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벙커에서 강신주를 처음 본 날
엄마야! 깜짝 놀랐다. 동영상에서도 실제 나이보다는 어려보이는 외모라 생각했는데, 실제는 더했다. 자신있는 말투에 넘치는 활력까지. 뻥을 조금 더하면, 30대 후반으로까지 보일 정도였다. 참고로 나는 그 날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았다.
2. 3M이 잠든 어제 밤
[망각과 자유]를 들고, 하염없이 책을 쓰다듬다가 드디어, 마침내, 결국에 머리말을 읽기 시작하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일반 독자에게는 작은 책으로 보일 테지만, 동시에 읽다보면 만만치 않은 책으로 다가올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 밀도가 아주 센 책이니까요. 글을 다시 다듬으면서 애잔하지만 동시에 정겨운 마음이 자주 들었습니다. 장자로 박사 학위를 방금 마쳤던 패기만만한 젊은 학자의 모습, 과거 제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11쪽)
앞부분을 읽어나가면서 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장자의 ‘타자’라는 개념, ‘망각’이라는 개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는 팔릴 책을 쓰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돈 주고 사 볼 책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름 있는 저자를 찾아가 이러 저러한 책을 쓰자~ 할테다. 그런 일들이 모두 무의미하다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닐 테지만, 가끔은 저자 자신이 정작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가볍게, 너무나 쉽게 이해될 수도 있을테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방금 박사학위를 마친 젊은 학자 강신주’의 모습이 설핏 보이는 것 같다.
여러 자리의 사진에서 보면 강신주는 ‘등산바지’ 차림인 경우가 많다. 워낙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등산복이 편안하다는 얘기를 자주하고는 했다.
이 책의 느낌은 이렇다.
맨날, 허구헌 날, 항상 ‘등산바지를 입는 강신주’만 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차려입은 강신주’를 만나게 된 거다. 더 각이 잡히고, 더 정숙한(?) 느낌이다.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3. 일부러 찾은 건 아닌데
아침에 트위터를 확인하다 이런 영상을 보게 됐다.
강신주는, 강신주와 김어준은 멋지게 양복을 차려 입었다.
김어준 강신주 지인들만 초대해 1년 가약
직장에 매인 몸은 아니지만, 가정에 매인 몸이기에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마음으로는 토크 콘서트에 가고 싶다.
나는 김어준이 보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다.
나는 강신주가 보고 싶어서 거기에 가는 게 아니다.
나는 강신주를 놀리는, 강신주를 놀려먹는 김어준이 보고 싶어서, 거기에 가고 싶다.
제발, 가능해라. 가정 형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