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맘마의 원물 간식 레시피 - 건강한 재료로 입맛을 사로잡는 아이 간식 레시피 120
임혜나(유안맘마)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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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화력이 떨어져가는게 체감되길래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고 좀 더 깨끗하고 자연적인 식단으로 바꿔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채소와 과일을 잘 챙겨먹으려고 하는데 매번 채소는 샐러드나 쌈으로 먹거나 과일은 생으로 또는 졸여서 잼을 만드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늘 같은 메뉴만 먹는 것 같아 좀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마침 '유안맘마의 원물 간식 레시피'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원하는 요리법을 찾아보는게 흔해서 책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한가지 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놓은 책으로 요리법을 참고할 수 있으니 좋았다. 

인터넷으로 찾으면 그 재료의 내가 찾은 한 가지 요리법만 알게 되지만, 책으로 정리된 요리법을 참고하면 하나의 재료를 여러가지로 변주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알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요리법들 중 더 내 입맛에 잘 맞는 방식을 골라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예를들면 감자를 재료로 한 레시피만으로도 감자채소스콘(71), 3분 감자빵(92), 감자더블치즈빵(94), 감자양파스프(112), 감자식빵롤(122), 감자뚱크루아상(128), 브로콜리/치즈감자볼(148), 감자치즈호떡(172), 감자버터팝콘(194), 감자에그타르(246) 등이 있는데 생각지 못했던 요리법도 알 수 있고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 밖에도 고구마나 계란, 호박, 소고기, 두부, 당근, 양파, 바나나, 브로콜리, 치즈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구하기 어렵거나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재료가 아니라 흔한 재료기 때문에 집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따라해볼 수 있었다. 레시피 중에서는 마침 집에 사둔지 좀 지난 바나나가 있어서 '바나나파운드케이크259'를 따라서 만들어보았다. 오븐을 이용해서 익히는 시간을 감 잡는게 조금 어려워서 같은 재료를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도 익혀보았는데, 어떻게 만들던 은은한 단맛이 나는 순한 맛의 간식이 완성되어 좋았다. 

간식 레시피라고 하지만 채소큐브, 양파잼, 두부마요네즈, 라구소스를 만들어 식사 준비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소소한 팁도 포함되어 있다. 레시피들이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게 짧고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안해본 요리도 도전할 수 있었다. 책에 '소고기소보로(44)'를 만드는 방법도 나오는데, 레시피를 따라 주먹밥도 만들어 보고 남은 소보로는 칼국수에 올리는 고명으로 김밥의 속재료로도 활용해 보았는데 맛있었다. 첫 도전이었지만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었다. 요즘은 고구마와 단호박이 나오기 시작하니 이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도 따라해 볼 생각이다. 

저자의 레시피북 기획 의도가 아이에게 원물로 직접 만든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이지만, 속이 편안해지는 간식을 찾아야 할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간소화한 조리법과 재료,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와 조리도구 이용, 부담되지 않는 맛과 성분이 큰 장점인 레시피북으로 건강한 간식, 식사대용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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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이야기 - 일과 삶의 주도권을 찾아줄 '완결'의 기술
김민경(앨리슨 김) 지음 / 푸른숲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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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일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끝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뇌는 가급적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능이 있어서 '컵 하나 씻으려고 물 틀고 세제 묻히느니, 나중에 그릇이 많이 모였을 때 한 번에 씻는게 훨씬 효율적이야'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컵 하나를 바로 씻는 사람의 인생에는 '괴로운 대청소'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5초짜리 가벼운 정리만 반복하면서 쾌적한 마음만을 유지할 뿐이다. 99" 

외출 후 바로 씻는 사람, 식사 후 바로 설거지를 하는 사람, 여행 다녀와서 바로 짐 정리하는 사람을 두고 3대 독한 사람 분류라는 말이 있다. 그 중 하나 바로 컵을 닦는 독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책을 보고 불신의 눈을 거둘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1년을 3개월 단위로 나눠서 정리한다(29)'는 내용을 읽을 때도 일정표를 일요일부터 일주일 단위로 적었다는데에서 벽을 느꼈는데(주간계획은 월요일부터가 편하니까), 읽으면서 정말 나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계속되었다. 픽사같은 곳에서 일하니까 가능한 것 아니야? 문화가 달라서 가능한 것 아니야? 딴지를 걸 마음이 가득했다. 쉬운 독자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청킹의 작동 원리는 하나다. 끝이 보이는 단위로 문제를 쪼개면 뇌는 움직인다. 다만 누가 그 단위를 만드느냐가 차이일 뿐이다. 디즈니랜드에서는 전문 설계자가 방문객을 위해 대신 해줬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청킹의 설계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어야만 한다. 33" 

