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진짜 덥다.

내 기억에 서울 36도는 태어나서 처음인거 같은데, 아빠는 뉴스에선 94년도에 더 더웠다고 하더라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그 때도 더웠다. 보충 끝나고 12시 20분, 땡볕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엔 그늘 하나 없었고, 땀흡수 안 되는 여름 교복은 몸에 쩍쩍 달라붙어 버렸다.

고교 시절에 나는 소설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내가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쓰게 되리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아니, 책 담았던 상자의 냄새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은 당연한 얼굴로 뭔가 거들먹거리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139쪽)

항상, 이런 식이다.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도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아는 그 무라카미 하루키가 된 거다. 작가도 그냥 작가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작가 말이다.

1987년에는 2012년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작 《노르웨이 숲》을 발표하여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6년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상’을,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전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50편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된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이며,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알라딘, 작가 소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는데,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쓰게 되리라고도 생각지 못했다는데, 그저 책을 읽기만 했는데, 그런데, 이런 작가가 되었다. 쓰고 싶은 작품을 20년이상 쓰고 있고, 문학적으로 인정받고,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물론, 읽었던 양이 가히 엄청나기는 하다.

인쇄된 활자는 뭐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각종 문학전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했다. 중고교 시절 동안 나보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136쪽)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읽는 대로, 읽는 양대로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는 순서가 정해진다면, 그렇다면, 나도 오늘부터 책을 읽어보겠다. 각종 문학전집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문학동네를, 펭귄 클래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닥치는대로 읽어보겠다. 그런데, 그건 아닐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은 만큼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어떻게...

열아홉, 친한 친구 책장에 꽂혀 있던 <상실의 시대>를 보았을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읽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최고의 작가 중 하나다. 그는 최고다.  

아, 그 다음이 진행이 안 되네. 신랑이 방금 에어컨을 껐다. 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