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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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셔도 됩니다. 모든 추리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 스티븐 킹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 불러도 아쉽지 않을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추리 소설이자 뒤를 이어 우리를 찾아올 3부작의 구성 중 첫번째 이야기이도 하니까요. 우리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통해 영국의 셜록, 노르웨이의 해리, 일본의 가가형사 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인공 호지스를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스티븐 킹이 기꺼이 선사한 화제작이자, 에드거 상 수상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 추리 소설의 충실한 독자들 뿐 아니라 그동안 스티븐 킹의 글을 믿고 읽어왔던 오랜 독자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작품입니다.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미처 해내지 못한 단 하나의 미완성을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지내는, 날 위한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그의 삶에서 이타와 봉사를 빼고 나면 도리어 공허하도록 비어버리는. 호지스도 그렇다. 처음, 은퇴 후의 호지스의 생활을 목도했을때 그가 앞으로 벌어질 약 600여쪽의 이야기의 중심이 될만한 인물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어떤 큰 사건의 시작이 그러하듯, 휘말려들어가버려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주변의 인물, 잊혀지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지스는 쓰레기같은 티비쇼 채널을 틀어놓고 리볼버의 총구를 입천장에 대어보는 연습을 하는 늙은 남자. 집은 있으나 그 안의 가정은 파괴된지 오래고, 성실히 일했던 직장은 은퇴한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과거의 영광으로 혹여 화제에 오르면 알고싶지도 듣고싶지도 않을 지루한 자랑거리일 법한 흔한 남자라고.

 

 하지만 호지스의 앞으로 찾아온 한통의 편지는 기괴한 스마일 마크와 함께- 남은 것이라고는 자기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고작이거나, 남은 600여쪽의 페이지에서 무슨 일이 생길 것일까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던 대상을 향해 도발을 시작한다. '농담이야!' 란 말로 '뒈져라, 이 찐따야.' 라는 진심을 치장하기 위해 포장해놓은 역겹고 비열한 인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호지스와 메르세데스  -브래디- 사이의 대결 구도가 시작되고 인물들은 대비되며 그리고 상호적으로 그 매력을 더해간다. 여기서 메르세데스 살인마가 저지른 일이 어둡고 지저분하게 보여질수록, 구식이고 늙어 지쳐보이던 호지스가 날카롭고 주의깊은 형사의 모습으로 새롭게 비쳐지는 것이다. 그 점이 확연히 느껴지는 시작이라 너무나 전형적이라 느껴졌던 호지스의 인물 설정도 클리셰가 아닌 클래식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기도 했다.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면서 전 동료들과 이 미제 사건을 공유하지 않으려던 호지스에게도 조력자가 생기게 되는데 잔디를 관리해주는 흑인 소년 '제롬'의 등장 역시 꽤 매력적이다. 그가 호지스에게 남긴 짧은 메모를 처음 봤을 때 수많은 잘못된 맞춤법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성적이고 유쾌한 느낌이 물씬 드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매 순간 제롬은 그런 존재로 이야기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점점 자신의 가능성을 각성해나가는 '홀리'와 함께 해주고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인물들의 균형을 잘 잡아 서로를 더 돋보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스티븐 킹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도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활자를 읽어내야 하는 시간이 걸리는 탓에 이 한 권을 읽는데는 두서너 시간이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내용에 몰입되는 대로의 시간만 필요하다면 2-3 센치 정도 되는 두께의 책을 읽어내는데는 훨씬 짧은 시간이 들 것이라 생각될만큼 확 안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이미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소개해놓은 것 같은데,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여름날의 지루함을 덜어내 줄 피서지가 될 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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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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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서 한달에 한 권 정도는 시집을 읽자고 생각한 뒤로 그 결심을 따라 시를 읽은 때도 있고, 사실 그저 지나보낸 달도 있었다. 시를 읽어야 겠다고 한 뒤로 읽기 전엔 어떻게 읽어야 할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책장을 마주하고 보니 읽는 것이야 어떻게든 될 것이지만,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한 어려움이 컸다. 때문에 현암사로부터 저자 서경식의 신간 '시의 힘' 출간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에 이런 부분에 대한 도움을 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제목만 보고 오해하여 읽기를 결심하게 된 사정이 있다. 읽기를 희망하시는 다른 분들은 혹여나 이런 과정이 없길 바라며, 읽게 된 계기를 밝힌다. 다소 어려운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책을 한 번 읽어보자고 낸 용기는

 

대표적 재일조선인 문필가 서경식의 첫 문학 에세이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본 ‘시’와 ‘문학’의 초월성

 

라는 문구에 주의를 크게 기울이지 않고 단순히 '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단순함과 무지의 탓이 크다. '에세이'이고 '디아스포라' 문학에 속할 뿐더러 '시'와 '문학'의 어떤 초월성을 이야기 할 것인가를 읽기 전에는 주의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시'에 관한 이론적 접근이나 정리가 되어 있지는 않았어도 여러모로 흥미롭거나 공감되는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덧붙여, 예상했던 내용과는 달랐지만 읽다보면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확고한 시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게 되는 바도 많고 남다른 개인사의 조각들을 보며 재미있게 완독할 수 있었다.