처음엔 새해 결심이 3일만에 끝난다면 3일마다 새롭게 결심하세요!같은 조언처럼 신뢰가 덜 가고, 일상속에서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끝/목표로 가는 과정을 쪼개놓는 것으로 청킹을 생각한다면 '5분만 더'도 청킹일까? 궁금해지면서 마음이 열렸다. 조금 더 넓게 적용한다면 아침에 알람을 맞춰놓고 5분만 더 자겠다며 일어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 어둠의 청킹에 이미 익숙해있구나 깨달았다. 어쨌든 아침에 일어난다는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보상을 조금씩 끌어다쓰는 셈이니까. 고도로 발달한 게으름은 정교한 청킹과 다름없는 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공감이 되고 인정이 됐다. 

책을 읽으면서 "완벽을 위해 애쓰지 말라. 113"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모든 일에 전부를 쏟아내려고 하기보다 중요한 일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완벽'에 대한 생각을 바꿔 좀 더 나은 방식으로 달라진 것이 있는데, 책에서도 나온 외국어 학습(41)이다. 완벽한 문법을 사용해야지,하는 순간 공부는 끝난다. 발화도 문장도 사라지고 쏘리, 아이 캔트 스피크 잉글리쉬만 남는다. 그러나 그저 뜻을 전하기만 하겠다는 단순한 목표로 바꾸면 완벽하지 않은 문장이어도 괜찮고, 짧은 단어의 나열이어도 그게 불완전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말이 된다. 이 시도가 반복되면 가끔 운이 좋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완전한 문장의 형태도 될 수 있다. '완벽한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의미 전달이라는 간단한 목표에 집중하기'를 우연한 기회에 경험하게 되고, 오히려 가진 것에 비해 더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탓에 책의 내용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이어서 아주 공감했던 내용이 게임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는데, 기록을 갱신해야 한다는 점, 타인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는 점, 원하는만큼 좋은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압박이 되어 자연스럽게 안하게 되었다.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과제처럼, 일처럼 여겨지는게 싫었다. 경쟁과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혼자 뭔가를 키우거나 스도쿠처럼 풀어나가는 게임을 하게 되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번에 완벽하게 성공해야 한다는 신기루(116)를 쫓지않고 실패를 연습으로 털어내고 끝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니 게임을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좋은 기록을 내고 높은 성적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그래도 다음 판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구나를 받아들이게 되었더니 여유가 생겼다. 

이런 변화가 도움이 된 것은 의외의 분야였는데, 그동안 살을 빼겠다는 목표를 수없이 많이 세웠고 또 그 이상으로 실패했다. 때로는 별 생각없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전보다 더 살이 쪄서 실패였다. 이번 도전(?)에서는 조금 방식을 바꿨는데 무엇을 먹을지, 얼마나 덜 먹을지, 얼마나 운동을 할지 목표치를 정해두기를 포기했다. 대신 오직 하나 게임하는 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무엇을(비전 54)' 위한 행동을 하는게 아니라 운동하는 동안 게임(즉각적인 보상 60)을 할 수 있도록 했더니 게임하는 동안 운동하는 시간이 금새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꾸준히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점도 새롭게 바꿔 도전해보고 있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이 밖에도 '유용한 피드백은 정교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166' 는 내용을 읽으면서 AI를 이용하기 위한 프롬프트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온다는 요즘 '일 잘하는 사람'들의 조언이 떠올랐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것,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단계별로 과정을 나눠 개선해나가며 완성해야 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당연하겠지만, 결국 사람도 AI 프로그램과 똑같이 스스로에게 어떤 명령값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겠구나 싶었다. 후반부로 가면 더욱 픽사에서의 경험담에 집중된 내용을 만나게 되는 점이 몰랐던 세계, 픽사에서는 어떻게 일을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주는 점은 좋았지만 보편의 경험으로 확장하기엔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어떤 말을 해주고싶은지 전부 공감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큰 변화, 놀라운 전환을 얻어가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기 전에 혼자 생각하고 도전해보던 것들에 대해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공감과 지지를 얻은 느낌을 받은 점이 좋았다. 다른 독자들도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맞게 책에서 얻어낸 생각과 방식을 적용해보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컵 하나 씻으려고 물 틀고 세제 묻히는 건 좀 낭비같다. 아무래도 설거지는 모아뒀다가 식기세척기에게 시키는게 내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더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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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 - 애착으로 읽는 중독의 심리학
주세진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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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지하철에서 한 여자를 보았다. 30대 초반쯤 됐을까.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그냥 '들고' 있었다. 역에서 내려 걸으면서도, 계단을 오르면서도, 환승 통로를 지나면서도. 가방에 넣으려다 어느샌가 다시 꺼냈다.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손에 있어야 한다는 듯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23" 

