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일기의 본질이 쓰는 행위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은 스테파니 도우릭의 『일기,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일기 쓰기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모든 글쓰기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훌륭하다. 일기를 잘 쓰기 위한 지침같은 건 이 책에 없다. 대신 이 책은 아무것이나, 심지어는 쓸게 없다는 사실마저도 일기의 소재로 삼을 것을 권한다. 일기란 잘 쓰는 게 아니라 자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조언 중 하나인 다음의 글을 보면, 『카프카의 일기』에 나오는 '일러두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일기를 쓸 때 정말 중요한 요소는 열정, 감각, 진실함, 연민, 호기심, 통찰, 창의성, 자발성, 예술적 기교, 기쁨이다. 맞춤법이나 문법, 단정한 글씨, 어순, 시간 순서, 완성도 따위는 일기 쓰기에서 별로 중요치 않다.


(18절)





하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던 일기쓰기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건 퇴사하고 나서이다. 아무것도 쓸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여겨져서. 사실 그 때야말로 스팩터클 이벤트의 연속이었는데도 말이다.



삼일간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 정해진 단체 일정을 따르다 보니 가끔은 이런 생활도 괜찮겠다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검색 삼매경.



얼마 남지않은 여름의 낮과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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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8-18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부산에 쌍무지개 떴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부산 쪽이었을지... 김연수가 나온 라디오 방송도 들었습니다 뭔가 말했는데... 생각나는 건 별로 없군요 하나 있네요 일기를 보니 힘들었던 일이 시간이 가면 사라진다고 한 거예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일은 시간이 가면 나아지고 사라지기도 하죠 저는 쓸데없는 걱정을 더 많이 하지만...


희선

단발머리 2019-08-18 07:36   좋아요 1 | URL
부산에도 쌍무지개가 떴었군요. 제가 있던 곳은 철원쪽이었어요. 비가 쏟아지고 난 후 거짓말처럼 날이 개더니 이렇게 예쁜 장면이 연출되더라구요. nn이 책을 읽다보니 내밀한 기록일 수 밖에 없는 일기쓰기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데, 김연수는 쓸데없는 걱정에 대해서도 쓰라고 하네요. 한참이나 일기쓰기를 하고 있지 않은 저도 일기쓰기를 다시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