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국민 투표에서 ‘내 인생의 책’은 『제인 에어』로 밝혀졌지만, 2020년 올해의 책을 말하고 싶어 『나의 사촌 레이첼』을 골랐다. 그런데 도서관 책으로 읽어서 집에는 원서 밖에 없는지라 『나의 사촌 레이첼』 아쉬운 탈락. 내 인생의 책으로 『제인 에어』와 『유령 퇴장』을 골랐다.
내가 짧게 말해서 그런지 강사 선생님이 자꾸 나부터 말하라 하신다. 『제인 에어』와 『유령 퇴장』을 말하는데 강사 선생님이 필립 로스의 책이라며 반가워하신다. 강사 선생님은 『에브리맨』을 좋아하시는데, 『유령 퇴장』은 처음 들어본 작품이라고. 『제인 에어』에 대해서라면 말이 필요 없고, 『유령 퇴장』에 대해서는 간단히 덧붙인다. 『유령 퇴장』에서 주커먼이 제이미에게 매혹된 이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을 그대로 옮겨서.
그녀 제 어떤 점에 그토록 끌리시는 거예요?
그 자네의 젊음과 아름다움. 우리가 소통에 들어선 속도. 자네가 말로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178쪽)
필립 로스는 내 안의 어두운 심연을 보여주는 작가라서 좋아한다. 필립 로스를 좋아하는 건, 내 안에 그가 그리는 이면이 존재함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나는 필립 로스를 좋아하고, 내가 필립 로스를 좋아한다는 걸 안다.
야구를 혹은 야구경기 보기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지만, 필립 로스가 말하는 야구 이야기라면 들어볼 맘이 있다. 들을 의향 300%. 그러니까 이 글의 모든 문장은 두 문장으로 수렴된다.
필립 로스의 새 책이 나왔다. 맘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