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패드를 샀을 때

반응은 총 천연색 무지개와 비슷했는데, 자랑스레 아이패드를 꺼내는 날 보며, “언니, 그게 뭐하는 거야?”하는 친한 유치원 엄마가 있었고, “가정주부가 아이패드가 왜 필요해?”하시던 분도 계셨다. (아, 내가 존경하는 분이기에 그냥 참아준다. 단, 한 번 뿐이다.) 그래도 나름 무난한 반응을 우리 아이들이 보여줬다.

아들 : 우아, 이게 뭐야?

딸 : 치이, 아빠 나빠. 왜 엄마만 사 줘?

앵그리 버드, 탭소닉으로 즐거운 게임 여행을 떠나는 아들을 부여잡고, 엄마도 한 번 해 보자며, 전자책을 펼친다. 알라딘의 13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십삼 곱하기 이>.

자기 본연의 임무를 찾은 아이패드. 결제금액 0원의 전자책. 으하하하.

2. 머리말을 대신하여 - 고(故) 최성일의 아내 신순옥

- <한 권의 책>, 최성일 지음, 연암서가

그것이 당신의 육신이 한 줌 재로 변해도 당신의 육체에서 이탈한 영적 에너지가 광활한 우주를 떠돌다가 결국 제 곁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는 까닭입니다. 인간사 모든 관계가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지만, 저는 당신과 정리재회定離再會가 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당신은 갔지만, 저는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평생 책을 사랑하던 남편, 남편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책, 그 책의 서문을 쓰는 아내.

남편을 보내며, 그의 영적 에너지가 자신에게로 돌아오리라 믿는 그의 아내 때문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게 사랑이구나, 이런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 왜 읽는가?

-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 해럴드 블룸 지음, 윤병우 옮김, 을유문화사

독서의 즐거움은 사실 사회적이기보다는 이기적이다. 책을 더 잘 읽음으로써, 또는 더 깊이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의 삶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없다. 개인의 상상력을 성장시킴으로써 타인에 대한 배려가 증가되리라는 전통적인 사회적 희망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며, 홀로 행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공익과 연관 짓는 모든 주장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

왜 읽는가에 대한 대답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인 엄마들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를 지향한다. 다르게 생각하는 엄마들도 물론 있겠지만.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이 생각난다.

독서 지도가 흔치 않던 10여전부터 독서 교육을 지도하시던 분이었는데, 초등학교 교실에서 글을 잘 못 읽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5세에 영어유치원 준비반을 보내는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얘가 한글을 띄엄띄엄 읽는다면, 이 아이에 대한 보살핌이 어떠했을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뭐,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국문학을 전공했을 경우. 엄마나 아빠가 국문학을 전공한 경우, 일부러 아이에게 한글을 늦게 가르치는 경우를 종종 있다. 더 많이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경우는 논외로 한다.)

“외롭고 힘든 인생살이에서 이 아이는 어디에서 위로를 얻는단 말인가. 쓸쓸하고 외로운 어느 날 저녁, 이 아이는 책 아닌 다른 어떤 곳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전적으로 동의한다.

독서가 주는 효과가 과소평가될 필요는 없지만, 독서의 효용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한다기보다는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얘기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교과서와 문제집 이외의 모든 책과 안녕을 고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일 것이다.

이기적인 목적의 독서, 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설 자리가 없다.

에잇, 안 되겠다.

내가 도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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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안 되겠다. 내가 도와줘야겠다!! :)

언젠가 '제대로 된' 독서를 하기 위해서 읽는 내내 생각하고 물음표 달고 포스트잇 붙이고 생난리를 피운 적이 있어요. 그때 느낀 것이 바로 독서는 즐거움이 우선이라는 거에요. 그래봤자 평소 읽을 때랑 다르게 얻는 것도 별로 없더라구요. 시간만 축내고 재미만 없어지고 읽어야 하는 의무감만 생기고. 책을 읽는 행위는 참 재미난 거 같아요. 이기적으로 즐겁기 위해서 독서한다지만, 여러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내가 성장했다고 그러잖아요. 특히 유명인사들이 그러면서 독서를 권장하고. 독서가 사회적 효용이 있는건지 저는 아직 체험해보지는 못했는데요. 어쨌거나 즐거운 건 사실이랍니다. 흐흐, 즐기다 보면 뭔가 얻어걸릴지도...

단발머리 2012-08-06 23:3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즐기다가 뭔가 얻어걸리는게 최고죠. 거기에다 돈까지 따라오면 완전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ㅋㅎㅎ 즐거운 책읽기는 멈춰지지 말아야 한다! 일단은 여기에서 시작하는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