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에서 이 한 사람의 과도한 무게는 평형을 깨뜨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혼잣몸으로 전 인류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의 머릿속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인류의 모든 활력, 한 인간의 두뇌에 떠오르는 세계, 만약 그것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문명의 파멸을 초래하리라. 부패하지 않는 최고의 공정성을 위해 재고할 때가 와 있었다. 정신계에도 물질계와 같이 일정한 중력 관계가 있는데, 그 기초가 되는 원리와 요소가 아마 불만을 표했으리라. 연기를 뿜는 피, 넘쳐 나는 묘지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 이런 것들이 그것을 웅변으로 옹호한다. 대지가 너무 무거운 짐으로 시달릴 때에는 어둠의 신비로운 신음 소리가 있어서 그것이 심연에서도 들린다. (54쪽)
이 부분을 읽고,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쟁’을 떠올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은 논외로 해야 한다, 아무렴.) 1815년 6월 18일, 결전의 날, 전쟁터와 프랑스군 그리고 연합군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던 작가는 패전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협곡에서 벌어진 뒤부아 여단의 ‘생매장 사건’에 대한 설명과 묘사를 마친 뒤, 이 단락을 썼다. 그가 보기에 ‘워털루 전투’는 하나의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평형이 깨진 정신계의 중력관계가 원래의 자리로 찾아가려는 신성한 과정이다.
그것은 세계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다. (55쪽)
작가의 위대함이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철학적 판단. 역사적 사실에 대한 극히 주관적 해석을 풀어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주억거릴 수 밖에 없게 하는 것. 그것은 진짜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사람이 진짜 위대한 작가다.
예포에는 여러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다. 군주에 대한 예절, 군대의 의례, 떠들썩한 예의의 교환, 예의범절의 표시, 정박지와 성채의 의식, 매일 모든 요새와 모든 군함에서 맞는 일출과 일몰, 항구의 열고 닫음 등등. 문명사회는 도처에서 스물네 시간마다 쓸데없는 대포를 15만 방이나 쏜다. 한 방에 6프랑이라 한다면, 하루에 90만 프랑이, 한 해에 3억 프랑이 연기로 사라지는 셈이다. 그것도 한 가지 항목만으로 그렇다. 그 동안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 죽어 가고 있다. (114쪽)
작품 속에서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까. 작가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크기여야할까. 메조피아노 정도가 적당할까, 아니면 메조포르테? 내가 보기에 ‘빅토르 위고’는 스스로 ‘포르테‘ 정도의 목소리를 내기로 선택한 것 같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 입을 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크고 작은 사안마다 모두 다 옳은 말씀이다.
그는 그녀를 마구 흔들었다.
그녀는 깨지 않았다.
“죽었을까!”하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일어섰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떨면서.
더없이 무서운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지나갔다. 가지가지의 끔찍한 억측들이 한 무리의 목수의 여신들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 두뇌의 벽을 맹타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때 우리들의 조심성은 온갖 터무니없는 생각을 지어낸다. (277-8쪽)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그러니까, 사족 없이 상황과 장면을 보여주다가 이렇게 한 마디를 툭 던져놓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때 우리들의 조심성은 온갖 터무니없는 생각을 지어낸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레 미제라블>을 읽는 것을 보고, <레 미제라블>을 읽기 시작한 친한 언니가 <레 미제라블>을 다 읽었다고 했다.
“얼마나 울었던지~” 언니가 말했다.
“아, 그래요?” 내가 말했다.
나도 울 수 있을까? (이게 당최 무슨 말씀?) 아니, 울게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내가 <프라하>에 잠깐 다녀오긴 했지만, 아, 그래도 그렇지. 언니, 빨리 읽으셨네~~ 언니 왈, 3권부터 로맨스가 나와. 팍팍 넘어가지. 2권이 고비인거 같애. 아, 나도 살짝 숨겨진 협곡 지나왔구나. 이제부터는 완전 평야다.
이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