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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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언 반스와 요리라니. 좋아하는 드라마 시리즈가 몇 없는데 그 중 '크리미널 마인드'라는 미드가 있다. 거기에 로시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는 중년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FBI 행동분석 팀의 일원으로 이탈리아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른 어떤 요소보다 로시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인물임이 느껴지는 부분은 그가 요리를 하고 음식을 즐긴다는 점이었다. 대단치는 않아도 자기 자신과 대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보일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꽤 매력적이고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줄리언 반스를 보면서 좀 더 늙은 고든 램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그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요리를 할 줄 안다'는 키워드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요리가 대체 무엇이관대!

 

 본인은 어떤 타입이냐면 익숙해진 몇가지의 음식 말고는 대부분의 요리는 다 레시피를 보고 한다. 전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잘'도 붙일 수 없이 그저 좀 할 줄 아는 정도의 수준이다. 때로는 내가 한 음식은 그 자체로 특히 먹기 싫을 때도 많은 편이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웃을 수 없는 부분이 좀 있었다. 38쪽의 잼을 만들기로 한 이웃에 대한 이야기도 1파운드 용량의 빈병으로 과일과 설탕의 분량을 잰 것이 왜 실패의 원인인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저 방법을 합리적 계산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내가 전혀 깜깜한 사람이란 말은 아니다. 음식과 먹는 것에는 관심이 지대하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것에는 약할 지라도 음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자존심을 좀 세우고 싶다.

 

 '요리를 할 줄 안다'는 매력을 떠나서도 기본적 생존을 위해 추천사에서 나오듯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 중에 한 분야로 마땅히 요리가 들어가야 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 편의점, 배달 음식이 발달했어도 어떠한 경우에서도 할 줄 아는데 편의를 위해 선택하는 것과 다른 방법이 없이 이용하는 경우는 다를 것이다. 자기 먹을 것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은 배워서 어른이 되는 일이 남녀의 일에 구분이 없고 1인 가구가 더 늘어난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기본이 되야할 것이다. 더욱이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사는 중/노년층의 남성들 중 상당수는 기본적인 끼니를 위한 요리를 강습하는 지원 클래스가 있기도 하고, 반찬 지원이 들어가도 밥 챙겨먹는 일에 익숙치 않아 받은 반찬 그대로 상해 버리는 경우도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된단다. 적어도 이런 일은 없어야 할테니.

 

 첵을 읽다가 요리책이 몇 권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문득 멈춰섰다. 몇 권이나 있더라. 정확하게 떠오르는 건 한 권, 책장으로 달려가 살펴봐도 두 권 정도? 애초에 요즘같은 시대에 요리책이라는 것이 뭐 그리 필요하단 말인가. 인터넷으로 검색만하면 황금레시피나 백종원 표 같은 수식을 단 요리법들이 쏟아져나온다. 그것 뿐인가 줄글과 사진이 첨부된 요리법도 이제는 구식이다. 유투브같은 플랫폼에는 요리방법을 담은 영상이 나온다. 한꼬집이나 한소끔 같은 애매한 표현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영상으로 보면서 배우거나 따라하면 되니까. 요즘은 중장년층도 유투브를 많이 본다던데 책에 대한 연연이라니 줄리언 반스의 연식이 느껴지는 부분이구만, 하고 생각했다. 다만 요리하는 남자가 요리책을 갖고 있는 편이 조금 더 섹시하긴 할 것이다.  

 

 줄리언 반스의 어조가 시종일관 까칠하고 적나라해서 좀 웃으면서 읽었다. 가령 스테이크를 구울때 15초에 한번씩 뒤집으라는 내용이 나오면 (p.143) 굽는 시간이 8분이라면 한덩이 32번씩 4인분에 128번 뒤집으란 말이냐, 그동안 사이드는 누구더러 만들라는 거냐고 성을 낸다. 잡다한 주방기구를 넣어두는 서랍을 정리할 때면 뭔지 모를 기구들과 죽은 벌레, 말라서 발견되는 잡곡까지도 솔직히 밝힌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를 읽는 시간은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가가 내 안에서 지나치게 평범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보다 더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먹고 사는 일이 버거울 때, 마음먹고 차려낸 요리가 내가 먹어도 맛없을 정도로 망했을 때, 번거로운 요리과정과 냉장고에서 마르고 썩어가는 재료가 지긋지긋할 때, 사먹는 음식이 지겹게 느껴질 때, 혹은 그냥 줄리언 반스의 글이 땡길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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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5-2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테일님 리뷰보다 스테이크 부분에서 깔깔 웃었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테일 2019-05-30 01:46   좋아요 0 | URL
저 까칠한 부분이 좋아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