시작하는 문장을 읽자마자 단어 하나하나가 나를 찔러왔다. 책을 읽는 순간에도 기억에 남을만한 문장을 따로 정리해두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옆에 켜두고 있었다. 사실 거의 모든 순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거나, 종종 화면을 켜서 의미없이 한번 둘러보거나,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술과 담배, 약물, 도박 같은 심각한 것에 중독되지 않았다고 해서 방심한 채로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이 술과 약물만이 아니라 당신의 손 안에 있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 전반을 다루(34)"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새삼스럽다. 꼽아보면 스마트폰, 커피, 당분, 탄수화물, 활자, 그리고 미처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사소한 습관 같은 것들도 중독으로 이름붙일 수 있는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것을 습관으로 슬쩍 옮겨보려해도 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하루이틀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때 두통을 느끼거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의존에 가깝게 보였다. 몰입과 중독은 다르다고 하지만 몰입이라고 믿고 있는 중독인 것은 아닌지 잘 구분짓기도 어렵다.
'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는 내가, 우리가 중독되어 있는 모든 것들.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대신 보상해주고, 감각을 마비시키며, 시간을 지탱해주는 모든 쾌락들, 술, 음식, 게임, 스마트폰, 일, 관계, 카페인 같은 이름의 대체품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다시 연결짓고 회복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연결되고 싶다는 인간의 가장 간절하고 근본적인 욕구(49)"에서 비롯된 공백을 제대로 바라보고 채워나가는 길을 틔워준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최근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어 AI를 이용해 상담했다는 말을 했다.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과 함께 AI가 정말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남기도 했다. 요즘은 단순히 정보를 얻거나 상담을 AI로 대체하는 것 뿐 아니라, '콜 포비아(전화 통화에 대한 불안 93)'를 AI가 대신 전화를 받아 누가 어떤 용건으로 전화했는지 확인하고 통화 여부를 결정하는 '통화 스크리닝'으로 확장되었다. 불예측성이 주는 불안을 기술이 해결하는 동안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5장에서 다루는 반복과 보상 회로에 대한 내용은 스스로 고민하고 있던 문제 행동이 그대로 나와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의미없는 검색을 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충동구매하거나,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수면 지연 행동이 다음 날의 피로를 가중시켜 일상생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되는 것까지 사례로 나온 지훈의 상황과 닮아있었다. 피곤했던 하루를 마감하기 전 조금만 놀고 싶다는 마음, 불편한 대면을 피하고 싶다는 회피 앞에서 저자는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해지는 세상일수록 우리는 일부러 불편함을 선택해야 한다. 89"고 말한다.
쉽고 빠르고 달콤한 보상에 배부르게 되면 몸도, 뇌도 그대로 굳어진다. 자극만을 좇느라 일상의 다른 관계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이와 반대로 느리고 불편할지라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카페인, 당분을 절제하고, 운동하고, 명상하는 지난한 시간들을 거쳐야 한다. 익숙하고 편리한 것에 매몰된 사고와 감각은 반복으로 깔린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회복을 위한 절제와 노력은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새롭고 건강한 길을 내준다. 

