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주차장 가는 길은 아파트 뒷쪽의 작은 오솔길이었다. 가끔 까치가 내려와 내 앞을 걸어갈 때면 살포시 뒤따라 걷기도 했다. 까치가 어떻게 걷는지 아시는 분? 까치는 양발을 차듯이 쭉 뻗으며 걷는다. 체육시간에 넓이뛰기할 때처럼 말이다. 앞으로 쭉쭉.
그저께 노천온탕에는 나 하나 뿐이었는데 노천탕 왼쪽이 연못이라는 건 그땐 나도 모르고 있었다. 저기 멀리 바깥을 쳐다보고 있는데 하얀색 물체가 살살 움직이는 거다. 렌즈를 끼고 있었지만 밤눈이 어두운 나는, 저게 플라스틱인지 살아있는 물체인지 알 수가 없어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살아 있는 거였다. 하얀색의 그 물체는 몸통은 오리 모양인데 목이 길었다. 학은 아니고 두루미 아닐텐데… 목이 길다. 아주 긴 건 아닌데, 오리는 아니고… 퍼뜻 머리 속에 단어가 떠오른다. 왜가리. 왜가리? 난 왜가리를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쟤가 왜가리인줄 알았지? 왜가리구나. 왜가리네. 용기를 내어 말을 건다.
끼룩끼룩.
끼룩끼룩.
왜가리가 사라진다. 대답하지 않고 날 바라보지 않고. 사라진다, 스르르.
그날밤 내가 본 왜가리는 내 눈으로만 저장했는데 이런 모양이었다. 검색한 후에 왜가리가 맞다는 걸 알고 기뻤다. 어젯밤에도 갔는데 시간을 못 맞춰서인지 만나지 못헸다. 오늘밤에는 만나고 싶다.
이따 보자, 왜가리야… 끼룩끼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