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는 동명의 제목으로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어 최근에 방영되었다고 한다. '야구르트'를 비롯해 곳곳에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어 한국계 작가 Jenny Han의 작품이 더 반갑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라나 콘도르가 Lara Jean의 역할을 맡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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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5,4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로맨틱 영화이고 소녀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담백하면서도 끈끈한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첫째 Margot가 스코틀랜드 대학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는 장면이 그려진다. Margot. 집안의 기둥, 엄마 역할을 훌륭히 해냈던 그 Margot가 말이다.
When other adults find out that my dad is a single father of three girls, they shake their heads in admiration, like How does he do it? How does he ever manage that all by himself? The answer is Margot. She’s been an organizer from the start, everything labeled and scheduled and arranged in neat, even rows. (10p)
Margot가 스코틀랜드 대학에 가겠다고 했을 때, 화자인 둘째 Lara Jean은 이를 배신으로 여긴다. 언젠가 언니가 대학에 가게 될 거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 멀리 가버리는 언니가 밉다. 영원히 함께 하자 약속했던 ‘송 자매’ 클럽을 언니가 깨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Margot는 선택했다. 집을 떠나기로, 여기를 떠나기로.
Margot가 집을 떠나면 그녀가 했던 일들은 Lara Jean의 몫이 된다. 엄마 없이 살았던 가족들은 서로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왔지만 이제 그 생활의 균형추가 되었던 Margot는 더 이상 여기에 없다. 막내 Kitty를 수영장에서 픽업하는 일도, 자주 무리하는 아빠를 챙기는 일도 이제는 Lara Jean이 해야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Margot는 집을 떠나지 말아야 할까. Margot는 집에서 동생들을 챙기고 아빠를 도와드리며 그렇게 자신의 삶을 다 써버려야 할까. 그리고는.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이것 좀 보라고, 내 삶은 없다고, 내 삶은 다 허비되었다고 한탄하는게 맞을까. 누가 그녀에게 더한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까. 누가 그녀에게 조금만 더, 몇년만 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떠나는 Margot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힘으로 엄마의 삶을 살았다. 아빠를 위로하고, 동생들을 격려했다. 이제 그녀 차례다. 다른 가능성이 펼쳐진 삶으로 Margot는 떠난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고, 닭고기를 재어 두고, 커피 타는 법을 알려주고 그리고 그녀는 떠난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울고 있는 남자친구 앞에서 끝내 울음을 참고는 마침내 떠난다.
새로운 삶을 찾아, 나를 더 많이 돌보는 삶을 찾아 떠난다.
Margot가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