책은 중독과 개인 뿐 아니라 가족 관계 안에서의 구조화 된 역할분담과 고통을 짚어나간다. 상담을 통해 당사자만 치료하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가족 모두가 각자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가족 구성원 안에서 고정된 역할을 반복하며 중독 상황을 유지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회복하기 시작하면, 개인의 습관보다 관계의 균형이 가장 먼저 흔들(159)"리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무언가에 중독되고, 의존하게 되는 것과 회복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 쉽게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기 때문이라는 공통점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했다. 불편함, 이전과는 다른 상태, 불안을 견디지 못해 쉬운 자극을 선택하고 '끊기'를 실패하게 되는 것을 참 많이 경험해왔음 역시 깨닫는다.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새롭게 조정할 수 있다. 회복은 의지의 승리가 아니라 반복이 만든 재학습의 결과이다. 뇌는 배운다. 131"
이때 어떻게 흔들림을 극복해야 하는가를 오디세우스의 여정 중 세이렌의 노래를 견디겠다고 스스로를 배의 기둥에 묶는 부분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유혹 앞에서 자신이 약해질 순간을 예상하고 대비한 오디세우스의 자세가 "흔들리기 전에 누구에게 연락할 것인지, 무엇을 피할 것인지 무너질 때 누가 나를 붙들어줄 것인지 정해두는 회복의 구조(220)"를 보여준다.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으나 이에 어떻게 대비하고 이어나가는가를 회복의 중요한 바탕으로 강조한다. 

책은 천천히 독자를 인도한다. 각 장의 첫 시작에는 앞선 장에서 읽은 내용에 대한 정리와 함께 새로 읽게 될 장에서 어떤 내용을 접하게 될 것인지 소개하며 시작한다. 생각이 많아져 주의가 흐트러지거나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책을 읽게 됐을때 이런 짧은 안내가 부담을 줄이고 계속 읽어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직접 해볼 수 있는 <성인 애착 유형 검사 111>, <가족 역할 자가 진단 190>, <회복 구조 자가 점검 250>등의 검사와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남긴 부록 256"으로 실용성도 챙겨 도움이 될만하다.
무엇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왜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지 자신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책이자, 중독을 함께 극복해나가기 위한 밑받침이 되어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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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피해자 - 스토킹과 사법 정의에 대한 어느 기자의 기록
곽아람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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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피해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리기 위해서, 이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범죄 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27" 

저자를 어떻게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좋을까 잠깐 머뭇거렸다. 기자이자 스토킹 범죄 피해자라고 하고 싶었다. 저자에 대해 소개할 때 피해자가 다른 무엇보다 앞선 수식이 되게 하고 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가 피해자의 위치에 서 있어 보았기에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 위치에 서게 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일들이 부당하고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음을 읽을수록 절감하게 되면서 '피해자 되기'에 질려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는 모든 방향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었다. 가해자는 당연하고, 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회사, 경찰, 검사, 판사, 변호사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자의 위치에 서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 '범죄 피해자 곽아람'을 '피해자 위치에 있어야 하는 피해자'로 만들었다. 회사에서는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며 법적 지원을 거부하려 들고, 경찰은 피해의 경중을 재듯이 따지며 수사를 몰아갔다. 변호사는 피해자의 입장보다는 본인의 경력에 더 집중하기 위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검사는 사건의 진행 상황조차 피해자와 공유하려 들지 않았다. 저자가 구형량을 알기 위해 검사실에 전화했던 일이 '사회적 예의'에 어긋나는 일(214)로 기자 갑질이라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판사는 고압적이고 거만한 시선으로 법을 휘둘렀다. 주변인들조차 피해자의 대응을 두고 괜히 일을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으니 암담하다. 판사 뒤에는 님, 가해자에게는 피고 인, 피해자는 존칭과 사람의 표현이 다 떨어지고 '놈 자' 만 남는다는 표현에 웃음이 쓰게 나왔다. 

