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는 선배에게 카톡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랑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힘들겠다는 선배의 위로에 ‘다른 집 아이들이라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요즘 삶의 낙이 뭐냐 물으셔서 ‘밤에 빠새 먹으면서 소설 읽을 때 행복하다’고 했다. 대학 졸업하고 계속 외국 생활을 했던 선배는 빠새가 무언지 검색해 봐야겠다고 했고, 나는 담에 만나서 빠새 하나 하자고 했다.
태그 기능은 여러모로 유용한데, 예전에 썼던 리뷰를 찾아볼 때는 물론이고 본문에 쓰기 어려운 ‘속마음 토크’에도 참 좋다. 잭 리처를 6권 읽은 줄 알았는데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 리뷰에 ‘잭 리처’ 태그를 넣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었으니 총 8권을 읽었다. 잊을만하면 돌아온다는 ‘잭 리처 랭킹’에 따르면, 1030 - (잭리처) 어페어 – 10호실 - 잭리처의 하드웨이 – 웨스트포인트 2005 – 61시간 – 네버 고 백 – 퍼스널 되시겠다.
잭 리처를 좋아하는 지점은 여러 군데가 있겠으나, 나는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8마일. 리처는 생각했다.
“걸어서 갈 거요.” 그가 말했다. “지금은 아니고. 거기에 도착하자마자 어두워질 테니 내일쯤 갈 것 같군요. 저녁 함께하겠소?”
“네?”
“저녁식사.” 그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저녁에 먹는, 하루 중 세 번째 끼니. 배를 채우려고 먹거나 사교 목적으로 먹거나 가끔은 둘 다를 위해 먹는.” (114쪽)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던 별개의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헤치며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잭 리처를 따라갈 때, 의심할 만한 정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뭔가 이상해’라는 뇌 뒷부분의 속삭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잭 리처를 볼 때. 아, 이 순간을 위해 나는 이 책을 읽었구나. 해치우기 전에 그 악당이 충분히 나쁜 악당임을 충분히 밝히는 일은 중요한 것 같다. 돈가방을 내려놓고 사람 목숨을 게임으로 여기는 놈들이야 그 최후가 당연하지만, 겉멋 든 애송이에게 핵주먹은 너무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말이다.
2+1이라 총 3개의 빠새가 있었는데, 리처랑 같이 한 개 먹어서 이제 두 개 남았다. 빠새 2번과 함께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