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천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나라가 

망했을 때, 어떻게 하나의 사건만이 그 일의 유일한 이유가 될 수 있겠나.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정세가 있었을테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야 이해될 수 있는 잠재적 요인도 있었으리라. 당시 상황을 돌아볼 때, 외국 열강에 의해 주권을 침탈당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고, 개혁과 개방, 신문물의 경제적, 군사적 힘이 강력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오천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나라가 망했을 때, 망해갈 때, 그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징후라는 것이 있다고 본다. 

'전작권 연기'와 '국정원 선거 개입'이 망국의 징후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일로 설마 이 나라가 망하겠는가. 전작권 연기는 미국을 사랑하는 어떤 사람들 마음 속 꿈이자, 소원이고 지속적으로 얘기되어온 부분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은 이미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초유의 사건이건만, 이것 또한 부정선거가 어디 어제 오늘 일이더냐. 공교롭게도 이 두 개의 사건에 동시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일이 뭐가 대수냐. 

그렇다. 아마도 그런 일로 이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란 예비 음모' 사건인가, '예비 내란 음모' 사건까지 세트로 엮을 요량이라면, 이건 진짜 막가자는 거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로 4-5년을 더 가자는거다. 역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 그 중에 제일은 빨강이라.



 

2. 고집불통 시아버지와 여우 며느리의 한 판 승부는 

결국엔 일본의 승리로 마감된다. 

명성황후를 직접 만났다는 사람들은 그녀를 세련되고 지적이며 총명한 여인이었다고 기억했다. 강렬하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성격. 정세에 대한 빼어난 이해와 판단력. 위기 상황에도 잃지 않는 침착함. 그렇다. 문제는 그녀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가 집안에 한 명 더 있었다는 것. 10년 섭정을 통해 백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으나,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며느리와 원수가 되었고, 중국에서의 유폐생활과 귀국 후 가택연금 생활에서도 권력에 대한 의지를 불살랐던 흥성대원군. 

작가님도 평하시기를 

 

보기 드문 영걸들이 한 시대에 나와 세상을 위해 쓰이지 않고

서로 싸우는 데 소진하고 말았다.(169쪽)



 

 



물론이다. 명성황후와 고종, 흥성대원군이 힘을 합쳤다 해도, 우리나라가 일본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수도 있다. 

영국과의 2차 영일동맹, 미국과의 가쓰라-태프트밀약, 그리고 러시아와의 포츠머스조약을 통해, 일본은 세계 열강들에게 한국 보호 즉, 한국 지배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아왔다.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아니면 영국이 아니면 미국이, 우리를 삼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흥성대원군과 명성황후가 힘을 합해, 당시의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각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지혜로운 외교를 해 왔다면, 적어도 일본의 지배가 35년보다는 짧아지지 않았을까, 그런 짧은 생각을 해 본다.  



 

3. 어떤 한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설사 그 일이 '경제적 대가'를 제공받고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그리고 성실히 해 나갔을 때,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다. 10여년 넘는 시간을 <조선왕조실록> 그 방대한 자료를 뒤적이고, 스토리를 짜고, 인물의 특성을 잡아 그림을, 아니 만화를 그리고, 사이 사이 친절한 해설을 덧붙이고, 짬짬히 유머를 구사해 읽는 즐거움을 놓지 않게 해주신 작가 박시백님이 그러하다. 

<작가 후기> 큰 절을 작가님께 돌려드린다. 

 

 



참으로 고마웠고, 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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