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피력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80년대 학생들이 필독하던 책이었고, 특히 많은 여학생들이 읽었습니다. 1980년대 말 당시 이책은 여학생들을 페미니즘으로 인도하는 책이라는 시각도 존재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80년대 말 90년대 초 대학을 다녔던 이들은 본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런 운동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30년 가까이 지나 이책의 내용을 다시 보니 하지만 현재와 겹쳐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돈 밖에 모르는 속물적인 중산층 가장과 이념을 강요하는 엘리트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자기 자신을 자살로 몰고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책이 나온 1985년은 군사독재 말기로 사회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으며 한국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경제성장의 전성기를 누리던 때였습니다. 당시 학생운동권도 이런 기성사회를 빼다박은 듯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습니다. 당시 개인주의니 감성이니 하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죠. 극단적일망정 한국여성들의 현재도 30여년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어떤 가치에 고민하고 살았나를 엿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글은 사실 개정판이 아닌 초판에 대한 것입니다. 이 책은 필름 사진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필름 장전부터 필름의 종류, 현상과 인화에 대한 모든 기술적인 면을 설명한 책입니다. 이전의 책들과 다른 점은 디지털 사진 시대에 필름사진이 보여지는 방식, 즉 온라인 사진 공유에 필요한 인화와 스캔에 대한 과정을 추가적으로 설명한 점입니다. 디지털 사진시대 이전 모든 필름은 현상 인화되어서 사진가에게 보여졌지만 이제는 필름으로 찍은 사진도 디지털화된 파일로서 보여지고 공유됩니다. 이전부터 이 책의 초판을 필름 사진 입문하시는 분들께 추천해왔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지금 언급한 내용은 변하지 않았을 곳으로 생각됩니다. 얼마전 코닥에서는 엑타크롬 슬라이드 필름을 재발매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직도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사진가는 예상외로 많고, 이런 수요는 단종되었던 필름을 재발매하게도 합니다.
1988년 작가 김원일이 발표한 소설입니다. 소설이 나온 직후에 읽었으니 처음 읽은 때가 1990년 쯤으로 기억됩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주인공 길남의 가족과 이웃들이 한국전쟁 직후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대구를 배경으로 한 피난민들의 삶을 주인공과 주변이웃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전쟁을 겪었던 세대의 인생을 그 이후의 세대들이 알수 있게 하는 그런 소설입니다. 저역시 젊은 시절 이 책을 읽음으로서 전쟁을 겪으셨던 부모님 세대의 삶을 일부나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몇해 전 헌책방에서 제가 읽었던 1988년판 ‘마당 깊은 집‘을 다시 구했습니다. 어쩐지 신간으로 나온 ‘마당 깊은 집‘보다 구판본이 처음 읽었을 당시의 제 감정을 더 잘 되살리게 하지 않을까 해서요.
이탈리아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데뷔작.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빌린 중세 지성사. 중세 학문의 중심이었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둘러싼 수사극으로 신학을 우선시하는 중세기득권 세력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몰래 읽다 이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죽임을 교묘한 죽임을 당하는 희생자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이윤기 선생에 의해 최초 번역되어 나온 당시 당시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중세에 관련된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고, 당시 이미 세계적인 기호학자였던 움베르토 에코가 국내에 본격 소개된 계기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읽었던 ‘장미의 이름‘도 이윤기 선생 번역의 최초 번역본으로 1991년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소설은 특히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에 의해 스코틀랜드 배우 숀 코네리 주연으로 영화화됩니다. 1986년 발표된 이 영화로 관객들은 처음 007이 아닌 숀 코네리를 보았으며,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던 배우 크리스천 슬레이터의 앳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철학의 고전인 ‘시학‘이 중세 권력암투및 살인의 원인이 되었다는 참신함이 중세에 대한 편견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개인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이윤기 선생이 저본으로 삼으셨을 영어판으로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조선 최고의 철인 군주에 대한 역사평설입니다. 조선 최고의 학자군주였지만 뒤주에 갇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도세자의 아들이기도 한 정조는 재위기간 내내 정권을 잡은 노론벽파와 현실정치를 이끌어가기 위해 이들을 회유하기도 하고 피를 묻히기도 라고 한편 이들을 중용하기도 합니다. 노론은 대로로 불리던 송시열과 그의 후손들, 그리고 영조가 정략적으로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정순왕후를 배경으로 사실상 조선을 사대부의 나라로 장악합니다. 정조는 이 와중에 아버지 사고세자의 복권을 시도하고 왕권회복을 위해 화성천도를 계획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의 편이 아니어서 젊은 나이에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이릅니다. 조선후기에 왕권수호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아버지 영조와 이로 인해 아버지 없이 평생을 살면서도 아버지를 죽인 자들과 함께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정조의 평범치 않던 삶을 노론과 국왕의 권력투쟁의 측면과 함께 그의 남다른 학자로서의 삶이 같이 조명됩니다. 역사서이기는 하지만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둣한 재미가 있고 정조의 불행했던 개인사에 몰입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