" 충격이었다. 이 사람들은, 모른다. 갑자기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갑자기 범죄를 겪은 사람이 얼마나 경황이 없는지. 고소장 양식을 인터넷으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한다. 아니, 고소장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 자체를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자신들이 피해자가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에 판사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간 큰 인물은 없다고 여겨서, 생각이 아예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196"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이면서도 소송에 있어서는 국가와 피고인에게 당사자의 자리를 빼앗긴다. 피해자는 사건에 있어서 어떠한 자료와 진행 상황에도 좀처럼 접근할 수 없이 배제되기 일쑤였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피해자를 사건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기자'라는 수식이 있었고, 이는 한국사회에서 마법의 문구로 여겨지는 "취재가 시작되자(268)"와 결합되자마자 다른 세상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불러 일으켰다. 모든 사람이 이처럼 '자원이 많은 피해자'일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으며 느껴왔던 모든 답답함과 분노가 이 순간 함께 해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 피해자로서의 볼일을 마친 후 기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홍보실은 바로 전화 연결이 되었다. 관등성명을 대는 경찰관에게 피해자 지위를 획득한 지난 5년간 검.경.법원에 전화를 걸어 갖은 박대를 당하면서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일궈온 나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단 한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인데요." 오후엔 전혀 다른 세상을 겪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268" 

피해자는 수치심(84)을 느껴야하고, 우울하고 무섭고 불안해해야 한다. 법정에서는 불쌍함을 어필해 최대한 울고불고 '피해자다움'을 극대화하라(350)는 조언을 듣는다. 피해자답게 가해자보다 낮고 가엾고 약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당신이 가해자보다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가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죗값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416)는 말을 조언처럼 듣는 입장의 저자도 분노와 슬픔, 고통에 시달리다 '죽음을 전시(382)'하는 것으로 절망과 무력을 세상에 전달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정도로 힘들다. 그러니 법에 대해 더 무지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조차 부담이 되는, 어디에 대고 이런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피해자가 되어버리면 어떻겠는가. 그동안 뉴스로 접하게 되는 흉흉한 사건들을 보면서 막연히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기자 곽아람이 내놓은 길고 답답한 싸움이 고통스럽게 이어지는 기록을 보면서 '사건'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피해와 압박이 더해지는 현실적 공포를 깨닫게 되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 씨(208)), 스토킹, 교제 살인, 일베 같은 사이트에 딥페이크 등 음란물을 올린 성범죄 등 각종 범죄 행위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사건을 접하게 될 때마다 제대로 된 대처와 보호, 처분도 없이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불합리적인 조치들에 분노를 하곤 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법이 너무나 느리고 보수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범죄자의 악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거에 만들어놓은 피해자성을 기준으로 함부로 말을 얹어 평가하고, 사건을 흥미거리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았나 되짚어 보게 되었다. [탁월한 피해자]를 읽는 동안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깨닫고 깊이 공감하며 같이 분노할 수 있었다. 처음엔 저자의 수식에서 뒤로 미뤄두고 싶었지만, 함께 응원할 수 있도록 버티고 싸워준 '피해자 곽아람'에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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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 - 취향과 안목이 부가 되는 희소성의 경제학
윤성원 지음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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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석을 살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눈앞의 화려함에 마음이 앞설 때다. 277" 

예전에 다이아몬드에 더이상 예전과 같은 가치가 없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뒤로도 비슷한 전망은 계속되었고 금 시세가 끝도 없이 오르는 최근 흐름에 비해 다이아의 가격은 랩다이아의 품질 상승으로 하락 방어선 없이 가치가 계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평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작은 보석함 안에 놓아둔 그보다 더더욱 작은 나의 다이아가 떠올랐다. 보증서까지 알뜰살뜰하게 잘 보관하고 있는 그 다이아가 살때는 손이 떨리게 만들더니 사고나니 마음이 떨리게 한다. 금 가치는 오르고 보석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세상의 말과 달리 금 대신 보석을 산다는 제목의 책을 보고 한동안 가만히 작고 작은 나의 다이아를 생각했다. 기다려, 저 책을 읽어보고 너의 가치를 드높여(?)줄게. 

" 지금 놓치면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소유를 통한 과시,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본능... 이것들이 진짜 가격이었다. 88" 

나의 작고 작은 다이아의 가치를 높일 방법은 소유주인 나의 서사를 쌓는 방법 외에 달리 없다는 사실을 초장부터 깨닫고 들어가야 했다. 이건, 이 방법은 틀린 것 같아. 보석에 이야기가 쌓이고 그 내력이 분명하다면 같은 값어치의 보석보다 더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언뜻 매력적이었다. 어떤 유명인이 수십억을 들여 경매에서 샀다거나, 왕실이니 황실이니 하는 곳에서 가지고 있었던 내력(프로버넌스 provenance)을 가진 보석 이야기를 읽다보면 재밌기도 하다. 사라졌다가 우연한 계기로 수집가의 눈에 띄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는데, 8년 동안 주방 찬장에 들어있던 러시아 황실 달걀(48) 이야기를 읽다보니 한편으로는 이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고물상이 그 달걀을 벼룩시장에서 샀을 때 그의 눈에 달걀은 금값 500달러쯤의 현실적 가치가 매겨졌을 뿐이다. 그러니 값을 좋을대로 부풀리기 마련인, 그것도 우리와 먼 시장의 역사와 선호에 치중된 결과물이 아닌가 의심과 회의도 들었다. 

