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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優勝 열패劣敗의 신화 - 사회진화론과 한국 민족주의 담론의 역사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winner takes all)는 승자독식의 논리는 영국의 다윈 (Charles Darwin)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진화론 (social darwinism)이라는 사상이 생겨납니다. 다윈이 자연환경하에서의 약육강식과 생존을 위한 진화를 이야기 했다면, 사회진화론은 인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을 이야기합니다.
19세기에 발전하여 사실상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 약탈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 또한 사회진화론입니다.
이 이론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유럽의 강대국은 문명의 혜택을 받아 문화적이고 세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하기 때문에 ‘문명화‘되지 못하고 미개하며 힘이 약한 약소국들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입니다.
힘이 강한 유럽의 강대국들이 힘이 약한 비 유럽의 약소국을 지배하는 것은 사회진화론적으로 아무‘하자‘가 없다는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이런 사회진화론에 기반한 문명개화의 논리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공격하고 지배하는 논리가 되고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는 운명(destiny)이라고 까지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변방(frontier)은 그 지역과 문화를 처음 접해 본 서구인들에게나 변방이지, 그곳에 죽 살아온 이들에게는 그곳이 고향이자 안식처입니다. 본인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서구인의 오만함이 결국 사회진화론과 문명개화론이라는 지극히 서구중심주의적 이론을 만들어내고 결국 식민지 침탈이라는 역사의 불행을 만들게 됩니다.
박노자 교수의 이 책은 조선의 구한말 조선의 지식인들이 당시의 지배적 사상이었던 사회진화론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힘‘의 우위를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을 통해 어떻게 조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지, 그들 중 왜 어떤이들은 친일파가 되었는지를 추적해 나갑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적 열망과 살아남기 위해 강한 일본을 배우고 그들과 협력하는 길을 생존 방식으로 여긴 수많은 지식인들은 친일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책은 100여년전 이땅에 처음 들어온 낯선 사회진화론의 수용과 그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친일의 길을 걸는 지식인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당시의 영향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한국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특히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간 한국은 부모의 부와 돈으로 소수의 기득권층만이 학력이라는 문화자본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부를 독점하는 사실상의 계급사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공공이나 사회공동체를 위한 정책은 전혀 펴지 않은 체,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개발정책들을 남발했습니다.
몇 안되는 대형건설사들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한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이고, 현재 재판 중입니다만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국민연금‘을 통해 도와주면서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힌 박근혜 정부도 있습니다.
이 모두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우선함으로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함입니다.
사회진화론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논리이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경쟁을 우선하고 능력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경제적 신자유주의도 결국 사회진화론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의 경우, 촛불혁명의 여파로 잠시 소위 ‘보수‘세력들이 소강상태에 있지만 이들은 지속적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권을 잃었지만 이들은 아직도 힘과 조직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국회내에서도 소수가 아닙니다. 그들이 언제나 ‘국면‘을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기득권층의 승자독식의 사고구조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두껍고 어려운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