 

 본문의 내용은 구분해놓은 단락에 따라 크게 개인적인 성장과정을 다룬 2장과 시를 소개하며 바라보는 강점기, 그리고 그 이후의 민주화운동 시절에 대한 내용이 있는 3장. 후쿠시마 사태를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접근하여 평한 6-7장 등이 있다.

 

 사실 저자의 개인사를 담은 2장의 내용은 그 굴곡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크게 흥미를 당기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의 내용이 집중적이고도 필수적으로 읽혔어야 하는 까닭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입장이다. 재일교포로 자라온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리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그 갈등이 적확하게 드러난 부분이 고등학교 시절에 쓴 글이었는데, [그런데 아마도 이 책자는 나의 마지막 시집이 될 것이다. 나에겐 일본어로 '고향'을 쓴다는 것의 한계가 보이고, 모국어로 쓰기엔 난 너무 '일본인'이니.] 하는 부분이었다. 그 양측 어딘가를 오가면서 자신의 근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입장조차도 정리하지 못했으나, 글에서처럼의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기에는 지나치게 연연하고 있는 뉘앙스를 풍긴다. '시의 힘'은 그 자신의 거칠었던 부분까지도 담아놓고 고스란히 목도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천천히 '디아스포라'를 바라보고 디아스포라 '문학'이 어떤 면모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이해하도록 해준다.

 

 읽으면서 꽤 여러 부분에 표시를 남겨두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문학평론가인 '에드워드 사이드'에 대한 언급이 나온 부분도 꽤 흥미로웠다. ('평행과 역설'을 아직까지도 다 읽지 못한 채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터라) 저자가 읽어 낸 사이드의 '펜과 칼' 의 단락을 눈으로 따르며 이해에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었다. 거기에 4장에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나온 나쓰메 소세키와 이시카와 다쿠보쿠에 관한 대조 부분도 그동안 출판사 현암사를 통한 소세키 전집 읽기를 하며 친숙해진 작가에 대한 언급이 된 부분이라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다. 그동안 소세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관통'하는 주제 의식과 인간에 대한 공감대가 발견되는 부분에 많이 집중했는데 그의 작품들이 일본 독자로 하여금 '국민 의식'을 형성하도록 하는데 기여 바가 크다는 내용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경중은 다르다 해도 '목격자'의 입장에서 살아가고 싶은 것에 대한 내용인데, 저자의 경우는 시대적 '증인'의 입장에서 방관하지 않고 그것을 '목격'하여 제 입과 존재로 '증거'가 될 수 있는 존재로서의 '목격자'를 말한다. 앞서 옮겨적었던 시인의 고등학교 시절의 글에서도 그 '목격자'에 대한 내용이 나와있기도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어떤 강렬한 사건이 생겨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문제가 발생할 때, 종종 그 사건의 순간을 살았던 '목격자'가 될 수 있음에 대한 의식을 할 때가 있어서 일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마치 911 테러의 순간을 티비로 봤던 그 날의 생생한 충격이나, 세월호 사건의 무력감을 짊어지며 지나온 4월의 숨막힘,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염려를 낳은 후쿠시마 사고를 실제적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현장성을, 아주 소소하여 어떤 증명도 될 수 없는 개인이지만 '사건'들을 목격할 수 있었던 시대의 일부가 되는 존재였다는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 단순한 응시로 보여진 것 이상이 되지 못했을지라도.

 

 또한 7장의 패트리어티즘에서는 [이러한 포괄적 레토릭으로 국민적 단결을 고취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것이겠지만, 그 단결을 위해서는 '국민의 적'이 필요해지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앞으로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지배층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면 반드시 '적'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고 밝힌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국가에서도 이러한 '만들어 낸 적'을 필요로 하지만, 적은 구성원이 모인 작은 집단 안에서도 억압과 압박이 계속되면 이내 불만과 분노를 표출해 낼 '적'을 만들곤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여직껏 이런 '적'의 존재가 집단 안에서 사라진 경우가 드물고, 일명 '따돌림'이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이 미치게 되니 인상적이었다.  

