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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기뻐하셔도 됩니다. 모든 추리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 스티븐 킹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 불러도 아쉽지 않을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한 추리 소설이자 뒤를 이어 우리를 찾아올 3부작의 구성 중 첫번째 이야기이도 하니까요.
우리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통해 영국의 셜록, 노르웨이의 해리, 일본의 가가형사 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인공 호지스를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스티븐 킹이 기꺼이 선사한 화제작이자, 에드거 상 수상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 추리 소설의 충실한 독자들 뿐 아니라
그동안 스티븐 킹의 글을 믿고 읽어왔던 오랜 독자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작품입니다.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미처 해내지 못한 단 하나의 미완성을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지내는, 날
위한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그의 삶에서 이타와 봉사를 빼고 나면 도리어 공허하도록 비어버리는. 호지스도 그렇다. 처음, 은퇴 후의
호지스의 생활을 목도했을때 그가 앞으로 벌어질 약 600여쪽의 이야기의 중심이 될만한 인물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어떤 큰 사건의 시작이
그러하듯, 휘말려들어가버려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주변의 인물, 잊혀지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지스는 쓰레기같은 티비쇼 채널을
틀어놓고 리볼버의 총구를 입천장에 대어보는 연습을 하는 늙은 남자. 집은 있으나 그 안의 가정은 파괴된지 오래고, 성실히 일했던 직장은 은퇴한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과거의 영광으로 혹여 화제에 오르면 알고싶지도 듣고싶지도 않을 지루한 자랑거리일 법한 흔한 남자라고.
하지만 호지스의 앞으로 찾아온 한통의 편지는 기괴한 스마일 마크와 함께- 남은 것이라고는 자기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고작이거나,
남은 600여쪽의 페이지에서 무슨 일이 생길 것일까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던 대상을 향해 도발을 시작한다. '농담이야!' 란 말로 '뒈져라,
이 찐따야.' 라는 진심을 치장하기 위해 포장해놓은 역겹고 비열한 인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호지스와 메르세데스 -브래디- 사이의
대결 구도가 시작되고 인물들은 대비되며 그리고 상호적으로 그 매력을 더해간다. 여기서 메르세데스 살인마가 저지른 일이 어둡고 지저분하게
보여질수록, 구식이고 늙어 지쳐보이던 호지스가 날카롭고 주의깊은 형사의 모습으로 새롭게 비쳐지는 것이다. 그 점이 확연히 느껴지는 시작이라
너무나 전형적이라 느껴졌던 호지스의 인물 설정도 클리셰가 아닌 클래식함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기도 했다.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면서 전 동료들과 이 미제 사건을 공유하지 않으려던 호지스에게도 조력자가 생기게 되는데 잔디를 관리해주는 흑인 소년
'제롬'의 등장 역시 꽤 매력적이다. 그가 호지스에게 남긴 짧은 메모를 처음 봤을 때 수많은 잘못된 맞춤법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성적이고
유쾌한 느낌이 물씬 드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매 순간 제롬은 그런 존재로 이야기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점점 자신의 가능성을 각성해나가는 '홀리'와 함께 해주고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인물들의 균형을 잘 잡아 서로를 더 돋보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스티븐 킹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도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활자를 읽어내야 하는 시간이 걸리는 탓에 이 한 권을 읽는데는 두서너 시간이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내용에 몰입되는
대로의 시간만 필요하다면 2-3 센치 정도 되는 두께의 책을 읽어내는데는 훨씬 짧은 시간이 들 것이라 생각될만큼 확 안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이미 내용의 상당 부분을 소개해놓은 것 같은데,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여름날의 지루함을 덜어내 줄 피서지가
될 법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