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65 중에 나는 330 이상 명랑하다. 웃고 쉽게 웃는다.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일을 즐거워하고, 가끔은 쪽으로 재능이 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엄청 신나고 짜릿한 순간순간은 아닐찌라도 나는 매일의 삶이 즐겁고, 즐겁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산다. 그런데, 뜨거운 여름이 지나 맨살에 닿는 바람이 열풍이 아니라 시원하다고 느껴질 때쯤, 정확히는 8 마지막 주부터 9월의 둘째, 셋째주까지의 시간들이 우울하다. 전에는 몰랐는데, 친한 친구에게 증세를 이야기했더니 가을을 타는 것이라 한다. 가을을 탄다? 




여름이 지나고 8월의 3-4 정도만 남겨두게 되면,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처럼 이제 8월이 지나갔음을,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9, 10, 11 그리고 12. 4개월 후면 올해도 지나가게 것이고 나는 살을 먹게 되고, 그렇게 늙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대로 사로잡힌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떻게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1월부터 8월까지의 시간들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것처럼 남겨진 4개월, 내게 남겨진 4개월에만 눈이 간다. 




회사를 그만두고 큰아이를 내가 키우겠다고 했을 , 엄마는 가장 강력하게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셨다. 살림이라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근거였다. 엄마의 판단이 정확했다는 퇴사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밝혀졌는데, 나는 오늘 아침에도 사실을 여실히 확인했다. 나의 퇴사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엄마는 이제 다르게 말씀하신다. “여자는 자식 키우는게 제일 중요한 거야. 그게 남는 거야, 자식 키우는게.” 이제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기에, 명목상으로는 자식을 키우는 말고는 내놓고 말할 만한 없기에, 엄마의 말은 묘하게도 위로가 된다. 하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들은, 귀여운 자식 새끼들은, 자신들이 출생과 동시에 직립이 가능했던 특별한 인종인냥천상천하 유아독존 외치고는 한다. 나는 쉽게 인정하는 편이다. 내가 들인 노력과 고생에 비해 아이들은 컸고 자랐다.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아이들을 낳는 일이었다는 , 나는 인정한다. 쿨한 엄마다. 




아침에는 이런 기분으로 성의 없이 청소기를 돌리는데 책이 생각났다.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아닐까?’ 


한번은, 자사에 대한 자부심이 은근한 어떤 대기업 직원이 나에게저도 대학 문예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던 소설가 지망생이었어요. 이제는 이렇게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지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말이, “나의 진짜 꿈은, 한때 나도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적이 있지, 하고 말할 아는 샐러리맨, 그래서 낭만성까지 갖춘 듯한, 그러나 어쨌든 경제적으로 안정된 대기업 충성샐러리맨이 되는 것이었습니다라는 소리로 들렸다. 


이렇든, 표면적으로 내세운 의식적 꿈과 실질적으로 욕망하는 자신의 무의식적 꿈은 전혀 딴판일 수도 있다. (19-20) 





내가 찾았던 문장은 문장이었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있단 말이지?”




지금의 나는 내가 원했던 나라는 , 지금의 모습은 과거 나의 결정의 총합이라는 나는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의식적 꿈과는 다르게 나의 무의식적 꿈은 일하는 여성, 일하는 사람, 경제력을 갖춘 독립적 인간으로 사는 아니라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전업주부 되는 거였다는 , 나는 인정하지 않는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울하지 않은 330일이 정상적인 것인지 9월에만 제정신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꿀꿀하다. 


에라, 모르겠다. 책이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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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9-1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요즘 저도 한 번씩 고민하는 부분들!!! 무척 공감됩니다.

저는 아이곁에, 그것도 아이들이 딱 필요한 그순간에 있어주고 싶어 직장을 때려치우고 엄마일을 하고 있는데...요즘 좀 회의감이 스멀스멀!!!
17년이란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랄까??? 여적 뭐했지??
그동안 외국어라도 하나 공부해뒀음 좋았을껄!! 뭐 그런 생각마저도^^
지금도 아이들 곁에 내가 꼭 있어야 하나?늘 고민중입니다.
나 없어도 지네들끼리 다 커버린 것 같아서 말이죠ㅋㅋ

단발머리 2018-09-18 08:39   좋아요 1 | URL
어제는 꿀꿀한 기분이... 좀 그랬어요.
저는 엄마역할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요. 도둑맞은 느낌이란 표현이 맘에 와 닿네요.
그러게... 그 시간들이 다 어디갔지? 바로 여기 있었는데...
나는 2007년에 뭐했지? 2012년에는? 막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그 때 애들 손잡고 있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님 고민과 댓글이 제게 위로가 되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