행복은 성공과 성취로 이어진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나열해보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쳐라.

아이들에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을 시간과 공간을 줘라. (452쪽)

집안의 먼지가 다 없어지고 냉장고자 꽉 찰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자. 케첩으로 만든 스파게티와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충분하다. (454쪽)

저녁 식사 시간에 마음에 드는 구절, 바로 위의 454쪽을 소리내 읽어 주었더니, 남편이 고개를 들고 말한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유리한) 책을 읽고 있네.”

맞다. 이 책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나는 전업주부인데 아이들을 워킹맘처럼 먹인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한의 자유시간을 준다.(그래야 그 시간에 나도 놀 수 있다.) 나는 툭하면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초딩인 이 시간을 즐겁게 누리고 있다. 

 

5. 오늘의 다짐

나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걸 잊지 말자.(443쪽)

인생은 짧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것, 남은 시간에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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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1-1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은 인간이야, 쥐야 전후로 저에게 언제나 좋은 엄마, 친구같은 엄마로 기억되고 있어요. 문학을 자연스레 논하는 자녀분들과 함께요.

단발머리 2015-11-12 15:09   좋아요 1 | URL
허걱, 이런 극찬을... @@
저에게 인간이야, 쥐야? 같은 주옥같은 문장을 선사해 주신 필립 로스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저는 좋은 엄마, 친구같은 엄마는 아니예요.
막 애들을 방치하고, 싸우고, 놀고 그렇습니다.
웃긴 엄마가 제 지향점이예요.
다정하면서 웃긴 엄마. 아..... 어렵......

책읽는나무 2015-11-1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툭하면 웃음을 터트린다는 대목에서 내공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이들 앞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횟수가 줄어요ㅜ
전업주부지만 워킹맘처럼 먹이기!!
이건 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어요^^

전업주부여도,워킹맘이어도 후회되고 죄책감이 드는 부분들이 똑같다는 부분에 깊이 공감합니다
여튼 아이들 이쁘게 키우시는 알라딘엄마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단발머리 2015-11-12 18:44   좋아요 0 | URL
저는 항상 아이들 먹이는 게 어려워요.
가까운데 사시는 엄마가 맛있는 거 자주 해주시니 실력이 안 늘기도 하구요(변명),
정말 근근히 먹고 삽니다. T.T

예전에는 위의 문장처럼 질문을 많이 했죠.
“내가 받은 교육이 다 무슨 소용이람?”
요즘엔 그런 생각이 덜하기는 하지만,
딸애가 혹 저를 `롤모델`로 삼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전 지금 행복하고, 집에 있는 엄마가 행복해 보이는 건 좋지만, 그래서 나도 집에.... 라고 말한다면,
전 이렇게 말할 것 같거든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살림을 한다고 해?
저, 이중적인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