 

 근현대사를 망라하여 작가가 가감없이 보여주는 비판적인 시각은 시원스러운 읽기를 재촉한다. 내용의 깊이에 비해 읽기 어려운 문장으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좋았고, 덧붙이자면 시인 김지하에 대한 평에 공감하는 바도 있어 리뷰를 쓴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쓰고 보니 흐름상 빠졌기에 언급만 해둔다. 또 덧붙이자면 저자가 오는 9월에 인천에서 있을 디아스포라 영화제에 초청되어 특강과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부분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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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재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준형 지음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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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리뷰다.

절반 정도 쓰고 임시저장을 누르고 다시 접속해서 창을 켰는데 임시 저장 글(0) 를 확인했을 때의 멍한 느낌. 임시저장 기능이 가끔 이렇다. 이번이 서너번째인듯.

 

 재담의 범위라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넓고, 그 형식이 자유로워서 처음에 당황했다. 좀 더 고문의 느낌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재담이라는 개념을 잘 몰랐던 탓도 있고, 재담이라는 단어가 많이 예스럽게 다가왔던 탓도 있다. 때문에 잠깐 책을 읽기 전에 검색엔진으로 재담의 정의를 찾아보기도 했다.

 

 
  재담 [才談] 국어국문학자료사전
   재치있는 말. 실제 생활 또는 구전하여 온 여러가지 전승물(傳承物)에서 듣거나 실제로 하는 말들.
   일반적으로는 설화를 중심으로 하는 구전상의 재담을 지칭한다.
 

 

생각했던 재담과의 다른 점이라면 '구전상'의 재담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처음 재담을 떠올렸을 때 기록으로 전해내려오는 한문으로 된 예스러운 일화 위주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전승 방식에서 현저히 차이가 났던 것이다. 구전하여 온 내용이니만큼 보기에 좀 더 쉽고 가벼운 내용이 많았다.

 

 처음 보는 내용들이 물론 대부분이었고, 읽으면서 재담의 깊은 맛에 심취하게 되었다기 보다는 싱거운 유머집을 보는 듯한 기분에 살짝 실소가 나오는 정도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산악회 유머'같은 느낌? [일그러진 사회, 세태를 고발하다] 로 묶인 부분의 재담 중 '고양이에게 고기를 먹이다', '귀머거리와 벙어리가 서로 속이다' 등의 내용은 우스우면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곤궁이나 씁쓸함을 의식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 '두 맹인이 코끼리를 논하다'의 내용은 탈무드에서 본 것 같은데 같은 맥락으로 실려 있어서 유사성 혹은 어떤 경로로든 전달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읽었던 내용 중에 가장 반가웠던 것은 정말 어린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것 같은 '옷, 잣, 갓'이라는 재담이 이 책에도 그대로 실려 있었다는 점이다. 교과서에서 봤던 것인지, 유행했던 '~~ 시리즈'에서 봤던 것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아는 얼굴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부 내용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에서 읽기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고학년쯤만 되어도 이 정도 내용에 살짝 냉소적 시선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방학을 맞아 어머니가 자녀에게 권해주고 싶을 만한 내용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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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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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을 읽었다. 당당히 밝히자면 셜로키언이 아니다. 아르센 뤼팽을 더 좋아한다. 하도 셜록이 붐이라길래 영드 셜록도 시즌 1까지는 '근성'으로 시도해본 이력이 있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르센 뤼팽의 전집을 더 먼저 읽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뤼팽을 더 좋아한다. 셜록 홈즈는 어쩐지 성격이 좀 까다롭고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잘 안맞는 유형의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뤼팽은 좀 더 자신의 욕망이나 목적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면이 많이 보여 다가가기 편하게 느껴진다. 셜록을 읽으라고 했더니 뤼팽을 더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뤼팽빠라는 결론이 나왔는데, 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을 읽었다.

 

오랜만에 추리 소설 류를 읽었기 때문에 첫 장에서 보이는 런던 타임즈의 간결함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마치 추리 소설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클래식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잖은가. 이런 사소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사건이 나중에 어떤 비밀과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 추리 소설의 묘미다. 지나가듯 묘사되는 작은 부분도 단서가 되게 마련인.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리어티로 추정되는 익사체에게서 나온 쪽지에 쓰여진 암호문이 등장한다! 암호 특성상 영어 표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비턴의 크리스마스 연감'의 일부 내용으로 만든 암호문까지 나왔을 때도 이 쪽지가 뭔가로 우리를 이끌만한 단서가 될거라는 예감을 주며 '이런게 바로 추리 소설이지!' 하는 만족도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익숙함을 보인다. 정해진 공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전적인 걸음이지만 꽤나 흥미롭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무엇이 호기심을 자극할까 아는 사람이 쓴 작품이다. 유혹당한 독자는 기꺼이 다음 책 장 속으로 시선을 옮기게 되도록.

