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
전재호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정희는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인입니다.
한국전쟁이후 전쟁의 잿더미에서 산업화를 진행시켜 한국인들을' 먹고 살수 있게 해주었다'라는 인식이 특히 현재 60-80대 노년 세대에게는 강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한국을 산업화하기 위해 택했던 '압축성장 전략'이라든지, '(농업을 포기하고 공업에 집중하는) 불균형 개발 전략', 그리고 압축성장을 위해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했었던 사실에 대해서는 성찰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죠.

더구나 박정희식 근대화, 선진화의 폐해는 그의 딸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어서 추진한 여러 정책에서 시대와의 불화를 보이고, 결국은 박정희 시대의 종말을 맞게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만나게 됩니다.
'아버지'의 나라를 아버지 나라답게 만들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우파 예술가들의 실력은 생각안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좌파 예술가들만을 지원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보기에 이해할 수없는 '좌파'예술가들의 지원을 봉쇄하기 위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비선인 최순실을 통해 국민들이 자신에게 위임한 권력을 나누었으며, 삼성의 경영승계를 위해 국민의 퇴직금인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의 승계작업을 도왔습니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아버지만의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루어질 수없는 통치행위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모든 사항들이 사실로서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중입니다만, 언론을 통해 우리가 알수 있는 것이 이정도입니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의 무소불위의 박정희식 통치방법에 대해 보수적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역사적 결정을 하기에 이릅니다.

17년 전에 발표된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에 대한 책이 2017년 현재 다시 울림을 주는 이유는 2016년 10월부터 이루어진 한국의 정치격변의 이면을 이 책이 잘 성명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책의 제목인 반동적 근대주의라는 말은 reactional modernism이라는 영어의 번역입니다. 즉 서구의 근대화에 반응하는 근대화라는 의미이지요.
그래서 서구식 근대화의 모델만을 가져와 기술적 근대화 , 양적 근대화에 치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한국의 경제정책은 언제나 '경제성장율'이라는 경제지표를 우선시 하고 국민 총생산(GNP)이라는 수치를 내세우며 이를 얼마나 '양적'으로 달성하였는지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런 모습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경제관료들의 정책 브리핑이나 경제뉴스에 단골로 나오는 모습입니다. 달라진 것은 국민총생산에서 국내총생산(GDP)로 지표가 바뀐 것 뿐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이런 통계수치에의 집착은 그 통계가 얼마나 정확한 것이냐는 별개로 치더라도, 경제생활의 질적인 면, 그리고 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정작 경제발전의 이익을 국민전체가 고루 나누어 가지게 해야 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목표이어야 함에도, 통계와 양적성장에만 집착해온 경제성장정책은 소수 기업들에게만 그 이익을 돌려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경제의 주체는 가계,기업, 정부임에도 한국경제는 기형적으로 기업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경영자들의 이익집단인 경총은 언제나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영화 '베테랑(2015)'에서 나왔듯이 재벌기업가들은 지난 60년동안 언제나 어렵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심지어 삼저호황을 누렸던 1980년대 말이나 IMF직격탄을 맞았던 1990년대 말이나 언제나 똑같이 말이지요.

1970년대이후 재벌들이 한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을 위한 견인차를 했다면 이제는 별다른 혁신없이 서민들의 몫마저 빼앗고 있습니다.

대기업 마트는 골목상권을 휩쓸어 동네 수퍼를 초토화 시켰고, 대기업 식품기업들은 심지어 서민들의 먹거리인 순대, 떡볶이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재벌 3세들이 제일 많이 하는 일은 해외 브랜드 도입이지요. 엄청난 로열티를 외국기업에 지불하면서 해외 유명브랜드를 들여오기만 합니다. 브랜드 개발은 물론 하지 않고요.

국민들이 이번에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을 뽑아준 이유는 재벌체제로 대표되는 박정희식 산업체계를 손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때부터 수구 반공주의자들은 '낙수효과이론(trickle down effect)'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 이야기합니다만, 이미 경제적으로 별 의미없는 이론이라는데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습니다.
이들이 이 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이론이 그들의 대기업 지원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죠.

문대통령이 경총을 향해 '한국사회의 양극화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라는 쓴소리를 한 것은 따라서 반성없는 경제계를 향한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잘해서 기업을 꾸려온 줄 알지만, 이들은 태생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은 집단이었습니다. 지금의 현대와 삼성그룹은 박정희정권의 지원 없이는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이들이 기업경영의 자유를 주장하며 국가의 견제를 달가와하지 않지만, 초기 이들은 국가의 자본의 지원으로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가지만 더 말하고 이글을 줄이려 합니다.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본 박정희의 양적 근대화는 이제 그 시효를 다했습니다.
재벌의 역할도 이제 그 의미를 잃었습니다. 재벌은 여전히 한국경제의 강자입니다만, 그들의 역할 재조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제는 양적인 성장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몰두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해도 이익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누가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이제는 예전처럼 소수의 엘리트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회가 아닙니다. 이들은 여전히 선도의식을 가지고 오만하게 굴겠지만 결국 집단지성의 논리에 일정부분 승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아직도 제대로된 의미의 '근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몰상식'과 '비상식'이 이를 반증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연 어떻게 경제정책을 펼칠치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들이 제대로된 '질적' 경제발전을 이루고 그 공과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돌려줄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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