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살림법 - 초보 혼족을 위한 살림의 요령, 삶의 기술
공아연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의 일이다. 지인이 갑자기 상담을 요청해왔다. 이제 막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인은 목표로 하고 있는 곳에서 통근하기 부담스러운 조건이라 독립을 고려하고 있었다. 한번도 혼자 생활해본 적 없는 예비 사회초년생이자 초보 혼족을 두고 통근할 것인지 독립할 것인지 조언을 구하는 무구한 눈망울 앞에서 독립하여 산다는 것/자신의 살림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맵고 짠내나는 일인지 설명해야 하는 일이 막막했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이야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절에서 맛보기로나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립하여 혼자 산다는 것은 사실 매우 높은 난이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로망이라는 것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섬세하지 못하고 재주가 변변찮은데다 손도 느린 탓에 내 살림을 꾸리기 어려웠던 경험치가 만렙이라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은 지옥 불구덩이에 기름통 들고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식의 겁을 주는 에피소드만 풀어주었는데, 마침 로고폴리스의 신간 '1인 가구 살림법'을 보게 되어 유용한 팁을 얻고 위협 아닌 조언을 해줄만한 눈도 생겼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들을 다 꼽기 어렵지만 특히 혼자 먹을 음식을 해본 적이 없어 음식을 한 번 하면 최소 4인분 정도의 계량을 해야 준비가 된 것 같아 다 먹지 못할 대량 생산이 된다. 한번 먹은 반찬은 두번 식탁에 올려먹기 싫은 탓에 해놓은 음식을 어쩌지 못하고 상해 버린 일이 생기고 나니 나중에는 굳이 음식을 해서 먹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게 된다. 인터넷에서 흔히 올라오는 자취식단들을 보면 참치캔과 조미김 계란, 라면, 3분 요리로 대표되는 레토르트 식품들의 돌려막기 식 조합이 흔한 이유도 통감하게 된다. 실패없는 맛, 남지 않는 분량, 설거지의 간소화 등이 벗어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때문에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이 '3장 혼자를 기르는 건강한 싱글 식탁'의 내용이었는데, 단순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소소한 정보를 곁들여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설명해주고 있어 접근 레벨이 낮으면서도 유용하게 느껴졌다. 들깨가루가 오리고기에 곁들일 소스에 활용된다는 팁이나 양파가 바퀴벌레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라는 충격적인 정보가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천천히 쌓여가는 빨래를 버티고 버티다 몰아서 하려면 습하게 비 내리던 날씨로 잘 마르지도 않고, 꿉꿉한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아 골치 아팠던 문제가 종종 있었는데, 빨래를 금방 말릴 수 있는 팁이나 세탁조 청소법 같은 내용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청소도 마찬가지로, 쓸고 닦아야 하는 곳이 넓지 않은 집에도 이렇게 많았던지 조금만 소홀한 곳엔 먼지와 곰팡이가 금새 자리잡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는데 단호하게 부담을 줄이고 도우미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생활을 자리잡게 만드는 방법이 된다고 제시한 부분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안정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한데 과감히 업체를 이용하고 밥만 짓고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소량으로 사서 먹는 방법을 제시하라는 조언이 실생활에 현실적으로 맞춘 조언이 된다.

 

 또한 막연히 떠올리는 청소, 인테리어, 식사, 보안 같은 분야 뿐 아니라 수리보수, 재정, 무려 구충제 복용이 포함된 체크 리스트 등의 다양한 내용도 세분화되어 정리해놓았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보안/응급상황 들에 대해서도 점검해보게 된다. 줄눈 시공법이나 살림을 늘리지 않는 법에 대한 내용도 의외성을 준다. 읽다보면 완벽하게 정리된 집에서 낭비나 게으름 없이 꼼꼼하게 잘 생활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내용의 반의 반만이라도 실천하며 지낼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겠지만. 다만 또 하나 긍정적인 면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 손이 잘간다는 것이다. 가까이 두고 마치 잡지 보듯이 훑어 읽거나 대리만족하며 실천하지 못할 계획을 세우면서 읽기 좋은 내용이다. 혼자 살지 않더라도 신혼부부처럼 새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두루 활용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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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