 

어떤 내용이라고 써놓는 것이 다른 이의 즐거운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지도 몰라 저어되지만,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가 스위스의 폭포에서 숙적 간의 대결을 벌이는 도중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로 내용이 시작된다. 너무나 허망한 부고에 의심가는 점들을 느낀 탐정 체이스는 직접 스위스로 향하게 된다. 스위스에서 자신을 대면하자 마자 행색만으로도 대부분의 인적과 행적을 파악해낸 존스 경감을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이 사건의 내부로 접근해가기 시작한다. 테러에 납치까지- 사건은 점차 큰 소용돌이를 만들어가고 읽는 이의 긴장도 높인다. 거기에 걸맞는 반전까지 적재에 숨어 있어 '반전이 있을거라' 예상하고 있던 독자들의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더 언급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몰입하며 읽었다.

 

생각하기에, 이 책을 셜록 홈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그런 기대를 하며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체이스와 존스 두 주인공을 등한시하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조를 이뤄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조금씩 걸음을 좁혀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다만 이미 읽었기에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에 '그래서 셜록이 언제쯤 등장하게 되는 거야?' 하고 믿으며 기다리는 여지를 남겨 두었던 것이 조금 소모적이었던 것 같고, 또  그로인해 더 많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서 즐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셜로키언들은 이 책을 정통파에 속하는 작품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뭔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꽤 완고한 편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만족하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렇기에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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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 시 한 수, 그림 한 장
김주대 지음 / 현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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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들어 가장 오랜 기간동안 가방안에서 출퇴근을 함께 한 책이었다. 책이 상하는 걸 참 안좋아하는데 책 끄트머리가 날긋날긋하게 상했다. 상한 귀퉁이를 보고 있자니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을까 자책까지 하게 된다. 제목에 써져있는 광속이란 단어완 정 반대의 과정으로 읽게 되는 책. 오가는 길의 절반 정도는 서평을 쓰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시 한 수, 그림 한 장'으로 되어있는 짤막한 글들을 읽어내는 시간도 녹록치 않았다. 긴 문장은 덜어내며 읽고 간결하게 만들지만 짧은 문장은 파헤치며 읽어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일까 생각했다. 그런 말은 그저 핑계고 읽는다는 것에 게을렀던 건지도 모르겠다.

 

 SNS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시인의 소개를 읽으면서 sns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저 인생의 낭비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혹은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남겨두는 보루가 되는 것 또한 아니라- 알게 될 수도 있었던 새로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되는구나 느꼈다. 그렇다고 sns를 하게 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이 전에 없었던 양식의 표현법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였다. 게다가 문인화라는 것도 교과서에 쓰여 있던 단어로 본 것 외에 실제적으로 체감하게 된 것은 처음인데- 문인화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찾아보고 그 이상의 감명을 받았던 장들을 떠올렸다. 문인화라는 단어의 뜻을 넘어선 작품들을 문인화를 지칭해야 하는 한계라니.

 

 어떤 작품이 어떤 식으로 기억에 남아있다고 소개하면 좋을까 한참을 생각해보는데, 어렵다. 왜 이 작품의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다. '집'이라는 작품이 그러한데, 글쎄- 시 구절 안의 표현도 그렇고 집이라는 단어를 집의 형상으로 그려넣은 점도 그렇고 다 좋지만. 읽으면서 개인적 체험을 떠올리게 만드는 감상의 바탕이 있기 때문에 더 의미있게 기억에 남는다. 돌아갈 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차곡차곡 쌓여있는 집'에 돌아가 어둑하면 불을 켜고 밥을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러웠다.'는 시인의 덧말이 언젠가 늦은 밤의 차창에서 봤던 사람사는 곳의 노랗고 하얀 불빛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었다.

 

 언급한 작품 외에도 '고뇌'라는 작품에서 글씨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낸 그림을 보고 몇번이나 손가락으로 선을 따라 그어보며 인상적이면서도 간결한 표현법이 좋다고 생각했었고 '확장되다'라는 작품의 선명한 색감이 주는 화려함에 시선이 머물기도 했었다. 화질이 좋지 않아, 색감을 더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아래에 '집'이라는 작품을 같이 올린다.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많은 작품 중에 왜 이것을 골랐을까 싶어할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 글귀를 통해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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