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1번, 2번, 그리고 3번. 아니면 4번, 5번, 6번. 10번이라도, 20번, 아니 100번이라도 그대로 실행해서,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 방법을 따라해 보겠다. 그렇게 해서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떠나버린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테고, 잃어버린 것은 다시 찾지 못할 것이다. 놓쳐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고, 그리고 뒤에 남겨진 자에게는 고통만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건 없는 건가.

이 책은 말한다.

 

 

이별과 상실의 아픔에 대해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치유법이다. 그것만이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혼자서 애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자신의 진짜 솔직한 감정을 전부 철저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그룹이 공감하면서 우리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우리와 함께 있어 주어야 한다. (165쪽) 

 

아픔을 들어줄 사람,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만나고 싶은 사람, 안고 싶은 사람, 사랑한다 말하고 싶은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울고 있는 사람의 어깨를 안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같이 울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위로해 주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공간이, 환경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계속 떠올랐다. 올해 초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여윈 가까운 후배와 그리고 세월호에서 살아남았던 5살 권양이다.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후배는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같이 울기도 했고, 그 애의 손을 잡기도 했다. 더 자주 만나 같이 웃고, 또 같이 울어야겠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는 권양이 떠올랐다.

자기만 두고 가족 모두 어디로 이사를 갔다고 떼를 쓰던 아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운다고 했다. 누가 그 아이를 안아줄까. 누가 그 아이를 위로해줄까. 자꾸만 먹먹해졌다.

사회는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꿋꿋하게 견뎌 나가기를, 불평을 늘어놓지 않고 빨리 예전처럼 돌아가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를 요구한다. (10쪽)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픔이 성숙하는 데에는 1년 내지 3년의 기간이 걸린다. 적어도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166쪽)

 

일반적인 애도의 과정도 그러하다. 하물며 꽃같은 아이들이, 무고한 시민들이 눈앞에서 뻔히 수장되는 것을 목격한 전 국민들의 충격은 어떠했으랴. 그럼에도 이 모든 사고의 최고 책임자는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나 되었다고,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말들을 ‘애도의 시간’ 아니, ‘애도의 순간’도 갖지 못한 유족들과 국민들 앞에 쏟아내었다.

내가 사는 시간, 내가 살고 있는 순간이 이러하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세월호 침몰 사고 국정조사 기관 보고를 받자고 주장하는 6월 16일 ~ 28일은 월드컵 기간과 딱 맞아떨어진다. 새누리당이 월드컵 와중에 국조를 떨어뜨려 놓아 세월호를 감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2014년 6월 9일)

 

리가 사는 나라, 내가 사는 나라의 ‘여당’에 속하는 자들의 행태가 이러하다.

오늘 아침 조간 신문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세월호 선장과 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족의 사진이 나란히 보였다.

 

 

선장과 선원들의 머리속을 이해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며칠 동안을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특별한 어떠한 이유,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마음이 아픈 건, 유족들을 볼 때다. 애도의 시간의 가져야할 사람들이, 마음껏 울고, 그리고 충분히 위로받아야할 사람들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기자들에게 하소연하고, 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하다 포위를 당하고, 그리고 국회에서 밤샘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울어야할 사람들인데. 울고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이 책은 내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건데.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6-11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2 0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