게다가 감정 기관마다 산지 판정이 갈리고 어느 기관의 감별서인지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100)고 한다. 일반인이 진입하기에는 좀 어려운 구석도 있고 그 가치를 어떻게 보는지는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드는 미심쩍은 면도 있어 보였다. 심지어 어떤 상자(티파니의 블루박스 162)에 담기냐에 따라서도 그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가. 그러고보니 작고 작은 다이아를 살 때 우신에서 감정을 받은 것을 살지 GIA 감정서가 있는 것을 살지 잠깐 고민했던 기억이 났다. '나중'을 고려해서 GIA 감정서가 있는 것을 선택했는데 글쎄, 수십 수백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영원한 다이아가 내게 소유될 짧은 기간동안 나중을 고려할 일이 있을까 싶어진다. 그나마 다이아의 경우는 국제 기준가가 되는 '라파포트 가격표(108)'가 있지만 유색 보석에는 그도 없다고 하니 보석이 아니라 사람(역사, 사건, 운, 타이밍)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문장을 세상에 던진지 80년이 넘었다. 이제 그 '영원'의 의미가 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수십억 년의 지질학적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그 반지와 함께할 삶의 시간이다. 200" 

처음 이야기했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4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이아의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지만 투자 시장에서의 보석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를 읽으며 오해했던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새롭게 알게 되는 세계가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이런 막연한 불안과 궁금증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었던지 강연이나 방송, 인터뷰 등의 자리에서 랩그로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 떠올렸던 랩그로운과 천연 다이아와의 경쟁은 '상업용 시장(171)'에 국한된 정보였고 '희소 시장'은 이와 분리해서 봐야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상업용 시장이 전체로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이제 다이아의 가치는 하락한다/할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가까운 시장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구매를 고려한다면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172)고 책은 조언한다. 

이 아름답고 한정적인 욕망의 시장을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5장에서 나온다. 투자에 있어 자연스레 따라오는 금을 살 것인가, 보석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249)도 나오고, 고맙게도 그렇다면 과연 보석은 어디서 살 수 있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예전에 이베이같은 온라인 사이트로 원석을 구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애정과 열정을 가진 사람의 길에도 " 산지 시장은 낭만적인 직구 현장이 아니라, 프로들이 칼을 품고 마주하는 판에 가깝다. 68"는 경고가 떠오를만큼 사건과 사고와 사기가 많았다. 감별서의 보증에도 허점을 이용한 기망(266)이 있으니 보기엔 재밌지만 뛰어들기엔 두려운 세계였다. 보석을 고를때 피부톤이 웜톤인지 쿨톤인지 따지는 내용도 나오는데 한참 MBTI가 유행할때는 아마 MBTI별 맞춤 보석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재밌었다. 소장과 투자로써의 보석을 고려하고 있다면 5장 내용을 눈여겨보면 도움이 되겠다. 

보석의 가치를 높이는 것 중 하나로 그 안에 담긴 내력이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보석이 인류사에서 어떻게 그 가치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3장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석의 내력이 가치를 더한다는 것에 잠시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보석에 사랑의 약속이나 인어의 눈물같은 별칭도 붙이고 브랜드에도 왕의 보석상이나 로마의 관능(163)같은 정체성을 내세우는가 보다. 서사와 의미가 이렇게 물질의 가치를 올리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는 것을 보니 재미있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반짝반짝 하는 것들을 홀린듯이 바라보길 좋아했던 까마귀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 마젤 우 브라하** 79" 

* 다이아 원석 가격 1년새 40% 급락…"인조 다이아 수요 급증 영향" 20230904 금융소비자뉴스 기사
** Mazal u'Bracha 행운과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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